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58)
가 귓가에 속삭였다.
“교황의 거짓말에 속지마. 그가 받아들인 건 내가 아니라 악신 발락가스야.”
“그럼······ 너를 왜 가둔거야?”
“나는 악신의 힘을 거부하는 힘을 지녔으니까. 이자벨라 너로 하여금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겠지. 네가 나를 죽이겠다면, 나는 거부하지 못할 테니.”
“내가······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나와 함께 이곳을 나가자. 너라면 이곳의 빗장을 풀어줄 수 있을 거야.”
“빗장?”
“저거야. 저게 나를 가둬두고 있어.”
소노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그곳에는 어둡게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별······.”
“멸망의 파편. 저게 나를 가둬두고 있단다. 저건 신성을 잡아먹는 힘을 지니고 있어. 저걸 만질 때는 모든 신성의 힘을 풀어야돼.”
신성의 힘을 풀어라.
이자벨라가 ‘황금률의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지닌 신성을 버려야만 저 파편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자벨라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를 구해주기 싫은거야?”
“내가······.”
“그럼 빨리 신성의 힘을······.”
쫘아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공간이 찢기며, 동시에 나타난 우람한 손 하나가.
“커, 커헉······!”
소노라의 목줄기를 부여잡았다.
“소, 소노라!”
이자벨라가 놀라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현명님······?!”
박현명.
분명히 같이 있었는데.
왜 갑자기 공간을 찢으며 나타난단 말인가.
그럼 같이 있던 박현명은······.
‘없어?’
······ 사라졌다.
잠시 사고가 멈췄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어, 어떻게 내 ‘결계’를······!”
소노라가 외쳤다.
결계를 찢고 경계를 넘는 자.
하지만 신의 힘이 가미된 것이다.
절대로 넘볼 수 없는 힘을 넘보았다.
소노라의, 아니, 외신의 눈이 돌연히 나타난 남자의 왼쪽 팔로 향했다.
찰나, 그녀의 눈이 더없는 경악으로 가득찼다.
“자, 잠깐. 그, 그 왼팔의 ‘힘’은······ 네가 어찌 그분의 권능을!”
개처럼 기어서라도.
필멸자는 결코 신의 결계를 찢을 수 없다.
이는 더욱 상위의 격을 지닌 신만이 가능한 것.
멸망의 출현 이후에도 성도 아드리움에 여신의 결계가 남아있는 이유였다.
여신의 결계는 악하고 사사로운 것이 출입할 수 없게 막는 용도.
하지만 외신은 다르다.
외부의 신.
전지적이며 우주적인 존재들.
그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상에서 내려왔다는 말도 있고, 멸망한 세계에서 태어난 신이라는 속설도 있었다.
분명한 건, 그들은 일반적인 세계의 규율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
나타나는 순간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
사사로운 외신이 여신의 결계 안으로 들어와 성도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말도 안 된다. ‘그분’께서 인간 따위가 자신의 힘을 휘두르도록 허락할 리가······!”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예컨대 외신은 세계의 혼돈이 일정치 이상에 도달했을 때, 자신을 담아낼 그릇이 있어야만 존재를 드러내는 게 가능하다.
소노라의 공허한 육체를 그릇삼아 외신이 나타났듯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를 그릇삼아······ ‘그분’이 나타난 것이다.
하물며 ‘그분’은 남자의 왼팔에 자신의 권능만을 심었다.
이는 남자가 ‘그분’을 담기에 적합한 그릇의 크기를 지녔으며, 그 권능조차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격을 소유했다는 의미.
“진짜 ‘소노라’는 어디있지?”
남자의 눈이 그녀에게 향했다.
동시에 외신의 두 눈이 미칠 듯이 흔들렸다.
그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영혼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으니까.
우주의 진리가 담겨있는 것만 같았으므로.
어찌하여 필멸자의 영혼이 이토록 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외신은 생각했다.
이자가 가진건 ‘그분’의 왼쪽 팔에 깃든 힘뿐이다.
‘그분’은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말할 수도 없는 높은 존재.
왼팔에 깃든 권능은 모든 결계를 찢고, 넘어서는 힘을 지녔다지만.
“······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
외신은 다시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죽이면 진짜 소노라도 죽는다.
하물며 결계를 찢을 뿐이라면 패배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스으으윽!
마치 유령처럼 외신의 형체가 투명해졌다.
곧이어 현명이라 불린 남자의 손을 벗어난 외신의 등 뒤로 거대한 두장의 날개가 솟아올랐다.
“나는 이미 여신의 권위를 손에 넣었느니라.”
화아아악!
빛의 입자가 쏟아진다.
자애로운 여신처럼 성스럽다.
광명의 힘을 다루는 자들은 침범할 수 없는 절대영역!
신성을 지닌 존재들이라 할지라도, 감히 자애의 여신을 해칠 수 있겠는가?
인간들은 결코 여신의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여신이시여!”
“우리의 여신을 지켜라!”
순간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바로 저것이 여신의 신위를 가졌다는 증거.
이미 소노라의 육체가 성도에 도착했을 때부터, 성도의 모든 이들은 외신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가 권위를 그러냈으니 성도의 모든 이들이 여신을 지키고자 달려들 터.
“꿇거라. 너희는 나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여유를 되찾은 외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저 남자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
그러려거든 소노라도, 성도의 모든 사람들도 전부 죽여야 함이다.
그 수라의 길을 그가 걸을 수 있을까?
그 순간이었다.
“외신이란 것들은 전부 기생신(寄生神)인가보군.”
외신을 정의한 남자, 박현명이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허.
기생신이라니.
마치 기생충이 된 기분이다.
게다가 남자가 짓는 저 미소를 외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곧 들이닥쳐올 해일을 그는 버텨낼 수 없다.
그럼에도 저런 여유라니?
혹, 결계를 찢고 넘어서는 권능으로 도망이라도 칠 셈인가?
“여신의 권위를 손에 넣었다고 했나?”
“나는 이미 너희가 따르고 모시는 여신 그 자체이니라.”
외신은 이미 여신이었다.
두 여신의 공백.
외신이 성도 아드리움에 들어와, 최고사도인 교황이 받아들인 순간부터 결정된 사항이었다.
자, 어찌할 것이냐.
자신을 죽이면, 여신교는 더 이상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다.
여신교는 해체되고 악은 더욱 번성하리라.
이 몸의 주인도 살아남지 못할 테지.
그러자 그가 무겁게 말했다.
“그렇다면 여신의 힘부터 빼앗아야겠구나.”
빼앗는다?
말에 어폐가 있다.
여신의 힘은 빼앗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하지만, 머지않아.
외신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쿠르르르릉!
땅이 흔들리고, 대지의 위에 무언가가 솟아난다.
“······.”
거대하며 압도적인 어둠을 품은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