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9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94화
2차 튜토리얼 시작하기 전.
광장 구석진 그늘에 건우가 서 있었다.
“뭐야? 겨우 세 명이야?”
“미친 거 아니야?”
“저런 싸가지 없는 녀석은 망령에 당해 봐야 정신을 차려.”
어느 정도 파티 구성을 끝마친 플레이어 들은 건우를 괄시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하운드 저택의 망령 몬스터는 추정되기로 약 4만.
떼거리로 몰려 있는 몬스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명은 돼야 했다.
2위인 솔로몬은 자신의 부하 외에도 20명을 추가로 더 받아들였다.
그다음 순위인 렌과 레이크 역시 20명의 파티인원을 맞췄다.
한데, 건우의 파티는 그 자신을 포함해도 세 명.
더군다나 한 명은 어린 늑대수인이었다.
실제 전력을 따져 보면, 건우와 럼밖에 없는 것이다.
“으르릉.”
거듭된 상대방들의 조롱에 렌은 더 이상 못 참지 못하고 이를 드러냈다.
“…….”
지그시 렌을 쳐다보던 건우는…….
스윽.
광장에 널브러져 있던 고기 뼈를 집어 렌에게 내밀었다.
“뼈다귀 있는데 줄까?”
“내가 개냐!”
렌은 건우의 손등을 홱 치며 버럭 화를 냈다.
“크하하하하! 너희 정말 재밌게 노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럼은 넉살좋게 웃어 보였다.
“그래서 럼. 우리한테 할 이야기가 있을 텐데?”
건우는 팔짱을 낀 채, 럼을 쳐다보았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 주기 위해 지금의 자리를 만든 것뿐이지.
파티 합류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
럼은 곧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난 럼이야. 1층계에서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였지.”
“농부?”
예상치 못한 예전 직업에 건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거라고 예상했는지 럼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당연히 인정하지 않겠지만 난 사실 필리프 4세의 사위야. 그리고 이게 내 아내의 모습이지.”
럼은 펜던트를 열어 자그마한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사진 속에는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럼과 갈색빛의 머릿결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아이를 가운데로 두고 웃고 있었다.
“…….”
사진을 바라본 렌과 건우는 눈을 씻으며 다시 봤다.
사진은 조작 증거 없이 진짜였다.
심히 충격을 받았는지 건우는 놀라워하며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오우거랑 엘프랑 결혼할 수 있는 거지?”
“누가 오우거야!”
한순간 몬스터 취급을 받은 럼은 버럭 화를 냈다가 곧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흠. 어쨌든 난 가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10층계까지 올라가야 돼.”
“무슨 사정이지?”
아픈 기억이 떠올랐는지 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작의 배경은 1층계였다.
남자는 빗속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온몸이 젖어 아사 직전에 빠진 여인은 숨을 헐떡이며 고열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혼비백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남자는 그녀를 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눈에 반해서 그녀의 발을 잠시라도 이곳에 머물게 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었다.
경위야 어찌 됐든.
여인은 남자의 집에 머물렀다.
며칠, 몇 년이 지나면서 수척해 있던 그녀는 건강을 되찾았다.
손은 어찌나 곱던지 험한 일은 전혀 안 했던 걸로 보였지만.
건강을 되찾은 여인은 자연스럽게 남자의 농사일을 도우려고 했다.
농부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가 일을 하는 것을 적극 만류했지만.
여인은 그런 남자를 보며 피식 웃다 한마디를 내뱉었다.
-결혼할래요? 우리.
“푸훗!”
목을 축이던 남자는 물을 뿜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남자와 여인은 딸을 낳아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일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쿠콰당!
무너지고 있다.
오랫동안 구축해 왔던 삶이…….
수많은 군인들에게 짓밟혔다.
퍼억! 퍼억! 퍼억!
남자는 몸을 웅크리며 그들의 군화에 짓밟혀 괴성을 토해 냈다.
“꺄아아악! 여보!”
“아빠!”
아내와 딸은 어떻게든 남자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으나.
짜악!
무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년의 남자, 여인의 아버지가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여인의 뺨을 내려쳤다.
“제대로 실성했군. 근본도 모르는 천한 것이랑 교합을 맺다니. 데려가라.”
그의 명에 군인들은 아내와 딸을 강제로 끌려갔다.
“그, 그만둬!”
남자는 애원하듯 손을 내뻗었으나.
콰직!
그녀의 아버지, 필리프 4세는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근본도 모르는 천한 것을 사위로 둘 생각은 없다. 반절이기는 하지만 저 어린 것한테 내 핏줄이니 데려가겠다.”
“기, 기다려 주십시오. 하인이든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발 저도!”
남자의 애탄 애원에 필리프 4세는 비릿하게 비웃었다.
“딸내미 앞에서 평생 내 신발을 핥는 개가 되겠다면, 생각해 보지.”
굴욕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대답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럼.”
영영 헤어지느니 차라리 개가 돼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그이는 내버려 두세요.”
하지만 그를 만류한 건, 그의 아내였다.
그녀는 눈물이 맺힌 미소로 그에게 말했다.
“잠깐 다녀올게요. 기다려 주세요.”
그것이 그녀와 마지막 대화였다.
필리프 4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애석해 했다.
“하긴 네까짓 게 우리 왕족에게 얼마나 헌신할 수 있을까? 찌그러져 있어라. 1층계에서 내 명령을 무시하고 살아남은 녀석이 없다는 것은 잘 참고해 두고.”
냉혹한 말에 심장이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주륵.
남자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지키지 못했다.
가장으로서 가장 소중한 처와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
자괴감에 그는 몇 날 며칠을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더 말해 주고 싶어도 해줄 말이 없네.”
럼은 무척이나 씁쓸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스윽.
렌은 등을 돌리며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반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건우는 한층 더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었다.
“그래서 필리프 4세와 하운드 백작.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게 뭔데?”
이야기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럼은 애상에서 벗어나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혈통을 중시하는 가문의 특징인지, 그들은 혈통을 증명하는 가문의 문서가 있어. 세대를 거듭될 때마다 혈족들은 자신의 피로 양피지에 기록을 남기는데, 아내는 그것을 ‘구족의 혈서’라고 말했어. 남몰래 필리프 4세가 혈안이 돼서 찾고는 있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곳이 하운드 백작의 저택이지만. 특정 퀘스트를 받지 않는 이상 아무도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도 못 찾은 거겠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네.”
50대 50인가.
불확실한 정보지만 가치가 없지는 않았다.
‘뭐 내 진짜 목적은 다음에 받을 튜토리얼 보상이지만.’
무엇보다 지금 퀘스트는 다음에 받을 보상을 위한 일시적인 과정 중 하나였다.
진짜 목적은 필모어의 기록서에 적혀 있는 2차 튜토리얼의 보상이다.
보상은 ‘새벽의 금빛’
길을 잃었을 때, 다음 스테이지로 안내하는 보상이라고 플레어 들 사이에서 언급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필모어의 기록서에는 새벽의 금빛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장난기가 가득한 금빛은 어둠이 우거진 곳에서 나를 안내해 주었다.
별것 아닌 문구지만.
어쩌면 그것은 차이트가 남겨 둔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면 갈수록 확신이 들었다.
‘아니면 진짜 실망하겠지만. 지금은 새벽의 금빛을 되찾아야 돼.’
보상은 차등으로 지급된다.
관리자들은 보상 목록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욕심내는 보상을 차지해 새벽의 금빛과 교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럼. 파티를 맺자고.”
“진짜야!”
럼은 반색하며 건우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단 조건이 있어.”
“조건?”
건우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두 개를 세웠다.
“첫째, 난 입으로만 하는 맹세를 절대 맹신하지 않아. 배신 같은 행위에 규제해야 될 마법을 너한테 시전하고 싶어.”
“……”
이렇게까지 말할 줄 예상 못했는지 럼은 잠시 머뭇거리다…….
“좋아. 튜토리얼만 빠져나갈 수 있다면 뭐든 하겠어.”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두 번째 조건을 언급했다.
“두 번째, 어디까지 파티 리더는 나야. 나한테 존대하고 내 말에 무조건 따라야 돼.”
“좋아.”
두 번째 조건은 별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했으면 악수나 나누자고.”
건우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고.
꽈악!
럼은 굳센 의지가 실린 얼굴로 건우를 쳐다보며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
-에휴, 네 녀석도 참 이제 나이 먹은 할애비를 꼭 부려 먹어야 되겠냐?
건우의 의도를 알아챈 세이비어는 구시렁거리면서도 곧장 반응했다.
[마력공유를 시전했습니다.] [스킬, 나이트 메어를 발동했습니다.] [스킬, 나이트 메어를 발동했습니다.] [스킬, 나이트 메어를 발동했습니다.]악수를 잡은 손 너머로 세 개로 중첩된 나이트 메어 마법이 럼의 몸에 안착했다.
-너는 진짜 인간 불신자야.
‘사기만 된통 당하면 호구 취급받습니다. 춘삼이 때 경험을 되살리는 것뿐이죠.’
-……
춘삼을 언급하자, 세이비어는 할 말을 잃었다.
건우는 그런 세이비어를 제치고 피식 웃으며 럼을 쳐다봤다.
“잘 부탁해. 럼.”
“잘 부탁드립니다.”
럼은 허리를 넙죽 숙이며 계약대로 건우의 말에 이행했다.
***
[2차 튜토리얼의 무대, 하운드 백작의 저택에 입장했습니다.]파티를 맺은 튜토리얼 참가자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무대가 된 저택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저택이야.”
“규모가 대규모 유적 정도 되잖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저택은 음허한 푸른빛으로 젖어 들어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어디서 불어오는 건지, 싸늘한 바람이 저택 안으로 들이닥치며 성체 장식품처럼 서 있는 기사의 갑옷이 심히 들썩였다.
끼기기기긱!
벽 곳곳에는 데스마스크의 혼령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장난치듯 말을 걸어왔다.
“히익!”
그들의 장난에 누군가는 기겁했으나 어떤 이는 별반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튜토리얼 랭킹 3위, 레이크.
피의 사제로 불리는 그의 발걸음은 두려움이 좀처럼 없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독특한 이력의 플레이어지만.
그의 직업은 근본적으로는 사제.
망령들이 설치는 무대에서 가장 돋보인 활약을 할 수 있는 자였다.
실제로 그런 점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진작 레이크에게 붙었다.
“심혈을 기울여서 다니도록.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른다.”
끄덕.
레이크의 명령에 모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방에 있던 플레이어가 주변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네. 레이크가 같은 편이라서.”
“그러게. 아무리 4만 명이나 되는 망령이라도 설칠 수나 있겠어.”
작은 덕담으로 긴장을 풀고 경계심을 늦춘 순간.
서걱! 촤아아악!
가장 먼저 입을 연 플레이어의 목이 칼에 베여 날아갔다.
“뒤, 뒤다!”
죽은 이의 대화 상대였던 플레이어는 창백한 안색으로 후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벅, 저벅.
그곳에는 기사갑옷들이 관절을 삐거덕거리며 피가 배인 검을 들고 있었다.
우웅.
기사들의 그림자 너머에는 악령들이 붉은 눈빛을 드러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유형: 죽은 망령 검사
-등급: ★
-설명: 하운드 백작의 정복전쟁에 징집된 어린 검사악령, 검 솜씨가 무척이나 어설프다.
-능력치
체력: 30 공격력: 50 방어력: 20 마력: 10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잡을 수 없다. 마력이나 신성력이 깃든 공격으로만 피해를 줄 수 있다.
겨우 1성급의 망령 몬스터.
하지만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망령을 비웃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쏴아아아아아.
벽, 천장, 바닥 가릴 것 없이 엄청난 양들의 고스트들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콰아앙!
바로 그 순간, 검은 신성력이 깃든 메이스가 바닥을 세차게 내려쳤다.
쿠직! 콰콰콰쾅!
저택 바닥에 순식간에 균열이 가며 쪼개진 돌멩이 파편들이 후두둑 플레이어 사이로 튀겼다.
끼에에엑!
효과가 어찌나 대단했는지 바닥에 있던 고스트들이 검은 신성력에 묻혀 사라졌다.
흙먼지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바닥을 부순 레이크는 모두에게 함성을 내질렀다.
“전열을 세워. 지금부터 이곳을 전력으로 돌파한다.”
“우와아!”
레이크의 기세에 힘을 입은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전의를 일으켰다.
한편.
끼에에엑!
레이크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건우는 초점이 모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렌과 럼도 긴장감 없이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
왜냐하면 눈앞에 세이비어가 유령의 모습을 버젓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먼 옛날부터 살아온 초월적인 힘을 가진 지박령.
그의 등장에 망령들은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뭘 봐. 나와, 이것들아.
세이비어의 한마디에……
스윽.
고스트들은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좌우로 갈라졌다.
“가자.”
퉁명스레 내뱉는 건우의 한 마디에 럼은 볼을 긁적이며 말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펴, 편하기는 한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괜히 바보가 된 것 같네.”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