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51)
정령 농사꾼 – 51 (여기까지 무료 제공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건우는 남몰래 농사를 지어온 수컷 뿔토끼의 행동에 크게 놀랐다.
녀석이 하와도 성공하지 못한 A+급 독피시를 홀로 키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이 묘한 감흥으로 다가왔다.
“뀽뀽!(나도 이제 농사꾼이라뀽!)”
“하와~”
“훌륭한 뿔토끼 농사꾼이랍니다!”
하와와 엘은 수컷 뿔토끼의 말에 호응하면서 달려들었다. 뿔토끼의 배를 간질이면서 축하해주기 위함이었다.
“뀽~(간지럽다뀽~)”
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
자신은 물론이고 하와까지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수컷 뿔토끼였다. 녀석은 누가 인정해 주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훌륭한 농사꾼이었다.
“그래. 훌륭한 농사꾼이다.”
그 말에 하와와 엘이 잠시 간질이는 것을 멈췄다. 그러자, 수컷 뿔토끼가 몸을 추스르면서 물었다.
“뀽?(뭐라뀽?)”
“너도 훌륭한 농사꾼이라고. 이 놈아.”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괜히 수컷 뿔토끼의 배를 간질였다.
그 모습을 본 하와와 엘도 같이 껴서 수컷 뿔토끼를 축하해주었다.
“뀨웅~”
그렇게 수컷 뿔토끼의 즐거운지, 괴로운지 모를 소리가 던전 농지에 울려 퍼졌다.
***
건우와 하와는 오랜만에 조윤아와 나이트를 마주했다.
두 사람이 옆집으로 이사 오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건우네 집에 방문하지 못한 탓이었다.
“윤아야, 안녕? 나이트 씨, 안녕하세요?”
“하왓!”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건우와 하와.
그때였다. 조윤아가 갑자기 하와를 꽉 껴안았다.
“하와양~ 너무 보고 싶었엉!”
“하와왕?”
갑작스러운 포옹에 하와가 잠시 당황했지만, 꽤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조윤아의 등허리를 쓸어주면서 그녀를 진정시켰다.
건우는 그 모습을 보고서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이렇게 보니까 하와보다 윤아가 더 애 같네.’
그때였다.
나이트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동안 격조하여 이제 찾아뵙습니다. 이건우 님, 하와 님.”
건우는 그의 음성에서 피곤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가씨가 많이 피곤하실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나이트는 그러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조윤아는 테헤란로 던전을 해결하기 위해서 독피시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으려 동분서주했고, 나이트는 그런 조윤아를 옆에서 보필했다.
건우가 고개를 주억이면서 말했다.
“확실히 힘들었겠네요. 그래서 아티팩트 개발은 성공했나요?”
“네. 피독주(避毒珠)라는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피독주요?”
건우가 그렇게 되물었을 때였다. 조윤아가 잠시 하와와 떨어져서 뭔가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거예요.”
그것은 왕사탕만한 모양의 구슬이었다.
그 색은 거무튀튀한 녹빛이라, 불길하게 보이기도 했다.
“하왕?”
하와는 그것을 보면서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윤아가 그런 하와의 표정을 보고는 피독주를 손에 쥐어주었다.
“하와라면 얼마든지 갖고 놀아도 돼.”
“하와~”
하와는 조윤아의 말에 기뻐하면서 피독주를 만지작거렸다.
건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조윤아에게 물었다.
“그게 피독주라는 거야?”
“네. 이걸 손에 지닌 사람은 그 어떤 독에도 무해할 수 있어요.”
“정말? 그냥 손에 쥐고만 있으면 돼?”
“네. 입 안에 넣고 있으면 더 효과가 좋아요.”
건우는 그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엄청 대단한 물건 아니야?”
그 말에 조윤아 대신에 나이트가 나섰다.
“네. 아주 대단한 물건입니다. 아마 피독주가 필요한 사람은 만금을 주고서라도 구입하고 싶어 할 겁니다. 세상에 아가씨만이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그가 그렇게 극찬을 하자, 조윤아가 나이트의 팔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나이트······제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참아줘요.”
“흠흠.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도 모르게 그만······.”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물었다.
“그럼 테헤란로 던전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그 물음에 나이트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네? 어째서요?”
“피독주의 수량이 딱 다섯 개뿐이기 때문입니다.”
건우는 그 말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피독주가 더 만들어지면 모를까, 다섯 개뿐이라면 S급 던전을 파괴하기 어려웠다. 겨우 다섯 명의 헌터로 S급 던전을 파괴하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부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저기 주인공급(?)들만 다섯 명 모으면 또 모를까······.’
건우는 뜻 모를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피독주가 더 만들어지는 나중이면 몰라도 지금은 힘들겠네요.”
“아마, 나중에도 힘들 겁니다.”
“네? 왜죠?”
“피독주에 사용된 재료들 때문입니다.”
건우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독주의 재료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3년 전에 중국에서 사냥한 만독교룡万毒蛟龍)의 마정석과 13 년 전에 프랑스에서 사냥했던 그린 드래곤의 마정석이 고스란히 사용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나이트는 담담한 투로 말했지만 건우는 놀라서 턱이 빠질 뻔 했다.
“만, 만독교룡하고 그린 드래곤이라고요?”
건우도 초인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두 몬스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몬스터인지.
나이트가 건우의 되물음에 고개를 주억였다.
“맞습니다. 마침 신화그룹에서 보관하고 있던 지라, 아가씨가 사용해서 피독주로 만들었습니다.”
“그, 그럼 피독주 하나의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그 말에 나이트가 잠시 건우의 귀를 빌렸다.
잠시 후, 건우의 얼굴이 요상한 색이 되었다.
“히익! 하와야!”
“하와?”
“그, 그거 빨리 돌려드려!”
하와는 건우의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피독주를 조윤아에게 돌려주었다. 그에 조윤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좀 더 가지고 놀아도 되는데······.”
그 말을 들은 하와가 마음이 동했는지, 건우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건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저거 가지고 놀다가 흠집이라도 나면, 우리 마을 다 팔아도 못 사!”
결국 건우의 극구반대로 하와는 더 이상 피독주를 가지고 놀지 못했다.
하와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피독주를 입에도 넣어보고, 던졌다가 받아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건우로서는 참 다행인 일이었다. 심장마비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떨결에 심장마비를 피한 건우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물건부터 보러 가시죠. 아니다. 하와야. 하와가 직접 안내해드려. 나는 잠깐만 청심환 좀 먹고 올게.”
“하와!”
건우는 그렇게 하와에게 조윤아와 나이트의 안내를 맡기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하와는 두 사람을 이끌고 마당 안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독피시가 잔뜩 쌓여 있었고, 열 포기 정도는 화분에 심어진 상태였다.
“하와!”
하와는 둘의 안내를 마치고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리고는 집 현관문 쪽을 기웃거리면서 쳐다보았다. 건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조윤아가 입술을 꽉 다물었다.
‘언젠가는 하와가 나도 저렇게 기다려줬으면······.’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나이트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
그 말에 조윤아가 흠칫 놀랐다.
“또 제가 생각을 입 밖으로 말했나요?”
“아닙니다. 그냥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끄응. 제 생각패턴이 생각보다 단순한가 보네요?”
나이트는 그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묘한 미소만 그렸다.
그에 조윤아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아무튼 독피시부터 좀 살펴볼게요.”
그러면서 화분에 있는 독피시를 들어올렸다.
「강인한 독피시 – A+급.
충만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독피시에요. 모든 종류의 독에 반응해서 놀라운 해독 작용을 한답니다. 어? 놀랍게도 스트레스에 아주 강하다네요? 어어? 공기 정화 효과가 있다네요!?」
그리고 놀라서 턱이 빠질 것처럼 벌렸다.
그 표정이 아까 전에 건우가 지었던 표정과 비슷했다.
***
건우가 조윤아와 나이트를 집으로 부르기 전.
건우는 수확한 독피시들을 챙긴 후에, 수컷 뿔토끼가 키운 A+급 독피시를 화분에 이식하고 있었다.
맨손으로 조심스럽게 이식하는 건우의 손은 혹시나 A+급 독피시가 돌연사할까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A+급 독피시는 다른 독피시들과 완전히 다른 식물인 것처럼 태연하게 이식 작업을 받아들였다.
‘이게 정말 같은 식물이 맞는 건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독피시들과 A+급 독피시를 번갈아보았다. 이름이나 효능만 보면 확실히 같은 식물이 맞았다.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오늘의 주인공인 수컷 뿔토끼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기고만장해서 하와와 엘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었다.
“뀨뀨뀽······.(훌륭한 농사꾼이 되려면뀽······.)”
방금 막 농사꾼으로 인정받은 것치고는 상당히 거만한 행동거지였다.
하지만 하와와 엘은 수컷 뿔토끼의 거만함이 그저 귀여운 듯, 미소를 머금고 수컷 뿔토끼의 하는 짓을 구경하고 있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면서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저 녀석한테 이름이나 지어줄까?’
사실, 건우는 지금까지 수컷 뿔토끼를 애써 멀리하고 있었다. 가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것도, 꽉 껴안아서 예뻐해 주고 싶을 때도 참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에야 그는 깨달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컷 뿔토끼는 자신에게 가축이 아니라는 사실을······.
건우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신나서 일장연설을 하는 수컷 뿔토끼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해?”
“뀨뀽!(참 된 농사꾼이 되는 법을 말하고 있었다뀽!)”
건우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녀석의 영롱한 뿔을 딱밤 때리듯이 가볍게 톡하고 쳤다.
“뀽!”
“이놈아. 이제 막 농사꾼으로 취급해 줄까말까한 놈이 무슨······.”
“뀽!?”
건우의 말에 수컷 뿔토끼가 놀란 토끼눈을 만들어보였다. 혹시라도 농사꾼으로 인정하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난 것이다.
건우는 그런 녀석의 표정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장난이야. 인마!”
그러면서 그는 기습적으로 수컷 뿔토끼의 배를 간질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하와와 엘이 참전해서 언제나처럼 녀석의 배를 간질였다.
“뀨웅~!”
바둥바둥 거리는 수컷 뿔토끼.
건우는 간질이는 것을 멈추면서 말했다.
“잘 들어. 이제부터 넌 초보 농사꾼이야. 초보 농사꾼 뀨뀽이.”
‘뀨뀽이’라고 불린 녀석이 몸을 비틀다말고 움찔 놀랐다.
“뀨뀽?”
“그래. 맨날 뀽뀽 거리니까, 뀨뀽이야. 알았지? 뀨뀽아.”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뀨뀽이의 눈에 눈물이 살짝 그렁거렸다.
“뀨웅······뀽.(이상하게 눈에 습기가······뀽.)”
그렇게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
***
“아, 그런데 A+급 독피시는 어떻게 키운 거야?”
건우의 물음에 진정된 뀨뀽이가 대답했다.
“뀽!(비료를 많이 줬다뀽!)”
“비료?”
“뀽뀨뀽!(뿔토끼들한테 A+급 독피시가 심어진 곳에 싸라고 했다뀽!)
“뭘?”
“뀽! 뀽!”
건우는 뀨뀽이의 대답을 듣고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까지 A+급 독피시를 옮겨 심던 손이었다.
‘어쩐지 땅이 유독 기름지다 했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