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32
대한민국 절대 재벌! 32화
훈민정음해례본이었다.
‘그, 그것도······’
필사본이 아닌 진본 같다.
물론 내 눈이 정확하지는 않다.
오래전에 필사한 책일 수도 있지만.
성균관에서 펴낸 진본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순간 내 전생의 기억 중 하나가 떠올랐다.
물론 그 기억 역시 훈민정음해례본에 대한 기억이다.
‘훈민정음 상주본······.’
인터넷에서 봤던 기억이다.
그 훈민정음 상주본의 가치는 1조 원에 육박한다고 적혀있었다.
하여튼.
훈민정음해례본은 조선의 명군 세종 대왕께서 창제, 반포한 훈민정음의 한문 해설서를 말한다.
인터넷 기사에서 보기로는.
한글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유일한 해례본은 국보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훈민정음 상주본이라는 것이 공개됐고.
그전에 국보가 된 책보다 값어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었다.
‘내가 이런 것을 다 기억하고 있구나.’
하여튼 훈민정음 상주본을 찾은 사람은.
자신에게 국가가 1,000억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고.
그것이 국민적 이슈가 됐었다.
‘혹시 이게······.’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이 훈민정음 상주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왜 그렇게 놀랍니까?”
내 표정이 굳어져 있기에 노인이 내게 물었다.
“이거, 이거 파시는 겁니까?”
목소리까지 떨린다.
‘1조 원이야, 1조 원의 가치······.’
국가적 문화유산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못된 생각부터 들었다.
하여튼 나는 어쩔 수 없는 장사꾼이고, 사업가다.
그것도 내 이익을 최고로 하는 그런 천민자본주의자다.
“종잇값보다 조금만 더 쳐 주면 팝니다. 이런 책들을 사는 일본인이 그러거든요.”
노인은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했다.
“그럼 제게 이 책을 파십시오.”
심장이 떨린다.
국보급이다.
그리고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국보급 문화재가 이렇게 헌책 취급을 받다니.
그저 놀랍고 안타깝다.
아마 이런 고서들은 일본인이나 외국인들의 손에 헐값에 넘어갈 것이다.
‘직지심체요절이 넘어간 것처럼······.’
직지심체요절은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이다.
헐값에 팔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얼마 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니, 이 돈이면 되겠습니까?”
나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30원쯤 될 것 같다.
이 돈이 싫다면.
집 한 채 값을 주더라도 살 생각이다.
“뭐, 뭐 이렇게 많이 주십니까?”
역시 무지가 병이다.
그리고 이렇게 배우지 못한 조선인은 무지하다.
아마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싫어한 조선 왕조가 우민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똑똑한 백성은 불만이 많고.
지배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머리가 아픈 일도 없다.
그래서 독재자 대부분이 우민정책을 펼친다.
“꼭 가지고 싶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것만 받겠습니다.”
넝마주이 할아버지는 30원 중 10원을 내게 돌려줬다.
‘이 책의 가치를 모른다.’
무지함에서 나온 순박함이다.
그래서 씁쓸할 뿐이다.
“아닙니다.”
“나는 날도둑이 아니오, 이 낡은 책을 어찌 이리 큰돈을 받고 팔겠소? 애들 보기 부끄럽소.”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 아이들을 봤다.
“친손자들입니까?”
“굶고 있는 것을 길에서 주웠소. 하지만 친손자나 다름없소이다. 저들이 나를 의지하고, 내가 저들을 진심으로 돌보니 친손자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오?”
노인은 박애주의자다.
어떤 면에서 보육원을 여러 곳 운영하는 거지왕보다 더 대단한 분이었다.
거지왕은 어떤 면에서는 자기 목적을 위해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혹시 지내실 곳은 있으십니까?”
“없소. 그저 다리 밑에 삽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오?”
“제게 빈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지내시겠습니까?”
몇 푼을 주고 훈민정음해례본을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니,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였다.
“됐소, 우린 보다시피 가난해서 빼앗길 것도 없소.”
“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워낙 가지고 싶었던 책이라서요.”
“됐소이다.”
“혹시 다른 책은 없습니까?”
“이것도 있는데 어떻소?”
망태기에서 또 두 권의 책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호, 혹시······?’
혹시 직지라도 나올까 싶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이건······.’
훈민정음언해로 불리기도 하는 세종어제훈민정음이었다.
아쉽지만 이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권은 세종실록지리지다.
‘세종실록지리지 50쪽 셋째 줄······.’
나는 세종실록지리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세종실록지리지를 뇌까릴 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독도를 떠올린 것이 아니라 ‘대마도’를 떠올렸다.
-독도가 일본 땅이면 대마도는 한국 땅이다.
-이종무 장군이 정벌한 곳이다.
-대마도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가깝다.
-독도는 우리 땅, 대마도도 우리 땅!
전생에서 일본이 독도와 관련된 망발을 할 때마다 따라붙는 것이 대마도였다.
그리고 대마도가 역사적으로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종 대왕의 대마도 정벌······.’
이종무 장군이 이룩한 업적이다.
그 이후에도 대마도가 조선에 가깝고 조선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들이 떠올랐다.
따지고 보면 대마도는 오키나와처럼 일본 땅이 아닐 것이다.
‘섬이니까.’
일본이 홋카이도를 병탄하기 전에 대마도를 병탄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여튼 독도 망발 때문에 나는 대마도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로 여행을 꽤 많이 다녔었다.
10만 원이면 배편으로 무박 2일의 여행이 가능했다.
‘대마도라······.’
내가 아는 역사로 도쿠가와 막부 때까지만 해도.
대마도는 일본의 관심 밖에 있었다.
실제로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침략을 위해 만든 지도인 ‘팔도전서’에서 대마도를 공격 대상이라 표했다.
이것만으로도 대마도는 일본보다 한국에 가까웠다.
그리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한 정부가 출범한 직후.
1948년 8월 18일.
전격적으로 ‘대마도 반환 요구’를 발표했지만.
결국, 묵살을 당했다.
나는 거기까지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마도에는 조선인보다 일본인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은.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일본에 강제 편입이 됐다는 사실이다.
오키나와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될까?’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시절이 시절이니까.’
패망 후 일본은 정신이 없을 것이고.
미군정의 통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미군은 대마도 따위는 관심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일본은 전격적으로 무장해제를 당한다.
한마디로 군대가 사라진다.
‘될까?’
내 머릿속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떠올랐고.
그에 따른 방법들도 떠올랐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래, 오덕수······!’
경성과 조선에 숨어 있는 광복군 조직들.
그들을 이용할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여튼 나는 지금 위험하고도.
또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도!’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그래도.
광복될 조국에게 엄청나게 이로운 일이 되겠지만.
‘정말 될까? 된다고 해도 내가 얻을 것이 있을까?’
기업가는 제일 먼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부터 생각한다.
‘될까? 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아니,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금의 사용처는 일본을 점령한 미군정에 바칠 뇌물이 될 것이다.
‘아마 최소한 1만 명은 대마도에 거주할 거야······.’
그들을 몰아내고.
대마도에 태극기를 꽂으려면 무장한 병력 300명 이상과.
주먹깨나 쓰는 싸움패들이 500명은 더 있어야 할 거라는 구체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배는 몇 척이나 있어야 할까? 미군정이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까?’
조국이 광복되는 그 날!
우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마도를 점유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하게 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엄청난 외교력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승한, 하지······. 맥아더······.’
그 셋의 동의를 구해내야 한다.
‘방법이 뭘까?’
얼마 안 되는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떠돌았고.
내가 정말 엄청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내가 이런 생각을······.’
정말 이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내 생각을 실행한다면 내 운명까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향할 곳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실패를 대비한 플랜 B는 뭘까?’
사업에서 실패는 다반사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사업을 넘어서는 모험이고, 도박이다.
“왜, 이것도 사고 싶었던 책이시오?”
할아버지의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자체는 횡재다.
아니, 하늘이 날 돕는 것 같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운들이 내게 떨어질까?’
문뜩 의구심이 들었다.
세상 그 어디에도 공짜 밥은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 것일까? 혹시 신의 실수일까, 아니면 무슨 사명을 타고난 것인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마치 하늘이 날 통해서.
조선의 문화재를 지키라는 숙명 같은 것을 내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마도······.’
다시 대마도 생각이 번뜩 들었다.
1945년은 한반도 한민족만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 시기를 잘 이용한다면.
대한민국이 대마도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5년 이후 1~2년간은 일본은 대마도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자국의 영토를 불법 점유한다 해도 공격할 군대도 없다.
내가 떠올린 생각 중에 이게 핵심이었다.
‘그래, 7광구! 바로 그거다!’
내가 계획하고 실행해 대마도가 대한민국의 땅이 된다면.
7광구의 개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가 실패하면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죽는다.
‘죽는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보시오,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어르신이 다시 내게 말을 거셨고 나는 정신을 다시 차렸다.
‘우선 접어 두자.’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
인력도 인력이지만.
상상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를 드려야 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그런가요?”
“그냥 제가 20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낼 곳이 필요하시면 대현 미곡상으로 오셔서 저를 찾으십시오.”
대현 미곡상은 내가 장인어른께 받은 미곡상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훗날 대현 건설과 중공업, 조선소를 비롯한 대현 그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내 꿈이다.
난 그 꿈을 꼭 이룰 것이며.
그 꿈과 함께 대한민국에 힘이 되는 사업가가 될 것이다.
돈이 곧 국력이고 힘이니까.
‘돈······.’
머릿속에 다시 대마도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