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3
대한민국 절대 재벌! 183화
하지 군정장관의 집무실.
“강철이 장관님을 본가에서 뵙자고 요청했습니다.”
“독대가 끝났군.”
“예, 이승한 박사는 자택에 돌아갔다고 합니다.”
부관의 말에 하지 군정장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내게 이번 일을 따지겠다는 것이군.”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는 민간인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네. 그는 공식적으로는 대마도 왕국의 수상이고, 맥아더 원수의 동아시아 지역 정보 보좌관이지, 거기다가 트루먼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우니 민간인이라 할 수는 없네.”
“가실 생각입니까?”
부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가야지. 오라고 했으니 가야겠지.”
강철과 이승한의 입지는 이렇게 달랐다.
이승한이 미군정에 지시받는 정도라면 강철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미군정, 아니, 미국과 손잡은 관계이니 미국 중장인 그로서는 부담감이 컸다.
“맥아더 원수 각하께서 이승한 박사에게 힘을 더 실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어디까지나 견제 차원이지, 배척은 아니다.”
“예, 알겠습니다.”
* * *
5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고.
리에는 강필을 안고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맞이했다.
그런데 고영희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리에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역시 고영희는 그저 당분간 내게 몸을 의탁한 것이 전부인 것 같다.
“돌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별채에 계십니다.”
“인사부터 드리고 오겠소.”
“예, 그러셔야죠. 식사는 하셨습니까?”
리에가 내게 물었다.
“인사드리고 오겠소.”
“예.”
나는 리에의 대답을 듣고 망치를 봤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
“경계를 철저히 했고, 무장 병력의 수를 50명으로 늘렸습니다.”
“고생 많았다.”
“그런데 회장님.”
“왜?”
“요즘 부쩍 본가를 염탐하는 자들이 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계시지 않아서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 염탐하는 자는 노덕술이라는 경찰입니다.”
“곧 처리될 거다.”
“예, 알겠습니다. 참, 며칠 전에 시라소니께서 서울로 돌아오셨습니다.”
“부산에 오래 계신 거지.”
그가 서울에 올라왔다는 것은 부산은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 * *
이승한의 자택.
이승한은 홀로 자택에 돌아와 우두커니 깊은 생각에 빠져든 상태였다.
“장고에 악수를 둔 꼴이군.”
그는 강철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승한은 이 순간에도 강철을 적대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명예는 준다고······?”
이승한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꼭두각시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승한은 만감이 교차했지만 결국 자신이 원한 것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비행기를 빌려 드리겠습니다. 바로 하와이로 가시겠습니까?
그리고 강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시간은 자네의 편이겠지.”
* * *
별채 장인어른의 서재.
“이제야 돌아왔군.”
장인께서는 감격한 듯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좀 늦었습니다.”
“내 함 사장에게 이야기를 다 들었네. 사위, 자네는 정말 상상이 안 되는 일을 해냈어.”
“이 모든 것이 다 장인께서 저를 발탁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대단했을 것 같네. 이제 건너가 보시게.”
장인께서 미소를 보이셨다.
“괜찮습니다.”
“리에가 얼마나 자네를 기다렸는지 아는가? 내가 자네를 더 잡을 수는 없네. 오늘은 잘 보듬어 주게.”
“예, 장인어른.”
장인께서는 자나 깨나 리에 생각뿐이시다.
* * *
별채에서 나오자 헝클과 망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함평식 사장을 부르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승한 박사에게 사람을 붙이겠습니다.”
헝클이 내게 말했다.
“그러세요. 망치와 협조해서 처리하면 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헝클은 내가 돌보지 못하는 부분을 살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승한 박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지었다.
“망치.”
“예, 회장님.”
“무장 병력이 50명이나 되는데 미군정에서는 특별한 말이 없던가?”
“미군 장교가 오기는 했습니다.”
“그래?”
“예, 크게 뭐라 하지는 않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만 말라고 했습니다.”
50명의 병력이 이 저택을 지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 줬다는 의미다.
“알겠네.”
* * *
고려 호텔 특실.
1946년 1월 5일부터 가택 연금을 당했다.
“신탁통치를 찬성해 주십시오.”
소련 군정 장성인 로마넨코 장군이 조민식에게 신탁통치를 찬성해 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럴 수는 없소이다.”
“우리에게 협력해 주신다면 바로 가택 연금을 풀어 드릴 것이고, 독자적으로 건국될 조선 정부의 고위직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싫소이다.”
“저희와 끝을 같이해 주신다면 정치를 당신께 맡기고 김일성은 군부만 맡기겠습니다.”
소련으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조민식은 자기 뜻을 굽힐 마음이 없었고, 만약 이때 조민식이 조금만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신탁통치 자체를 완강하게 반대합니다.”
“죽고 싶은 겁니까?”
로마넨코 장군이 권총을 뽑아 들고 조민식을 위협했다.
“당기시오. 방아쇠를 당겨 보시오! 내 기꺼이 당신의 총에 죽겠소.”
“이런······.”
로마넨코 장군은 조민식의 기개에 얼굴을 붉히며 권총을 다시 집어넣었다.
“무례했습니다. 신탁통치 결정서에 서명만 해 주신다면 조선의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싫다고 말했소.”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이었고, 로마넨코 장군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나는 노린내 나는 소련이 싫다.”
조민식의 유연하지 못한 정치 성향이 이북 지역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
* * *
안방에 돌아오니 따뜻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리에는 밥상 옆에 앉아 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식사부터 하세요.”
정말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편해졌다.
“고맙소.”
나는 리에가 차린 밥을 먹으며 내 아들에게 젖을 물리는 리에를 보며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나도 밥을 먹고, 내 아들 필이도 젖을 먹고 잠들자 나는 리에와 마주 앉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요?”
“그제 둘째 아주버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강산 형님께서요?”
내 아픈 마음을 꼽으라면 당연히 강산 형님이다.
“예, 둘째 아주버님께서 당신이 언제쯤 돌아오느냐고 물으셔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다.
“그래서요?”
“안타까워하시며 김원몽이라는 사람을 따라 월북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리에의 말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김원몽의 사람이 됐구나······.’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김원몽이 월북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빨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전쟁도 앞당겨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붙잡았지만, 의지가 너무 확고하셔서 더는 말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단오절 전까지는 돌아오신다고 하셨어요.”
“으음······.”
“제가 잘못한 건가요?”
리에가 조심히 내게 물었다.
“당신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고생 많았습니다.”
“제 생각에 둘째 아주버님께서 그런 결심을 한 것은 노덕술이라는 경찰에게 모욕을 당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노덕술?”
“예, 월북하시기 며칠 전에 김원몽이라는 사람과 같이 노덕술이라는 경찰에게 체포되어 경찰서로 끌려가셨어요.”
이 모든 것은 내 불찰일 것이다.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
분노가 치미는 순간이다. 사실 노덕술과 나는 악연이 있다.
내가 부자가 되면서 노덕술은 내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아버지를 잡아 가두었고.
장인어른께서 나 모르게 손을 써서 아버지께서는 무탈하게 풀려나셨다.
난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그때는 급하게 움직여야 할 때였기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리에가 내 눈치를 봤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으면 알아야죠.”
“둘째 아주버님의 얼굴이 꽤 상하셨어요.”
이해되지 않았다. 노덕술이 시쳇말로 무슨 깡으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깃은 김원몽이었겠지.’
우연처럼 강산 형님도 같이 체포되었을 것이고, 고문도 당한 것 같다.
이제는 가만둘 수 없었다.
‘빨라지고 있어.’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나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반민특위를 구성해야겠어.’
복수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려면?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부역자를 처벌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알겠소.”
“주무셔야죠. 자리를 펴 드릴게요.”
내 아들 강필은 젖을 배불리 먹고 새근새근 잠들었다.
“그럽시다.”
그렇게 나와 리에는 자리에 누웠고, 우리는 5개월 만에 부부의 정을 나눴다.
* * *
아침이 되자마자 내 부름을 받은 함평식 사장이 도착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겠소.”
“예, 회장님.”
“대한청년회는 어떤 상태입니까?”
나는 서북청년회가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이북 출신 청년들을 대한청년회라는 이름으로 모아 부산에서는 대현 건설 사장이, 서울에서는 함평식이 관리하게 했다.
“대한청년회 서울 지부 소속은 1,200명이고, 각각 일자리를 주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지시대로 명동과 종로의 상권을 거의 장악했기에 600명 정도가 상점 점원으로 일하고, 나머지는 땅을 빌려줘서 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북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이나 고학력 엘리트는 대현 종합 개발에 취직시켰고, 그중 일부는 야학 선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충성심은 어떻습니까?”
이게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절벽까지 몰린 사람들이기에 충성심은 최고입니다. 자체적으로 자경대를 조직해서 회장님의 본가를 순찰할 정돕니다.”
난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공산당에 반감이 크죠?”
“그렇습니다. 공산당이라면 빨갱이라며 치를 떱니다.”
“군인 출신도 있습니까?”
“신상명세서를 받았고, 50명 정도가 군인 출신입니다.”
함평식은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그들 중에서 평양 출신으로 다섯 명을 선발하십시오.”
“예?”
“평양으로 급파해야겠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요?”
“군사분계선이 막혔습니다.”
이 역시 빨라졌다.
“막혔다면 뚫고 가야죠. 급히 선발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산 형이 월북했다면 다시 데려와야 한다.
‘내게 치명적일 수 있다.’
강산 형이 공산주의자가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나머지 45명은 남조선 국방경비대 사관학교에 입교시키시오.”
결국, 군대를 장악해야 할 것이다.
“예, 그리 설득하겠습니다.”
“인재를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작년 12월에 조민식 선생의 비서인 백성협이라는 청년이 월남했습니다.”
함평식에게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장군의 이름을 들으니 놀랍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