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36)
······ 백왕에겐 그들 모두를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흑왕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힘을 나누어 강화하듯이.
백왕은 그들을 ‘육성’할 수 있는 권능과도 같은 힘을 지닌 게다.
아니, 애초에 오랜 세월 정점에 올라 괴수들을 이끈 ‘백호족’은 그러한 ‘고유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히든 특성 ‘비스트 로드’를 시작으로, ‘백호의 은혜’라 불리는 ‘성장과 진화’에 관여하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수많은 괴수가 백호족을 따랐던 이유 중 하나.
하지만 백왕은 은둔하기 전까지 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백호족의 은혜는 본래의 모습을 잃게 만든다.’
진화한다는 것.
그리하여 ‘고유의 특성’을 잃게 된다는 게 줄곧 좋지만은 않다.
물론 올바른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으나 백호족의 은혜는 오로지 ‘힘’만을 좇게 만드는 형식으로 진화케 하였으므로.
결국 그러한 진화는 폭주만을 낳는 법.
고유의 모습과 특성 모두를 잃고 힘에 취하게 만든다.
여태껏 은혜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이유다.
이걸 조절하는 방법을 백왕은 몰랐다.
하지만.
‘힘을 잃고 방황한 오랜 은둔생활 끝에, 마침내 깨닫게 되었지.’
비워지면 채우는 게 당연한 이치다.
어금니를 잃고 힘을 잃은 백왕은 은혜를 조종하는 법에 통달하게 되었다.
도리어 이전보다 더 정교하며 완벽한 형태로 진화하게끔 하는게 가능해졌다.
사주력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이다.
그러니, 이번 대결은.
‘질수가 없다. 나의 승리다.’
······ 승리를 자신했다.
확정적인 그의 승리와 다름이 없다.
이 특이한 ‘몬스터 혼’의 진화도 같은 맥락이었으니까.
백호족의 은혜를 부여하고, 끝없이 성장과 진화를 반복하여 승리하게 만드는 것쯤이야 지금의 백왕에겐 쉬운 일이었다.
도리어 제한없이 마구 은혜를 풀어 완성체로 만든다.
‘몬스터 혼’은 생명이되 생명이 아니기에, 그게 가능했다.
‘한계가 없는 진화의 돌. 이건······ 확실히 물건이로군.’
세계수의 던전.
잊힌 신이 참전한만큼 주어진 도구는 실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태고의 이름에 걸맞은, 그야말로 최초 ‘혼’의 원형과도 같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의 집합체!
이런걸 대결의 도구로 뿌린 신의 정체가 실로 궁금할 지경.
그러나 아무리 ‘신’이 참전했다 한들, 패배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먹어치워라, 멸왕 모크.”
크르르르릉!
백왕의 앞.
쓰러진 레이드 보스 몬스터 ‘히드락 맘모스’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괴이한 괴수.
쫘아아악!
족히 세 배 이상 차이나는 크기임에도 거침없이 찢어발긴다.
회색의 피부, 비대한 상체와 거대한 양팔, 등에 난 작은 날개 두 장과 신체 곳곳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눈’들.
모크는 먼 옛날, 멸왕(滅王)이라 불리었던 이종의 괴물이다.
모크가 지나가는 곳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하여 마왕, 혹은 멸왕으로 불리었다.
어느 순간 사라졌으며,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기원에 대해서도 아무도 모르지만.
백왕은 알고 있었다.
‘모크는 백호족이 만들어냈던 최강의 작품이다.’
가장 위대했던 백호족이 완성한 괴물.
힘을 갈구하며 진화한 끝에 완성된 걸작!
문제는 너무 위험했고, 제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강성했던 백호족은 사력을 다해 모크를 제압하는데 성공했으나 그 결과 백호족은 멸족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은혜로 모크가 탄생했다는 건, 다시 말해.
‘백호족이 제어하는데 실패했던 모크를, 내가 제어한다.’
······ 실패의 역사를 새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최강의 백호임을 인증할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었다.
이건 운명이다.
종족의 비원을 풀고, 더 나아가 성공의 역사를 쓰라는.
‘몬스터 혼’은 그것을 소환한 사용자를 증명하는 물건이었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모크를 이길 상대는 결코 없으리라.
백왕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세계수의 던전에 들어온 이유를,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았으니.
*
다이아낙스의 초금속.
그리고 엔젤 베헤모스가 가진 별의 상아까지.
나는 미친 듯이 그것들을 쓸어모았다.
그리고 다시금 ‘진화’의 때를 엿보았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게 끝이 아님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역시!’
그리고 한 순간을 기점으로 엔젤 베헤모스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엔젤 베헤모스(50등급)’가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몬스터 혼’에 새겨진 룬어가 사용자의 육체에도 함께 새겨집니다.》
《현재 ‘엔젤 베헤모스’의 희귀도는 ‘초극상’입니다.》
《‘엔젤 베헤모스’가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진화를 시작합니다.》
《희귀도 ‘무극 초입’의 신수(神獸), ‘십미호’로 진화했습니다!》
《‘십미호(50등급, 신수, 빛속성, 레이드 보스)’는 4개의 추가 특징을 갖습니다.》
십미호라니.
이름 그대로 열 개의 꼬리를 단 거대한 여우로 진화했다.
무극(無極), 끝이 없는 세계의 초입에 도달했다는 말.
나는 멍하니 십미호를 바라보았다.
‘미치도록 신성하군.’
지금 내 성향을 대변하는 종이라서 그런걸까.
한없이 우하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우였다.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고 해야할까.
구미호의 이름을 가진 자들은 주로 ‘매혹’의 힘을 지녔는데 반해, 십미호는 아예 차원이 다른 신성불가침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고대, 원형의 신수다.’
애당초 신수란 무엇인가.
신령스러운 짐승.
격을 얻고 초월하여 마침내 영험함을 지닌 개체를 뜻함이다.
만년을 산 거북이, 용이 된 이무기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한 신수들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지고함을 지녔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판게니아에는 그런 ‘신수’가 없다.
멸망이 출현한 뒤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존재하는 신수는 원형의 신수들의 후손일 뿐.
멸망이 나타나고, 대륙이 떠오르며, 짐승들은 한없이 작고 약해져갔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십미호는 진짜 신수다.
멸망의 이전, 본래 존재했던 신령스러운 동물이었다.
‘세계수의 던전. 이곳은 모든 원형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태고의 보물창고’에서 ‘최초의 불’을 찾았던 것처럼.
이곳에도 수많은 ‘원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원형을 찾아나가, 다시 되살리는 게 진정한 목표임을 말이다.
잊히고, 사라진 것들을 되찾아나가는 과정인 셈.
그렇다면.
‘······ 이것 또한 끝이 아니겠지.’
원형의 신령한 짐승.
이건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이보다 더욱 오래된, 모든 신수의 원형.
최초로 등장한 신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궁금했다.
그 신수가 무엇인지.
파밍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우선순위가 생겼다.
주어진 시간동안 나는 오로지 진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십미호(75등급)’가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몬스터 혼’에 새겨진 룬어가 사용자의 육체에도 함께 새겨집니다.》
《현재 ‘십미호’의 희귀도는 ‘무극 초입’입니다.》
《‘십미호’가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진화를 시작합니다.》
《희귀도 ‘무극 완숙’의 신수(神獸), ‘열 한 개의 성천’으로 진화했습니다!》
《‘열 한 개의 성천(75등급, 신수, 빛속성, 레이드 보스)’는 4개의 추가 특징을 갖습니다.》
열 한 개의 성천(聖天)?
열 한 개의 성스러운 하늘을 지닌 자라는 뜻인가?
이어 나타난 모습은 확실히 그 이름처럼 거룩했다.
이름처럼 11개의 꼬리를 지닌, 하늘까지 맞닿은 백룡의 모습.
11개의 꼬리 위에는 둥그런 옥과 같은 보석이 달려있었는데.
‘전부 염원구슬이다.’
······ 그 전부가 염원구슬이었다.
11개의 염원구슬을 지닌 용을 나는 본 적이 없다.
하나만 지닐 수 있는 게 염원구슬 아니었나?
이세라처럼 다른 용들을 죽이고 빼앗아도 기껏해야 두 개에서 세 개에 지나지 않건만.
염원구슬의 크기도, 영롱함조차도 전혀 뒤처지질 않았다.
십미호에 이어, 십일성천이라.
혹시 꼬리의 개수에 따라 진화의 정도가 다른 걸까?
확실한 건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존재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다이아낙스, 엔젤 베헤모스와는 감히 비교가 불허한.
그렇다면 이 다음은 어떨지.
《‘열 한 개의 성천(75등급)’이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몬스터 혼’에 새겨진 룬어가 사용자의 육체에도 함께 새겨집니다.》
《현재 ‘열 한 개의 성천’의 희귀도는 ‘무극 완숙’입니다.》
《‘열 한 개의 성천’이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진화를 시작합니다.》
《희귀도 ‘무극 극’의 신수(神獸), ‘십이천자’로 진화했습니다!》
《‘십이천자(99등급, 신수, 빛속성, 슈퍼 레이드 보스)’는 6개의 추가 특징을 갖습니다.》
대결의 제한시간을 한 시간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또 다시 마지막 진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십이천자는 12개의 꼬리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용이 아닌 거대한 새의 형태였다.
하얀 까마귀의 형태.
꼬리가 열 두 개고 머리 위에선 태양과 같은 열기가 지글거렸다.
‘미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신령스러움에.
앞선 신수들보다 더 강력하기에 6개의 추가특징을 갖는, 진정한 완전체였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현상에, 나는 더욱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십이천자’의 신령함이 잠들어있던 또 다른 ‘???’를 깨웁니다.》
《‘???’이 ‘십이천자’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이 ‘십이천자’의 존재 강탈을 시도합니다.》
끼에에에엑-!
십이천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내부에서 전쟁을 하듯 온 몸을 비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후아아악!
동시에 하얀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날개와 깃털 모두가, 심지어 머리 위에서 지글대는 작은 태양조차도.
모두 회색빛으로 물들어간다.
그리고.
《‘십이천자’의 존재가 덧씌워집니다.》
《‘또 다른 멸망’의 첫번째 권속, ‘멸망의 까마귀’의 소환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멸망의 까마귀’가 ‘십이천자’의 신령함을 먹어치웁니다.》
《‘멸망의 까마귀’가 ‘원형’의 힘을 되찾습니다.》
《‘멸망의 까마귀’가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완성시킵니다.》
《‘이름 없는 수리(100등급, 태고의 신수, 태초속성, 올드원)’》
멸망이 나타났다.
이름 없는 수리.
십이천자를 뒤집어쓰며 나타난 존재, 멸망의 까마귀.
란돌프가 ‘또 다른 멸망’의 클래스를 획득하며 소환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권속!
허나, 멸망의 까마귀를 소환하는 방법을 나는 몰랐다.
섣불리 란돌프로 변신할 수도 없었고, 단순히 소환하고자 하여서 소환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소환될 줄은.’
조건을 만족해야만 소환되는 방식.
자신이 뒤집어쓸 완성된 껍데기가 있어야만, 그 껍데기를 먹어치우고 나타나는 게 바로 ‘권속’인 모양이었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멸망의 권속들도 완성된 채로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던가.
게다가 껍데기를 먹어치운 멸망의 까마귀는 내 상상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다.
길게 뻗은 회색의 날개는 대해도 가를 듯했고, 날카로운 부리는 꿰뚫지 못할 게 없어 보였다.
12개의 꼬리 끝은 마치 연꽃이 봉우리를 피운 듯 활짝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며, 양쪽 머리에 나 있는 기다란 깃은 태양과 같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또 다른 멸망의 권속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찬란하지 않은가.
곧이어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름 없는 수리(100등급)】
특징(1) : ‘또 다른 멸망의 권속’, ‘멸망의 까마귀’가 ‘잊힌 성천’의 존재 ‘십이천자’를 먹어치우며 새롭게 태어난 형태.
특징(2) : 올드원이라 칭해지는 태고의 신수이며, 최초로 탄생한 세계수의 꼭대기에 앉아있던 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 ‘이름 없는 수리’입니다.
특징(3) : ‘태초 속성’은 빛과 어둠을 포함한 모든 속성에 50%의 내성을 갖습니다.
특징(4) : 본래 또 다른 멸망의 권속이나 ‘별의 군주’가 가진 신비한 힘과 ‘잊힌 성천’의 신령함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귀속됩니다. 대신, 모든 ‘특징’이 신비하게 강화됩니다.
특징(5) : 12개의 꼬리 끝에 달린 ‘태양의 꽃’에는 자신이 진화했던 형태의 힘이 저장되어있습니다. 현재 저장된 형태는 다섯 가지(다이아낙스, 엔젤 베헤모스, 십미호, 열한 개의 성천, 십이천자)입니다.
특징(6) : 이름 없는 수리는 상대의 이름과 형태를 먹어치우며 무한하게 진화합니다.
특징(7) : ‘흉과 재의 장갑(태고)’에 의해 투구의 형태로 변해 착용할 수 있습니다. (연결)
특징(8) : ‘태양의 꽃’에 저장된 형태의 성향에 따라 신성, 혹은 암흑성을 획득합니다. (현재 강신성)
힘 : 100~???
체력 : 100~???
민첩 : 100~???
지능 : 100~???
마력 : 100~???
스킬 : 형태변화시 보유한 스킬이 달라집니다.
······.
주르르륵 이어지는 상태창의 내역들.
도합 여덟 개의 특징을 읽으며 나는 깊게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형식의 소환물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진정한 ‘혼’의 모습.
하지만 ‘이름 없는 수리’로 진화한 게 단순히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름 없는 수리는 나를 대변하는 존재다.’
이 녀석이야말로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존재다.
내 영혼에 깃들고 육체에 새겨진다는 게 이런 의미인 듯싶었다.
끝없는 진화 끝에 마침내 ‘나’를 만난 느낌이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 계속해서 도전하길 잘했군.’
너무 무리하게 진화시키는 게 아닌지 걱정도 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진화시키지 않는 것만 못할 터.
하지만 나 자신을 믿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는 최상이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내 경험치 획득률과 숙련도 상승률을 이어받았으니, 성장 자체는 누구보다도 빠를 수밖에.’
이만한 성장이 가능했던 까닭은 단순히 ‘더 높은 단계에서의 사냥’을 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지닌 부가능력치를 그대로 이어받아 어마어마한 성장력이 밑바탕되었기 때문이다.
500%가 넘는 전체 경험치 획득률.
2,000%를 넘기는 숙련도 효율.
그 외에 갖가지 부가적이나, 강력한 옵션들까지.
물론 그 외에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기는 했다.
‘······ 흉과 재의 장갑.’
흉신과 재의 신이 최종보상으로 건넨 태고의 장갑.
단순히 박현명과 란돌프의 스위칭을 가능케하는 능력 외에도 또 다른 능력이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