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9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90화
……
주변의 소리가 차츰 꺼져간다.
웃으면서 이별을 고하는 린드버그를 보며, 크루아는 무심코 옛날 일을 떠올렸다.
****
탑에서 가장 정교하면서도 인공적인 미가 돋보인다 일컬어지는 린데바움.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린데바움에서도 명암은 뚜렷이 존재한다.
그 어둠이란 바로 고철덩어리로 가득 쌓인 스크랩 마운틴.
이 스크랩 마운틴에 살아가는 덤프 칠드런이야말로 린데바움의 주민에게 있어서 수치이며 감추고 싶은 것들이었다.
없는 것으로 취급당하며 늘 외면당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곳에서 아이들은 숨을 쉬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서 빼앗지 않으면 내가 뺏기는 삶.
크루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방황하는 개처럼 쓰레기더미 사이를 배회하며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
그런 일상이 쭉 이어지던 중, 어느 날 갑자기 특이한 남자가 나타났다.
초점이 모호한 눈동자,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그는 인형처럼 멍하니 거리에 앉아있었다.
딱히 구걸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갈취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시체에게서 물건을 훔치지도 않았다.
뭐랄까?
그 모습은 마치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알아서 죽겠지.’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죽으면 이 스크랩 마운틴의 고철에 묻혀 썩은 시체냄새를 풍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소 불쾌했지만, 그래도 순리거니 하고 외면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쏴아아아아아.
소나기가 몰아치는 밤.
콰르르르르 콰아아앙!
새로 들어온 거대한 고철덩어리와 몰아치는 비로 인해 산사태처럼 고물이 주변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아악!”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럼에도, 정작 이런 사태를 야기한 린데바움의 주민들의 눈길은 한없이 차가웠다.
크라우는 증오와 분노로 눈깔이 뒤집힐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고철더미에서 날카로운 쇠붙이를 찾아 그들의 등에 꽂고 싶었다.
덜그럭, 덜그럭.
그때, 죽기를 기다리던 남자가 움직였다.
자해할 물건을 찾는 건가 싶어 그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니, 놀랍게도 남자는 고철더미에 갇힌 아이들을 빼내기 위해 물건들을 파헤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미지의 행동에 크루아는 기분이 뒤숭숭했다.
마치 자신 역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뒤, 크루아는 처음으로 남자에게 다가가 빵을 건네주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괜히 시체 냄새 풍기면 잠자리 사나우니까 일단 먹어둬. 그렇다고 내일은 없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지난 후, 어느새 크루아는 남자와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덜그렁, 덜그렁.
손재주가 많은 남자는 막사를 새로 짓고, 덤프 칠드런들이 생계를 꾸릴 수 있게 골동품을 무언가 유용한 물건으로 만들었다.
“린드버그, 이건 뭐라고 읽어?”
크루아가 막사 바로 앞에 있는 팻말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설마 글 못 읽어?”
“……덤프 칠드런이 어떻게 글을 읽어? 그런 거 배울 시간에 먹을 거, 마실 거 하나 더 찾고 있지.”
“그래도 글은 읽을 줄 알아야 돼. 그래야 사람다운 삶을 살지.”
“글을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해?”
“당연하지. 그래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릴 수 있지. 기본적으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아아, 몰라, 몰라. 그래서 이거 뭐라고 읽는데?”
어울리지 않게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모진 환경 속에서 열매를 맺을지는 미지수지만.
소년을 위해 희망을 키우는 농부가 되기로……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떼를 쓰는 크루아를 보며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비~밀.”
“으아아아악! 빨리 말해!!!”
“커, 커허허허헉! 자, 잠깐만.”
크루아는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남자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우당탕탕.
정신 산만한 움직임에 팻말이 한쪽으로 덜렁거리며 떨어져 나갔다.
[OUR HOME]***
린드버그의 초점이 완전히 꺼진 순간.
우웅.
심장에서 발한 빛이 자연스레 건우에게 다가왔다.
[새로운 스킬, ‘???’를 터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차이트의 마지막 스킬을 획득했음에도 건우의 표독스런 눈빛은 풀리지 않았다.
“……웃기지 마.”
이게 정말 네가 남긴 뜻이냐, 차이트?
어째서 외로움쟁이 인형은 마지막까지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지?
사자소생의 스킬은 죽은 영혼을 명계에서 다시 데려오는 것.
하지만 에고를 갖춘 인형은 그 개념이 다소 모호하기 때문에, 사자소생의 대상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건우로서는 처음 겪는 복원의 실패였다.
꽈악!
그 사실이 무척 분해 건우는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었다.
파르르르르.
오랜만에 자신의 성좌인 차이트에게 원망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장난기 다분한 신은 결코 자신의 의도를 쉽사리 밝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거슬리는 건,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신의 음성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유언은 후련하게 남겼으니 참 좋겠어. 근데, 네놈 나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
끼기기깃!
자가수복이 가능한지 어느새 다리를 이어붙인 체르노보그의 그림자가 그늘처럼 건우를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쇄액!
건우는 자신에게 날아온 촉수를 손으로 붙들며 싸늘한 눈빛으로 체르노보그를 노려봤다.
“……넌 이게 재밌냐?”
-크하하하하하! 난 죽음의 신, 체르노보그다. 죽음은 생각한 만큼 가치가 있는 게 아니야.
그 말 직후.
쇄액! 콰아아아앙!
건우가 내지른 주먹에 체르노보그의 몸체가 통째로 박살이 났다.
-무슨?!
피식.
건우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신? 까고 있네. 인형놀이는 재밌냐? 꼬맹아.”
-우쭐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인간!!!!
[몸체 변형 2단계에 돌입합니다.]찰칵!
분노의 포효와 함께 체르노보그의 형체가 인간에 가까워졌다.
들고 있는 무기는 예리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낫.
콰쾅!
더군다나 죽음의 신의 권위까지 힘껏 발하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오금을 저리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본체의 힘에 비하면 한참 미미하지만, 드워프제 무기를 한껏 활용한다면 네놈 따위는 별 것 아니다!!!
전의 충만한 체르노보그가 힘껏 낫을 휘두른 순간.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칠흑의 링을 자신의 팔에 감은 건우는 그대로 날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콰아아앙!
사멸의 권능이 실린 권압에 낫의 날은 무참하게 박살났다.
콰직!
건우의 주먹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체르노보그의 얼굴을 완전히 박살내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아앙!
그 충격에 스크랩 마운틴 전체가 들썩이며 지진이 일어났지만.
스스스스스.
건우의 발끝에 실린 황금의 파문이 재앙의 조짐을 꺼뜨려 한순간의 흔들림으로 끝나고 말았다.
-네, 네놈.
깜짝 놀란 체르노보그는 박살난 얼굴로 멍하니 건우를 지켜봤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에 그는 당혹을 금치 못했다.
온전히 신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지금 움직이는 몸은 보통의 인형이 아니다.
지니고 있는 무기 또한 일반 플레이어로서는 가지기 어려운 등급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쿠구구구구.
어떻게 된 일인지, 눈앞에 있는 인간의 주먹 두 방에 몸은 물론이고 정신마저 혼란을 일으켰다.
건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온전하게 신위를 개방해도 상관없어. 몇 번을 하든 철저하게 박살내버릴 테니까.”
그 매서운 눈빛에 체르노보그는 그제야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놈! 저, 정체가 뭐냐?
“넌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게이트가 생성됐습니다.] [게이트가 생성됐습니다.]대답과 함께 건우의 등 뒤에 생성된 게이트 너머로 두 명의 존재가 넘어왔다.
쿠워어어어어어!
한 명은 흉포한 광기를 드러내며 울부짖는 바포메트.
그리고 그런 바포메트의 어깨에 올라탄 코콘.
쿠구구구구구.
두 보스의 심상치 않은 기운에 고철로 이루어진 턱이 달그락, 달그락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스스스.
건우는 눈빛에 금빛의 마력이 발산되는 상태로 그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일 것 같아?”
-서, 설마?! 교란자!!!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었지만, 체르노보그는 용케 정답에 도달했다.
쇄애애애애액!!
그리고는, 그 정답에 건우가 긍정도 하기 전에 쏜살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죽음의 신이 겁에 질려 도망을 간다.
어째서?
황당한 사태에 체르노보그의 몸을 만든 퍼핏 가문의 가주, 리마스는 경악하며 건우를 쳐다봤다.
타닷!
그리고 본능적으로 발을 떼 도망치려고 했지만.
“갸우.”
코콘이 눈빛을 반짝이며 시작한 실뜨기와 함께 그의 몸이 가느다란 실에 감싸였다.
“이, 이것 놔.”
이가 없다면 잇몸이라고.
그는 어떻게든 몸을 굴려 건우에게 벗어나려고 했다.
건우는 슬쩍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인체실험 많이 재밌었나봐. 살아있는 사람도 인형 취급을 하는 걸 보면……”
“시, 실언이었다. 누, 누구나 인생에서 실수를 한 번쯤 할 수 있잖아.”
뻔뻔하게 변명을 내놓은 찰나.
스스스스.
느닷없이 그의 몸을 휘감은 실이 조금씩 리마스의 몸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서서히 살집을 파고드는 그 괴이한 감각에 공포에 질린 리마스는 건우를 쳐다보며 애원했지만.
“너의 신에게 기도해봐. 아, 너의 신은 죽음의 신이라서 그건 힘드려나.”
건우는 바포메트의 어깨에 앉아있는 코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실수로 빨리 죽이지 마. 아주 천천히 숨통을 끊어.”
“갸우.”
코콘은 반색하며 아까보다 더 많은 거미줄로 리마스의 몸을 묶어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공포에 질린 리마스는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지만.
스스스스슥!
“우웁!!!”
곧 그 입조차 거미줄에 휘감겨 더 이상 열지 못했다.
건우는 이번에 바포메트를 쳐다보며 명을 내렸다.
“너희는 여길 지키고 있어.”
쿠우우우.
바포메트는 잠시 기운을 누그러뜨리며 정중히 예를 갖췄다.
건우가 마지막으로 시선을 던진 곳은 딱딱한 린드버그의 몸을 만지며 텅 비어버린 표정을 짓고 있는 크루아였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은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뚜벅.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우는 크루아에게 다가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괜한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만큼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크루아.”
“…….”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희들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어.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 알고 있지?”
“?!”
인연이란 말에 크루아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눈망울은 눈물로 꽉 찼지만, 어떻게든 아랫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참았다.
“……린드버그가 지키고 싶은 인연을 이어나갈 거야.”
피식.
건우는 입 꼬리를 올리며 크루아의 결심에 화답했다.
“웬만한 걸림돌은 스스로 뛰어넘어야 될 거야. 그래도 너무 말도 안 되게 큰 건, 내가 부숴줄게.”
“어, 어째서?”
낯선 선의에 크루아는 무심코 그 이유를 물었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도 너희들의 인연을 지키고 싶거든.”
타닷.
그 말을 남기고 건우는 곧장 체르노보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