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40)
박현명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사자성어.
허드슨은 그간 틈틈이 한글을 배웠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이 낙장불입(落張不入)이다.
이미 시작했으면, 되돌릴 수 없다.
허드슨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뼈 목걸이를 저울 위에 올렸다.
그 순간.
끼이익.
······ 마침내 저울이, 움직였다.
《저울 위에 올려진 재화가 ‘100,000’의 가치를 달성했습니다.》
《‘상인의 신’이 가치만큼의 축복을 부여합니다.》
《‘포오링’이 ‘엔젤 포오링’으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아······!”
부르르르!
허드슨이 몸을 잘게 떨었다.
동시에 포오링의 양쪽으로 작은 날개가 돋아났다.
하늘로 날아오른 ‘엔젤 포오링’은 순식간에 하피의 뒤를 점거했다.
그리고.
끼아아아악!
하피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뿐이다.
엔젤 포오링이 몸을 불리며, 단번에 하피를 집어삼켰다.
【허드슨(엔젤 포오링)이 승리했습니다!】
이겼다.
······ 이겼다!
【20강 마지막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바로 10강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허드슨(엔젤 포오링) VS 백왕(멸왕 모크)】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었다.
하필이면 다음 상대가 백왕이라니.
떨리는 눈으로 허드슨은 등판한 백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백왕은 나타난 즉시.
쿵!
자리에 앉아버렸다.
멸왕 모크도 마찬가지다.
딱히 싸울 의사가 느껴지지 않았다.
“너도 앉거라.”
“······?”
“구경이나 하자꾸나. 황금률의 드루이드와 잊힌 신의 대결을.”
싸움은커녕 다른 사람을 구경이나 하자니.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허드슨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 됐다.’
엔젤 포오링이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필요했으니.
백왕 정도의 존재가 거짓을 말하진 않을 터.
허드슨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박현명과 잊힌 신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흠······ 생각보다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는구나.”
지켜보던 백왕이 턱을 쓸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허나 허드슨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저게.’
······ 압도되었으니까.
지금 보고 있는 대결은, 방금 자신이 치른 대결과는 격이 달랐다.
잊힌 신이 ‘원시 드래곤’의 다음으로 내민 몬스터 혼은 ‘원시 네크로맨서’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저주를 걸고 ‘데스 나이트’들을 소환해 엔젤 베헤모스를 공격하고 있었다.
수십의 데스 나이트들이 마치 몰이사냥을 하듯 엔젤 베헤모스를 몰아붙이는 것이다.
“오호라. 저 데스 나이트들은 모두 ‘잊힌 기사의 영혼’인가?”
하물며 일반적인 데스 나이트도 아니었다.
강하다.
하나하나의 개체가, 미친 듯이 강했다.
잊힌 기사들의 혼을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금률의 드루이드도 별수 없나 보군. 이대로면······ 음?”
한데, 그때였다.
엔젤 베헤모스의 패배가 확정된 시점에서.
“또 진화했다?”
······ 진화한 것이다.
다이아낙스, 엔젤 베헤모스.
그리고.
“열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십미호!”
십미호라니.
구미호조차 전설로 치부되는 시대.
당연히 십미호의 존재는 여우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계속해서 페이즈를 올려가고 있었다.
마치 레이드 보스 몬스터처럼.
“이제야 좀 싸울 맛이 나겠군.”
백왕의 두 눈이 처음과 달리 흥미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 그러나 더 이상의 진화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
원시 드래곤의 자폭공격을 ‘엔젤 베헤모스’로 진화하며 막았다.
그 압도적인 덩치에 걸맞은 체력으로 인해 죽지 않은 것이다.
하여, ‘잊힌 신’은 다음 계획을 세웠다.
엔젤 베헤모스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종을 내세워 싸움을 건 것이다.
‘······ 어디까지 진화하는 것이냐?’
예상대로.
잊힌 신은 ‘원시 네크로맨서’를 통해, 엔젤 베헤모스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분명히 성공했을 것이다.
한데, 궁지에 몰리자 다시금 녀석은 모습을 바꾸었다.
‘십미호······!’
이제는 잊혀졌으나, 틀림없이 존재하였던 신령한 여우.
그 여우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두 번의 연달은 진화.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한데 쏠렸다.
“아름답군.”
“허억!”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모든 이들이 십미호를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인지를 초월한 매혹의 능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심장이 요동쳤을 테니.
설령 ‘죽은 자’라 해도 마찬가지다.
원시 네크로맨서와 데스 나이트들이 공격을 중단했다.
‘무려 여섯 아이가 합쳤거늘.’
13마리의 짐승 중 여섯이 합쳐 만들어진 개체가 원시 네크로맨서다.
거의 절반에 다다르는 숫자였고, 신성에 반대되는 ‘암흑력’을 타고났다.
반신격에 준하는 괴물이 ‘원시 네크로맨서’였다.
그런데 고작 저따위 매혹에 어쩔 줄 몰라하다니.
-정신 차리거라.
저주를 담아 말했다.
그제야 네크로맨서와 데스 나이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십미호의 꼬리에서 쏘아지는 성력은 극상성의 힘.
다시금 상황이 역전되자, ‘잊힌 신’은 인상을 구겼다.
반복되는 상황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다크로드. 저주 받은 왕관을 쓴 자여.
잊힌 신은 더욱 강한 저주를 걸었다.
십미호가 아닌, 자신의 원시 네크로맨서에게.
그러자.
쿠쿵! 쿠르르릉!
작은 블랙홀이 생겨났다.
데스 나이트들과 원시 네크로맨서가 그곳으로 빨려들어갔다.
쫘아아악!
이윽고, 블랙홀을 찢어발기며 거인의 해골병사가 나타났다.
저주 받은 왕관을 쓴 채로.
저것이 진짜 ‘원시 네크로맨서’의 본체였다.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자이며, 어떠한 매혹도 이능도 통하지 않는 전무후무의 괴물!
-이제 슬슬 끝을 보자꾸나, 가증스런 두 여신의 아이야.
잊힌 신은 자신했다.
십미호가 아무리 신령스럽다고 해도, 다크로드는 이길 수 없다.
먼 옛날 가장 강력했다 전해지는 네크로맨서.
스스로의 몸을 제물로 바쳐 악신과 계약한 진짜배기 괴물 말이다.
‘나의 아이야.’
그녀가 바로 계약을 해준 악신이었으니까.
다크로드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어차피 더 이상의 진화는 없을 터.
아니, 이젠 진화해도 소용없다.
다크로드가 나타난 이상 무엇이 되었든 무용할 테니.
-어디 이번에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느냐?
잊힌 신이 미소를 머금었다.
동시에 다크 로드가 십미호를 몰아붙였다.
십미호의 공격은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크로드가 목을 내려치기 직전.
“······ 저, 저게 뭐야?”
“미친. 또 진화한다고?”
“벌써 세 번째야!”
“이번엔··· 백룡?”
“저, 저건······ 설마 저게 다 염원구슬은 아니겠지?”
······ 설마설마 했건만, 또 진화했다.
게다가 이번엔 백색 용의 형태로.
하지만 사람들이 기겁하는 이유는 백룡이 지닌 염원구슬의 숫자에 있었다.
무려 열한 개.
-열한 개의 성천······!
하지만, ‘잊힌 신’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이아낙스도, 엔젤 베헤모스도, 십미호조차도.
··· 저 존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성천’의 이름을 갖고 있는 자.
그것은 아주 오래전.
··· ‘천상’이 하나로 합쳐지기 전의 일.
‘태초, 천상은 수많은 조각으로 나뉘어있었고, 그중 열한 개의 하늘을 지배했던 존재가 바로 저 십일성천이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십일성천은, ‘몬스터 혼’으로 진화할 수 없는 경로에 있었으니까.
여신의 사랑을 받아서?
아서라.
그렇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저건 아예 바깥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는.
-네놈······ 네놈은 정체가 뭐냐, 어떻게 ‘진리’ 바깥의 존재를······!!
······ ‘진리’에 의해 지워진 것이었다.
프러포즈.
‘몬스터 혼’을 진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환자다.
소환자의 격이, 영혼이, ‘몬스터 혼’과 동화하면 가장 비슷하고 본질적인 형태의 형상으로 진화하게 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3층계는 ‘영혼의 본질’을 보는 시험의 장인 것이다.
자신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진화시키거나, 자신도 몰랐던 모습으로 만들어 본질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리 바깥’의 존재는 이곳에 존재할 수 없다.
지워진 것.
삭제되어 영영 사라진 것을 어떻게 불러온단 말인가!
만약 그게 가능해지려거든, 소환을 시킨 주최 역시 ‘진리 바깥’에 있는 존재여야만 한다.
말인즉슨, 지금 눈앞에 있는 ‘황금률의 드루이드’가 그러한 존재라는 뜻인데.
‘진리는 진리에 맞지 않는 것을 지우거나 덮어씌워 없앤다’
잊힌 신은 알고 있었다.
‘진리’의 무서움을.
진리는 수많은 조각으로 난립했던 성천을 하나로 합쳐 ‘천상’을 만들었으며, 모든 ‘신’들마저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두려운 위력을 지녔다.
‘진리’는 자신이 정한 규칙 바깥의 존재를 지우거나 덮어씌워 아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여, 지우거나 덮어씌워지면 그 전의 것은 영영 말살된다.
말살.
단어 그대로 지워진다는 의미다.
애초에 그게 뭐였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며, 모든 존재의 인지 바깥에 존재하게 되기에 ‘진리 바깥에 있다’고 말한다.
본래라면 그녀도 모르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녀가 ‘잊힌 신’이기에 그 개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잊혀진 것 또한 지워진 것과 일맥상통했으니.
‘지워지지 않고, 덮이지 않았다······?’
한데, 이놈은 그렇지 않다.
황금률의 드루이드가 ‘진리 바깥’의 존재라면,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존재하며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진리의 문을 벤 자······!’
잊힌 신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베었다.
진리의 문을.
세상의 모든 규율이 담긴 절대적인 진리의 문을, 베어 없앴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천지를 창조하는 힘을 지닌 게 아닌 이상에야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벨 수 없는 것을 베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놈은 단순히 ‘황금률의 드루이드’가 아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능을 지닌 자.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이냐?’
하지만 잊힌 신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벨 수 없었던, 감히 벨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진리의 문을, 필멸자가 베어내다니.
쉽게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아아아아아!
찰나 다크 로드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곤 다크 로드의 뼈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크 로드가 잊힌 신인 그녀를 바라보았다.
-······.
잊힌 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으나, 다크 로드의 눈이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을 읽었지만.
이미 그녀의 역량을 벗어난 일이다.
열한 개의 성천.
그 이름대로 열한 개의 ‘염원구슬’이 빛나며, 잊힌 신인 그녀가 유보한 다크 로드의 죽음을 앞당긴 탓이다.
‘십일성천이 지워진 이유를 알겠구나.’
시간을 다뤘으니까.
진리로선 가만히 놔둘 수 없었겠지.
지워지고 사라진 것들은 모두 절대적인 개념을 다루는 존재들뿐이다.
비록 그 힘이 크지 않아도 그저 ‘지니고 있다면’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반드시 지우거나, 혹은 아예 덮어씌워 다른 존재로 만들버린다.
다시는 관련된 힘을 사용할 수 없게끔.
《‘황금률의 드루이드(십일성천)’가 승리했습니다!》
놈이 승리했고, 그녀는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