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37
“와…… 센스……. 진짜 감사합니다.”
난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바라던 대로 되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난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엎드렸다.
그리고 달콤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음…… 음냐…….
정령들은 이미 책상 한편에 자리를 잡고 꿈나라를 여행 중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여행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행복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왜 행복한 스토리에는 항상 굴곡이 있는 것일까.
잠에 빠진 난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콰광-
마치 하늘이 갈라지는 것 같은 천둥소리.
내가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창밖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 씨…… 시끄러워…….”
난 미간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 클래스가 끝나기 전까지만이라도 좀 편하게 자 두고 싶었는데.
이젠 자연까지 나를 방해하는구나.
끼익-
난 창문을 향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뒤 다시 못다 잔 잠을 청해야 했으니까.
난 반쯤 감긴 눈으로 창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창문을 닫으려던 바로 그때.
반쯤 감겼던 내 눈이 서서히 뜨였다.
그리고 난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래. 안 자면 되잖냐…….”
창문 밖에서 들리는 천둥소리는 그냥 천둥이 아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거리는 번개.
그리고 그 번개가 쏟아지는 곳에 솟아오른 의문의 게이트.
모든 학생과 교사가 아카데미를 떠난 지금.
아카데미에 이상 게이트가 출몰했다.
나를 제외한 학생과 교사가 모두 아카데미에 없기에 지금 저 이상 게이트를 확인한 건 나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이상 게이트를 보는 것도 익숙해진 난 그저 터덜터덜 걸어가 정령들을 깨울 뿐이었다.
“얘들아 일어나…….”
-으응……? 호야 왜…….
-인간…… 졸리다구…….
-히잉…….
-아이 씽…….
정령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난 그런 정령들을 어깨 위에 올린 뒤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콰과광-
건물 밖으로 나가자 천둥소리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벼락이 내리친 것인지 바닥에는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고 난 게이트 앞에 멈춰서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
그렇게 게이트 앞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 볼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이 게이트를 발견한 건 지금 나뿐인 것 같았다.
더군다나 천둥소리와 번개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기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어쩔 수 없이 내가 게이트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던 바로 그때.
우우웅-
내 목걸이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목걸이 속 정령왕의 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지.”
난 휘둥그레 뜬 눈으로 정령왕의 돌을 바라봤다.
정령왕의 돌은 게이트를 향해 요동치며 거친 푸른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난 그런 목걸이를 한 손으로 거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서둘러 걸음을 떼었다.
“가자.”
터벅- 터벅-
잠시 뒤 목걸이가 잔잔해지기 시작한 건 내가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옮긴 뒤였다.
난 결국, 두 번째로 이상 게이트에 홀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말 확실히 달랐다.
* * *
“된 건가.”
내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요동치던 정령왕의 돌은 잔잔한 흐름만을 내뿜기 시작했다.
난 조용해진 목걸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가장 먼저 정령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얘들아, 괜찮…….”
정령들은 사라져 있었다.
언제나 내 옆에 붙어서 밝은 미소로 나를 바라봤던 정령들이 사라져 있었다.
“소환.”
난 침착하게 떨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정령들을 소환했다.
그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정령 소환은 이루어졌으니까.
하지만 내 목소리가 허공에 닿았음에도 정령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난 마른침을 연거푸 삼켰다.
정령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정령이 나타난 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상 게이트에 홀로 들어온 것도 문젠데, 정령들까지 사라지다니.
내 머릿속에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어지러움이 퍼졌다.
바로 그때.
슈우우-
정령왕의 돌이 은은한 푸른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난 은은한 푸른 빛을 내뿜는 정령왕의 돌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푸른 빛은 허공을 수놓는 물결로 뒤바뀌더니 이내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마치 내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듯한 푸른 물결.
난 사라진 정령들은 우선 뒤로하고 푸른 물결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실 정령들을 먼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 나 역시 알고 있었지만, 느껴졌다.
지금 이 공간에서 내 몸에 베어 있는,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익숙한 공기가 느껴졌다.
마치 내 과거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익숙한 공기 속에 난 우선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터벅- 터벅-
난 푸른 초원을 계속해서 걸었다.
푸른 물결이 가리키는 건 그저 광활하게 뻗은 푸른 초원뿐.
하지만 난 계속해서 익숙한 감각을 느끼며 푸른 물결을 따라 걸었다.
잠시 뒤 영롱한 색을 띠는 강 한 줄기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난 강의 물을 지그시 내려다봤다.
강은 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난 강이 향하는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그러자 익숙한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잊을 수 없는 도시.
내가 정령계에 처음 도달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의 도시는 붉은 불꽃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었다.
“이게…… 뭐야.”
■ 제138편 뒤틀린 정령계 □
“꿈인가.”
난 붉은 화염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는 도시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현재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내 눈동자에 비친 도시의 모습은 분명 붉었으나, 내 기억 속의 도시는 너무나도 푸른색이었으니까.
“뭐가 잘못됐어.”
난 머리로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 다리는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멍하니 불타오르는 도시를 바라본들 달라지는 것 따위는 하나 없을 테니까.
화르륵-
내 느린 발걸음은 결국 도시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정령계의 도시를 지은 건축 자재 역시 타오르면 잿더미가 되는 건 같은 것일까.
도시 정문 앞에 멈춰 서자 매캐한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불길은 더욱 거세졌고 난 뜨거운 열기에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니아이…….”
…….
“제기랄.”
뜨거운 화염 앞에서 난 니아이스를 불렀지만, 니아이스는 지금 존재하지 않았다.
습관처럼 몸에 배어 버린 정령들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까지 봐 온 바로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정령계가 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정령계에 몸을 담은 건 내가 아닌 엘림이었기에 강호로서는 처음 정령계에 와 보는 것.
엘림이 지금 이 상황을 직면했다면 곧바로 비를 내려 도시를 태우는 붉은 불꽃을 잠재웠겠지만, 지금 이 상황을 직면한 건 강호다.
혼자서는 정령계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인 강호.
엘림이 아닌 강호가 이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사실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도시가 장작이 되어 가는 걸 볼 수는 없기에.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인 강호는 불길 속으로 발을 옮겼다.
무모한 나의 발걸음은 감히 가볍지 않았다.
쿨럭- 쿨럭-
매캐한 검은 연기를 헤치며 걷기 시작하자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과 함께 기침이 미친 듯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기에 난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앞으로 향했다.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타들어 갈 것 같은 목을 움켜쥐며 난 계속해서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내 연기가 걷히고 불이 조금 사그라들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다 타 버렸네…….”
엘림 시절의 내가 자주 거닐던 광장이었다.
내가 정령계를 떠나기 전에 연설했던 광장은 그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광장의 바닥은 무너져 내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구멍이 나 있었고 영롱한 자태를 보이던 광장의 기둥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광장을 채우고 있는 건 붉은 화염뿐만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는 그것들의 형태.
그것들은 불타오르는 광장을 돌아다니며 역겨운 웃음소리를 뱉어 대고 있었다.
“저것들은…….”
그것들은 바로 엘림이 과거에 맞닥뜨렸던 악령들이었다.
불타오르는 도시. 무너진 광장. 그리고 그곳을 돌아다니는 악령들.
이 도시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는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빌어먹을…….”
난 이를 악물었다.
만약 엘림이었다면 지금 당장 날아가 저 악령들의 목을 뽑아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이를 악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난 숨죽인 채로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만약 여기도 게이트라면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출구가 열릴 터.
평범한 게이트, 아니 이상 게이트와도 격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일단 이 게이트의 등급 수준을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게이트를 깰지 계획을 짤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악령 중 하나만 떨어지는 그 찰나의 타이밍.
난 그 타이밍을 노리기 시작했다.
…….
다행히 그 타이밍이 오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는 건가.”
악령들은 서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인을 주고받더니 이내 광장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광장에는 자연스럽게 한 악령만 남게 되었다.
다른 악령들이 무엇을 하러 떠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지금 중요치 않다.
지금 중요한 건 지금 광장에 남은 악령이 하나라는 것.
그리고 이 기회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난 마른침을 삼키며 숙였던 몸을 곧추세웠다.
그리고 조용히 느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만약 저 악령이 과거의 악령과 같다면 절대 지금의 나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이 정령계가 아닌 정령계와 흡사한 게이트라면.
다른 차원의 정령계라면.
지금의 나로서도 악령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게이트를 닫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
사실 그럴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 낮은 확률이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난 이 희박한 확률에 모든 걸 걸어 보기로 했다.
‘정령왕들과 같이 악령의 체형은 인간과 흡사하다. 그렇다는 건 인간의 급소가 악령의 급소일 수도 있다는 것.’
…….
‘급소를 노려서 한 방에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