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44
대한민국 절대 재벌! 44화
“무슨 일인가?”
야마모토 중위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물었다.
“어젯밤 하시모토가 암살당했습니다.”
“그게 누군데?”
“조센징 출신으로 총독부에 헌금에 열을 올린 일등 신민입니다. 아마도······.”
“의열단이라고 생각하나?”
의열단이라는 말에 다른 일본군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일본 놈들은!’
의열단이라면 치를 떤다.
물론 친일파도 마찬가지다.
‘······의열단?’
아직 의열단이 이 반도에 남아 활동하고 있을까?
‘아. 오덕수!’
그가 바로 핵심 의열단이다.
‘휴우······.’
나에 대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인 것 같다.
“아무래도 광복군이라고 불리는 놈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네놈의 입에서도 광복군 소리가 나오나? 그놈들은 불령선인이자 테러리스트다!”
바로 소리를 지르는 일본군 장교였다.
“예, 알겠습니다.”
“조센징들이 조센징을 죽인다. 그냥 죽이라고 해! 우리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실 일본인에게 조선인의 목숨은 하찮은 것에 불과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 순간 야마모토가 평범한 일본군과는 다른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뇌물을 쓸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가 마지막을 치닫고 있다고는 해도.
일본군 헌병대의 비호를 받는다면, 위태로운 일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생각도 든다.
곧 광복이 찾아올 테니까.
‘하지만······.’
머리만 잘 쓰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다.
‘결국 적산이 된다.’
저 야마모토를 등에 업고.
내가 그 적산을 선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연놈들인지는 궁금하군, 이번만 11번째지?”
“그렇습니다.”
암살을 11번째나 성공한 것 같다.
‘정보를 어디서 구했을까?’
무슨 일을 하든지 정보가 중요할 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의 정보를 얻은 거라면 얻은 것이다.
‘밤길 조심해야겠다.’
사람들은 나를 친일파로 볼 수밖에 없으니까.
“저, 저는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인상을 찡그렸던 야마모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가 봐!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자.”
이건 뭐냐 싶다.
‘술? 저자와 내가 왜 술을 마셔야 할까?’
하여튼 야마모토는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놈이다.
그리고 나는 야마모토의 눈동자에서 탐욕이 떠올랐다.
‘각각의 도구?’
모든 인간적 관계는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거니까.
그리고 야마모토가 나를 이용하려고 부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싫은데!’
저런 인간은 멀리하는 것이 이롭다.
* * *
다음 날.
찔린 상처 때문에 나는 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리에 아가씨의 정성스러운 간호를 받고 있고.
또 내가 위험한 짓을 할까 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무슨 일을 하시든 몸을 상하지 마세요.”
이미 대략 알고 있는 리에 아가씨다.
알면서도 나를 말리지 않은 리에 아가씨다.
“저는 그저 강철 상이 걱정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일본군에게 발각이 되면 리에 아가씨도 위험해진다.
“앞으로는 그럴 겁니다.”
내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리에 아가씨다.
그리고 나는 리에 아가씨의 손을 꼭 잡아줬고.
내 행동에 리에 아가씨는 미소로 화답했다.
스르륵!
그때 노크 소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저자는······.’
총독부 직원이다.
“강철 군, 괜찮나? 내 자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네!”
이것이 뇌물의 효과다.
그리고 그 뇌물들은 내게 꽤 많은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해 주고 있다.
“바쁘실 텐데······.”
나는 말꼬리를 흐렸고.
리에 아가씨는 이야기를 나누라는 듯 밖으로 나갔다.
“이만해서 참 다행이네, 그 망할 놈들이 자네 목숨이라도 해쳤으면······.”
저놈에게 들어갈 뇌물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걸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네에게 좋은 기회가 와서 내가 추천했는데, 이런 몸으로는 어렵겠군.”
총독부 관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추천이었습니까?”
내가 총독부에 뇌물을 쓰는 것은 보신 차원도 있지만.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의도도 있었다.
‘뿌린 만큼 거두리라.’
뇌물만큼 이 말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니, 뿌린 이상으로 더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뇌물이 무서운 것이다.
“내가 말일세, 근로정신대 모집 총책임자로 자네를 추천했었네. 일만 잘하면 훈장도 받고, 돈도 많이 버는 일이라네. 하여튼 그런 일이야.”
총독부 관리가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뭐, 뭐라고요?”
숨이 턱하고 막힌다.
‘저 미친 새끼가!’
나를 수렁으로 빠트리려고 온 것이다.
“그랬는데 이리 칼에 찔려서야 거동도 할 수 없으니 못하겠군. 안타까워······.”
‘자, 잘 찔렸다.’
이렇게 한순간의 결정이 평생을 좌우하는 법이다.
정말 까딱 잘못했으면 머리가 터질 뻔했고.
나중에 친일파 인명사전에 오르지 않으려고 더 위험한 짓을 해야 할 뻔했다.
‘만주로 튈 뻔했네.’
조선 땅에 남아 있으면.
내가 어쩔 수 없이 사악한 짓을 해야 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내가 이루어놓은 것을 다 잃게 될 것이다.
“자네도 아까워서 인상을 찡그리는구먼.”
내가 인상을 찡그리는 것이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는 줄 아는 조선총독부 관리다.
“그러게 말입니다.”
최대한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개새끼!’
속으로는 욱한다.
“그래? 완쾌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하던가?”
“5개월은 더 걸린답니다.”
나는 이미 의사에게 한 달이면 퇴원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덕수가 신경과 근육을 피해서 잘 찔렀다.’
하여튼 나를 제대로 잘 찌른 것 같다.
이 엄청난 일에서 벗어날 구실을 만들어줬으니까.
‘저거, 완전 개새끼네.’
뇌물의 부작용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을 뻔했다.
“그런데 근로정신대는 뭐 하는 곳입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당연히 소녀들이 근로하면서 공부도 가르쳐 주는 곳이지,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천황 폐하의 은혜가 내린 정책이네.”
“오, 그렇습니까? 그럼 나리의 두 따님도 보내시면 딱 좋겠습니다.”
내 말에 총독부 관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닐세.”
총독부 관리는 말까지 더듬었다.
‘알고 있네, 개새끼!’
이러니 저놈은 진짜 개새끼다.
‘저 새끼도 조선 사람인데······.’
망할 놈이고.
그냥 둬서는 안 될 놈이었다.
꿩 잡는 것이 매라는 소리가 있고.
저놈을 잡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총독부 고위 관리면 될 것 같다.
‘뇌물은 양날의 검이지.’
떡고물 좀 만졌을 것이다.
그러니 저놈이 만진 떡고물을 떡으로 둔갑시키면.
저놈은 작살이 날 것이다.
“하여튼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겠어. 혹시 자네가 아는 사람 중에 추천해 줄 사람 없나?”
내가 못 할 짓이라면.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
“자네 형 중에 셋째인가가 성격이 괄괄하고 활동적이지?”
“셋째 형은 건달이라 그런 일 못 합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왜 이렇게 단호해?”
“죄송합니다. 허벅지가 아파서 저도 모르게······.”
“그렇지, 아프면 만사가 다 싫지. 이만 쉬시게.”
“예, 나리, 나중에 제가 명월관에서 한번 모시겠습니다.”
“자네는 참 여자를 너무 좋아해, 집에 저런 미녀를 두고 왜 그리 여자를 밝히는가?”
내가 여자를 너무 밝히는 놈이라고 헛소문을 내놓은 상태다.
‘난봉꾼, 도박꾼, 아편쟁이는 헌병대의 관심 밖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다.’
아마 내가 퍼트린 이 헛소문은.
차후에도 내 꼬리표가 되어 소문이 소문을 만들 것이다.
나는 나중에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한민국의 최고 재벌이 될 테니.
그때가 되면 수많은 카더라 통신이 흐를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하여튼 대마도에 대한 계획들이 차곡차곡 실행에 옮겨졌고.
성공만 한다면 재벌 이상의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네놈은 내가 끝장을 내주마.’
그냥 둘 놈은 아닌 것 같다.
* * *
병원에 누워 있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준 것은 아니다.
‘눈을 감으면······.’
빛처럼 다가오는 수많은 미래의 기억들.
미래에서 내가 보고 듣고 겪은 현실들은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미래 중 하나를 바꿀 계획을 꾸미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일이 많이 진척된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반은 된 것이다.
이제는 내가 해야 할 몫보다 오덕수가 해야 할 몫이 크다.
‘오덕수와 떠나는 사람들을······.’
내가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와 오덕수의 선택이 어떤 측면에서는 미군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고.
만약 일본이 우리가 대마도를 점유했다는 것을 빠르게 간파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미군정의 맥아더에게 고자질할 것이다.
‘그때부터 중요한 건 외교인데······.’
우리의 외교는 빈약하다.
그리고 그 빈약한 틈에서도 의지할 사람은.
어처구니없게도 이승한 박사밖에는 없다.
‘이승한 박사는······.’
국내로 입국하기 전에 맥아더와 하지를 만난다.
다시 말해 이승한 박사가 맥아더 장군과 하지 장군을 만나기 전에 먼저 그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 내 원대한 포부를 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승한 박사와 나는 엮이게 되고.
그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하나를 바꾸려고 하니 그와 엮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독재자와 엮여야 하나······.’
이것이 나는 가장 두렵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내가 아는 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이승한과 잠시 합종연횡한다면······.’
나는 신탁통치를 찬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김규 주석을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쪽 사람들과 척을 지게 된다.
‘형······.’
나도 모르게 둘째 형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신탁통치를 찬성하면.
아니, 원래대로라면 신탁통치에 의해 독립된 조국은 분단하게 된다.
‘내가 그것까지 막을 수 있을까?’
의문과 동시에 바로 결론을 내렸다.
‘없다.’
결국, 분단 후 한국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김일성의 오판이다.
그리고 그 오판을 불러오게 만든 것은?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의 발표 때문일 것이다.
애치슨 라인 선언이다.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비쳐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전쟁의 원인이 되고 만다.
‘막을 수 있을까?’
하나의 미래를 바꿀 생각을 하니 자꾸 다른 것까지 바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우선 미국에 있는 애치슨을 만나기도 어렵고.
그가 한 선언이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서 나온 것이기에.
결국,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야 해야 하는데.
그를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쟁은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군.’
바꿀 수 있는 미래라면 바꾸고 싶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닥칠 미래를 기정사실화하고.
나는 대비해야 한다.
확신한다.
이곳이 평행세계라고 해도 내가 아는 한반도의 미래가 그대로 일어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