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9
Book 2 Chapter 4
침술의 달인으로 전직했습니다.
압도적인 수치로 전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초과수치가 보너스 능력치로 환산됩니다.
마나가 +30 증가했습니다.
힘이 +10 증가했습니다.
민첩이 +15 증가했습니다.
운이 +5 증가했습니다
전직 특전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전직을 완료하자 중구난방으로 다수의 창이 떠올랐다. 주상혁이 여러 개의 알림창 속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귀를 발견했다.
‘전직 아이템?’
인벤토리를 켜서 주상혁이 아이템을 확인했다.
『달인의 전투용 침술키트.』
「달인의 경지에 다다른 의원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다. 전설의 금속 만년현철로 만들어져 뛰어난 경도를 자랑할 뿐 아니라, 전투를 주목적으로 제작된 만큼 마나의 전달률 역시 월등하다. 각종 전투 스킬도 포함하고 있는 여러모로 뛰어난 침이다.」
[착용 시 스킬 투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착용 시 스킬 회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꽤 쓸 만한데……?”
일단 사용해 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딱 봐도 그동안 주상혁이 부족했던 전투계열 스킬을 보강해 주는 스킬들인 것은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투척은 침을 암기로 사용하는 데 유용한 스킬일 테고, 회수는 그 투척을 보완해 주는 스킬일 테니까.
“한번 사용해 볼까?”
[달인의 전투용 침술키트를 장착합니다.] [침술키트의 힘을 빌려 스킬 투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침술키트의 힘을 빌려 스킬 회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주상혁이 어느새 팔뚝 안쪽에 생겨난 장치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중얼거렸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혹시 버튼이라도 있나 확인하던 주상혁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헛기침을 했다.
“큼큼…….”
행동을 하기에 앞서 주변에 누가 있나 제대로 확인한 주상혁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무협지 고수가 된 것처럼 비장한 얼굴을 해 보인 주상혁이 팔꿈치를 접었다. 그러고는…….
탓.
접었던 팔꿈치를 ‘탓’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팔을 펼쳤다.
“…….”
급히 한 번 더 해 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상혁의 얼굴이 빠르게 달아올랐다.
“큼…… 이것도 아닌가?”
머쓱한 얼굴로 뒤통수를 벅벅 긁던 주상혁의 시선이 우연히 주주와 닿았다. 의아하게 바라보던 주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아! 나도 안다고! 그냥 한번 해 본 거뿐이야!”
“꾸웅?”
주상혁이 쪽팔림을 뒤로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다시 이것저것 만져보던 주상혁이 읊조렸다.
“혹시…….”
주상혁이 장치를 향해 마나를 주입했다.
퓩.
마나가 주입된 검은색 침 하나가 주상혁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졌다.
“아하, 이런 느낌이라는 거지?”
마침내 사용법을 알아낸 주상혁이 이번엔 다트를 던지듯 옥상 담벼락을 향해 침을 조준했다. 그리고…….
휙.
투척이 사용됩니다.
처음 던지는 것일 텐데도 투척의 효과 때문인지 침은 주상혁이 노린 곳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오, 명중…….”
침이 목표에 정확히 직격하는 것을 보고 좋아라 하던 주상혁의 눈이 똥그래졌다.
침이 그대로 담벼락을 관통하고 날아가 버린 것.
전투용 침이라더니 자각했어야 했던 부분이었다.
주상혁이 담벼락에 생긴 1cm 남짓의 작은 원형 구멍을 확인하고 황급히 달려갔다.
“휴…… 다행인가……?”
다행히 반대편 본관 옥상의 물탱크에서 물이 졸졸 새어 나오고 있었다.
‘침은 물탱크 안에 있는 건가……?’
주입했던 마나 덕분인지 어째선지 침의 위치가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졌다.
‘여기선…… 회수인데…….’
주상혁이 회수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고 자각하자 의지를 반영하듯 물탱크에 또 다른 구멍을 만들며 주상혁의 손가락 사이로 침이 돌아와 끼워졌다.
“오, 뭐야…… 깜짝 놀랐네…….”
커다래진 주상혁의 동공이 곧이어 평소처럼 졸린 눈으로 돌아갔다. 주상혁이 중얼거렸다.
“가만…… 이거 사기적일지도……?”
* * *
스테이터스
Lv.44 주상혁 (환생 의원).
―능력치
힘: 123 +(25) / 민첩: 129 +(35) / 지식: 77 / 행운: 80
회복: 13% / 체력: 88
방어: 42 / 마나: 161 +(30) / 명성: 87
―스킬
Lv.7 하급 의술 [passive].
Lv.3 하급 조제술 [active].
Lv.8 하급 진맥 [active].
Lv.9 하급 침술 [active].
Lv.11 점혈 [active].
+Lv,1 투척 [active].
+Lv.1 회수 [active].
옥상에서의 용무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
복도를 걸으며 마지막으로 스테이터스를 점검하던 주상혁이 중얼거렸다.
“레벨 제법 많이 올랐단 말이지…….”
청운팔찌에 전직까지 하면서 주상혁의 레벨은 어느새 44.
아버지 주재호보다 겨우 2레벨 낮은 수준이 되어있었다.
B등급에 필적한다는 말이었다.
“진짜 이렇게 빨리 강해져도 되나……?”
B등급.
막말로 이 정도만 돼도 일류 길드의 1군은 힘들어도 예비멤버 정도는 거뜬하다.
그런데 주상혁은 불과 석 달 만에 일반인에서 B등급에 필적하는 성장을 이뤘다.
이건 등급 하나 올려 보겠다고 목숨까지 거는 다른 각성자들이 듣는다면 목덜미를 잡을 만한 성장이었다.
‘당장에 아버지만 해도 그러니까…….’
주재호만 해도 주상혁이 태어날 때부터 계속 B등급이었다.
이건 청초길드가 이류 길드로 승급하지 못했으니 확실했다.
‘아무래도 영약이라거나 그 외의 기연을 만나지 않는 이상 힘들겠지…….’
주재호의 성장이 멈췄는지 아니면 매년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등급이 변화하긴 힘든 건 확실했다.
현관문을 연 주상혁이 문을 잡고 뒤돌았다. 주주가 폴짝폴짝 뛰어 뒤늦게 현관문을 통과했다. 주상혁이 문을 닫았다.
주상혁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면대에서 발에 묻은 흙먼지를 스스로 씻어 내는 주주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침대에 앉아 지켜보던 주상혁이 말했다.
“주주.”
주주가 고개를 휙 돌렸다. 주상혁의 손짓을 보고 주주가 세면대에서 내려서 뛰어왔다.
『Lv.13 청운해태』
호기심의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주주의 앞에 쪼그려 앉은 주상혁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중얼거렸다.
“한번 확인해 볼까?”
주상혁에 비하면 낮은 레벨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일지 이참에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주상혁이 손바닥을 내밀고는 말했다.
“내 손 깨물어 봐.”
예전에 간트를 상대할 때 기억해 보자면 청운해태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번개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주상혁이 부탁해도 물지 않고 망설이는 주주를 보고 말했다.
“괜찮아 어느 정도인지 실험만 하자.”
31레벨의 격차. 과연 주주의 공격이 어느 정도나 통할지가 관건이었다.
주주가 결심한 듯 입을 벌리더니 ‘콱’ 하고 깨물었다.
파지직.
주상혁의 손을 타고 전신으로 전류가 퍼져 나갔다. 주상혁이 벌에 쏘인 사람처럼 살짝 인상을 구긴 뒤 찡그린 표정 그대로 입을 열었다.
“됐어.”
주주가 공격을 멈추고 살짝 물러났다.
‘효과가 있었지?’
순간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짜릿한 전류와 함께 잠깐 마비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쓸 만하겠어.”
주주의 전투력을 점검을 마지막으로 광주에서 얻은 것들을 주상혁이 전부 확인했을 때였다.
할짝할짝.
주주가 손에 난 상처를 핥고 있었다. 손에 작게 났던 이빨 자국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효과도 있는 건가?’
의외의 효과를 발견한 주상혁이 주주를 들어 올렸다.
“걱정했냐?”
꼬리를 흔드는 주주.
주상혁이 흡족한 미소로 주주를 바라볼 때였다.
똑똑똑.
주상혁의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노크 소리가 있고 잠시 후였다.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태수입니다.”
정태수.
청초길드의 내부 관리팀 팀장이면서 동시에 박지훈이 보내는 약초를 매번 가지고 오는 역할을 대신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문 앞까지 걸어간 주상혁이 주주가 팔찌로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주상혁의 눈에 정태수가 아닌 두 줄로 오 단 적재된 상자가 먼저 보였다.
“하……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나……?”
절로 한숨이 나왔다.
주상혁은 상자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열흘간 박지훈에게서 보내진 택배이자 내용물은 약초일 것이었다.
주상혁이 측면에 물러나 서 있는 정태수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직접 가지러 갔어야 했는데…….”
“아니요, 괜찮습니다.”
솔직히 말해 깜박 잊고 있었다.
정태수가 가볍게 눈인사하고는 복도를 걸어 사라졌다. 주상혁이 상자를 방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보충제가 슬슬 약발이 떨어져서 개량하려고 했었지…….”
광주를 떠나기 전 일들이 기억났다.
그래서 주문했던 약재들이었던 것.
“배송된 지 조금 됐으면 관리가 엉망일 텐데…….”
마음으로는 일거리를 밀어두고 한숨 잔 뒤에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배송된 지 꽤 지났다.
약초를 약재로 만드는 것에 중요성을 아는 주상혁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분류하는 게 좋았다.
“어쩔 수 없네…….”
휴식은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룬 주상혁이 상자를 하나씩 열어서 약초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상자에 담긴 약초들은 주상혁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열흘 가까이 방치한 게 아무래도 컸던 것 같았다.
“절반 가까이 버려야 하네…….”
이럴 거였다면 약재로 구입하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다.
주상혁은 약재로 바로 사지 않고 약초로 사서 직접 건조한다.
이유는 보충제의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상자를 연 주상혁이 쓱 겉으로 훑고는 중얼거렸다.
“그래도 여기는 상태가 좀 좋네.”
이번 상자는 그래도 아직 합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일 밑에 깔려서 뭉개지고 눌어붙은 약초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상자, 한 상자 분류를 해 나가던 주상혁이 한 시간쯤 작업했을 때였다.
쓸 수 있는 약초를 옮겨 담은 상자를 들어 올리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따로 마련해 놓은 네 개의 건조실에 들어간 주상혁이 약초를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다.
어느 곳은 고온을 유지해 놓은 건조실이었고 어느 곳은 강원도 구릉지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 수 있는 건조실이었다. 다른 두 곳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약초가 최적의 상태로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었다.
마침내 모든 일을 마친 주상혁이 마지막 건조실에서 상자를 들고나와 정리하고는 방으로 향했다.
복도를 걷던 주상혁이 자신의 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황급히 문을 열었다.
청운해태와 주화영.
둘이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 *
주화영을 발견한 주상혁은 한 가지 의문이 피어났다.
비밀번호를 아직 바꾸기 전이었으니 주화영이 들어온 부분에 대한 건 그렇다 친다.
하지만 어째서 주주가 스스로 역소환하지 않았나 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주주는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똑똑하다.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사리 분별이 확실하고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도 될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 때문인지 주주는 주상혁이 별말 하지 않았어도 그동안 인기척을 느끼면 알아서 팔찌로 돌아갔었다.
‘그런데 이번엔 왜……?’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면 알아서 사라질 법하다. 하지만 녀석은 주화영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주상혁은 이 부분이 의아했다.
‘스스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건가……? 무슨 근거로……?’
따지고 보면 주화영은 가장 신뢰하는 조력자 중 한 명이었지만 주주는 그것을 모른다.
‘진짜 영물이긴 한 건가…….’
문을 열고 들어온 주상혁을 발견했는지 주주와 놀던 주화영이 말했다.
“오빠, 오빠 이거 뭐예요? 오빠가 키우는 거예요?”
인형을 껴안듯 가슴에 끌어안고 있는 주주를 바라본 주상혁이 말했다.
“그렇긴 하지, 일단은 너무 괴롭히지 마라. 물지도 모르니까.”
“알겠어요.”
일단 주주의 외견은 현재 일반적인 소형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지만, 본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백번 양보해 몬스터는 아니더라도 공격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축 늘어진 귀가 귀여움과 보호 본능을 자극하게 생겼다고는 해도 언제든 공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주를 지켜보며 분위기를 살피던 주상혁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시선을 뗐다.
폐기 처분하기로 한 약초들이 쌓인 곳으로 주상혁이 걸어갔다.
빈 상자에 약초들을 대충 옮겨 담고 있자 주화영이 말했다.
“근데 오빠 얘 이름이 뭐예요?”
“주주.”
“주주? 왜 주주예요?”
주상혁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글쎄다, 그렇게 적었더라고.”
“아…… 유기견이었구나…….”
대충 주화영이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알 것 같았다. 무슨 조그마한 박스에다가 글자 몇 자 적어서 주인이 버린 유기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주화영이 곧이어 안쓰러운 표정을 지우고는 자세히 물어왔다.
“무슨 뜻이래요?”
“그건 모르겠는데?”
주화영이 잠시간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가 이유를 붙여 줄까요?”
“그러려면 그러던가.”
이미 존재하는 이름에 이유를 찾아 붙인다는 게 웃기긴 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주화영이 잠깐 생각하다가 좋은 게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주상혁이 주웠으니까 주주, 어때요?”
“내가 주웠으니까 주주라고?”
주상혁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피어났다.
“나쁘지 않네.”
아까 주주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들었을 때랑은 다르게 어쩐지 묘하게 마음에 드는 이유였다.
* * *
대호길드에서 돌아온 첫날.
열흘간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주상혁은 제법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튿날부터는 당연히 아니었다.
이튿날부터는 끽해 봐야 폴라나로 10% 포션을 두 시간 남짓 달이는 일이나 가끔 옥상에 올라가 약초의 건조 상태를 살피는 일뿐이었다.
주상혁이 느긋한 생활에 일주일 정도 지내며 다시 나른한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쯤이었다.
주상혁의 머릿속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Q. 오염 그리고 정화 [돌발 퀘스트] (완료).
기억의 한편으로 잠깐 밀어 뒀던 퀘스트.
“아……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그날 주상혁은 택배에 모든 포션을 넣고 이 일을 털어 버렸다.
무시해도 좋았지만, 양심에 찔렸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자 주상혁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달성 조건: 1. 오염의 근원을 정화할 것 (완료).
2. 오염된 마나에 노출된 상태의 모든 환자를 치료할 것 (완료).
실패 조건: 1. 환자 천 명 돌파 시 실패 (완료).
2. 누적 사망자 서른 명 돌파 시 실패 (완료).
달성 보상: 던전 의약학 (상).
―실패 시 스킬 레벨 페널티.
현재 감염자: 0명.
누적 사망자: 13명.
주상혁의 최선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처럼 사망자는 적었다.
마지막에 확인했던 수치에서 사망자가 5명밖에 늘지 않은 것이었다.
사망자의 일은 털어 버리고 주상혁이 눈앞의 창에 집중했다.
퀘스트의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Yes/No.
주상혁이 Yes를 클릭했다.
퀘스트창이 사라지며 인벤토리에 보상이 추가됐다는 창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던전 의약학이라고 그랬지……?”
주상혁이 퀘스트 보상의 정보를 확인했다.
『던전 의약학 (상).』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에 대한 정보들을 확립해 놓은 도서이다. 총 상·중·하 세 권으로 이루어진 도서에는 각기 다른 정보가 적혀 있다. 한의학 마스터를 노린다면 필수적인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사용 시 던전 의약학 스킬 발생.
던전 의약학를 습득하시겠습니까? Yes/No.
주상혁이 이번에도 Yes를 선택하자 알림창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스킬 한의학과 던전 의약학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던전 의약학‘이 ’던전 한의학’으로 변경됩니다.
“던전 한의학?”
눈앞을 떠오르는 새로운 창이 있었다.
Lv.1 던전한의학 [passive].
「던전 한의학은 한의학에 던전 의약학을 접목시킨 기술입니다. 한의학의 베이스가 되는 완제품에 던전에서 채집 가능한 약초를 접목시켜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흥미가 생겨서 스킬을 확인한 주상혁이 중얼거렸다.
“직접 써 볼까?”
대충 무슨 말인지는 이해는 된다. 하지만 역시 이럴 때는 직접 사용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주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일 오전에 만들어 놓은 보충제가 있는 곳으로 향한 주상혁이 보충제가 담긴 사발을 바라봤다.
『강화된 주상혁의 특제 보충제.』
「환생의원 주상혁이 특유의 조제술을 사용하여 만든 보충제이다. 신기에 가까운 주상혁의 능력과 질좋은 약재를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일반인에게 뛰어난 효력을 발휘한다.」
[민첩+2] [힘+2] [마나+2]―단, 복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가 줄어든다.
던전 한의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
주상혁이 던전 한의학을 사용하자 보충제가 담긴 사발 위에 변화가 생겨났다.
새로운 창이 떠오른 것이었다.
“리스트……인 건가?”
유독 긴 창에 빼곡히 적힌 내용을 주상혁이 쓰윽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음과 같은 약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폴라나 [추가 조합 시 마나 증진 효과.]
+페냐 [추가 조합 시 민첩 증진 효과.]
+갈랑 [추가 조합 시 힘 증진 효과.]
…….
주상혁이 리스트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한의학과 던전 의약학의 접목.
무슨 뜻인지 정확히 감이 안 잡혔는데 쉽게 풀어 말하자면 기존의 보충제나 탕약을 강화하는 느낌 같았다.
“쓸 만하겠는데?”
던전 한의학.
시대가 변하면서 구하기 힘들어진 약재들 덕분에 슬슬 보충제의 강화에 버거움을 느끼던 주상혁이다.
그런 주상혁에게 이것은 아주 바람직한 타이밍에 등장한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상혁이 그것과 별개로 사발 위에 떠오른 리스트를 노려보다가 중얼거렸다.
+? [?]
+? [?]
+? [?]
“이건 뭐지?”
물음표투성이의 목록.
당장 짚이는 게 두 가지 정도 있었다.
첫째로 주상혁이 획득한 던전 의약학은 상권이다.
아직 중권과 하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두 번째로 주상혁이 알고 있는 던전용 약초에 대한 것이었다.
레시피를 통해 필요한 약초만 채집했던 주상혁.
이쪽의 가능성도 충분했다.
“뭐, 이건 점차 확인해 보면 될 일이고, 어디 보자 실험 일 번은……?”
주상혁이 방으로 들고 온 건조된 약초들을 쓱 훑어보다가 완료된 폴라나를 집어 들었다.
시작은 폴라나부터였다.
* * *
주상혁에게는 제한시간이 있다.
비밀이 유지되는 데까지의 확실한 제한시간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좋으나 싫으나 하반기에 간이 심사가 있다.
그때가 되면 주상혁의 각성 사실은 물론이고 고속 성장의 비밀도 외부로 확실하게 퍼지는 것이다.
적게는 사 개월, 운이 좋아야 오 개월 후면 비밀은 자연스레 일파만파 퍼져 갈 것이었고 결국 소문의 조각이 뭉쳐 진실에 도달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주상혁은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레벨 업을 달성할 생각이었다.
목표는 적어도 전동욱.
그 정도의 수준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기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험 삼아 만들어 본 보충제가 과하게 좋았던 이유였다.
『강화된 주상혁의 특제 보충제+(폴라나).』
「환생 의원 주상혁이 특유의 조제술을 사용하여 만든 보충제에 던전 의약학을 접목시킨 보충제다. 신기에 가까운 주상혁의 능력과 질 좋은 약재를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효과가 뛰어나다. 폴라나 특유의 강력한 마나가 정제되어 보충제에 녹아들었다.」
[민첩 +2] [힘 +2] [마나 +8]눈으로 보고도 솔직히 믿지 못하겠다.
그동안의 보충제들이 그랬듯 처음 복용을 제외한다면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겠지만 마나 +8이다.
이건 약초만 바꾸면 다른 능력치도 거의 공통되게 적용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주상혁은 확신했다.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제공하는 던전 의약학만 있다면 오 개월을 채울 필요도 없이 그것보다 더 빨리 이전처럼 평안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하…….”
던전 의약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과 별개로 문제가 생겼다.
“던전 의약학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극한까지 이용할 방법이 없단 말이지…….”
알다시피 던전 의약학의 리스트는 대부분이 ‘?’ 상태다.
던전 의약학을 극한까지 이용하려면 던전에 드나들어 약초의 종류를 알아 갈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반면에 주상혁이 접근할 수 있는 던전은 E급과 D급이다.
던전의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는 한 접할 수 있는 약초가 한정적이란 말이었다.
“하…… 그렇다고 지금 등급을 갱신하는 건…….”
등급을 갱신한다면 다른 길드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스스로 자폭하는 꼴이었다.
전동욱이 한발 물러났다고는 해도 아직 주시하고 있었다.
“약초를 돈으로 구매해서 리스트가 초기화되면 좋겠지만, 안 되겠지?”
그런 꼼수가 통한다면 아주 운 좋은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약초의 정보도 정보겠지만, 중권과 하권이 괜히 있는 게 아닐 것이었다.
한참을 방법을 모색하던 주상혁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안에 눈을 돌렸다. 다른 길드에 들어가 던전을 공략하는 것보다 훨씬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바로 아버지 주재호를 A급 각성자로 만들어 청초길드를 이류 길드로 올리는 방법.
“역시 이것뿐이야.”
물론 지금 당장 하겠단 말은 아니었다.
던전 의약학을 이용하든 스킬 레벨을 올리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성장은 한계까지 해 본 뒤에 할 생각이었다.
“이럴 땐 산삼만 한 게 없는데…….”
한번 이십 년 삼으로 꿀을 빨아 본 주상혁이다.
그때의 고속 레벨 업을 잊지 않고 있었다.
오십년 삼이면 좋고 삼십 년 삼으로도 족했다
“산삼이 어디서 뚝 하고 안 떨어지나…….”
주상혁의 생각이 깊어질 무렵이었다.
똑똑똑.
주상혁의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화가 왔다고 했지?”
조금 전 주화영에게 전화가 걸려 왔었다.
박지훈이 통화를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방 문을 주상혁이 열어 주자 주화영이 들어왔다.
주상혁에게 휴대폰을 주고는 주화영이 구석에서 자고 있는 주주에게로 갔다.
이미 통화 중인 휴대폰을 잡고 주상혁이 말했다.
“전화 받았습니다.”
―안좋은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어느 것부터 들어보시겠습니까?
주상혁이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답했다.
“좋은 소식부터 듣죠.”
잠깐 뜸 들이던 박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오십 년 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오십 년 삼에 대한 이야기였다.
* * *
박지훈의 말에 주상혁의 가슴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십 년 삼을 구할 수 있다는 설렘이 지속되는 건 그리 길지 않았다.
‘잠깐……?’
주상혁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스쳤다.
‘어쩌면 이라고……?‘
주상혁이 알기로 지금 박지훈이 맡고 있는 돈은 오백 억 정도 된다.
오십 년 삼이 매물이 없어서 그렇지 구입하는 건 오백 억 정도면 웃돈을 준다고 해도 충분한 금액일 것이다.
‘이상해…… 그런데 어째서 ‘어쩌면’인 거지?’
주상혁이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로 물었다.
“‘어쩌면’이라는 건 오백 억으로도 못 구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그게…… 틀렸다고 해야 하나 맞았다고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백 억이 있음에도 산삼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유가 뭐죠?”
―클린트 경매라고 아십니까?
“아뇨, 처음 들어 보는데요?”
박지훈이 조금 생각하다가 답했다.
―음…… 쉽게 말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지하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부호가 있습니다. 그 이름이 클린트. 클린트 경매는 그가 개최하는 경매를 말합니다.
주상혁이 대충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대충 블랙머니로 진행되는 경매라는 건 알겠네요. 근데 그래서 그거랑 오십 년 삼을 못 구하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 겁니까?”
분위기상 클린트 경매에 오십 년 삼이 나오는 건 확정일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저런 말을 꺼낼 필요는 없을 테니까.
뜸을 들이던 박지훈의 목소리가 잠시 후 들려왔다.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한 이야기입니다.
“심각한 문제인가 보죠?”
―심각…….
박지훈이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그렇죠, 심각한 문제입니다.
주상혁이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이번만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급적이면 직접 만나는 건 절제해야 하는 게 맞지만, 주상혁이 말했다.
“오늘 저녁에 가게로 찾아뵙겠습니다.”
* * *
저녁이 되자 외출 준비를 한 주상혁이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확인한 주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단번에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
야구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광주에서처럼 삼 종 세트로 완벽하게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주상혁이 방문을 나섰다.
주상혁의 목적지는 박지훈의 가게였다.
직접 박지훈의 가게 앞으로 와 본 적은 처음인 주상혁이 보기 드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인도에 빼곡하게 늘어선 무수한 텐트들이 보였다.
주상혁이 만든 포션을 구해 보겠다며 모인 사람들일 것이다.
‘기분이 참 묘하네…….’
전생에서도 이름 좀 날리던 유명한 의원이었지만, 전날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라거나 고작 약을 지어 달라고 몇 날 며칠 대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생소한 광경에 묘한 흐뭇함을 느낀 주상혁이 가게 정문으로 갔다.
영업시간이 끝난 가게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주상혁을 발견한 박지훈이 잠시 후 문을 열어 줬다.
문을 통해 가게 안으로 들어간 주상혁이 텅텅 비어 있는 진열대를 둘러보며 말했다.
“장사가 잘되나 보죠?”
“덕분이죠, 뭐…….”
어색하게 웃은 박지훈이 슬쩍 주상혁의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주상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불길한데…….’
전생에서 얻은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산삼을 못 구하는 건 둘째 치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다.
박지훈이 앞장서 걸으며 말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하는 박지훈을 따라 주상혁이 가게 안쪽에 있는 작업실로 향했다.
컴컴한 작업실의 불을 켜는 박지훈을 향해 주상혁이 물었다.
“여기에 뭐가 있다는 겁니까?”
테이블 위에 작은 암막으로 가려진 무언가 앞에 선 박지훈이 말했다.
“그……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주상혁이 그곳으로 걸어가 암막을 스스로 걷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주상혁의 표정이 굳었다.
암막에 가려져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폴라나 포션이었기 때문. 그것도 무려…….
『위조된 폴라나 포션.』
「뛰어난 어딘가의 각성자가 환생 의원 주상혁의 폴라나 탕약을 복제해 만든 작품이다. 통상적인 능력도 어느 정도 따라 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급조한 탓에 진품에 비한다면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
[마나 +3%] [지속 시간: 10분]‘위조된 폴라나 포션이라고?’
박스 안에 수북하게 담겨 있는 위조된 포션 중에서 주상혁이 하나를 집어 들고 생각에 잠겼다.
믿을 수 없지만, 위조품이 분명할 터였다.
물론 외견이야 용액을 담고 있는 실린더의 크기부터, 푸른빛을 띠는 용액의 색깔과 10% 이상부터 보이는 용액 주변 특유의 연분홍색 증기까지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위조품이다.
다름 아닌 주상혁의 눈이 ‘위조품’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제작자마저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면…….’
어쩌면 이쪽 방면으로는 실력이 상당한 각성자일 확률이 높았다.
주상혁이 박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뭡니까? 제가 만든 포션은 아닌데.”
“위조품인 걸 단박에 알아보신 거군요.”
“괜한 띄워 주기는 됐고요. 묻잖아요 이게 뭔데요?”
꿀걱.
박지훈이 긴장했는지 침을 꼴깍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가게에 환불을 요청해 오는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랬다.
어느 날부터 폴라나 포션을 들고서 환불해 오는 손님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박지훈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10% 폴라나 포션이야 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물건이었고 주말 경매에 내놓으면 언제든지 팔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
심지어 외견도 진품과 똑같으니 위조라고는 차마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다음이었다고 한다.
환불로 들어온 폴라나 포션을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이 화가 잔뜩 나서 가게를 찾아온 것.
이유는 포션이 ‘불량’이라는 것이었다. 지속 시간이 십 분 남짓이며 출력도 형편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럴 리 없다며 박지훈이 마셔 봤지만, 결과는 정말로 불량.
외통수였다.
당해도 제대로 당한 것이었다.
‘과연 그런 건가……?’
이쯤 들으니 주상혁은 대충 머릿속에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이 됐다.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어째서 박지훈이 오십 년 삼을 못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경매라면 더욱더 돈이 있으면 못 구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박지훈이 낙찰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한 이유 그건 바로…….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상혁 씨…… 아니 상혁 님 평생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박지훈이 파산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면하려면 주상혁의 돈이 필요한 상황일 터였다.
주상혁이 눈앞에 무릎 꿇고 빌고 있는 애절한 얼굴의 박지훈을 바라봤다.
저 정도로 수북이 쌓일 양을 환불해 줬다면 박지훈의 재정 상황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됐다.
‘아마도 이전에 벌어 둔 재산까지 싹 다 탕진했을 텐데…….’
주상혁이 한숨 쉬었다.
하…….
‘어쩐다……?’
주상혁에게도 박지훈은 솔직히 버리기 아까운 패다. 박지훈 말고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었고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면 오백 억 이상의 흑자를 보는 장사를 순간의 감정으로 접기도 애매했다. 약초값이나 이제 주주라는 먹여 살려야 하는 존재도 있었으니 더욱더 조심스러웠다.
주상혁이 슬쩍 물어봤다.
“그래서요? 얼마나 부족한 건데요.”
“당장 급한 대로 삼백억쯤…….”
거액이 박지훈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만한 돈을 쓰고 나면 남은 이백억으로는 오십 년 삼 낙찰은 어림도 없었다.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마지막 거래가 삼백억 이상에 오갔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뭐…… 이번만 허락 없이 돈에 손대지는 않은 걸 높이 사볼까?’
삼백억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 정도의 빚을 진 상태라면 충분히 주상혁의 돈에 손을 댄다거나 돈을 꿀꺽한 채 잠적을 하여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지훈은 적어도 그러지는 않았다.
주상혁이 박지훈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박지훈이 슬쩍 눈을 깔았다.
주상혁이 손에 들고 있는 포션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했다.
위조된 포션은 다시 봐도 완벽했다. 정말로 마셔 보기 전에는 진품인지 짝퉁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
이건 박지훈이 멍청해서 당했다기보다는 범죄자 쪽의 귀신같은 위조 능력과 빈틈을 파고드는 방식이 좋았다고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번 당한 수법에 또 당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박지훈이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막말로 투자해도 될 만한 사람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말해 보세요.”
“지금은 포션을 구매한 당사자가 보름 안에 인증서를 들고 온 경우가 아니면 환불을 안 해 주고 있긴 합니다. 사실 위조 포션이 유통된 건 근래이니 불만을 표현하는 손님이 있더라도 그런 거 다 들어주다가는 정말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
“잘했어요.”
“네?”
“잘했다고요. 앞으로는 그렇게 쭉 하세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거니까.”
주상혁의 말에 박지훈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말씀은…….”
“도와주겠다는 겁니다. 대신에…….”
“네네! 알고 있습니다. 완전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상혁 님, 아니 주인님.”
정말로 간이건 쓸개건 빼 줄 것같은 박지훈의 모습에 주상혁이 생각했다.
‘뭐, 겸사겸사 더 순종적으로 변하면 나야 좋은 거니까.’
삼백억 엄청난 돈이긴 하지만, 주상혁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박지훈과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삼백억이라는 돈은 금세 메꿀 수 있는 돈이었다. 이 정도로 박지훈의 충성도를 얻는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이걸로 끝난 겁니까?”
“아니요.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진짜?‘
지금도 충분히 안 좋은 일인 거 같은데 진짜는 따로 있다니 다시금 불안해졌다.
박지훈이 입을 열었다.
“클린트 경매에 조작된 포션이 또 나온다는 정보입니다.”
* * *
박지훈의 말을 들은 주상혁의 시선이 선반 위에 포션이 쌓인 상자를 향했다.
‘벌써 저 정도나 깔렸는데…… 더 있다고?’
아무리 짝퉁이라지만, 붕어빵 찍어 내듯 만들어 내는 게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얼마나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런 소문이 돌고 있을 뿐이라서…….”
당연한 말이지만 위조품이 나돌아서 앞으로의 장사에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소문뿐이라면 딱히 상관없는 것도 사실인데…….’
위조 포션의 문제는 박지훈이 경매장에 풀릴 포션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만 밝혀도 책임은 회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가뜩이나 산삼도 낙찰 못 받는 마당에 경매에 가는 건 손해니까.’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주상혁이 위조품에 대한 지침을 박지훈에게 전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하여튼 저는 이만 가 볼 테니까 지시한 대로…….”
띠링.
말을 하는 주상혁의 머릿속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주상혁이 눈앞에 떠오른 창을 읽다가 입을 다물었다.
Q. 복제품의 회수 [돌발].
「누군가가 당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했습니다.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다면 이런 불명예가 언젠가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클린트 경매에 참석해 위조된 복제품을 회수하고 복제품이 양지로 풀리는 것을 저지해야 할 것입니다.」
달성 조건: 위조된 폴라나 포션을 전부 회수할 것.
달성 보상: 오십 년 삼.
―단 실패 시 스킬 레벨 페널티 적용.
퀘스트 보상을 확인한 주상혁의 가슴이 다시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오십 년 삼?’
퀘스트 보상이 다름 아닌 포기했던 오십 년 삼이었다.
주상혁이 박지훈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왜, 왜 그러십니까?”
“클린트 경매 말입니다. 어디서 열리죠?”
“여수입니다.”
여수.
전주에서 그렇게 가까운 곳은 아니다. 여수는 전라도에서도 거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경매에 참여하긴 해야 하니까 정보 좀 챙겨 볼까?’
주상혁이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가장 먼저 물어봤다.
“그런데 말입니다.”
“네네. 말씀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클린트 경매는 처음 들어봐서 말입니다.”
주상혁이 아무리 방구석 폐인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현대에는 지식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뉴스를 비롯한 다양한 언론 매체도 존재한다.
하지만 주상혁은 단언컨대 클린트 경매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 들어 봤다.
“아, 그건 당연할 겁니다.”
“어째서죠?”
의아한 얼굴로 재차 묻는 주상혁의 질문에 박지훈이 답했다.
“클린트 경매는 국내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것이니까 그럴 겁니다.”
그래도 대충 납득가는 이유가 들려왔다.
국내 최초라면, 심지어 암흑가의 자본이 투자된 경매라면 일반인이 정보를 접하기 힘들 법도 했다.
주상혁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불법 그런 건 아니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클린트 경매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로 손꼽히는 게 어마어마한 금액의 로비 때문이라 들었습니다. 정치인들이 넘어간 것이라면 불법일 확률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인이 개입했다면 설령 불법이어도 상관없었다. 있던 일도 없던 일로 만드는 게 권력이라는 건 전생이든 이생이든 몇 안 되는 공통점이었으니까.
진지한 얼굴로 주상혁이 생각에 잠겼다. 지켜보던 박지훈이 슬쩍 물었다.
“경매에 참여하고 싶어지신 겁니까?”
“뭐 그렇긴 한데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방법 말입니까? 경매를 참여하는 방법은 아닐 테고…….”
박지훈이 알아차렸는지 말했다.
“포션을 회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군요.”
주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경매에 위탁한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 마당에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것.
깊은 사념에 잠겨 있던 주상혁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주상혁의 고개가 박지훈을 향해 휙 돌아갔다. 박지훈을 위아래로 훑던 주상혁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 나쁜 웃음을 주상혁이 그리자 불안한 얼굴로 박지훈이 말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별건 아니고요.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 * *
위조 포션을 제작한 이유.
주상혁은 제일 처음엔 단순히 사기를 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박지훈도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보다 못해 파산 위기까지 놓였으니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경매에도 위조 포션이 나올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주상혁의 생각은 바뀌었다.
함정.
이건 자세한 목적까지는 몰라도 박지훈, 아니 높은 확률로 뒤에 있는 주상혁을 표적으로 한 확실한 함정임을 깨달은 것이었다.
실제로 경매장에 올라오는 수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크게 한탕 노리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전량을 경매장에 올렸으면 됐다.
번거롭게 두 번으로 나누면 범인만 손해 보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범인은 그렇지 않았다.
주상혁에게 위조 폴라나 포션의 정체를 보여 주기라도 하듯 박지훈에게 먼저 접근했다.
이건 추가적인 목적이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주상혁은 이것을 깨달았을 때, 클린트 경매에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능수능란하게 피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지.’
이득 하나 없이 체력과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퀘스트가 발생하면서 충분한 리턴이 생겨났다.
그러나 역시 문제도 있었다.
막상 클린트 경매에서 포션을 회수하자니 회수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위탁한 사람이 누군지,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가능할 거 아니야?’
어쩌면 경매장이 끝날 때까지 누가 범인인지 알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발한 방법은 우연히 떠올랐다.
생각하던 주상혁이 박지훈의 체형을 목격했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주상혁은 평균보다 조금 말랐다. 키는 178 정도로 크다기에는 조금 아쉬운 신장이었고 그렇다고 잔근육이 많은 것도 딱히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박지훈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이 가장 문제였지만, 그 얼굴만 가린다면 피부색부터 체형까지 어느 정도 주상혁과 일치하고 있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나?’
어차피 얼굴을 까고 경매장에 참가할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주상혁이 박지훈의 신분을 빌린다.
주상혁이 박지훈의 신분으로 경매장에 참가하면 함정인 이상 범인이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박지훈의 신분을 무사히 빌리는 것에 충분히 작전을 세운 주상혁이 가게를 빠져나온 건 늦은 밤이 되어서였다.
그래도 들어갈 때는 해질녘쯤이었던 시간이 말이 길어지면서 훌쩍 지난 것이었다.
‘아…… 근데 한 가지 걸린단 말이지.’
주상혁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의 전력도 모르면서 아무 대책 없이 함정에 발을 들일 수준은 아니었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놈들이야.’
보험.
적당한 보험이 필요했다.
‘공대장님한테 말해 볼까?’
송치수를 비롯한 박상운, 한혜지 등. 당장에 조력자가 될 법한 사람을 쭉 되짚어 보던 주상혁이 고개를 저었다.
도핑을 거친다면 제법 쓸 만한 전력이 되겠지만, 그래 봐야 c급과 B급 사이다. 상대가 B급 이상의 각성자라면 오히려 발목만 잡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적당한 사람이 없나?’
휘청.
깊은 생각에 잠겨 청초길드로 향하던 주상혁이 갑자기 극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내쉬던 주상혁이 당황한 눈빛을 지었다.
‘뭐야……? 마나가 빠져나갔어?’
이유 없이 엄청난 양의 체내의 마나가 외부로 빠져나갔다.
주상혁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파악할 때였다.
번쩍…….
주상혁의 뒤편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파지지지직!
고개를 돌린 주상혁이 뒤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거대한 전류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시선을 빼앗겼다.
“번개……?”
잠깐 헷갈렸지만, 당연히 번개는 아니었다. 밤하늘은 뒤늦은 천둥소리 하나 안 들리고 조용했다.
사방을 밝히는 전류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주상혁이 옥상 위의 거대한 물체를 확인하고는 소리 냈다.
“주주……?”
주상혁이 황급히 건물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건물에 도착한 주상혁이 옥상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단번에 일고여덟 칸씩 엄청난 속도로 건물 계단을 오르던 주상혁이 옥상 문을 부수고 들어섰다.
“주주!”
웡웡!
옥상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잖아?’
주주는 거대해져 있었다. 크기를 굳이 어림잡아 보자면 1.5톤 트럭 크기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다.
『Lv.35 청운해태.』
몰라보게 올라있는 주주의 레벨을 확인한 주상혁의 머릿속에 짚이는 것이 있었다.
‘혹시 그거 때문인가?’
주상혁의 체내의 마나가 과하게 빠져나갔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했더니 이것 때문인듯했다.
Lv.53…… Lv.46…….
‘둘 다 레벨이 상당한데…….’
가까이 다가간 주상혁이 주주의 발아래 기절한 두 명의 각성자를 보고 말했다.
“이 녀석들 미행하고 있었어?”
“웡!”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암살 계열 각성자겠지?’
앞으로는 이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근데 그나저나…….”
주상혁이 주주에게로 눈을 옮겼다.
‘솔직히 스턴건 정도의 효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엄청난 전투력이었다.
자세한 전투력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영물답게 상당한 갭의 레벨 차를 뒤집고 둘을 제압해 버릴 정도였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내 마나를 제물로 강해지는 게 흠이긴 해도…….’
그건 마나 포션과 스테미너 포션이 있으면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할짝.
주상혁이 자신의 얼굴을 핥는 주주의 목덜미를 당겨 안아주고는 말했다.
“고마워, 이따가 집에서 맛있는 거 먹자.”
“웡!”
“역소환할 수 있지?”
끄덕.
주주가 주상혁의 말에 평소의 모습처럼 작게 변하더니 이어서 안개가 되어 팔찌로 돌아갔다.
주주가 사라지자 주상혁이 바닥에 기절한 각성자 둘에게 시선을 옮겼다.
강력한 전류 때문인지 각성자들의 윗옷은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주상혁이 처참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돌연 땀을 삐질 흘렸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
주상혁이 먼저 목격자가 있나 주변을 살폈다.
‘혹시 모르니까 옥상 아래도…….’
목격자가 없음을 제대로 확인한 주상혁이 자리로 돌아와 맥박을 짚었다.
주상혁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
다행히 두 사람은 멀쩡했다. 맥박은 정상이었다.
‘죽어 버렸으면 처리가 곤란해질 수 있었는데 레벨값 하는 녀석들이었네.’
주상혁이 굳었던 표정을 풀고는 씨익 웃음 지었다.
“그럼 이제 어떤 놈이 미행을 단 건지 확인해 볼까?”
두 남자의 바지 주머니를 뒤집은 주상혁이 지갑 두 개를 들고 일어났다.
지갑 안에 있는 두 장의 라이센스를 꺼낸 주상혁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전주협회?’
주상혁은 일전에 정지원을 통해 라이센스의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다.
분명히 정지호가 전동욱을 만나 미행을 부치지 않기로 약속을 받았다고 그랬었다.
‘이상한데…….’
물론 약속을 꼭 지키란 법도 없긴 하다. 애초에 계약서나 각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구두로 오간 약속이다. 하지만…….
주상혁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전라도 내에서 정지호의 입김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전동욱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배짱 장사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잠시간 생각하던 주상혁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다가 잊었던 걸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얼굴에 쓰고 있는 마스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선글라스에 야구 모자까지.
자신의 복장을 감안한다면 단번에 주상혁이라고 생각하고 미행했다기보다는 박지훈의 가게에서 나오니까 미행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확실하겠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주상혁이 중얼거렸다.
“뭐, 주변을 파헤치지 말란 내용이 없긴 했으니까.”
다소 꼼수같이 느껴지긴 했지만, 뭐 영악하다면 영악하고 영리하다면 그런 것 같기도 한 행동이긴 했다.
“혹시 모르니까 화영이도 슬슬…….”
다소 의심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레벨 업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주상혁이 계단을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손에는 라이센스가 들려 있었다.
“어디 보자 이건 어떻게 한다?”
마음 같아서는 정치호처럼 전동욱과 담판을 짓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런 건 적어도 힘의 균형이 맞을 때나 가능한 법.
오히려 주제넘게 거래를 하려다가 난처한 상황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잘 써먹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걷던 주상혁의 머리에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뭐야…… 나 혹시 천재인가?”
부족했던 퍼즐이 맞춰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