Some healer's hidden ending strategy RAW novel - Chapter 20
19화. 꿈속의 나비 (2)
‘쌍월의 보석’이라는 소설과 게임에서 달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세계관의 시작부터가 ‘두 번째 달’이 떠올랐다는 것이니 당연한 말이다.
심지어 그 두 번째 달은 어느덧 첫 번째보다도 커져서 거울 달이라는 이름답게 태양과 비슷한 크기로 낮에도 가끔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해지긴 했는데, 여전히 신기하기는 하단 말이지.’
뜨끈뜨끈한 햇살이 들어오는 명당자리에서 턱을 괴고 연필을 돌렸다. 책상에 펼쳐 놓은 교과서가 필기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다.
20년을 되돌아와서 다시 열어보는 교과서는 그 옛날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주 반질반질한 종이인 것이, 정말 공부하기 싫었다.
소설과 게임의 세계관대로 짜인 새로운 역사책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판타지 소설과 게임 가이드북일 때나 재밌는 거다.
어떤 책이든 교과서로 보면 공부하기 싫어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렇다. 나는 지금 입학하고 한 달 만에 무려 한 달 동안 무단결석을 하다가 학교에 온 불량 학생이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교복을 입으면서 대략 세 번, 여전히 수능의 압박에 무언가를 달달 외우면서 걷는 학생들이 수두룩한 등굣길에서 대략 다섯 번, 그리고 학교에 자랑스러운 영웅이 났다며 온갖 부담을 얹어주는 담임을 보고 대략 열 번 정도 고민했다.
역시 학교를 때려치우고 검정고시를 보는 게 내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이 두 번째 달이 뜨면서부터 세상에는 마석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마석은 금방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했지요.”
느릿느릿한 역사 선생님의 목소리에 절로 눈이 끔뻑거려졌다.
‘들었던 얘기를 또 들으려니까 진짜 죽을 맛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너무 지루했다.
윤혜아가 성심성의껏 만들어줬던 일정표대로 협회에서 교육받았다.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빽빽하던 시간표를 그대로 따른 것은 아니었다.
윤혜아가 미리 말했던 것처럼 교육 담당의 협회원들도 대개 전투원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만 온전히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동시에 나도 교육받다 말고 공략에 참여하는 날도 있고, 다쳐서 들어온 협회원들을 치료하는 날도 제법 있었기에 일정은 퍽 유동적으로 굴러갔다.
여기에 연락이 잘되지 않는답시고 당당하게 협회로 쳐들어온 친구들이 ‘보호자’ 타이틀을 따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윗선에서 특별히 허락해 준 모양이다.
친구들은 주에 한 번 꼬박꼬박 내 상태에 대해서 들으러 왔다.
그 탓에 친구들을 안심시키느라 아이온을 이용하는 전투에 대한 적응과 기초적인 체력 훈련, 그리고 온갖 심화 내용을 배우기까지 꼬박 두 달이나 걸렸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놈들이야. 협회장에게 뭐라고 말했길래 보호자 자격으로 입장 권한을 얻어낸 거야?’
박호승과 이세환이 벌였던 기행과 아직도 말해주지 않은 협회장과의 대담을 상상하다가 다시 역사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생각은 금방 다른 곳으로 빠졌다.
나는 이미 협회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교육보다 더 자세한 교육들을 받았기에 정보량이 가벼운 수업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런 겉핥기에 가까운 고등 수업에 집중이 될 리가 있나. 진짜 졸려 죽겠다.’
하품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면서 턱을 괬다. 힐끔 시야로 들어오는 창밖의 하늘이 새파랬다. 화창한 4월의 첫날이다.
* * *
컴퓨터 앞에 스무 시간씩 앉아있을 때는 어깨나 허리가 아픈 줄도 몰랐는데, 고작 수업 세 시간 들었다고 온몸이 쑤시는 느낌이었다.
햇빛으로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책상에 엎드리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튀어 나간 학생들 덕분에 교실은 텅텅 비었다.
원래라면 나도 뛰었겠지만 배도 별로 안 고팠고, 그냥 이대로 좀 자고 싶은 기분이었다.
‘사물함에 넣어놨던 담요나 꺼내올까.’
문득 친구 놈들에게 맡겨놨던 담요가 떠올랐다. 비록 한 달이나 사물함에 처박아놔서 눅눅한 냄새가 좀 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따라 영 몸이 으슬으슬한 것이 그거라도 덮고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몸살이 오려나.’
일어나려는데 몸이 너무 무겁다. 어쩐지 부은 느낌이 드는 손을 접었다 펴다가 사물함에서 담요를 꺼냈다.
꾸깃꾸깃한 담요를 탁탁 몇 번 허공에 흔들어 펴는데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박호승이 들어왔다.
“야, 밥 안 먹냐?”
“어. 좀 잘 거야.”
그러니까 이세환이랑 둘이서 먹으라고 손을 휘젓자 박호승이 성큼성큼 오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너 어디 아파?”
“아프긴 무슨. 피곤해서 그래. 어제도 선배랑 한바탕 하는 바람에 늦게 잤거든.”
“그 선배라는 사람이랑 너 무슨 원수라도 졌어? 이틀에 한 번은 싸우는 거 같은데?”
“그건 제발 내가 물어보고 싶다….”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마른세수를 퍽퍽 했다. 뭉그러지는 시야로 세상에서 가장 얄밉게 웃으면서 나랑 한 판 붙자고 달려드는 최이안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후배님의 보호막이 아주 때깔이 좋다고 그러더라! 전투 멘토는 나니까 우리 화끈하게 대련으로 수업하자!’
낄낄 소리 내어 웃으며 양손에 불을 그러쥐고 다짜고짜 대련을 걸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기분이다.
그랬다. 자기는 불을 다루고, 마석도 루비니까 전부 깔맞춤을 한답시고 시뻘겋게 머리까지 염색한 최이안이 나의 직속 전투 담당 교육자였다.
처음 이 세계가 허구의 세상임을 알았던 날, 영상으로 봤던 최이안과 교육자로 만난 최이안은 진짜 다른 사람이었다!
‘S급이라 수시로 균열 공략팀으로 뛰어다니면서 왜! 남는 시간을 휴식으로 보내지 않고 날 찾아와서 훈련실로 가는 건데, 왜!’
공격력과 센스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특급 딜러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초보 힐러에게 적당한 대련을 통한 수업도 아니고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결투를 거는 이유?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참다못해 최이안에게 이유를 물어봤지만 ‘내가 하고 싶으니까!’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날이 갈수록 쌩쌩해지는 최이안과 말라가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자료실을 들락거리며 제법 친분을 쌓았던 협회장 아들이자 소설 주인공인 신유하가 넌지시 자신의 추측을 말해줬다.
그래, 말을 해주긴 했는데….
“그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선배가 동경하는 분이 세상에 딱 하나가 있는데 그 사람이 진예신 부협회장님이시거든.”
“오. 멀리서 한 번 본 게 다긴 한데, 확실히 그래 보이긴 했어.”
고개를 까딱이는 박호승에게 언제 봤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칠 일에 한 번은 협회에 오던 애들이니까 우연히 최이안과 진예신이 마주치는 모습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 그래.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 거지. 부협회장님이 나한테 ‘형’으로 부르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헐?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냐?”
“아마도.”
세상 서글서글하게 사람을 대하던 진예신은 의외로 낯을 가렸다. 정확히는 사람들에게 담을 쌓고 일정 거리 이상 물러나 있는 사람이었다.
곧잘 대화를 나누고, 거리낌 없이 접촉하지만, 묘하게 거리감이 뚜렷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사람 사이의 관계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챌 정도로 진예신은 낯가림이 있었다.
그의 ‘친한 사람’의 범주에 들여놓은 자를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거기에 제법 오래 알고 지낸 최이안도 안 들어가 있는데, 내가 들어가 버린 이유가 뭐냐.’
진예신은 형이라는 호칭을 통해서 나를 자신의 친한 사람의 범주에 넣은 것이다.
뚝뚝 끊어지는 생각을 억지로 이어가며 묵직한 눈두덩이 위를 꾹꾹 눌렀다. 열감이 느껴지는 것이 약 먹고 한숨 자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선배님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해. 왜 나만 편애하냐는 거지. 야,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 사람이 왜 나한테 친근하게 구는지 모른다고. 그리고 이안 선배는 예신 형한테 깝치다가 한 번 조져진 사람인데, 그게 멋있다고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게 말이 되냐?”
차마 듣는 귀가 어디에나 있고, 보는 눈이 넘치는 협회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을 털어놓았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얘들보다 스무 해는 더 살아왔기에 얘들한테 투덜거리는 건 못 할 짓이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도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나 보다. 아주 술술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유하가 그 선배 닉네임을 부회장님 스토커라고 저장해놨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어. 예신 형이 어디에 있어도 따라붙는다던 인간이 왜 날 목표로 잡고 따라붙는 건데? 편애 이유가 궁금하면 예신 형한테 가서 직접 물으라고, 직접!”
“이야…. 고생 많네.”
박호승이 떨떠름하게 위로를 건네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언제 왔는지 보온병 하나를 들고 서 있던 이세환이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그런데 요한아. 그 부협회장님하고 친해졌어?”
“어?”
“형이라고 엄청 자연스럽게 부르는 거 같아서.”
“아, 그거.”
나도 모르게 평소에 부르던 대로 호칭이 튀어나왔나 보다.
그러고 보니 얘들 앞에서는 딱히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그래서 나름 친절하게 대답했다.
“친하다기보다는 친한 척?”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끔뻑이는 두 친구에게 히죽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하도 선배가 나를 들들 볶아서 그 선배한테 과시하는 용으로 입에 붙였지. 예신 형 지나갈 때 일부러 친한 척도 좀 했고.”
그때마다 진예신을 보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해지던 최이안이 나를 보고 썩은 표정을 짓는 맛에 속이 시원해졌다.
오늘은 나한테 시비를 걸면 진예신을 호출하는 일을 벌여서라도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분명 진예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최이안은 잔뜩 짜증을 내면서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 거다.
불퉁하게 진예신 몰래 날 노려보는 최이안의 얼굴을 상상하자 몸살 기운이 싹 달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절로 입가가 헤실헤실 풀렸다.
그런 날 보면서 이세환이 슬쩍 한발 물러섰고, 박호승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성격 더러운 새끼.”
“나 정도면 평범하지. 그러게, 누가 먼저 성질을 긁으래?”
“어이구, 김요한 이 새끼, 눈깔 뒤집힌 거 봐라.”
“네가 한 번 당해봐. 몇 번이고 말하지만, 나 정도면 아주 평범한 반응이야. 됐고, 이제 둘 다 밥이나 먹으러 가. 난 좀 잘란다.”
발을 질질 끌면서 내 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팔 사이에 귀가 눌려서 두 사람이 점심 먹고 오는 길에 마실 거라도 사다 주겠다는 목소리가 뭉그러졌다.
두 사람이 교실을 나가고 나서, 살짝 뒤척이며 팔이 최대한 덜 저릴만한 최적의 자세를 찾아 제대로 잠이 들려는 찰나, 잠잠하던 교내 방송이 울렸다.
-1학년 7반 김요한 학생, 1학년 7반 김요한 학생. 지금 바로 교무실로 오세요.
무단결석한 상세한 이유도 다 적어서 냈고, 입원 기록도 전부 받아서 냈는데 내가 교무실로 갈 일이 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책상에 머리를 한 번 박고 일어났다. 시야가 핑 돌아서 머리가 아팠다.
담요를 그대로 두르고 복도로 나가자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애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제발 좀 쉬고 싶다. 역시 학교는 자퇴하는 게….’
1학년 교실은 하필이면 5층이라서 2층까지 꾸역꾸역 발을 이끌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막막해졌지만, 일단 교무실 앞에 서서 담요를 개어 팔에 걸쳤다.
교무실 문을 조용히 열고 고개만 들이밀었다.
선생님들도 점심시간인 것은 똑같아서 몇 안 되는 분들만 남아 계셨는데 순식간에 나에게 시선이 몰렸다.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요한 학생. 어서 들어와. 학생한테 손님이 왔어.”
내가 누군지 밝히기도 전에 사람 좋기로 아이들 입에 오르내리는 국어 선생님이 나를 친절하게 맞이해줬다.
살짝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화려한 머리카락 색이 나를 반겼다.
나를 보겠다고 찾아올 인간 중에서 저렇게 시뻘건 머리통은 딱 하나다.
그 뒤통수를 보자마자 다시 교무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데 그 옆에 있던 까만 머리통이 휙 뒤를 돌아 나를 발견했다.
“요한아!”
“신유하. 여긴 웬일이야?”
내가 최이안한테 얼마나 시달린 줄 알면서 쟤를 데려왔냐는 눈초리로 신유하를 노려봤다.
신유하가 볼을 긁적이면서 내 눈을 피하더니 다짜고짜 나에게 달려오려는 최이안을 꽉 붙잡았다.
“일이야, 일. 조퇴할 수 있지?”
“나 한 달 만에 학교 온 건데.”
“S급을 두 명이나 투입할 정도로 높은 균열은 아닌데, 인원수 자체가 모자라. 어제 과로로 쓰러진 사람도 있고 해서. 어떻게 안 될까?”
신유하가 처연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의자에 앉은 신유하를 내려다보았다. 신유하의 외모는 파괴력이 너무 강했다.
신유하가 신여월을 닮은 자기 외모를 아주 잘 이용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저런 얼굴로 부탁한다는데 그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냉혈한이라도 녹아내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애처로움에 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디, 무슨 색?”
“강화도, 적색. 혜아 누나가 바깥쪽 정리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가서 공략으로 들어가면 돼.”
“둘씩 나누는 게 아니라 혼자 맡으신다고?”
“응? 응. 혜아 누나는 원래 그쪽으로 베테랑이야. 적색까지 혼자 하시는 편이지.”
윤혜아가 얼마나 실력이 좋은 전투원인지는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감응한 마석이 A급이라고는 하나 S급에 버금가는 응용력을 보여주는 사람이니까.
게임에서도 많이 써먹었고, 실제로 자주 공략에 참여하면서 만나기도 했다.
내가 공략에 참여할 때마다 바깥쪽을 담당해서 단순히 우연인 줄 알았는데, 원래 전담이었을 줄이야.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잘 기억해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갈게.”
“정말 고마워! 네가 안 된다고 그러면 오늘 시말서 쓸 각오도 했었거든.”
신유하가 환하게 웃으며 무서운 말을 했다. 저절로 신입 시절에 고생했던 일이 스쳐 지나가서 괴로워졌다.
찌푸려지려는 인상을 최대한 다잡으며 신유하가 최이안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는 걸 구경했다.
타고난 완력으로 협회 내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드는 신유하여서 그런지 최이안의 얼굴에 손자국이 아주 제대로 났다.
“유하 후배님. 진짜 너무한 거 알아?”
“부협회장님한테 허락받았어요.”
“아, 그럼 됐어. 그나저나 요한 후배님. 나한테는 왜 인사도 안 해줘? 응?”
최이안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에 없는 담임선생님 대신 다른 분께 조퇴증을 받아 챙겼다.
전원을 꺼놨던 휴대폰을 켜서 박호승과 이세환한테 먼저 갈 테니까 가방 좀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최이안은 끈질기게 나한테 들러붙었다.
“후배님? 요한 후배님? 내 말 안 들려?”
어디서 개가 이렇게 짖나 몰라. 대충 귀를 후비며 내가 일을 끝마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신유하에게 물었다.
“강화도까지는 늘 가던 대로 가면 돼?”
“아, 원래라면 그러는데….”
신유하가 순간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급속도로 발끝에서부터 불길함이 타고 올랐다. 지금까지 저런 표정을 한 신유하에게서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를테면 최이안이 내 전투 멘토가 됐다는 통보라거나, 친구 두 놈이 협회에 들어와서 보호자 자격을 챙겨갔다는 소식을 전해줬을 때처럼.
“야, 신유하. 설마….”
신유하가 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내 팔에 코알라처럼 매달려 있던 최이안이 나를 질질 끌고 교무실 창가로 가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댕댕아! 얼른 와!”
해맑은 최이안의 외침에 저 멀리서 새빨간 드래곤이 날아왔다.
“이런 미친.”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