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77
대한민국 절대 재벌! 77화
“해방된 조국이 정식 정부를 꾸리려면 많은 인사가 필요할 겁니다. 지도층이야 임시정부 사람들이 맡으면 되지만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과 행정을 담당하는 서기들은 어쩔 겁니까?”
“조선에는 인재가 많소.”
“인재가 많은 조선이 왜 일본의 속국이 됐습니까?”
“조선에 미래가 없다고 봅니까?”
“미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격동의 시대가 올 겁니다.”
“세상을 참 다른 시선으로 보시는군요.”
오덕수는 나보다 10살이나 많은데도 내게 하대하지 않았다.
이 시대는 아직 나이가 신분이 되는 시대가 아니고.
뜻이 맞다면 나이 차이가 있어도 벗으로 지내는 시대였다.
“그래야 격동의 시대를 개척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남들과는 또 다른 시선과 생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내 말에 오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5개월 남았다.’
그러니 나는 바삐 움직여야 한다.
* * *
마포에 있는 대장간.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금괴 안에 납을 넣으면 무게가 똑같아집니다.”
내 지시를 받은 대장장이가 금괴에 납을 넣으며 말했다.
나는 납이 든 금괴로 토지나 기계의 대금을 치를 생각이다.
‘비정하게.’
이것은 치졸한 짓이었다.
하지만 조금의 금도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싶다.
아니, 욕심이 점점 늘어났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아무 말도 없던 오덕수가 내게 말했다.
“쪽발이한테는 1g이라도 덜 주고 싶습니다.”
“하여튼 참 생각이 기발하십니다.”
그때 김수복이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고.
오덕수와 마주치자마자 오덕수가 인상을 찡그렸지만.
김수복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머리를 숙였다.
“알아봤습니까?”
“예, 하편락 경무보는 밀양 서장으로 승진해 내일 떠납니다.”
김수복은 오덕수를 한 번 보고 내게 보고했다.
물론 이 역시 내지시다.
또한, 그를 밀양 서장으로 승진시켜 보낸 것은 돈이 한 일이고.
내려가는 동안 하편락은 수행원 한둘만 거느리고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오덕수와 내게는 그때가 기회였다.
“정말인가?”
오덕수가 김수복에게 물었다.
“내일 낮 12시 기차를 타고 떠납니다.”
김수복이 대답했고, 나는 오덕수를 봤다.
“제게 협조해 주신 보답입니다.”
“고맙소.”
오덕수는 내게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김수복을 노려봤다.
둘은 상극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들을 조율할 자신이 있다.
“지금부터 서두르시면 대전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대전은 사통팔달인 교통의 요충지다.
경남으로 향하는 기차는 그곳에서 한 번 멈춘다.
“고맙습니다. 강 동지. 그리고 김수복, 너 잠시 나 좀 보자.”
그런데 오덕수가 김수복을 따로 보자고 했고, 김수복이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죽이지 않을 겁니다.”
“······예.”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
“······예.”
그렇게 대장간 뒤뜰로 오덕수와 김수복이 나갔다.
* * *
대장간 건물 뒤편.
퍽!
오덕수는 급히 돌아서며 자신을 따라온 김수복을 향해 강력히 주먹을 날렸다.
“윽!”
오덕수의 주먹을 맞은 김수복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만약 이 순간.
강철이 없었다면 오덕수는 품에 숨긴 권총을 꺼내 김수복을 쐈을 것이다.
“추악한 친일파 새끼!”
“맞소, 그리고 당신은 광복군이죠.”
쓰러진 김수복은 일어서지도 않고 터진 입술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너 같은 놈의 얼굴을 마주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덕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고.
이 일을 강철이 만들어낸 것이다.
“나도 그렇소.”
“강 동지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널 죽였을 거다.”
“그랬을 겁니다.”
툭툭.
김수복이 옷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덕수 씨.”
김수복이 오덕수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오덕수는 여전히 김수복을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독립운동이 그리 고귀합니까?”
“뭐라고?”
척!
오덕수가 화를 참지 못하고 품에서 권총을 뽑았고.
김수복은 인상을 찡그렸다.
“쏘시오. 나도 죽을 각오 하고 여기 왔으니까!”
“내가 못 쏠 것 같나?”
“쏘시오.””이 새끼가!”
“우리 생각 좀 해 봅시다. 그러고 나서 내가 정말 죽어 마땅한 놈이라면 방아쇠를 당기시오.”
“뭐라고?”
“나는 내가 친일파 악질 순사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자신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아는 김수복이였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오?””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이게 내 잘못이기만 한 겁니까? 그리고 당신은 누가 광복군으로 만들었소? 그리고 그 독립이라는 것을 위해 누가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했소?”
“뭐라고?”
“조선이오! 다 무능한 조선이고, 망해버린 조선이 이렇게 만들었소.”
김수복이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나도 번듯한 내 나라가 있었다면!’
김수복이 오덕수를 노려봤다.
“일본 놈 앞잡이나 하면서 살지는 않았을 것이오!”
“닥쳐라!”
“아시지 않소? 나라가 없어져도 망한 나라의 백성은 죽지 못해 살아야 하오.””으음!”나라 없는 백성의 슬픔이리라.
“내가 태어날 때부터 조선은 없었소. 내 조국이 정말 조선이기는 하오? 적어도 당신은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살아 보기나 했지,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일본이었소. 내게는 조선이 없었고, 나는 소학교 때부터 일본에 충성해야 한다고 배웠소. 이런데도 내 나라가 조선입니까? 아니면 일본입니까?”
“개소리는 집어치워!”
“그리고 나만 친일합니까? 안중군 장군님의 아드님도 친일하더이다.”
김수복의 말에 오덕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나도 아버지를 따라 내 형처럼 일본 놈들 손에 죽어야겠습니까?
이것이 안중생의 변명 아닌 변명이었다.
“안중군 장군이야 대대손손 조선 인민의 영웅이 되시겠지만, 일본 놈과 같이 살아야 하는 그 아드님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렇소. 협조하지 않으면 밟혀 죽는 세상이잖소? 내가 그저 평범하게 살았다면 어찌 되었을 것 같소? 아마 징용에 끌려가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것이오.”
“으음······”
김수복의 변명은 구차했지만.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오덕수는 말문이 막혔다.
“살려고 그랬소. 살아남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소. 당신도 잘 알지 않소?”
“······비겁한 변명이다!”
“조선이 일본에 망하지만 않았어도 나 같은 놈은 생기지도 않았소.”
흔한 친일파의 변명이었다.
“조국의 무능이······.”
“나 같은 놈 만든 겁니다.”
“그래도 너는 죽어 마땅한 놈이다.”
“그럴 겁니다. 그래도 어느 세상이 와도 나 같은 새끼가 살아남습니다.”
“나중에는 강 동지까지 배신하겠군.”
“그건 힘들 것 같소.”
“왜, 조국도 배신한 놈이 강철을 못 배신할까?”
“그는 진짜 힘을 가졌거든. 돈 말이요, 돈!”
“으음······.”
“이제 그 권총으로 쏘시겠소?”
“너는 쏴 죽일 가치도 없다.”
“그럼 그러시든가. 아, 이 새벽에 대전까지 내려가 기다리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오.”
* * *
하편락의 동선을 파악한 오덕수는 중절모에 외투를 입어 몸을 가린 채.
대전에서 하편락이 탄 기차를 기다렸다.
‘놈을 죽인다.’
오덕수는 하편락이 탄 열차를 기다리며 속으로 뇌까렸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습니까?
오덕수는 강철이 자신에게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은월이 귀가 들리지 않은 것은 그놈이 저지른 고문 때문이오. 내 있는 곳을 말하라며 모질게 고문했다는군. 그리고…….
오덕수는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여자로서 참아 견뎌내기 힘든 짓을 저질렀소.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대전으로 가시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고맙소. 강 동지.
-제게 신세 한 번 지신 겁니다. 그리고 이거, 받으십시오.
그때 강철은 오덕수에게 헌병대에서 발급받은 여행증을 내밀었다.
이것만으로도 강철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 분명했다.
-이건……. 고맙소.
척!
회상에 잠겨 있던 오덕수의 앞에 군인 둘이 그에게 다가갔다.
“검문검색입니다. 여행증을 내놓으시오.”
일본군 병사 하나가 오덕수에게 여행증을 요구했고.
오덕수는 강철이 자신에게 준 여행증을 아무렇지 않게 내밀었다.
그리고 여행증의 등급을 본 일본 병사의 눈빛이 변했다.
“하요시 중위님, 수고 많으십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습니까?”
강철이 준 여행증은 위장한 신분이 담겨 있었다.
이만큼 야마모토는 일본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기차만 타면 되네.”
치이익, 푹, 치이익, 푹, 칙칙푹푹, 칙칙푹푹!
그때 저 멀리서 기차가 역으로 들어왔고.
오덕수의 앞에 멈췄다.
“고생하게.”
툭툭!
오덕수는 일본군 병사의 어깨까지 두드려 주며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칸칸이 이동하면서 자신의 원수 하편락을 찾았고.
하편락이 일등실에서 여유롭게 삶은 달걀을 까먹는 것을 발견했다.
치이익, 푹, 치치푹푹, 칙칙푹푹!
다시 기차가 출발했고.
기차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자.
오덕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하편락을 향해 걸어갔다.
저벅, 저벅!
그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쥐었고.
코트로 가린 채 하편락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강철, 그 후레이센진의 계집을 이 호두과자처럼 먹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쉽군. 하하하!”
“그래도 경부보에서 경부가 되셨습니다.”
부하들의 모든 공을 가로채고.
또 죄 없는 이를 고문하여 없는 죄를 억지로 자백을 받아 낸 공으로 탈바꿈시켜서 만든 자리였다.
“내가 정말 고생이 많았지.”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하편락이었다.
“어이, 내 친구 편락이!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그때 오덕수가 마치 하편락을 친구 부르듯 아주 담담히 불렀다.
“누가 감히 경부님의 이름을?”
하편락의 부하가 벌떡 일어나 오덕수를 봤다.
탕!
그 순간 오덕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놈에게 총을 쐈다.
“컥!”
이마에 총을 맞은 하편락의 부하는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꺄아악! 살인이다!”
일등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하편락은 오덕수를 보고 기겁했다.
“덕, 덕수······!”
“저쪽에서 총소리가 났다!”
“은월을 대신해 너를 처단한다.”
탕!
오덕수는 벌벌 떠는 하편락에게 겨눈 총을 발사했고.
하편락은 그의 부하처럼 이마에 총을 맞아 죽었다.
벌컥!
그때 소총을 든 일본군 병사들이 뛰어들었다.
탕탕!
“컥!”
“으윽!”
“후테이센진이다!”
“저자다! 잡아라!”
두 명의 일본군 병사가 그 자리에서 오덕수가 쏜 총에 맞고 즉사했고.
오덕수는 바로 그 틈을 타 옆 칸으로 뛰었다.
“쫓아라! 놓치지 마라!”
탕탕!
일본군 병사가 다시 뛰어오자 오덕수는 바로 총을 쏘았고.
그와 동시에 달리는 열차의 옆 칸 문을 힘껏 열었다.
강렬한 바람이 오덕수의 뺨을 때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