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34)
격이 다르다.
판게니아에 존재하는 ‘펫’ 시스템.
하지만 제대로 ‘펫’을 육성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약한 데 키우기도 까다로우니까.’
일단 테이밍이 가능한 몬스터도 제한적이다.
이는 판게니아의 특성 때문이었다.
천공에 떠 있고, 모든 맵이 워프로 통하며, 그 탓에 폐쇄적이다.
폐쇄적이라는 건 그만큼 외부를 배척한다는 의미.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의 괴물을 테이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기껏해야 새끼나 알 따위를 훔쳐 시도해야 하는데.
‘환경이 달라지는 순간 열에 아홉은 죽어버리니.’
문제는 여전히 환경이다.
오랜 세월, 특정 장소에서만 성장하던 종의 몬스터.
워프를 넘어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면 모든 게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마력의 농도와 같은 자잘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결국 대다수가 죽고 만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원래대로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래서다.
들인 노력과 정성에 비해 나오는 결과치가 형편없어 ‘테이밍’을 주력으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이머는 거의 없었다.
물론 테이밍에 성공한 뒤 브리딩(Breeding)을 통해 혁신적으로 종의 개종을 완료한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봤자 하위 종족에 한한다.
상위 종족, 더 나아가 신화종을 테이밍해 브리딩한다?
그냥 불가능한 일이다.
하여, 사람들은 테이밍보단 ‘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혼으로 소환한 원형의 몬스터는 진화시킬 수 있다.’
사냥을 하면 아주 극악한 확률로 등장하는 아이템, 혼.
탈 수도 있고 소환해서 전투를 돕게 할 수도 있는데 그 희소성 탓에 매물조차 없었다.
혼의 쓰임새는 그뿐만이 아니다.
유일등급 장비의 재료가 되거나, 특수한 퀘스트의 해결에 필요하기도 한다.
때문에 정작 혼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 유일등급 장비를 만드는 재료로 쓰는 게 훨씬 이득이었으므로.
‘내가 시도하기 전까진 혼을 진화시킨다는 개념이 없었지.’
혼으로 소환된 몬스터는 일반적인 성장의 개념이 없다.
다만, 진화, 혹은 변이(變異)를 한다.
아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꼭 같은 종의 성체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진화의 여부에 따라 낮은 확률로 아예 다른 종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이걸 처음으로 밝힌 게 나였다.
덕분에 ‘혼’의 진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늘었고, 몇몇은 신화종의 진화에도 성공했다 전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큼 ‘혼’의 진화에 빠삭한 이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사실상 인간이 신화종을 길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
이었다.
과거형이다.
내가 게이머였을 시절의 이야기.
플레이어가 된 지금은 황금률 상점에서 신화종의 알을 구매하는 방법도 추가되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혼’이 아닌 ‘알’을 준 뒤 부화시키는 대결이었다면 자신하지 못했겠지.
허나, 오직 ‘혼’의 성장과 대결이라면 나는 스페셜리스트다.
다만.
‘그런데 성장이 가능한 혼이라.’
······ 등급을 올려 성장하는 혼이라니.
이런건 나도 처음봤다.
‘혼’은 말 그대로 죽은 몬스터의 영혼이 각인된 소환 매개체다.
제대로된 생명체가 아니니 성장 또한 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혼의 격을 올려 변이하고 진화하는 것 외에는 더 강해질 방법이 없다.
하지만, 세계수의 던전에서 주어지는 시련이라 그런걸까?
태고의 이름으로 잊힌 신들과 대결하는 주제이다보니, 확실히 평범한 시각에서만 바라보면 큰 코 다칠 듯싶었다.
‘성장, 그리고 진화가 둘 다 가능하다고 봐야할 터.’
··· 그렇다면.
이 ‘혼’은 아주 특별한 매개체일 것이다.
지금껏 세계에 등장한 적 없는 종류의.
등급을 올려 성장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진화까지 가능하다면······.
‘충분히 키울 가치가 있다.’
그 가치는 감히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내가 과거 히드라곤의 혼을 얻고도 크게 욕심을 내지 않은 이유는 거기에 들이는 노력과 결과보다 그냥 란돌프를 키우는 게 훨씬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히드라곤의 혼을 키우는 가치가 더 낮아서였다.
하지만 이 ‘혼’은 다르다.
본격적으로, 사력을 다해 키울만하다.
무엇보다.
‘······ 교감도 가능하다니.’
혼은 소환물이다.
죽인 괴물의 영혼을 실체화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
소환자를 따를 뿐 당연히 교감은 할 수 없다.
그런데······.
끼잉!
깨에엥!
컹컹컹!
사냥을 끝마치고,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베이비 히드라곤.
이 녀석을 단순히 혼이라고, 소환물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누가봐도 생명체 그 자체일진대.
“잘했다.”
나는 녀석의 머리 아홉 개를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교감’에 성공했습니다.》
《‘베이비 히드라곤’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베이비 히드라곤’이 3시간의 사투 끝에 ‘무쇠 산양 보스’를 사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불가능한 사냥’을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죽기살기의 투쟁’을 달성했습니다.》
《전체 경험치 획득률 500%가 추가됩니다.》
《‘베이비 히드라곤’의 등급이 6등급으로 격상합니다.》
《숙련도 효율 2,100%가 추가됩니다.》
《스킬 ‘물어뜯기’가 맥스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이름 : 베이비 히드라곤(6등급)
힘 : 37
체력 : 55
민첩 : 31
지능 : 29
마력 : 33
스킬 : 물어뜯기(Max)
예상대로 한꺼번에 등급이 폭등했다.
‘무쇠 산양 보스’는 방어력은 높지만 공격력이 낮은 몬스터였고, 초보 사냥터에서도 벗어난 중급종의 보스몬스터였다.
그것을 3시간의 사투 끝에 기어코 쓰러트린 것이다.
‘체력이 유독 많이 올랐군.’
자연 재생력을 믿고 죽기살기로 싸워서인가.
다른 능력치에 비해 체력이 높다.
이는 곧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성장의 방식과 결과가 달라지다는 의미다.
나는 더 열심히 베이비 히드라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고생을 한 건 베이비 히드라곤만이 아니었다.
‘감각 공유라는 게 진짜로 서로의 감각을 공유한다는 뜻일 줄이야.’
녀석이 공격을 당하면, 내게도 고통이 따라왔다.
그것도 무려 2배로.
대신 내 의지로 녀석의 행동을 약간씩 교정시킬 수 있었다.
주로 위험한 상황이나, 급소를 찔러야하는 상황에서.
‘녀석이 죽으면, 나도 위험하다.’
문제는 2배의 감각공유에 의해 내 목숨도 위험하다는 것.
하지만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어지간하면 여기서 안전하게 사냥을 이어가는 게 낫겠지만.
컹컹!
스르르르!
베이비 히드라곤.
녀석도 싸움에 자신이 붙은 듯 주변을 돌아다니는 ‘무쇠 산양’들을 먹잇감 보듯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은 ‘데저트 울프 보스’인가······.”
···끼잉?
샤아아악!
베이비 히드라곤의 경악하는 목소리.
다음은 초식이 아닌 육식동물의 구역이었다.
산양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공격력을 지닌 몬스터.
허나, 저기서도 나는 일반 ‘데저트 울프’를 노릴 생각이 없었다.
내 목표는 하나.
‘보스 몬스터만 사냥한다.’
구역별로 하나씩만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
나는 오직 그 하나만을 주구장창 팰 생각이었다.
이 또한 이유가 있었다.
‘혼의 격은 오직 격이 높은 괴물을 사냥할 때만 오르니까.’
눈에 보이는 등급만 올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혼의 격’을 함께 올리려거든 고난과 역경이 필요한 법!
“나를 믿어라. 절대로 너를 죽게 놔두진 않을 테니.”
그러자 감격한듯 나를 바라보는 베이비 히드라곤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데저트 울프 보스.
회색빛의 털이 감도는 2m 크기의 늑대.
베이비 히드라곤보다 두 배는 더 큰 괴물을 상대로, 승리할 수단은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내가 도와줘야겠지만.
“힘내라! 너는 할 수 있다!”
나는 멀리 떨어져서 열심히 ‘응원’했다.
절대로 너를 죽게 놔두진 않는다는 게, 꼭 위험할 때 도와준다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나를 믿는 만큼 너 자신을 믿어라!”
크아아아아!
시익! 시익!
깨겡!
잔뜩 겁을 먹고 움츠린 베이비 히드라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는 눈빛.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하지만 응원의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히드라곤의 머리 두 개가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히든 특성 ‘비스트 로드’로 인한 높은 수준의 교감이 발생했습니다.》
《응원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5분간 5% 증가합니다.》
《감각 공유! ‘베이비 히드라곤’이 ‘데저트 울프 보스’의 급소를 물어뜯었습니다.》
《스킬 ‘물어뜯기’가 ‘급소 물어뜯기’로 진화합니다.》
데저트 울프 보스의 공격은 매서웠다.
할퀴고, 물어뜯는 공격을 당할 때마다 나 역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히드라곤을 한 번의 공격으로 즉사시킬 정도는 아니다.
이후 압도적인 자연재생력에 의해 회복하길 반복하며 끊임없이 데저트 울프 보스의 급소를 노렸다.
계속해서 위험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그러나 여전히 나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혼의 격을 올리는 방법 두 번째는, 절대 도와주지 않는 것이지.’
오로지 소환된 ‘혼’ 혼자서 사냥해야 된다.
기본적으로 ‘혼’은 캐릭터를 서포트하는 역할이다.
같이 싸우는 게 베이스라는 말이다.
하지만 ‘혼의 격’을 올리려거든 절대로 같이 싸워선 안 된다.
혼자서 해결하게 놔둬야만한다.
혼의 진화를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소환물이 보다 격이 높은 몬스터를 혼자서 사냥해야만 하니까.
상식을 벗어난 플레이만이 혼을 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 그렇게 장장 몇 시간을 더 싸웠을까.
《‘베이비 히드라곤’이 5시간의 사투 끝에 ‘데저트 울프 보스’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연달아 보스몬스터만 사냥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격이 다른’을 달성했습니다.》
《전체 경험치 획득률 500%가 추가됩니다.》
《‘베이비 히드라곤’의 등급이 10등급으로 격상합니다.》
《숙련도 효율 2,100%가 추가됩니다.》
《스킬 ‘급소 물어뜯기’가 맥스레벨을 달성했습니다.》
후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베이비 히드라곤을 바라보았다.
헥헥!
스으으으!
마찬가지로 격한 숨을 내쉬는 베이비 히드라곤.
그 순간이었다.
휘잉! 휘이이잉!
녀석의 전신에서 푸른 빛이 환하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집이 더욱 커지고, 모습이 변해간다.
혹시 변이일까?
어쩌면 성체로 발돋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질 것이다.
내 방식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방증.
나는 집중한 채 녀석의 변화를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혼의 격’이 일정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베이비 히드라곤’이 진화를 시작합니다.》
《가장 희귀한 보석으로 이루어진 지하광산의 주인.》
《‘다이아낙스(10등급, 광물, 땅속성, 보스)’로 진화를 완료했습니다.》
《‘급소 물어뜯기(Max)’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석 광선(1Lv)’ 고유 스킬을 보유했습니다.》
“······ 허.”
녀석의 진화한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감탄했다.
히드라곤이 아니라, 아예 다른 종이 되었다.
그것도 그냥 종만 달라진 게 아닌 더 높은 상위의 격을 손에 넣었다.
다이아낙스.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
나도 본 적이 없고 이름만 아는 그런 전설적인 종이었다.
당연히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알려진 히드라곤의 혼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놈이라는 뜻이다.
나는 멍하니 다이아낙스를 바라봤다.
‘전설대로군.’
다이아낙스는 세상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광물로 이루어진 존재라 했다.
그 광물은 용의 비늘보다 더 가치가 있는 보물이라고.
한데, 전설 속 이야기가 맞았다.
다이아낙스를 이루고 있는 광물.
그것은.
‘······ 초금속(超金屬) 오리하르콘.’
만들 수 없다고 알려진 유일 등급 장비의 필수 재료였으니까.
어디까지 진화할 생각이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누구도 구했다는 말이 없는 광물들.
그것을 사람들은 ‘초금속’이라 불렀다.
오리하르콘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광물이며, 구하는 게 불가능해 모두가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수많은 모험가가 목숨 걸고 손이 닿지 않는 음습한 늪지나 던전을 탐방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고.
초금속이 존재하는 광맥을 찾기만 한다면 그냥 대박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초대박’일 테니까.
또한, 초금속을 갈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희귀해서만이 아니다.
‘재료가 없어서 제작할 수 없는 초고등급 장비의 재료. 마력의 전도율이 뛰어나 마도구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에 혁신적인 역할을 하리라 확신하는 것들이 바로 초금속이지.’
그야말로 만능의 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