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33
대한민국 절대 재벌! 33화
“허허허, 말이라도 고맙소.”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오늘은 너희들 국밥에 고기 몇 점 넣어줄 수 있겠다. 하하하, 가자!”
역시 소박하신 분이시다.
저런 분이 보육원을 맡아서 운영한다면.
많은 전쟁고아가 서러움 없이 성장할 것 같다.
“어르신.”
난 돌아선 할아버지를 불렀다.
“왜 그러시오?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드시오?”
그래도 돈은 못 돌려주겠다는 눈빛이다.
나는 노인을 유심히 살폈다.
[장홍식]-나이 : 61세
-직업 : 넝마꾼(사설 보육원 원장)
-신뢰도 : 72%
-특징 : 근면/박애
-인생 성공 가능성 : 85%
-특이 사항 :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보육원을 설립한다. 제1회 대한민국 평화상 수상자(?).
노인의 이름이 장홍식이군.
이런 것들은 정말 내게 도움이 된다.
‘제1회 대한민국 평화상 수상자?’
그런데 괄호 안에 물음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평화상은 앞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문구 때문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한국전쟁!’
민족의 아픔이며.
고통인 한국전쟁은 저 문구 속에서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역사는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본능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건 아닙니다.”
노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원이 적은 돈도 아니니까.’
몇 개월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돈이 20원이다.
그런 면에서 노인과 아이들은 나를 만나고 횡재를 했다.
물론 나도 두 권의 국보급 고서를 손에 넣었기에 제대로 횡재를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물릴 수는 없소. 아이들에게 고기 몇 점 입에 넣어준다고 했으니까.”
이 시절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축복이다.
‘사실 먹는 고기도!’
살코기가 아니라 이제는 소나 돼지의 부산물인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그래서 순대는 슬프다!’
또 곱창도 슬프다.
일본에 조선에서 키워진 소와 돼지의 살코기는 다 빼앗기고.
허파나 간 창자나 내장만 남았고.
조선의 민초는 그것을 요리해 먹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요리가 곱창전골이고.
선지 해장국이다.
“예, 그러십시오.”
“그럼 왜요?”
“아이들이 좋으십니까?”
“좋기는 뭐, 가여워서 그러지. 그럼 또 가엽기도 하고.”
“그럼 그 가여운 아이들 좀 더 많이 보살피지 생각은 없으십니까?”
“뭐요?”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노인이다.
“제게 빈집이 좀 있습니다.””그래서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제법 큰 미곡상을 운영합니다. 집이 있고 먹을 것이 있으니 저 대신에 보육원을 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할아버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생각지도 못한 내 호의에 놀란 것 같다.
사실 폐지에 가까운 헌 책 두 권을 팔았는데.
내가 지낼 곳까지 준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시고, 할 마음이 있으시다면 대현 미곡상으로 와 주십시오.”
당장 답을 얻을 일은 아니다.
‘애들을 이용해서!’
이런 고서들을 모으려는 얕은 생각도 있지만.
고아들은 누군가는 돌봐야 한다.
‘돈을 벌면!’
정승처럼 써야 하니까.
“으음······”
내 제안에 노인은 바로 신음을 터트렸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나는 할아버지를 보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참 신기한 분이시군요. 낡은 책 두 권이 뭐라고. 하하하, 하여튼 고맙소. 서너 달 애들 먹일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요.”
내가 준 20원은 그만큼의 가치를 가졌다.
“그리고 나중에 이런 책들이나 그림 족자 같은 것을 주우시면 제게로 가져다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할아버지와 아이들은 횡재했다는 표정으로 사라졌다.
‘대마도······.’
나는 훈민정음해례본보다 세종실록지리지가 더 맴돌았다.
‘문제는 자금인데······.’
무슨 일을 하든 돈이 제일 먼저다.
돈이 있어야 일을 추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을 하려면.
상상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자금이 없다면 시작할 엄두도 못 낸다.
‘총을 쏠 줄 알아야 하고······.’
그럼 광복군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광복군들을 설득하더라도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동시켜야지.’
중국에서 부산까지.
그리고 바로 대마도까지 이동시켜야 하니.
배가 필요하다.
‘고깃배를 사 모아야 할까?’
내 생각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럴수록 욕심이 났다.
1945년은 대한민국에도 혼란기지만 일본 역시 혼란스러웠다.
‘대마도는 요새화가 되어 있겠지?’
사실 대마도는 러일전쟁의 핵심인 쓰시마 해전이 펼쳐진 곳이고.
미군의 공격에 대비해 요새화를 구축한 곳이다.
그렇지만 도쿄에 폭격이 일어날 정도로 본토 방어도 어려운 상황이니.
일본은 대마도에 군인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가 봐야 하나······.?’
자꾸 생각이 구체화하고 있다.
‘대마도의 특산물은 뭐지?’
누구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대마도에 갈 구실을 찾아야 한다.
‘문제가 많군.’
대마도에 태극기를 꽂기 위해서는 전투가 펼쳐져야 한다.
그리고 기존 대마도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을.
최대한 빠르게 배를 태워 일본 본토 어딘가로 이주시켜야 한다.
만약 그들을 남겨 두었다가는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나중 가서는 불법 점거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돈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항상 돈이 문제군, 돈이······.’
나도 모르게 허황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너무 멀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또 하나!
노인에게 제안한 것을 떠올렸다.
‘보육원 사업!’
기부사업이지만.
내게는 꽤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인께 말씀을 드려야겠어.’
나는 바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자동차를 타고.
장인의 집으로 향했다.
* * *
친일파 이근택의 저택.
“오늘 또 땅값이 올랐습니다.”
한 주임이 싱글벙글 웃으며 이근택에게 보고했다.
그는 이 친일파 소굴에서도 자신의 입지가 공고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이렇게 아부하듯 웃었다.
“그래?”
이근택이 미소를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러다가는 조선팔도의 땅이 다 주인 나리의 땅이 되겠습니다.”
능력이 없기에 아부밖에 할 것이 없는 한 주임이었다.
“하하하!”
아부만큼 귀에 단 것은 없다.
그리고 한 주임은 어느 순간부터 강철이 나카무라 사장을 주인 나리라고 불렀던 것처럼.
이근택을 주인 나리라 부르며 아부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신 땅 옆에 군수공장이 지어진답니다!”
한 주임의 말에 이근택의 눈이 커졌다.
“내가 산 땅이 아니라서 다행이군.”
만약 친일파의 아들 이근택이 강철에게 속아 산 땅에 군수공장이 지어진다면.
강제 매입이 진행되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근택도 그 사실을 잘 알았고.
총독부에 뇌물을 바쳐 다른 곳에 군수공장을 짓도록 요청했다.
이것이 바로 친일파의 위력이라면 위력이었다.
“그러니 며칠 후면 또 오를 겁니다.”
“그런데 군수공장이 지어진다는 게 확실해?”
“그런 풍문이 돌고 있습니다. 사방팔방에 풍문이 쫙 퍼졌습니다!”
“풍문이군.”
피식 웃어 버리는 이근택이었다.
‘내가 낸 소문에 모두가 속는구나.’
이근택은 어떻게 하면 땅값을 올릴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강철, 그자가 나카무라의 사위가 됐다고?”
여전히 강철이 남이 나는 이근택이었다.
“들으셨습니까?”
“우리에게 그자의 땅을 팔아넘긴 놈인데 사위가 됐단 말이지?”
나카무라를 조롱하는 눈빛을 보이는 이근택이었다.
“그게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긴, 나카무라, 그 왜놈이 자기가 잡아먹힐 줄도 모르고 범의 새끼를 키우고 있군. 하하하! 정말 소문대로 겁탈당해서 어쩔 수 없이 사위로 삼은 모양이야.”
거짓 소문이 점점 진실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범의 새끼라굽쇼?”
“그래. 뭐, 두 번 다시 볼 놈 아니니 상관없지.”
이근택은 약속한 적이 없다는 듯이 5천 원을 주지도 않았다.
“그럼 이제 이럴 것이 아니라 한강 이남에 있는 임야를 싹 다 팔고, 그 돈으로 대동강 주변 땅을 더 사야겠어.”
욕심은 언제나 더 커지게 마련이고,
그 욕심 때문에 인간은 망하게 마련이다.
“평양 지역의 땅을 더 사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임야의 가격은 오르지도 않고, 소작농들을 이용해서 경작할 수도 없으니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될 것 같아서.”
이근택은 점점 더 파멸의 구렁텅이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사옵니다.”
“이번에는 어디가 좋을까?”
“예?”
“대동강 주변 땅도 좀 사고 남는 돈으로 또 어디를 사면 좋을까? 그놈이 공업이 최고라고 했어······.”
자기 나름 머리를 굴리는 이근택이었다.
“그렇다면 원산 어떠십니까?”
원산은 공업지역이었다.
“원산?”
“예, 그렇습니다. 큰 항구가 있지 않습니까? 평양 주변이 거대한 공업 도시가 되면 항구도 활발해질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경제학부에서 그냥 졸고 다닌 것만은 아니군.”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그래, 원산 좋다! 이번에 원산 지역의 땅을 사야겠어. 그럼 한 서방, 자네가 내가 팔 땅의 임자들을 좀 찾아보게.”
-혹시나 땅을 판다는 소리가 있으면 제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때, 한 주임은 강철이 이근택의 저택에서 나갈 때.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뭐지?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눈빛이 변하는 한 주임이었다.
-제가 소개료는 거하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나야 나쁠 것 없지. 그리고 나도 이참에 대출을 받아서 땅을 사야겠다. 저 인간만 따라다니면 돈 버는 것은 시간문제야.’
한 주임은 묘한 미소를 짓는 이근택을 보며 따라 웃었지만.
한 주임이 잡은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이 분명했고.
강철 옆에서 아부하고 살았다면 한평생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을 것이다
* * *
나카무라의 서재.
“사위, 보육원 사업이라고?”
생각한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내 장점 중 하나다.
“예, 그렇습니다.””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나?”
이 생각을 한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중심이다.’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지.’
내 아내 리에는 배울 만큼 배웠는데.
집에서 식모처럼 살림만 한다.
“미래를 위한 준비와 리에 아가씨 때문입니다.””리에를 위해?””예, 그렇습니다. 제 아내 리에 아가씨는 신여성입니다.””그렇지. 리에는 배울 만큼 배웠지.”
“배운 것을 그대로 썩히는 것은 손해입니다.””그게 보육원 사업과 무슨 연관성이 있나?””보육원 사업을 하면서 장학사업도 하고 싶습니다.”
“사위 자네의 생각은 미래의 일꾼을 만들자는 거군.””예, 그렇습니다. 제 돈으로 또 장인어른의 돈으로 끼니를 연명하고, 리에 아가씨에게 배움의 길을 얻은 고아들은 앞으로 제가 믿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일꾼이 될 겁니다.”
“으음……. 사위 자네는 어디까지를 꿈꾸고 있나?”
처음 내가 경성에 상경했을 때 나카무라 사장은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었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눈빛이군.’
장인어른께서는 내가 품고 있는 야망이 어디까지인지 묻고 계신 것이다.
“제 꿈은 이제 야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야망은 위험하네.”
사실 장인어른께서는 안전 제일주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