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35)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초금속 오리하르콘이 있었다.
그륵. 그르륵.
마치 뱀과 같이, 탈피를 끝낸 뒤 내 주변을 맴도는 다이아낙스.
네 개의 다리와 긴 꼬리를 가진 형태였다.
베이비 히드라곤의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지만, 녀석에겐 없던 위엄이 있었다.
녀석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곧이어 창 하나가 떠올랐다.
이름 : 다이아낙스(10등급)
특징(1) : 베이비 히드라곤에서 특수하게 진화한 형태
특징(2) : 보스몬스터는 일반개체보다 추가 특징을 2개 더 보유합니다.
특징(3) : 파워업(전투 돌입 시 5분간 힘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특징(4) : 아머브레이크(광물갑옷이 파괴되면 일정시간 체력과 방어력이 떨어지고 민첩이 상승합니다.)
힘 : 61
체력 : 83
민첩 : 44
지능 : 35
마력 : 52
스킬 : 급소 물어뜯기(Max), 보석 광선(1Lv)
한눈에 보기에도 급이 달라졌다.
특징이 생겼고, 능력치 전반이 올랐으니.
진화라는 말이 실로 어울리는 변화.
그륵?
내 눈빛을 읽은 다이아낙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화하여 기뻐하는 감정보다 욕심이 우선되고 있다는 걸 읽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 누가 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 육체를.
걸어다니는 초금속 오리하르콘을!
‘······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열가지는 된다. 오리하르콘으로 만들 수 있는 초고등급 장비가.’
그것도 만드는 순간 ‘유레카!’를 외칠 수 있는 주옥같은 장비들뿐이었다.
하여, 궁금한 것이다.
궁금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광석도 재생이 되나?’
다이아낙스의 피부가 곧 광석 오리하르콘이다.
나는 5만 퍼센트를 넘는 자연재생능력에 의해 오리하르콘이 재생될지가 진정으로 궁금했다.
순수한 탐구심······ 아니, 아니다.
인정한다.
지금 내게 존재하는 감정은 온전한 탐욕뿐임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재생이 가능하여 오리하르콘의 파밍이 가능해진다면?
그리고 오리하르콘으로 제작된 장비를 착용한 기사들이 출현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군.’
그 광경은 그저 전율적일 것이었기에.
오직 내게 필요한 장비만 제작하여 착용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될 터다.
물론 다른 재료들도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초금속이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대놓고 저걸 뜯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냥 뜯었다간 교감도가 낮아지겠지.’
펫을 키우는데 교감도는 중요하다.
일반적인 ‘혼’이 아닌 이상 신경쓸 필요가 있었다.
또한 감각 공유 200%의 효과로 나 역시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되리라.
하지만 그러한 고통으로 내 탐욕을 막을 수는 없다.
생각을 정리하곤 입을 열었다.
“고생했다.”
그륵! 그르륵!
“자, 그럼 바로 다음 ‘보스’를 처치하러 떠나볼까?”
그륵?
“걱정 마라. 우리는 하나다. 위험할 건 하나도 없으니 나만 믿고 따라오거라.”
너의 것은 내 것이고, 내 것도 나의 것이니 진정한 일심동체라 할 수 있겠다.
*
그어어어어!
다이아낙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한꺼번에 두 단계를 뛰어넘어 ‘메탈 맨티스 보스’에게 도전한 직후의 일이었다.
은빛으로 감도는 거대한 사마귀.
괴랄한 공격력으로 순식간에 다이아낙스의 방어력을 꿰뚫는 괴물!
찰랑! 찰랑!
동시에 찰랑대며 바닥에 다이아낙스의 피부가, 초금속 오리하르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메탈 맨티스 보스(17등급)’에게 치명상을 입습니다.》
《‘초자연재생’에 의해 뜯겨나간 피부가 재생합니다.》
《파워업! 5분간 힘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아머브레이크! 5분간 민첩이 5 상승합니다!》
그리고 다이아낙스의 피부가 뜯겨나갈 때마다, 나의 피부 역시 찢어지고 갈라지기를 반복했다.
“으음······.”
웬만한 고통은 우습게 넘기는 나도 2배로 직렬되는 아픔에는 장사가 없었다.
하지만 신음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조용히 다가가, ‘오리하르콘’을 주워나갔다.
그러어어어어!
그 사이 파워업과 아머브레이크의 효과로 한층 더 강해지고 빨라진 다이아낙스가 반격을 가했으나.
키아아아!
메탈 맨티스 보스의 날카로운 발톱이 다시금 다이아낙스의 피부를 때렸다.
찰랑!
고아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다시금 떨어지는 오리하르콘.
《‘초자연재생’에 의해 뜯겨나간 피부가 재생합니다.》
《아머브레이크! 5분간 민첩이 5 상승합니다!》
나는 오리하르콘을 주우며 눈을 크게떴다.
‘······ 아머브레이크가 중첩이 되는 거였어?’
광물갑옷이 파괴되면 걸리는 추가 버프.
한데, 파괴와 재생이 동시에 진행되자 버프가 중첩됐다.
보통 이런 종류의 버프는 중첩되지 않기 마련인데 다이아낙스가 ‘혼’의 형태로 소환된 소환물이라서 그런걸까?
일반적인 제약의 대상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기껏해야 5분이지만.
‘이길 수 있겠는데?’
솔직히 이기려고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오리하르콘 파밍을 위해 잠시 겪는 고난에 가까웠다.
중간에 두 단계를 훌쩍 건너뛰었으니, 다이아낙스와 비교해도 말도 안 되는 격차의 보스인 탓이다.
같은 보스의 규격이라지만 무려 7등급이나 차이가 나니까.
하지만······ 버프의 중첩이 가능하다는 건 다시 말해.
‘조건에 따라 말도 안 되는 차이도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
······ 일종의 ‘버그 플레이’다.
나는 다이아낙스와 교감을 시도했다.
‘견뎌라!’
그르?
내 의지를 느끼곤 기함을 내뱉은 다이아낙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촤륵! 촤륵! 촤아악!
《‘메탈 맨티스 보스(17등급)’에게 치명상을 입습니다.》
《‘메탈 맨티스 보스(17등급)’에게 치명상을 입습니다.》
《‘메탈 맨티스 보스(17등급)’에게 치명상을 입습니다.》
···
《‘다이아낙스’의 정신력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다이아낙스’와의 교감도가 낮아집니다.》
거어어어억!
연달아 비명을 내지르는 다이아낙스.
고통스럽긴 나도 매한가지였다.
아무리 재생이 가능하다 해도, 그걸 무한정 반복하면 정신이 나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확실하게 얻은 건 있었다.
《아머브레이크! 5분간 민첩이 5 상승합니다!》
《아머브레이크! 5분간 민첩이 5 상승합니다!》
《아머브레이크! 5분간 민첩이 5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15중첩.
단순 계산으로도 민첩 75이 상승했다.
‘됐다.’
민첩은 빠른 움직임과 보정효과, 그리고 크리티컬 확률을 발생시킨다.
당연히 100이 훌쩍 넘는 민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동력을 갖다주기 마련.
그르르르!
찰나지간, 다이아낙스가 메탈 맨티스 보스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곤 배 이상 빨라진 속도로 맨티스의 몸을 칭칭 감았다.
이후 맨티스의 몸을 타고 올라 머리까지 뻗은 다이아낙스가, 맨티스의 얼굴을 마주한 채 입을 크게 벌렸다.
고오오오오-!
《‘보석광선’을 발사합니다.》
《크리티컬(Critical)!》
《‘관통력’이 작용합니다.》
《피해량+120%!》
《보스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량 +20%!》
《‘메탈 맨티스 보스’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샤아아아!
메탈 맨티스 보스의 피부가 서서히 녹아내린다.
머지않아, 놈의 비명도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이아낙스’가 ‘메탈 맨티스 보스’를 사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5등급 이상 격차나는 보스 몬스터 1시간 안에 사냥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초고속질주’를 달성했습니다.》
《전체 경험치 획득률 500%가 추가됩니다.》
《‘다이아낙스’의 등급이 14등급으로 격상합니다.》
《숙련도 효율 2,100%가 추가됩니다.》
《고유스킬 ‘보석광선’이 8레벨을 달성했습니다.》
《‘다이아낙스’가 ‘고통감내’ 스킬을 획득합니다.》
《‘다아이낙스’와의 교감도가 2단계 상승했습니다.》
휘유!
나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떨어진 ‘오리하르콘’의 양이 최소 20kg은 되어보였으니까.
‘미쳤군.’
그냥 시장에 내다팔아도 도시 하나쯤은 가볍게 살 수 있을 터.
경매에 내놓으면 얼마를 받을지 감도 안 잡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무한파밍이 가능하다.’
나는 두 눈을 빛냈다.
이 정도로 만족할 내가 아니었으므로.
버프 중첩을 이용한 사냥을 구실로, 오리하르콘을 긁어모으는 것이다.
그, 그르?
다이아낙스가 순간 원인 모를 한기에 온몸을 떨어댔다.
*
파밍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하물며 그것이 절대로 구할 수 없다 알려진 초금속 오리하르콘의 파밍이라면 더더욱.
고통도, 슬픔도, 모두 쌓여가는 오리하르콘 앞에선 무용(無用)하다.
하지만 즐거움에는 언제나 끝이 있는 법.
‘점점 떨어지는 오리하르콘의 양이 적어지는군.’
수백 번의 광물갑옷 파괴.
그에 따라 생성되는 광물의 양이 적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이것 역시 진화의 일환으로 보였다.
허나, 괜찮다.
지금까지 모은 양만으로도 충분했다.
무한한 용량을 담을 수 있는 ‘마법 가죽 주머니’의 안에는 벌써 톤 단위에 가까운 오리하르콘이 적재되고 있었으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이런 식의 파밍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마치 순수했던 시절의 게이머로 돌아간 기분.
이게 진정한 롤플레잉 게임의 진수 아니겠는가.
나는 오랜만에 흘러가는 시간도 잊은 채 다이아낙스와의 사냥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사냥을 계속했을까.
《‘다이아낙스(25등급)’와의 교감도가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영혼의 교감’이 시작됩니다.》
《‘몬스터 혼’에 새겨진 룬어가 사용자의 육체에도 함께 새겨집니다.》
《현재 ‘다이아낙스의 혼’의 희귀도는 ‘극상’입니다.》
《‘다이아낙스’가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진화를 시작합니다.》
《희귀도 ‘초극상’의 신수(神獸), ‘엔젤 베헤모스’로 진화했습니다!》
《‘엔젤 베헤모스(25등급, 신수, 빛속성, 레이드 보스)’는 4개의 추가 특징을 갖습니다.》
쿠르르르릉!
다이아낙스의 몸집이 수십 배로 늘어나며, 족히 5m 크기의 베헤모스가 되었다.
‘엔젤 베헤모스?’
하지만 베헤모스는 대표적인 ‘어둠 성향’의 몬스터.
고릴라 같은 몸, 검은 털과 코끼리의 얼굴을 지녀 모든 것을 닥치는대로 찢어발기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엔젤 베헤모스’는 하얀색 털과 머리 위에 빛으로 이루어진 링이 떠 있었다.
처음 보는 종이다.
저런 종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끈 건 코끼리 같은 엔젤 베헤모스의 거체만이 아니었다.
‘저건······.’
······ 또 있었으니까.
‘설마 별의 상아?’
파밍할 재료가.
엔젤 베헤모스의 존재는 몰랐지만, 저 상아로 만들어진 물건을 나는 알고 있었다.
‘성물(聖物)의 주재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재차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별의 상아를 발견해서만은 아니었다.
다이아낙스, 그리고 엔젤 베헤모스까지.
찾을 수 없고, 존재 자체도 모르던 모습으로 진화했다.
초금속과 더이상 만들 수 없는 성물의 주재료를 찾아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진화할 때마다 계속해서, 점점 더 희귀도를 올려간다면······.
‘대체 어디까지 진화할 생각이냐?’
······ 그 끝에 무엇이 될지 좀처럼 상상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멸망이 나타났다.
백왕.
북부에 군림하는 제왕이며, 괴수들의 도시인 크람델의 실질적인 주인인 존재.
비록, 빌헬름에게 패배한 뒤 어금니를 잃고 한동안 은둔하였으나.
전성기의 그는 본래 적수가 없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미래시에 가까운 본인의 위협을 감지하는 능력, 그리고 본체로 변신했을 때의 속도는 감히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원래라면 빌헬름에게 패배하지도 않았을 터.’
무승부로 이끌어나갈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빌헬름이 강하다고 해도, 정면에서 부딪히지만 않는다면 영원토록 승부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빌헬름은 크람델과 사주력 전부를 볼모로 잡았다.
백왕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때, 살면서 처음으로 백왕은 패배를 맛보았다.
이후로 긴 은둔에 들어간 건 그 패배의 여파 때문이다.
하지만.
백왕의 진정한 능력은 단순히 미래시와 속도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더 강해져야만 했다. 나도, 크람델도, 주력들 또한.’
은둔했다고, 진짜 가만히 숨어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백왕은 변화를 꾀했다.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