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74
SSS급 재벌 헌터 174화
“나 원 참.”
“하여튼 쓸데없는 짓을 해서 저도 쫓겨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잘하면 다음 파견 끝나면 대한그룹에 입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그룹이라면 별로 입사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어린애 같은 소리 그만하고 내려가요.”
“그럽시다.”
벌써부터 환멸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대한그룹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역회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중역회의는 회사 고위 간부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실무진이 모여서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유필 이사가 회의를 이끌었다.
“그럼 회의 시작합시다.”
“안건이 무엇인가요?”
“회장님께서 엘리움 광석에 대한 가공처리 문제를 맡기셨습니다.”
“가공처리라면?”
“공장을 증설하고 엘리움 광석을 상품화시킬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죠.”
“그럼 부지 매입부터 해야겠군요.”
회의는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엘리움 광석에 대한 문제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처리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내 의지의 반영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곧이어 발생했다.
“여기 파견 사원.”
“네.”
한 중역이 나를 불렀다.
“가서 물 좀 더 가져와.”
“……그러지요.”
“과자도 좀 가져오고.”
“다 먹었는데요.”
“지금 장난하나? 비품비는 넉넉하게 받았을 것 아니야?”
“종류가 워낙에 많아서…….”
“이봐, 이 대리.”
“예, 옛!”
“지금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죄송합니다.”
“똑바로 해.”
“예!”
이 대리는 그야말로 갈굼을 당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자리로 돌아와서 대기하였는데, 이 대리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중역회의장에서 나와 휴게실에 이르렀다.
“넉넉하게 사 오라고 했잖아?”
“일괄적으로 다과를 사는 것은 모르겠지만, 개인이 먹는 취향까지 고려를 해서 넉넉하게 준비를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VIP도 아니고요.”
“자네 미쳤어?”
“현실을 말씀드리는 건데요.”
“정말 잘리고 싶어!?”
“아, 그러시든지.”
“이 새끼가 정말 세상물정을 모르네.”
웅성웅성!
내가 갈굼을 당하고 있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였다.
본사 직원에게 대드는 파견 직원.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어쨌든 갑은 회사였으니까.
이건 계약직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사 규모가 있었기에 계약직을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대우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한순간 울컥하여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 할 때였다.
에에에에엥!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대리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훈련 상황입니다. 직원 여러분들께서는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젠장! 또 훈련이네.”
“어서 이동하도록 하죠.”
중역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중역들의 얼굴은 나름 평온해 보였지만, 사원들은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지?”
“그러게 말이야.”
대한그룹 내에서도 이런 말들이 돌고 있었다.
대한그룹의 회장이 나였고 계엄을 선포하고 하루에 한 번 훈련을 지시한 것도 바로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에서는 어떨까.
‘굳이 확인을 할 필요도 없네.’
나는 경비원들이 지시에 따라서 대피소로 이동하려 했다.
이 대리가 나를 쏘아봤다.
“우리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그러시든지요.”
엘리베이터는 풀가동.
대부분의 직원들은 계단을 통하여 이동하였다.
대피소는 회사 지하에 마련이 되어 있었고 회사의 직원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대한그룹의 본사인 만큼이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웅성웅성!
하지만 질서가 잘 유지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질서를 유지하려 하였지만, 중역들이 어깃장을 놓았던 것이다.
“빨리 이동해 주십시오!”
“어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래도 규정은 규정입니다.”
“규정은 무슨. 어차피 훈련 상황이지 않나.”
“그래도…….”
“자네, 잘리고 싶어?”
“…….”
회사 내에서 갑질이 만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하느라 바빠서 회사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이건…….”
“또 뭐가 불만인가요?”
김혜미였다.
그녀는 하나하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인상을 썼다.
“중역들의 갑질이라니. 똑같이 이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몬스터 웨이브가 실제로 터지면 저들이 먼저 들어갈 것 아닙니까?”
“웨이브가 또 터지겠어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자네들도 빨리 이동해.”
“끄응.”
뭔가…… 이건 아니다.
내가 바라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계급은 어쩔 수가 없다고 쳐도 갑질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그게 다 헛수고가 아니었나 싶었다.
대피소는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
“거기 밀지 마요!”
“그만 좀 밀라니까!”
“더워 죽겠네, 정말.”
“으음.”
일단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려다 보니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또한 화장실도 태부족이다.
“오줌보 터지겠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지?”
“회장님께서 좀 너무하시는 것 아니야?”
“허어.”
“또 뭐가 불만인데요?”
김혜미가 물었다.
나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역들은 갑질하고 사원들은 불만이었으며 이제는 욕까지 하고 있었다.
“모두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이잖아요. 다들 불만인 것 같아서요.”
“그건 어쩔 수 없죠.”
“어째서요?”
“한국에서 웨이브가 터지겠어요? 터진다고 해도 막아 내겠죠.”
“그리 장담을 하시다니.”
“애초에 한국에 웨이브가 터진 적이 없었다는 소문도 있고요.”
“그건 심각한 일인데……. 분명 웨이브가 터졌습니다. 알잖아요? 뉴스에도 나왔었고.”
“언론이야 언제든 조작할 수 있는 거고.”
“하아.”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대체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걸까.
“이건 비밀인데요.”
“말씀하세요.”
“계엄에 반대하는 시위가 곧 열릴 거라고 해요.”
“계엄에 반대를 한다고요?”
“그저 권력을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정부의 술책이라는 말들이 떠돌아요. 대한그룹 내에서는 반발이 적은데 외부에서는 장난이 아닌 모양이에요.”
“시위까지…….”
“그걸 막긴 해야 할 텐데요.”
“막아 봐야겠군요.”
“후후. 일개 파견 사원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군요.”
그녀가 비웃을 만했다.
김혜미가 보기에 나는 그저 파견 사원일 뿐이었으니까.
퇴근 무렵이 되었다.
다행히 오늘은 전조증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전조증상까지 나타나 바로 대피를 하게 하였다면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대리는 우리에게 잡일을 맡겨 두고는 퇴근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김혜미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무사히 지나갔네요.”
“시위가 확산되지 않아서요?”
“네. 시위가 일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녀는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것만 보아도 불만이 이 사회에 얼마나 만연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서류더미들은 몇 시간에 걸쳐서 처리되었다.
이런 일이야 당연히 사원이 해야 할 일이었지만, 이걸 파견 사원에게 모두 맡기고 퇴근한 이 대리는 징계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대리 이 망할 놈.”
“후후.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런가요?”
“회사에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야근은 늘 있는 일이에요.”
“그래도 사람이 책임감이 이렇게 없어서야.”
“정리도 다 되었는데 그만 열 내고 술이나 한잔하러 가요.”
“술이요?”
“이것도 인연인데 말이죠. 그렇다고 작업할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하하하. 퍽이나.”
“이거 왜 이래요? 저도 인기인이라고요.”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리된 서류들은 이 대리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오늘 했던 일은 모두 이 대리의 실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씁쓸한 일이었지만, 김혜미는 이걸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갑시다.”
“네!”
회사 근처 맥주가게.
회사에서의 일도 민심을 알아보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지만, 이렇게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뜻하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관심은 시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웅성웅성!
“이 얘기 들었어?”
“시위한다는 이야기?”
“그래. 이번 주 광화문 앞에서 한다고 하더라고.”
“계엄령이 내려졌는데 괜찮을까?”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을 어쩌기야 하겠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김혜미가 말했던 사위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혀를 찼다.
“뭔가 잘못됐네.”
“사람이 뭐 그렇게 불만이 많아요?”
“물에 빠진 사람을 살려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죠. 누구 덕에 목숨을 구한 건데.”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우리들을 흘겨보았다.
잘못하면 싸움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는지 김혜미가 나를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말해 봐요. 그게 그렇게 불만인가요?”
“당연하죠. 3차 웨이브가 북한산에서 터진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그걸 다 까먹고 시위를 벌일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는 겁니다.”
“그걸 왜 당신이 신경 쓰는데요?”
“그야…….”
‘웨이브를 막은 본인이니까.’
그렇게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였다.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으면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유하게 통치를 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잘 먹혀들어 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 참.”
“담배 한 대 피우고 그냥 넘기도록 해요. 이 세상이 그런 것을 어쩌겠어요?”
“그래야겠습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한 개비 물었다.
담배를 끊으려고 했는데 이래서야 오히려 더 늘지 않을까 싶었다.
김혜미가 맞은편에 쭈그려 앉았다.
“성질 좀 죽이도록 해요.”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사회 초년생이면 그래야 하니까요.”
“부당함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사회 초년생이 해야 하는 일인가요?”
“네.”
“만약 제가 이현빈과 연줄이 있으면요?”
“친구라도 돼요?”
“그렇다면?”
“호호호호!”
그녀는 꺼이꺼이 웃었다.
배가 아프다는 듯이 웃었는데 그게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일인지 잘 알고 내뱉으라는 뜻이었다.
“농담 그만하고 들어가요. 열 좀 그만 내시고요.”
“후우. 알겠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내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김혜미가 이렇게 말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날 밤.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시민들은 자정을 기해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잘못 걸리면 시민권 박탈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는 시위였고 시민권 박탈은 누구에게도 두려운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시민들은 한국이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
나는 회장실로 돌아왔다.
달칵!
“회장님, 퇴근하셔야죠?”
나예린이었다.
“오늘 저 보았죠?”
“잘하시던데요?”
그녀는 쿡쿡 웃었다.
이건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 세상이 부조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그녀도 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