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39)
더 대단하고 엄청난 존재들이 즐비한 곳이니까.
심지어 그녀조차 모르는 ‘혼’들이 많았다.
자신의 도발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지만, 왜인지 찝찝하다.
놈이 너무 흔쾌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숨겨둔 패가 있더라도, 어차피 이곳에서 나를 이길 수는 없느니라.’
물론 주어진 시간동안 진화시킨다고 해봤자 한계가 있기 마련.
반면 잊힌 신의 ‘혼’은 처음 그녀가 이곳에 떨어졌을 때부터 함께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불가능하다.
시간이란 ‘혼’에 격을 불어넣고, 더 강화하는 요소.
녀석에겐 그게 빠졌을 터이니.
‘원시 드래곤조차 이기지 못할 것이다.’
13마리의 합체까지 도달하지도 못하리라.
비로소 완성되는 ‘지고의 혼’은 감히 무엇도 견줄 수 없는 존재다.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물론, 녀석이 그 완성체를 볼 일은 없겠지만.
구아아아아아!
그렇게 시작된 대결.
‘원시 드래곤’은 시작부터 다이아낙스를 몰아붙였다.
이전 대결에서 다이아낙스가 상성의 불도 이겨낼만큼 단단한 걸 보았으나.
‘원시 드래곤의 꿰뚫기는 단순히 단단하다고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원시 드래곤은 높은 수준의 물리 관통력을 지녔다.
무엇보다도 다른 드래곤들처럼 브레스를 발사하거나,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사나움을 지녔기에.
고오오오오오-!
《원시의 저주, ‘용의 울음’이 시전됩니다.》
《모든 내성이 -50%만큼 깎입니다.》
《체력이 20 하락합니다.》
《정신력이 크게 소모됩니다.》
평범한 드래곤 피어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저주다.
본능을 넘어서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공포를 맞이하게 될 터.
시작부터 완전히 상대를 제압하는 셈이다.
한데.
《다이아낙스의 ‘저주 반사’ 40%!》
《‘원시 드래곤’에게 가해지는 저주의 유지시간이 30% 증가됩니다.》
용의 울음이 원시 드래곤에게도 40%만큼 적용되었다.
‘저주 반사능력을 다이아낙스가 갖고 있다?’
아니다.
다이아낙스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
‘··· 녀석이 지닌 능력이다. 설마 여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저주와 관련된 능력을 지녔을 줄이야.’
단순히 성스럽다하여 가질 수 있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저주의 체계를 확실하게 깨우쳤기에 가지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흔치 않은 능력이었다.
그렇다는 건, 놈이 ‘저주’를 안다는 것.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익혔다는 의미.
‘어느 계통의 저주를 익힌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물론, 상관없다.
의외이긴 하지만 상대가 저주를 익혔다면 오히려 이야기가 쉽다.
저주는 더 강한 저주에게 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잊힌 신’은 재앙과 불행에 관한 저주에 통달한 신이었다.
《‘저주받은 혼(축복 제거)’이 시전됩니다.》
《‘약화(감각저하)’가 시전됩니다.》
《‘느릿느릿(속도저하)’이 시전됩니다.》
《‘생명력 추출(지속적인 출혈데미지)’이 시전됩니다.》
《‘자연재생력 감소(-10,000%)’가 시전됩니다.》
······.
끊임없는 저주의 행렬.
특히 자연재생력 감소로 인해 출혈 데미지가 크게 와닿을 것이다.
‘방어력이 높아도 지속적인 출혈을 견디지 못하겠지.’
이제 느긋하게 싸움을 방관하면 된다.
자연재생력을 무려 10,000%나 감소시키는 저주는 자신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재생의 신에게 축복을 받는다한들 저 정도 수준의 감소율을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었다.
······ 없었어야만 한다.
‘출혈의 타격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이아낙스는 멀쩡했다.
출혈보다 재생의 능력이 더 클 때 나타나는 현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재생능력이 그럼 1만 퍼센트를 훌쩍 넘긴 상태라는 건데.
이 또한 다이아낙스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저주보다 ‘원시 드래곤’에게 들어가는 피해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크르, 크르르르!
다소 지쳐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저주 반사······!’
······ 저주 반사라는 희대의 능력을 놈이 지니고 있었으니까.
반사 계통의 저주를 사용한 게 아니라, 아예 몸에 익혀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저주가 아닌, 고유의 지속효과를 지닌 ‘반사’의 능력은 그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저주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중첩되면 중첩될수록.
다이아낙스보다 원시 드래곤의 체력이 더 빠르게 닳고 있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재생능력.
상대의 저주를 되받아치고, 저주의 유지시간마저 늘리는 저 빌어먹을 능력으로 인해.
‘자신이 있던 이유가 있었구나.’
잊힌 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이 그녀의 대결을 호언장담하며 받아들인 이유를 이제는 알겠다.
‘······ 박살을 내줘야겠어.’
《‘광룡(자신의 체력을 전부 소모해 강화)’이 시전됩니다.》
사용하기 싫었으나, 대결은 한 번으로 족한다.
놈과 다시 대결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끝내려거든, 이 수밖에 없을 듯했다.
구오오오오오오!
원시 드래곤의 전신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모든걸 소모해 일격에 상대를 끝장내는 자기희생의 저주.
이미 다이아낙스 역시 저주의 효과를 받고 있는 상황이니, 이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리라.
쉬이익!
원시 드래곤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리곤.
슈우우우우우우웅-!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전신을 태워, 그대로 다이아낙스를 들이박았다.
일점폭발.
동시에 콜로세움 전체가 흔들렸다.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마지막 수.
하지만 괜찮다.
‘무승부란 존재하지 않는다. 둘 다 패한 것으로 간주되겠지.’
녀석에게 다음이란 없을 테니.
그거면 족한다.
곧이어.
【‘황금률의 드루이드’가 승리했습니다!】
-······?
대결의 결과가 떠오르고, 잊힌 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원시 드래곤의 자폭마저 이겨냈다는 건가?
허나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윽고, 그녀는 먼지가 걷히며 나타난 존재를 바라보았다.
원시 드래곤은 이미 ‘혼령’의 형태로 변해, 다른 ‘혼’에게 합쳐졌지만.
그 위에 살아남은 개체가 분명히 있었으므로.
하지만 그건 다이아낙스가 아니었다.
먼지가 걷히며 나타난 건······.
-······ 엔젤······ 베헤모스?
······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그 사이에 진화라도 했다는 말인가?
무한진화.
꿀꺽!
허드슨이 땀으로 얼룩진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뾰롱! 뾰로롱!
콜로세움의 대결장.
그 위에서 대결을 펼치고 있는 ‘포오링’을 바라보면서.
몬스터 혼으로 진화시킨 슬라임 종류의 괴수.
겉보기엔 별거 없지만, 슬라임 고유 특성인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능력 덕분에 20강에 오를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의 상대.
‘하필이면 하피라니.’
공중형의 괴수를 만난 것이다.
포오링은 느리다.
그렇다고 손이나 발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피의 공격으로부터 무방비한 건 당연지사.
어떻게 해야 할까.
가진 능력이라곤 방어와 소화뿐인데.
“푸하하! 슬라임 따위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그냥 기권해라.”
하피를 다루는 소환자, 웨어울프가 말했다.
늑대의 가죽을 뒤집어쓴 채 두 발로 서있는 괴물.
그는 대놓고 포오링과 허드슨을 비웃었다.
하지만 기권할 수는 없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려야 해.’
3층계의 시련은 ‘몬스터 혼’을 기르고 진화시키는 능력을 보는 장이다.
알비노를 제외하면 ‘황금률의 기사단’이 지극히 불리한 내용.
물론, 여태껏 불리하지 않은 적이 없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란돌프가, 박현명이 해결해왔다.
‘매번 달라지자, 이번에야말로 강해지자 다짐했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지.’
허드슨은 이를 악물었다.
······ 언제까지 그의 도움만 받고 있을 셈인가.
언제까지 뒤에 숨어 그의 원조만을 바랄 텐가!
‘현명님은 약하지 않다. 멸악의 거인을 혼자 쓰러트릴 정도로 강해.’
창피하다.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란돌프의 형상을 잃은 박현명이 약할 것이란 망상.
하지만 멸악의 거인을 혼자 쓰러트리는 남자다.
그런 남자가, 약할 리 없다.
반면에.
‘현명 님은 다시금 자신을 증명하셨다. 그런데 나는?’
······ 약해 빠졌다.
몇 번이나 강해지자고 다짐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혀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계란 자신이 정해놓은 선에 불과하다.
란돌프와 박현명을 보며 몇 번이나 깨달았던 사실이지 않나.
뾰롱!
포오링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피의 장난 같은 공격에 포오링은 속수무책이었다.
발에 치이고, 발톱으로 몇 번이나 공중에서 떨어지길 반복했다.
잔뜩 먼지가 묻은 상태로도 포오링은 사력을 다해 하피를 상대하고 있었다.
‘포오링조차 포기하지 않잖아.’
모든 걸 건다.
사력을 다한다.
말은 쉽다.
하지만 허드슨은 생각해보았다.
그가 그랬던 적이 있었는지.
······ 세렝게티에게 구원할 때를 제외하면, 단언컨대 없다.
“이제 재미도 없군. 황금률의 기사단에 합류한 놈치곤 정말 별 볼 일 없어.”
웨어울프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황금률의 기사단에 합류한 단원이니만큼 무언가가 다르리라고 딴에는 약간의 기대라도 했지만, 이토록 허접할 줄이야.
웨어울프가 허드슨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황금률의 드루이드도 보는 눈이 없나 보구나. 네깟 낙오자를 단원으로 다 받아주다니.”
“······ 상인의 신이시여.”
빠드득!
허드슨은 이를 갈았다.
자신을 폄하하고 욕하는 건 괜찮다.
삿대질하고 발길질해도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허드슨이 참지 못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세렝게티를 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명 님을 욕보이는 건 참을 수 없다.’
······ 자신이 따르는 주군을 욕하는 것이다.
그리고 딱 한 가지, 상인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었다.
“제가 가진 모든 ‘가치’를 지불하고 맹세하겠습니다.”
가치를 거는 것.
돈이 됐든, 장비가 됐든, 무엇이 됐든 간에.
상인은 ‘지불’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허드슨은 모든 것을 걸었다.
상인들에게는 금기된 지불 방법.
“승리의 맹세를!”
스아아아!
순간, 허드슨의 눈앞에 저울이 나타났다.
허드슨은 저울 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가지고 있던 모든 재화와 무기, 도구, 심지어 옷가지마저도.
하지만 부족하다.
아직 저울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목숨이라도 걸고 싶지만, ‘가치의 저울’은 오직 재화의 가치만을 따진다.
그러니,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걸어야 한다.
‘카지노도, 내가 가진 이권과 관련된 모든 계약서도 전부 걸겠다.’
지금 갖고 있지 않아도 걸 수 있다.
상인의 신에게 담보를 주고 승리의 맹세를 부여받는 것이니까.
슈우웅!
허공에 계약서들이 소환되어 저울 위에 올려진다.
“··· 승산이 없어서 미치기라도 한 거냐?”
웨어 울프가 당황하며 허드슨을 바라보았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허드슨은 맨몸이다.
진짜로 전부를 걸었다.
그러나 저울은 움직이지 않았다.
상인의 신이 이 상황을 역전할 정도의 가치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남은건 하나.
‘······ 뼈 목걸이.’
허드슨이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작게 세공된 뼈 목걸이.
아무런 능력도 없으나 세렝게티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 이것이었다.
허드슨에게 있어선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이나, 그렇기에 망설여진다.
한 번 저울 위에 놓으면 끝이니까.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그리고 저울이 이것을 가치있는 물건으로 평가할지.
만약 움직이지 않는다면······ 걸었던 모든 게 허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