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839
판타지 월드
자-주포의 무력 시범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모두 ‘끝났다’라고 생각했지만 드낙은 그렇게 방심했을 때 움직였다.
“대단해. 저 작은 새까지 유도가 가능하다니.”
“감사합니다.”
일단은 칭찬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주력 폭발이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가?”
“주술 체계가 무너지면서 생기는 겁니다. 간단하면서도 파괴적입니다.”
“아하. 뭉개서 터트린다는 식이구만.”
드낙이 이해했다. 즉, 주술이 아니라 주술이 붕괴하면서 생기는 주력폭발이었다. 모든 걸 송두리째 박살 내는 파괴적인 힘이었다.
“대단해. 대단해. 뭔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나? 차원 방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오크 대표자를 통해서 올리겠습니다.”
지켜보는 이들이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오크들과 드워프들의 첫 성과였다. 무엇보다 드낙을 만족시킨 것도 컸다. 드낙이 이를 즐기다가 진정시켰다. 그리고 입을 또 놀렸다.
“그러니 이걸 짊어지고 다니며 쏜다면 더 대단하겠지?”
“예?”
“아니…드워프도 대포를 짊어지고 다니잖아? 이거라도 안 되겠어? 이것도 대포잖아.”
“그게…”
“안 된다고 말을 안 하는 걸 보니, 가능하다는 거지?”
“가능은 합니다만 그렇게 하면 사거리가 짧습니다.”
“내가 또 영거리 발포에도 로망이 있거든. 건카타라고 아는지 모르겠네…”
건카타와 자주포카타는 굉장히 그림이 달랐지만 드낙은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오크와 드워프들의 표정이 검게 변했다.
끝나지 않는 개발과 노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휴가를 주고 금화를 휴가금으로 내려주겠다!”
그 표정을 읽은 드낙은 이들에게 휴가를 대범하게 내어줬다. 꾸준히 노력을 해야 했지만 언제 차원의 너머에서 적들이 올지 알 수 없었다. 천 년이 지나도 안 올지도 모른다.
낙천적인 드낙은 그렇게 자주포 요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안 간다고?”
“그래.”
“왜?”
“자주포 대포의 가능성 때문에 오크들이랑 해야 할 일이 있다.”
세파리아스가 딴지를 걸었다. 드낙은 자신의 생일이 국제 연합 도시에서 열리기 때문에 가야 하는데 세파리아스가 요지부동이었다.
“제때 올 수 있겠지?”
“며칠이면 족하다. 늦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 말에 드낙이 의자에 앉았다. 세파리아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라.”
“안 늦는다며? 구경 좀 하다가 갈래.”
그 말에 서서 기다리던 도렌도 은근슬쩍 벽에 기대었다. 그건 더욱 세파리아스의 경계심을 일으켰다. 드낙은 중립신의 대계가 사라지고 나서 낙천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도렌은 아니었다.
“공왕께서는 물러나는 게 좋겠소.”
“제국 황제께서는 농담을 참 잘하십니다. 여기서 말 타고 가면 한 세월입니다. 레우치터를 빌려주신다면 생각해보겠습니다.”
세파리아스가 드낙을 바라보았다. 드낙이 능글징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레우치터를 빌려주면 오랜만에 장인어른 허리를 잡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겠네?”
“더럽다.”
세파리아스가 그 저질스러운 농담에 질색했다. 그는 생각보다 순수한 인간이었고, 그런 농담 자체를 극혐했다. 매사에 진지한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아마, 현대였다면 우등생이었을 터다.
드낙은 그 모습에 대차게 웃었다. 생각 이상으로 놀리기 좋은 게 세파리아스였다. 진지한 놈은 어디서든 놀려먹기 좋았다. 물론 그전에는 그의 카리스마에 짓눌려서 낑낑대기 바빴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결국 모든 이들이 구경하는 상황에서 세파리아스는 오크와의 협약을 체결했다. 신제국의 인력이 자주포 요새로 와서 이를 배우고 가는 것이다. 자주색을 지닌 주포가 아니라 그냥 주포 시스템을 벤처마킹한다는 개념이었다.
신제국의 방위 산업에 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속내가 보여서 드낙은 또 하나를 배울 수 있었다. 자주국방을 실현하려는 모습의 세파리아스는 ‘느려도 우리의 것으로’ 해나가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을까.’
말 그대로 철인(哲人).
모르는 것이 없었고, 어떠한 곳에서도 자신만의 신념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 이는 곧 강한 에고였으며, 남들과 확연하게 다른 세파리아스의 고유함이 뚝뚝 묻어져 나왔다.
갈대처럼 살아왔던 드낙에게 있어서 강철과도 같은 심지를 지닌 세파리아스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었다.
수많은 이들을 간단한 행동에 깃든 신념으로 끌어당겨 자신의 패도(覇道)를 실현하는 첨병(尖兵)으로 쓴다.
그에게는 실로 간단한 일일 터다.
실제로 오크들도 쉽게 허락했다. 신제국과의 관계를 높일 수 있고 신제국의 거대한 평야에서 들어오는 곡물을 고정 비용으로 시세에 따른 변동 없이 일정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세파리아스가 배려를 해줬기 때문이다.
‘말이 배려지…’
기술 이전의 대가를 공짜로 먹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곡물이 팔릴 곳을 선점한 행위이기도 했다. 도렌은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왜?”
드낙이 묻자 도렌이 이를 대답하였다.
“생각보다 제대로 된 황제라서 놀랐습니다. 그는…세파리아스 불파겐이 아닙니까.”
“나를 반면 교사로 삼았다더라.”
도렌이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하지만 그 말에는 반대했다.
“그는 드낙님을 반면 교사로 삼은 게 아닙니다.”
그를 통해서 백성을 배웠다.
“훌륭한 교사라고는 제 입으로 못 말하는 것이지요.”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게서 배울 것이 있을 리가 없다고 여겼다.
*
드낙의 생일이 다가왔다.
수많은 이들이 사비를 토해내어 십전축제(十全祝祭)를 준비했다. 앞으로도 기득권으로 살려면 가장 위에 존재하는 이를 위해서 돈을 써야 했다.
국가의 세금을 쓰지 않기 위해서 드낙은 국제 연합 도시에서 축제를 벌이겠다고 했고, 도시 하나에 그런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신제국은 신제국 나름대로, 자치 왕국은 자치 왕국 나름대로 국가적 축제를 준비하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에게 은근히 돈을 내도록 압박했다.
가진 자들은 돈을 풀었고, 없는 자들은 노동력을 통해서 벌게 되었으며 가난한 자들 또한 배불리 먹을 날이 찾아온 것이다.
십전축제는 드낙이 지닌 10가지의 위업과 위대한 점을 노래하는 10일의 축제를 의미했다. 없는 것도 만들어냈고, 있는 것은 더욱 부풀렸기에 그야말로 듣기만 해도 부끄러운 축제였지만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다.
폭발적인 소비와 생산이 일어났기에 행복했다.
술 취한 이들은 종종 문제를 일으켰지만,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쉐도우 위스퍼는 소름 돋는 관찰자였다. 그들은 드낙을 위해서 잔을 들어 올리는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낮은 종족성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어서 매일 수련을 하는 자들이었다.
항상 드낙의 오른편에 있고 싶다는 열망은 종족 전체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게 지하 연합이었다. 이들은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십 일간 축제를 했지만, 오전에만 축제를 짧게 하고, 나머지는 기도하며 술기운을 쫓아내고 오후에는 수련하러 갔다.
그 상황 속에서도 물론 십전축제에 참가하는 지하연합이 있었는데, 드낙이 이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배불뚝 리전의 정예들이 뽑혔고, 당연하게도 대장쥐가 양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쥐잖아?”
“저렇게 크다니…”
많은 이들이 그들을 편견을 가지고 봤지만 드낙이 대단히 환대하였기에 함부로 하지 못했다. 시건방진 귀족이나 사악한 상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약약강의 방식이 팽배하게 뿌리 내려있는 게 있는 것들의 사회였다. 있어 보이면 대우받고 없어 보이면 짓밟힌다. 드낙이 직접 부른 이들에게 허튼짓을 하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있어도 그런 자들은 국제 연합 도시에서 벌어지는 연회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진짜 제대로 된 자들이 오는 곳이 이 자리였다.
동시에 이곳에서 뿔쥐들은 본 기득권층은 쉐도우 위스퍼가 어떠한 자들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찍찍. 겁쟁이들뿐이다.”
대장쥐와 배불뚝 리전의 100명에 달하는 피숨결 검은 뿔쥐들은 한쪽 구역을 차지한 채 불만을 토로했다. 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장쥐의 식견을 칭찬하는 자들도 있었다.
“고블린을 비롯한 인간 친화적인 종족을 내세운 건 신의 한수였다. 찍찍.”
털이 그나마 적은 고블린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 지하 연합이었다. 그건 실로 좋은 생각인 게 이번에 드러났다.
그 속에서 아크온 몽펠리에가 거침없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다가왔다. 그 숫자는 30명에 달했다. 이들 또한 힘을 크게 주고 이 축제에 참가했다. 대장쥐가 그가 다가오는 걸 보고 눈을 빛냈다.
‘북부.’
오크와의 대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저력을 보여준 인간들이었다. 항상 위험 속에서 살아온 자들이었기에 실리를 추구할 줄 알았다.
배불뚝 리전의 정예 병사가 그 앞을 자연스럽게 막아섰다. 약간 애매하게 측면에 서서 그들을 막았는데, 그마저도 무리(武理)에 맞아떨어졌다. 절로 아크온을 비롯한 다른 기사들의 표정이 변했다.
무(武)를 추구할 줄 아는 놈들이었다. 그들에 대한 인식이 단 하나의 행동으로 확 바뀌었다.
“지하 연합이 이종족일 줄은 꿈에도 몰랐소. 실례가 안 된다면, 인사를 나누고 싶소.”
“모셔라. 첫 손님이 아닌가.”
“들어가시오.”
뿔쥐들은 반말을 하는 사회였으나, 아크온을 비롯한 인간들의 말투에 자신들의 말투를 맞춰주었다. 이 또한 큰 배려였으나 인간들은 깨닫지 못했다.
“아크온 몽펠리에라고 하오. 지금은 자치 왕국의 공왕 중 하나이기도 하오.”
“반갑소. 대장쥐요. 지하 연합의 의원 중 한 명이오.”
아크온이 악수를 권했고, 대장쥐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수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했다. 대장쥐는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해줬다. 그 속에는 지하 연합의 거대함도 존재했다.
남부인들을 신제국과 자치왕국이 나눠서 먹는 사이에 북부인들 또한 자치 왕국으로, 아크온의 안내를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 위로는 오크가 있었고, 동부 왕국은 자치왕국으로 변하여 제국땅으로 옮겨갔다.
그 상황에서 남아있는 건 어리석었다.
변화의 스트레스를 감수하더라도 옮겨야 했다.
“혹, 필요한 것이 있소?”
“지하 연합에는 약초가 가장 부족하오.”
지하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숲과 산으로 가서 약초를 찾아서 다시 가져오는 일은 지상에서 사는 이들보다 2배는 더 고된 일이었다.
“북부 사람들은 약초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소. 그들은 끝없이 다치기 때문이오. 혹한의 추위 또한 경험하지. 다만 식량이 좀…”
골램 산업은 아직도 초기 단계였다. 식량 문제는 언제나 일상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대장쥐가 손짓하자 뿔쥐가 다가와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주고 물러났다. 이를 아크온에게 건네줬다. 가죽 주머니 안에는 가루가 들어있었다.
크놀들이 간식처럼 먹는 것이었다. 벌레를 굽거나 말린 뒤에 빻아서 다시 한 번 굽는다. 그렇게 한 벌레 가루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었다. 소금이나 다른 향신료도 섞으면 더욱 맛있었다.
“어떻소?”
“고기맛이 나는데…”
아크온이 다른 이들에게도 먹어보라며 건네줬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고소하다면 빵보다 낫다. 백성의 주식으로 뛰어났다. 딱딱한 빵보다는 고소한 가루가 100배는 나았다.
사업 이야기로 달아오르자 단번에 서로 친해졌다.
돈이 오가게 되는데 안 친한 사람이 될 수가 없었다. 한순간에 친구가 되었다. 외면 따위 북부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 손에는 명예를 다른 손에는 실리를 추구하는 양면성을 지닌 귀족들이었다.
다른 귀족들은 명예조차도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북부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명예가 없는 기사는 거친 북부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어느 곳에서는 병사를 조달할 수 있으려면 명예가 있어야 했다.
북부출신의 공왕이 털복숭이들이랑 함께 있는 걸 보고 세리안은 혀를 찼다. 그녀의 프라이드는 대단히 높았고, 야만적인 털복숭이와 함께 사업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동시에 어차피 아크온이 먼저 책임을 지고 그들에게 다가갔으니 자치 왕국은 가만히 서서도 지하 연합과 관계를 다지게 된다. 그녀가 나설 일은 없다.
“왕비!”
“네.”
한껏 차려입은 드낙이 레이시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잔을 들고 세리안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단번에 드낙의 손에 잡혀서 뿔쥐들에게 끌려갔다.
‘맙소사!’
세리안이 크게 당황했다.
“아니, 나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존대하라니까.”
“저기, 전 그냥 가만히 있는게…아크온 공왕께서 이미 저기 계시고오오…”
힘을 줬지만 무리였다.
“대장쥐라고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있어. 꼭 만나봐!”
드낙이 무대포처럼 세리안을 끌고 갔다.
레이시아는 신성력의 분배권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이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세리안 공왕의 경우에는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치 왕국과 관련된 사업을 원하는 이들은 대부분 도렌에게 가 있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굉장히 부드러워 보이고, 순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세파리아스가 드낙의 앞에 딱 섰다.
“딸애가 싫다고 하잖아.”
“아버지 절 도와주려고 오셨군요! 감동했어요!”
“너 잘 만났다. 아까 아무리 찾아도 없더만, 너도 인사해. 대장쥐라고 내가 좋아하는 애가 있어.”
“뭣?!”
칼부림 못하는 세파리아스는 드낙의 한주먹거리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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