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99
98화
위지 노인은 피로 타들어 가는 듯한 호기를 노려보았다.
“비굴한 삶과 더러운 사술, 비참한 말로로다.”
그는 이어 말했다.
“내일 데리러 올 것이다. 정리하고 철창 앞으로 오라.”
사마룡은 그때까지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가 대단하단 소릴 듣고 나서인지 괜히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찌?”
사마룡은 용기 내 입을 뗐지만, 위지 노인은 더는 말을 않고 돌아섰다.
사마룡은 노인이 사라지는 동안 궁금한 것들이 많이 떠올랐다.
위지 노인은 호기의 죽음을 예견한 듯 여기 왔고, 어떤 죽음을 당한 건지도 대강 아는 것 같았다. 그리 사마룡은 누구나 꿈꾸는 기연 같은 걸 얻은 것 같았지만, 실상은 누군가 꾸리는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호기.”
사마룡은 거죽도 다 녹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호기의 시체를 바라봤다.
“또 무슨.”
사마룡은 호기의 허무로 벌어진 해골서 이질적인 뭔가를 발견했다.
철컥-
양쪽 아래 어금니가 희안하게 이격돼 있었다. 아무렴 들춰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열쇠가 나왔다. 열쇠의 머리 부분은 실제 이로 돼 있었고, 몸통은 처음 보는 재질의 금속으로 돼 있었다. 아무래도 피부와 접해도 성나지 않을 재질일 거다.
“후우.”
참 여러모로 독특하고 지독한 사람이었다. 세상천지 이런식으로 열쇠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던가. 사마룡은 이를 그냥 두고 지친 모습으로 너털너털 핏물이 닿지 않는 곳에 가 앉았다. 오늘도 난해한 일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그만 나오시지요.”
사마룡은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그러자 스륵, 청홍사가 물 흐르는 듯 내려왔다.
“크흠.”
오요상은 멋쩍은 소릴 냈다. 와중에 청홍사는 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윤기나는 비늘을 만든 것 같았다.
“일부러 보려던 게 아니고 말일세.”
오요상이 쭈볐거렸다.
“같이 나오시지요.”
사마룡은 아무렴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흐응.”
그에 천정에서 희뿌연 혼령이 민망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본녀도 마찬가지니라.”
기해령이었다. 그녀는 온전히 귀신에 가까워졌지만, 훨씬 더 고아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지녔다.
“본녀는 오로지 네게 관심 있을 뿐, 다른 데는 일절 관심 없느니라.”
소리도 훨씬 예뻐졌다. 그러나 뭇사내들 가슴 떨릴 그 말에도 사마룡은 마냥 무심한 눈을 하고 있었다.
“큼큼. 할멈, 더욱 고절해지셨소.”
오요상은 괜히 기해령을 의식해 말했다.
“흠흠, 네 애완동물도 제법 그럴 듯해 졌구나.”
기해령도 웬일로 청홍사를 칭찬했다.
“다들 어쩌신 일이외까.”
사마룡은 만사 귀찮은 듯 물었다. 오요상이 먼저 말했다.
“거, 위대한 용린공의 후반부를 듣기 위해 온 것 아니겠느냐?”
이어 기해령이 말했다.
“덕분에 경지를 이뤘으니 고맙단 말을 하러 온 것이다.”
사마룡은 피곤한 듯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보다, 정말 나가는 거냐?”
오요상은 궁금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 것 같소만.”
그건 사마룡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상황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였기 때문이다.
“호호오. 참말이었도다.”
오요상은 그의 복잡한 심경도 모르고 기뻐했다.
“그럼 먼저 용린공의 후반부를 읊어드리겠소.”
사마룡은 얼른 이들을 물리고 싶었다.
“잠시만 기다려주게.”
그는 헐레벌떡 천정의 구멍으로 되돌아갔다. 투둑, 돌가루가 사마룡께 떨어졌다. 끝까지 정신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 잠깐 사마룡 눈치를 살피던 기해령이 말했다.
“본녀도 함께 나갈 것이다.”
기해령은 생의 대부분을 어딘가 갇혀있다 비로소 자유란 걸 얻었다.
“가시렵니까.”
사마룡은 신비한 자태의 그녈 바라봤다.
“그래. 비참한 육신을 포기하고 나니 새로운 경지가 엿보이더구나.”
기해령은 담담한 척 말했지만 어찌 그게 쉬울 일이던가. 아무리 만신창이가 된 육신이라도 포기하자면 미련이 남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요왕의 술의 완성은 인간의 육신을 탈피하는 일. 이미 다른 준비는 충분했던 그녀였다. 그녀는 사마룡의 말에 허울을 벗었고, 요술의 완성을 이루었다. 그건 사마룡도 모두 깨닫지 못했지만, 어떤 하나를 이루려거든 다른 어떤 것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했다.
“감축 드린다라 해야할지.”
사마룡이 감히 헤아리기 힘든 것이었다.
“아까 말했듯 고마운 건 본녀니라.”
기해령은 여느 규수처럼 차분한 모습이었다. 격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나가서도 잘 부탁하노라.”
사마룡은 무슨 말인가 한참을 생각했다.
“예?”
그는 벙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호호호.”
기해령은 여전한 웃음을 흘렸다.
“자, 잠깐!”
사마룡은 그녈 붙잡으려 했지만 애 먼 허공에다 손짓만 할 뿐이었다. 기해령은 천정으로 사라졌고 그 자릴 오요상이 나타나 메꿨다.
“많이 기다린 모양이외다.”
“젠장.”
오요상은 눈치껏 농담을 삼갔다.
“기다려줘 고맙네.”
사마룡은 신경도 안 썼다.
“꾸엑.”
오요상은 괴음과 함께 어찌보면 붉고 어찌보면 푸른 덩어리를 토했다. 분비물이 잔뜩 묻은 그것에 사마룡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청홍사의 내단이라네.”
“아아.”
사마룡은 그제서야 오요상에 눈을 돌렸다.
“하나 더 있네. 꾸우엑.”
청홍사는 더욱 깊숙한 곳에서 대강 솔방울 같은 걸 토해냈다. 사마룡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헥헥, 받게나.”
오요상은 숨을 고르며 침인지 독인지 뭐가 가득 묻은 것을 권했다.
“이게 뭔지?”
사마룡은 잔뜩 경계했다.
“청홍사의 알일세.”
“청홍사의 알!”
사마룡은 적잖이 놀랐다. 청홍사 내단도 모자라 알까지 보게 될 줄이야. 청홍사는 일평생 하나의 알을 낳는데, 언제나 암수 같이 발견되는 이유는 암수 두 마리가 하나의 알에서 나기 때문이었다. 이는 또 신비하게도 특정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수십 년 동안 알로 계속 머물렀는데, 청홍사는 스스로가 시기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덕분이었다. 괜히 영물이 아니었다.
“내 나가게 되면 자네에게 부탁 하나를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아!”
그게 청홍사의 알과 관련된 일이던가.
“청홍사의 알은 지닌 가치와 달리 범인이 취하면 그저 예쁜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네. 이를 부화시키기 위해선 아주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지. 천하 가장 낮은 곳에서 열양지기를 삼 년, 천하 가장 높은 곳에서 한음지기를 삼 년 보양할 것이며, 천하 가장 깊은 곳에서 백 일 치의 영기를 취해야지만 비로소 알을 깨고 난다네.”
정말이지 귀하신 몸이니 만큼 까다롭기가 그지 없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지. 한음지기는 지지가 살았을 적 보양해뒀고, 열양지기는 이곳 고옥서도 충분히 보양할 수 있었으니 말이네.”
조금 나가도 열기를 견디기가 힘든 고옥. 이곳만큼이나 기운을 보양하기 좋은 곳도 또 없을 거였다.
“그렇담?”
남은 건 천하 가장 깊은 곳, 오요상이 청홍사들을 발견했던 거기서 백 일 동안 영기를 채우는 일이었다.
“내 이르는 곳에 가 딱 백 일 간만 알을 보살펴 줄 수 있겠는가?”
백 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찌됐든 청홍사의 내단과 맞바꾸는 일이었다. 백 일이 아니고 천 일이 걸려도 손해볼 장사가 아니었다.
“달리 특별한 사안이 있사외까?”
오요상은 고갤 저었다.
“가는 길이 조금 험하지 특별히 힘들 일은 없을 거네. 자세한 방도는 내 다시 일러줌세.”
사마룡은 별로 의심도 않고 고갤 끄덕였다. 피곤한 탓도 없지 않았다.
“그럼 용린공의 후반부를 들어볼까나.”
오요상은 기꺼운 듯 과장되게 말했다.
사마룡은 아무렴, 오요상에게 용린공의 후반부를 읇어줬다. 오요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마룡은 그가 떠나고 세상 조용한 기분이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는 덩그러니 남겨진 청홍사의 알을 쥐어 들었다. 이는 오요상의 말대로, 보기에는 조금 특이한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흐음.”
사마룡은 이를 대충 품에다 집어 넣었다. 그리고 호기의 주검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열쇠 두 개를 챙겼다. 그리 사마룡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다 가부좌를 틀고 않았다. 그는 위지 노인이 이른 시각을 정확히 알 길이 없으니, 대강 심신만을 추스리고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마룡은 얼마나 지쳤던지 앉은 채로 잠이 들었고,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먹으로 그린 듯한 선경, 별안간 땅거죽이 와르르 떨리더니 산 봉우리처럼 시커먼 뱀 대가리가 크게 솟구쳤다. 사마룡은 도망가려 부던히 애썼지만 곧장 뱀에게 잡아 먹혔고, 꼭 비두고옥처럼 차갑고 끝도 모를 통로를 굴러 용암마냥 부글거리는 액체로다 떨어지고 말았다.
사마룡은 으악,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꿀떡 삼킨 액체에 목이 다 타버린 듯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부글부글 몸이 녹는 아찔한 고통만이 전해질 뿐이었다. 으악, 사마룡은 끝까지 소리 질렀다. 으악, 으악.
“으악!”
사마룡은 벌떡 잠 깨 자리서 일어났다.
“헉, 헉.”
그는 가쁜 숨을 쉬었다.
“쒝, 쒝.”
그런 앞에 백설이 눈치 없이 있었다. 사마룡은 불끈 살심이 일었다. 백설을 영민했고, 멀리 도망가 버렸다. 사마룡은 그게 하나도 아깝지 않더랬다. 나중에 오요상이 크게 아쉬워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