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78
대한민국 절대 재벌! 78화
“이야야앗!”
기차가 곡선을 돌 때 오덕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차에서 뛰어내렸고.
바닥에 떨어져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구르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리를 절며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고.
일본군 몇이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내밀어 오덕수에게 총을 쐈지만.
명중할 턱이 없었다.
-성공하시거든 지리산으로 피하시면 됩니다. 내가 사람을 보내겠소.
이 순간 오덕수는 강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8월 15일에 내 집으로 오시오.
-왜 그날이요?
-그때 알 것이오. 그러니 나를 믿고 오시오.
“······왜 8월 15일일까?”
오덕수는 다리를 절며 강철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 * *
지리산 깊숙한 동굴.
지리산에 숨어든 오덕수는 심마니에게서 볶은 쌀을 받아 씹어 먹었다.
-김수복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가면 있을 거라고 주랍디다.
“강 동지의 뜻이겠지만 김수복, 그 개새끼가 주는 쌀로 연명하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오덕수였다.
“그나저나 8월 15일 이후에는 어깨를 펴고 나와도 된다고?”
오덕수는 강철이 자신에게 해준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왜?”
오덕수는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마도 때부터 시작해서 도깨비에게 홀린 기분이야······.”
오덕수는 그날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 * *
장인어른의 서재.
1945년 7월이 됐다.
대전으로 떠난 오덕수는 하편락 경부의 암살에 성공했고.
바로 급히 도망쳐 지리산에 숨었다.
그리고 김수복은 여전히 내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내가 그리 숨어 있으라고 말해 줬다.
그리고 장인께서는 야마모토 소좌의 정적인 일본 육군 소좌, 이치로 켄신을 내게 소개해 줬다.
이제는 대한 독립이 두 달 남은 상황이고.
야마모토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토사구팽을 위한 이이제이다.’
사냥이 거의 끝나 간다.
나는 조선식산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거의 200만 평의 땅을 사 내 명의로 돌렸다.
물론 이 시대에서 크게 쳐주는 논은 별로 없다.
대부분이 임야나 평지다.
이 시대에서는 볼품없는 강남 지역을 비롯해 부산과 대전 일대의 땅을 샀지만.
대부분이 경기도 일대의 땅이었다.
‘내가 이제 땅으로만 치면 을사오적 이완용보다 더 큰 대지주다.’
그런데 내가 더 많은 땅을 그리고 공장과 기계들을 가질수록.
야마모토는 더 많은 황금을 요구했다.
‘납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르고······.’
탐욕에 눈이 멀게 되면 반짝이는 것만 보게 된다.
그러니 나 역시 조심해야 했다.
나는 야마모토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것이다.
“괜찮을까?”
토사구팽을 준비하는 나를 장인께서 걱정하시고 계신다.
“욕심이 과해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사위, 자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나를 다시 돌아보라고 말씀하시는 장인이시다.
“초심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래야 할 것이네. 이제는 아버지 아닌가?”
내 첫째가 태어났다.
“필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조심 좀 하시게.”
첫아들의 이름을 필(弼)이라고 지었다.
나랑 다르게 사람들을 도우며 살라고 지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비정하고 냉철해야 하는 장사꾼이 아니라 학자가 되라는 뜻에서.
뜻은 다르지만.
붓과 같은 음인 필이라 지었다.
“예, 장인어른. 마지막 고비입니다. 오늘 이치로 켄신 소좌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조심하게.”
“예, 다녀오겠습니다.”
“리에가 자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아마 리에 아가씨는 평생 내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조선 최고의 부자가 목표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재벌이 목표니까.
위험한 곳에서 높은 수익이 나오는 법이다.
나는 그런 곳을 마다할 생각이 없다.
‘막대한 부를 축적해서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이것이 내 부수적인 목표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다.
나도 조국을 위해, 또 민족을 위해 싸우고 있다.
* * *
서재에서 나왔는데 김수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뒀습니다.”
내 지시다.
“잘했네.”
“예.”
“지리산 친구는?”
나는 오덕수에게 두어 달만 지리산에 숨어들어 있으라고 했다.
“무탈할 겁니다.”
“식량은 좀 보냈소?”
“심마니들을 이용해 보냈습니다.”
“좀 친해져 보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럴 것이다.
“사서 모은 기계들은 어떻게 되고 있소?”
“첫째 형님께서 일부를 부산 지역으로 옮기고 계십니다.”
조선식산은행에 대출받은 돈으로 제일 먼저 중고 트럭을 사 모았다.
그리고 그 트럭을 이용해 내가 산 기계들과 장비들을 부산으로 이동시켰다.
‘광복 후에 해도 되지만······.’
지금부터 부산은 나를 통해 미래공업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하여튼 미래를 안다는 것은 이로운 일이다.
그리고 1년 동안 고민하던 플랜 A와 플랜 B 중 나는 플랜 B를 선택했다.
‘곧 그들의 2세가 태어날 것이다.’
대마도는 꽤 한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들이 곧 태어날 것이다.
‘서희 장군처럼.’
이승한을 등에 업고 맥아더와 담판을 지어야겠다.
“총 좀 구해 놓으시오.”
“총 말입니까?”
“그렇소.”
곧 조선 백성들이 흥분해 폭도로 변할 때가 온다.
나는 조국 광복이 기다려지면서도 두렵다.
내 성공의 태생이 일본인인 장인어른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해야지.’
오늘에 대비하는 자가 내일을 쟁취하는 법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총을 잘 다루는 사람도 10명 정도 구해 놓으시오.”
“예, 알겠습니다.”
“참, 알아보라는 것은 알아봤소?”
김수복을 부른 핵심은 마지막 확인을 위해서다.
“예, 알아봤습니다. 일본군 내부에서도 서로 치를 떨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고 합니다. 둘이 서로 공을 다투고 가로채면서 서로 죽일 기회만 노린다고 합니다.”
그럼 된 것이다.
‘됐다.’
이제 움직일 때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또 야마모토의 집 곡간에 넣은 쌀가마니에는 금괴가 꽤 들어 있다.
그것으로 놈의 어깨에 달린 계급장을 뜯어 버릴 참이다.
그런 후에 강제 전역을 당하면.
김수복에게 시켜 쏴 죽이면 그만이다.
* * *
임시정부.
“서울 진공 작전은 8월 18일로 결정되었습니다.”
민족의 등불이라 불리는 김규 주석께서 임시정부 수뇌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표했고.
그 자리 끝자락에 말석이지만.
강철의 둘째 형도 자리했다.
이 무렵 한반도에서는 은밀히 조선 건국준비위원회가 건립되어 공화국 수립을 목표로 조선 총독부와 협상하고 있었고, 국외로는 베를린 공방전 이후 독일이 소비에트 연방과 미국, 영국, 프랑스 연합국에 항복한 상황이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그렇소이다, 조국 광복이 눈앞에 왔소이다!”
김규 주석은 감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은 광복군의 피로 이룬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광복의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이 시기에 강철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주석, 진공 작전을 8월 초 8월 15일 이전으로 서두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때 김원몽 선생이 김규 주석에게 말했다.
“작전을 앞당길 수는 없소. 우리는 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OSS에 요청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조선에서 왜놈들을 몰아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역시 어렵소. 우린 계획된 그 날에 진공할 것이오.”
강철은 천기를 누설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장도 있었기에.
강철의 천기누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래서 예정된 미래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리라.
‘완력이 있어······.’
말석에 앉아 있는 강산이 두 위대한 민족 지도자를 보며 느낀 점이다.
* * *
일본식 고급 유곽 특실.
기모노를 입은 일본 기생이 이치로 켄신에게 정종이 담긴 일본식 술을 따라주었고.
그의 앞에는 놀랍게도 야마모토 소좌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왜 나를 보자고 했나?”
나카무라 사장이 파악하기로.
이치로 켄신과 야마모토는 적대적 관계였다.
그런데 이 둘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친구끼리 한잔하자는데 이유가 있나?”
“우리가 더 크게 성장할 때까지 친구처럼 보이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이 둘은 사실 아주 오래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지금 강철은 잘못된 정보로 이치로 켄신에게 접근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무척 위험천만한 일이 분명했다.
“서로서로 정적을 꽤 정리했지 않나?”
“그렇기는 하지, 인제 와서는 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말일세, 그래, 술이나 한잔하세.”
야마모토 소좌가 잔을 내밀었고.
기모노를 입은 기생이 요염한 자태로.
야마모토에게 추파를 던지듯 살짝 몸을 꼬며 술을 따랐다.
“저 계집이 속살까지 보이며 추파를 던지는 것을 보니 자네가 좋은 모양이군. 하하하!”
기모노를 입을 때는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가? 하하하, 망해 가는 조국을 위해, 간빠이!”
야마모토의 건배에 이치로 켄신 소좌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곧이야, 곧.”
“곧 강제로 군복이 벗겨지겠군.”
“그렇겠지.”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야마모토가 이치로 켄신에게 물었다.
“미쓰비시 상사에 줄을 대놨네, 자네는?”
미쓰비시는 전범 기업이다.
아무런 속죄도 반성도 없이 말이다.
“자네가 장사한다고? 하하하!”
“왜, 내가 못할 것 같나?”
“못할 것은 없지.”
“자네는 어쩔 건가?”
“나도 내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네.”
“말하기 싫다는 건가?”
“아직까진 준비일 뿐이야. 그러니 무슨 말을 하겠나?”
“발 빠른 자네가 이제야 준비한다고?”
이치로 켄신 소좌가 이상한 눈빛으로 야마모토를 봤다.
‘조선의 개가 나 대신에 움직이고 있다.’
미소를 보이는 야마모토였다.
“아이쿠, 나중에 자네에게 취직자리를 부탁해야겠군.”
“하하하, 신경 쓰겠네. 참! 혹시 자네, 나카무라라는 상인을 아나?”
“나카무라?”
웃던 야마모토의 눈빛이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자의 사위를 아나?”
“사위?”
“그가 오늘 이곳에서 나를 좀 보자고 하더군.”
“그자가?”
표정이 굳어지는 야마모토였다.
‘이 망할 것이······!’
모든 사람이 야마모토와 이치로 켄신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정적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것은 둘의 출세를 위한 밀약이었고.
이 둘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였다.
“표정이 왜 그러지?”
“개가 주인을 물겠다고 짖기 시작한 모양이군.”
“개?”
“내가 하는 준비지.”
“대부분 자네를 거명하며 나를 찾는 작자들은 자네의 적이지.”
적의 적은 아군이라 생각하는 자들이 많으니까.
물론 강철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개를 먹겠다고? 이 빠가야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치로 켄신이 농담을 하듯 말했다.
“오늘 언제 보기로 했지?”
“곧 도착하겠군.”
이치로 켄신의 말에 야마모토가 기모노를 입은 접대부를 봤다.
“옆방이 비었나?”
“비우겠습니다.”
“거기로 가자.”
“지켜보겠다는 거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