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31
대한민국 절대 재벌! 31화
‘나는 변절한 저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내가 하는 모든 이익 창출 활동은 친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조선 땅에 일가친척을 다 합해 친일하지 않은 집안이 없고.
독립운동 안 한 집안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중국이나 만주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보다.
조국에 남은 그들이 목숨의 위협을 더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도 아버지처럼 형처럼 그렇게 죽어야 했습니까?
안중군 장군의 아들 안순생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한민족 불세출의 영웅인 안중군 장군의 차남이다.
형인 안분도는 일본인에게 독살을 당했고.
그만 겨우 살아남았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했지만.
1939년 10월 16일.
경성 조선 호텔에서 이토미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분키치와 만나 ‘제 부친께서 어리석은 생각으로 당신의 아버님을 죽게 했는데 이에 아들로서 아버지의 오만방자한 만행을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매일신보와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대서특필되어 일제의 선전에 사용되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리라.
두려웠으리라.
살고 싶었을 것이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용서를 받지 못할 짓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백범 김규 선생에 의해 피살 위협이 있었지만.
그의 당숙인 안경근이 눈물로 호소해 무사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참혹할 수밖에 없는 세월이다.’
그렇게 일제의 패악은 더욱 악랄해지었고.
여기저기 징용되거나 징병이 되어 어디론가 끌려가 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장인어른의 도움으로.
우리 집안은 그 참혹한 상황들을 비켜 갔다.
그때 장인어른께서는 나를 비롯한 내 형제들을 징용에서 빼내려고.
총독부에 두당 기와집 한 채 가격을 뇌물로 썼다.
무엇이든 시세라는 것이 있고.
그때 징용을 피하려면 그 정도 되는 돈을 써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징용에 끌려가면 죽거나 병신이 되어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돈 있는 집의 사람은 징용에서 제외되고자.
너 나 할 것 없이 엄청난 돈을 썼다.
‘우리 집안만 시대의 화마를 비켜 갔구나······.’
그 사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세상이니까.
“사장님······.”
대현 미곡상을 순시하던 중.
내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직원이 나를 불렀다.
“……예.”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직원은 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뭔가 실수한 것이 있는지 걱정했다.
“아닙니다. 특별한 것은 없군요. 잘 처리하고 있네요.”
나는 직원에게 하대하지 않는다.
“예, 곡물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반 홉의 효과다.
“그럼 일 보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저는 대현자동차 공업소로 가야 하니까요.”
난 장인어른이 했던 자동차 정비 공업소를 물려받자마자 대현이라는 상호로 바꿨다.
‘내가 만들 그룹의 이름은 대현이다. 대(大), 현(賢) 두 자를 합쳐서 크고 현명한 기업을 만들 것이다.’
나는 대현 미곡상과 대현자동차 공업소를 주춧돌 삼아.
거대한 그룹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광복된 조국에서 가장 큰 그룹으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뭐든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준비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상회를 찾아오는 손님께 항상 친절해야 합니다.”
“물론이죠.”
내 직원들은 나를 닮아가고 있다.
이것은 본보기를 잘 보인 것도 있지만.
내가 다른 상점의 점원들보다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한몫했다.
‘실수했을 때는 용서하지만!’
그 실수가 반복되거나.
속임수를 쓰면 나는 가차 없이 해고한다.
‘이 부분이 장인과 다르지.’
나는 장인께서 한 주임을 기다려 준 것처럼.
나를 속이는 직원을 기다려 줄 마음은 단언컨대 없다.
* * *
1944년 5월 24일.
종로 미곡상 주변 저잣거리.
강철이 미곡상을 순시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다른 점포의 직원들이 모여 강철을 보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강 주임님은 어린 나이에 출세했다니까.”
점원 하나가 멀어지는 강철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주임님은 무슨? 퉤! 빌어먹을 친일파 새끼!”
강철은 일본인의 사위가 된 것만으로.
친일파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이래서 조선 사람은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부럽기에 시기하는 것이고 욕하는 것이다.
“쉬!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잘못하면 경을 쳐!”
“일본 놈 밑에서 호의호식하면 친일파지!”
“그럼 우린? 따지고 보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멍청아, 우리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거고. 걔랑 우리랑 경우가 달라, 다르다고.”
완벽한 이중 잣대였다.
“하여튼 부럽다, 부러워!”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자빠트려.”
“뭐?”
“뭐긴 뭐겠어? 쟤가 쪽발이 년을 강제로 자빠트려서 나카무라 사장의 사위가 됐다는 소문이 파다해.”
“정말?”
이런 헛소문들은 가만히 내버려 뒀다가는 나중에는 진실처럼 알려진다.
이것이 바로 풍문의 속성이다.
“애를 가져서 어쩔 수 없이 혼례를 올렸다고 하더라고.”
“그 소린 어디서 들었나?”
“어디긴 어디야? 풍문으로 들었소~ 히히히!”
“자빠트려······.”
“히히히, 너는 자빠트리지도 못 하겠다. 너희 집 사장님은 딸이 없으니까.”
“딸은 없지만······.”
강철을 부러워하던 남자의 눈빛이 변했다.
“뭐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여편네는 있잖아?”
“허, 미쳤군.”
“하하하, 농담이야. 하여튼 부럽다.”
저들의 눈에 강철의 노력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저 강철의 성공만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자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 * *
미곡상을 순시하고 돌아가는데.
잡놈들이 나를 헐뜯는 소리가 들렸다.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돌아서서 뭐라고 한마디 할 필요는 없다.
“하하하, 농담이야. 하여튼 부럽다.”
내 평판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일본인 장인을 둔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평생 내 뒤에 붙겠군.’
사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본의든 아니든.
장인어른께서도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조선인들의 눈물을 수차례 봤을 것이다.
동양척식회사에서 땅을 받았을 것이고.
젊을 때는 의욕이 넘치셨으니.
이런저런 일을 닥치고 하셨을 것이다.
‘되돌릴 수는 없다. 모두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신분 세탁,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옛날 책을 주워 오란 말이야. 이게 무게도 더 나가고 돈이 된다고, 돈이!”
그때 망태기를 든 노인이 망태기를 든 아이들과 함께 내 앞을 지나갔다.
그는 낡은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는데.
그 책을 흔들며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탁, 탁!
그리고 그 책으로 아이들을 때렸다.
‘어느 곳이든 폐지를 줍는 노인과 가여운 아이들을 앵벌이를 시키는 자들이 있군.’
씁쓸하다.
그리고 저리 가여운 아이들을 이용하려는 자들도 넘쳐난다.
“이런 것을 주워 와야 팔아서 너희들 먹이지.”
노인은 아이들에게 퉁퉁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할배, 알았어요. 헤헤헤!”
“그래도 오늘은 이런 책을 주웠으니 배는 안 골겠다. 그럼 된 거지. 허허허, 가자.”
노인이 들고 있는 책은 무척 낡아 보였다.
‘낡은 책······’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낡은 책에 관심이 갔다.
내 촉이 저 낡은 책이 어떤 책인지 알아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저기요.”
나는 망태기를 든 노인을 불렀다.
가여운 아이들을 이용하는 저런 부류의 인간들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촉이 저 노인이 든 책을 꼭 확인하라고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어리긴 해도.
고급 양복을 입고 있기에.
노인은 내게 하대하지 못했다.
“어르신, 손에 든 책 좀 봅시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나쁜 사람이라고 결정을 내렸지만.
나는 한없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상대하는 내 방법이다.
싫든 좋든 친절히 대한다.
그런 후에 내 적이 되면 응징한다.
물론 지금은 그 응징이라는 것이 참 모호하다.
“왜요?”
“마음에 들면 제가 사고 싶습니다.”
저들은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근으로 팔 테니까.
‘고서라면!’
내가 그보다 더 비싸게 사 줄 수 있다.
“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닌데 어디인가 판다고 하던데 아닙니까?”
“팔기는 합니다.”
“누구에게 팝니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일본사람 중에 이런 헌 책을 꽤 사는 사람이 몇 있습니다.”
‘또 일본인이 거론됐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보다 먼저.
조선의 골동품이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요즘 부쩍 우리의 문화재를 일본으로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
[강철 상, 골동품이 돈이 된다고 합디다.]거래하는 일본인 사업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싼값에 일본으로 유출이 되고 있다.
‘혹시 무지한 조선인들을 이용해 문화재급 서적을 사 모으는 건가?’
문화재나 골동품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억만금을 주더라도 반드시 사야 하는 거지만.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고려청자 사발을 가지고 있어도 개밥그릇으로 쓴다.
“혹시 지금까지 그런 책들을 일본사람들에게 팔았습니까? 혹시 저한테 먼저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아마 저 노인은 넝마를 주우며 간혹 낡은 책을 줍게 되면.
그것을 일본인에게 가져가는 모양이다.
‘빈집도 많고, 폐가도 많으니까······.’
경성 사대문 밖을 나가면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꽤 있다.
그런 폐가 중에는 조선의 마지막 유학자들이 살다 죽은 곳이 종종 있었다.
아마도 그런 곳에서 주워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허허, 보시는 거야 공짜죠.”
노인은 내게 팔아도 상관이 없다는 눈빛이다.
‘그렇지.’
노인은 돈만 받으면 되니까.
“너희, 배고프지? 저기 가서 오뎅이나 사 먹어라.”
나는 넝마주이 할아버지 옆에 붙어 있는 아이들에게 50전짜리 지폐를 내밀었고.
아이들은 기겁한 눈빛으로 나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봤다.
“우리는 거지 아니거든요?”
그때 새침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내게 말했다.
“뭐라고?”
의외의 대답이었다.
“우리도 일해서 먹고산다고요.”
살짝 당황스럽다.
“아…… 그래?””예, 할아버지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했어요. 거지가 아니니까 이 돈을 받을 수는 없어요.”
내가 생각을 잘못한 모양이다.
‘저 할아버지께서는 아이들을 잘 키우셨구나.’
나는 잠시 마음속으로 내 행동을 반성했다.
사람을 온전히 보지 않고 입고 있는 옷차림으로.
또 하는 일로만 판단하고, 색안경을 끼고 봤다.
“미안하구나. 나는 그냥 귀여워서······.”
“얘들에게 관심 끄고, 보고 싶다는 책이나 보쇼.”
할아버지가 내게 책을 내밀었고.
나는 책을 받아 보고 기겁했다.
‘이, 이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