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62)
‘대, 대사형?’
‘엇? 우 대단주?’
목경운의 손에 들어 올려진 저 자는 바로 명도왕 손윤의 대제자이자 천지회 최고의 후기지수들이라 불리는 오호(五虎)의 일인인 우호랑이었다.
간부들이 아니면 상대할 수도 없다고 알려진 그가 중상을 입었는지 피투성이로 기절해 있는 모습에 사제 엽위선과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대사형이 어째서 저런 모습인 거지?
여태껏 대사형이 누군가와 싸워서 당한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엽위선이었다.
엽위선의 시선이 순간 목경운에게 향했다.
‘아냐. 절대 아냐.’
순간 목경운이 그런 건가 싶었다.
하나 그럴 리가 없었다.
놈과 겨뤄본 적이 있었기에 그 무위를 알고 있었다.
자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완숙한 절정의 경지이거나 아니면 그것을 살짝 웃돌 거라 여겼다.
한데 그런 그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대사형을 저리 만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는데,
-쿵!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이 중검의 도신에 올려놓았던 커다란 돌멩이를 떨어뜨리며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돌변해 말했다.
“목경운. 그대가 이런 것인가?”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리 저 망할 자식이 주군인 위소연이 관심을 보일 만큼 그럭저럭 괜찮은 무위를 지녔다고 해도 대사형을 상대할 능력은 없다.
“양 형. 저놈은 나와 무위가 비슷하오. 대사형을 상대할 그릇이 못 되오.”
“무슨 소릴 하는 거요? 엽 형. 목경운 저 자는 거궐 대단주와 마찬가지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소.”
‘!?’
이런 양일의 말에 엽위선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을 놀리는 건가?
놈과 시혈곡 보고에서 만난지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수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단 말인가?
“지금 나를 놀리는 거요? 저놈과 겨뤄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농이 아니오. 주군께서 직접 말씀하셨고 저 자의 무위는 회주의 둘째 제자이신 장능악 공자께서도 인정했다고 하오.”
“······하?”
뭐?
주군과 장능악 공자도 인정했다고?
대체 무슨 일이지?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자신과 시혈곡 비고에서 겨룬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사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단 말인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돌려드릴게요.”
“뭐?”
“당신 대사형이요. 받으세요.”
“자, 잠깐. 너 지금 뭐하려고···.”
-부웅!
엽위선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그를 향해 한 손으로 번쩍 들고 있던 기절한 우호랑을 무슨 짐짝 마냥 휙하고 던졌다.
꽤 큰 신장인 우호랑의 몸이 빠른 속도로 엽위선을 향해 날아왔다.
“이, 이 자식이?”
엽위선이 황급히 우호랑을 받기 위해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적당히 공력을 끌어올리며 안정적으로 자신의 대사형을 받아내려 하는데,
-파아아악!
“흐헉!”
우호랑의 몸을 받드는 순간 거기에 실려있는 공력의 묵직함에 엽위선의 무릎이 구부러졌다.
그와 함께 엽위선의 두 발이,
-촤르르르르르르!
마당의 바닥을 끌면서 뒤로 여덟 보가량 밀려나고 말았다.
이것도 도중에 십성 공력을 끌어올려 이를 악물고 버티는 바람에 멈춰진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엽위선에게는 이것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탁!
우호랑을 힘겹게 바닥에 내려놓는 엽위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뭐야? 이건?’
방금 전 이것은 이화접목(移花接木)의 묘리였다.
상대의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 정석이라면 무언가에 기운을 실어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도 이화접목의 응용이었다.
이를 두고 격물전경(擊物傳涇)의 수법이라 부르기도 했다.
‘······말도 안 돼.’
이 정도 고차원적인 묘리는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펼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기(氣)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수법이었다.
엽위선은 이를 직접 겪고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놈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이건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깨달음을 얻고서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당혹스러워 하는데 양일이 물었다.
“방금 그거 격물전경이 아니오? 엽 형 괜찮소?”
“······괜찮소.”
격물전경으로 놈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내상을 입진 않았다.
그저 기분이 뒤숭숭하고 더러울 뿐이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그분. 점혈이 되어 있어서 풀어야 정신 차리실 거예요.”
“뭐? 대사형께 점혈을 했단 말이냐?”
“아뇨. 제가 한 건 아니에요.”
‘!?’
이런 목경운의 부정에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면 목경운 그대가 아닌 다른 자가 혈도를 점했다면 그 자가 거궐 대단주를 이리 만들었다는 것이오?”
“아아. 그건 아니에요. 그분은 저와 싸우다 그렇게 된 게 맞아요.”
“너 이 새끼 지금 말장난이라도 하자는 거냐?”
이런 목경운의 말에 엽위선이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진짜인걸요. 그리고 제가 당신과 농담을 할 이유가 있나요?”
“농담? 하! 이제 알겠다.”
“뭘 말이죠?”
“다른 자가 점혈을 했다는 걸 보니, 합공으로 대사형을 몰아붙였구나.”
“······.”
“그럼 그렇지. 아무리 무공이 급격히 진보했다고 한들, 오호(五虎)의 한 사람인 대사형을 네놈 따위가 혼자서 어찌 이길 수 있겠느냐?”
‘흐음.’
흥분한 엽위선의 외침에 양일도 석연치 않다는 눈빛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주군인 위소연 아가씨는 목경운의 무위가 초절정의 초입 정도로 보인다고 했었다.
해서 비슷한 수준의 무위를 지닌 자신이 아닌 아가씨의 심복들 중 최고의 무위를 지닌 우호랑을 보냈던 것이었다.
한데 아가씨의 판단이 확실하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목경운의 무위로는 우호랑을 이길 수 없었다.
‘초절정의 초입과 완숙은 격이 크다.’
자신 역시도 우호랑과 겨뤄봐서 패했기에 그 격을 체감하고 있었다.
오호의 칭호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호랑은 간부들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다고 알려진 후기지수들 중의 괴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엽위선의 말대로 합공도 일리가 있었다.
‘······설마 그들과 손을 잡은 건가?’
그렇지 않아도 주군인 위소연이 우려하던 것이 목경운이 회주의 둘째 제자인 장능악 공자의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장능악 공자의 태도를 보면 목경운과 상당히 밀접해보였다.
‘아!’
양일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엽위선에게 작게 속삭였다.
“엽 형의 말이 맞는 것 같소.”
“맞다니 무슨 소리요?”
“안 그래도 장능악 공자의 심복 중 한 사람인 이악(二岳) 무안검 위맹천이 간밤에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소.”
“뭐요?”
이 말에 엽위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폐관 당해 있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들이 이리 많이 벌어진 것이지?
놀라워하는 그에게 양일이 말했다.
“안 그래도 백가의 장원에서 장능악 공자가 계속해서 주군과 우 대단주를 향해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게 이상하다 싶었소.”
“하! 그럼 저 정파의 볼모 놈과 장능악 공자의 수하들이 합공하여 대사형을 이리 만든 게 틀림없구려.”
“······.”
-저 미련한 중생 놈들. 대체 뭐라 지껄이는 거냐?
청령의 말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속삭인다고 안 들릴 리가 없었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저들끼리 상황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고 있었다.
둘째 장능악의 심복 이악 위맹천을 죽인 것도 자신이고, 셋째 위소연이 심복인 우호랑을 이리 만든 것도 자신이지만 두 사건 간의 연관은 없다.
한데 연관 없는 사건을 두고서 저리 엮는 걸 보니 참 재미있기는 했다.
‘가지고 놀기 좋네.’
목경운의 판단은 딱 그 정도였다.
하나 지금은 이들에게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분. 계속 대화 하시려면 하시고 저는 위소연 아가씨를 뵈려고 하는데, 본당 안에 계시죠?”
목경운이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때였다.
-챙!
엽위선이 등허리에 차고 있던 자신의 독문병기인 거형도를 빼들었다.
그리고 목경운에게 도 끝을 겨냥하며 소리쳤다.
“어딜 감히 그 더러운 발로 아가씨를 만나려는 것이냐?”
“참 귀찮게 하시네요.”
“뭐?”
“두 분의 그 흥미로운 추측에는 동의한 적이 없으니, 대사형이란 분의 혈도를 풀고서 직접 확인해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럼···.”
목경운이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순간 목경운의 바로 세 보 앞의 거리의 바닥에 날카로운 예기가 일어나며 선이 그어졌다.
-촤아아아악!
그 선을 그은 자는 다름 아닌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이었다.
검에 예기를 일으킨 채 언제든지 출초할 준비를 마친 양일이 경고조로 말했다.
“그 선을 넘어올 생각은 버리시오.”
이런 그의 강한 경고에 엽위선이 잘됐다 싶었다.
안 그래도 목경운의 갑작스러운 진보에 일대일 대결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여겼던 그였다.
그러나 합공이라면 상황이 달랐다.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은 초절정의 초입에 이른 대단한 인재였다.
대사형을 제외한다면 주군인 위소연 아가씨의 왼팔 격이라 할 수 있는 심복이었다.
그와 합공한다면 오히려 승기는 자신들에게 있었다.
‘개자식. 잘됐다.’
게다가 그때는 비급서들이 넘치는 시혈곡의 보고 안이라 조심을 기한다고 제대로 도초를 펼치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넓은 마당이라면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양 형··· 나도 함께 하겠소.”
-척!
엽위선이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의 옆에 서서 기수식을 취하며 말했다.
합공은 비겁할 수도 있지만 명분은 충분했다.
놈도 대사형을 상대로 합공을 했을 수 있다는 혐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귀찮다는 듯이 한 손으로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만두시죠. 싸우려고 온 게 아니라 위소연 아가씨를 뵈러 온 거에요.”
“닥쳐! 정파의 볼모 따위를 주군께서 볼 것 같으냐?”
“이상하군요. 당신의 대사형에게 듣기로 위소연 아가씨가 저를 불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아닌가요?”
“그건······.”
이것에 대한 대답은 옆에 있던 양일이 했다.
“불렀소. 주군께서는 그대를 높이 평가하니까. 하나 그대를 데리러갔던 거궐 대단주를 이리 중상 입혀놓고서 아무렇지 않게 아가씨를 만나려고 한다면 우리가 그냥 보내줄 것 같소?”
“말이 통하지 않네요. 그럼 그냥 거기 그분을 깨워서 물어보시죠.”
“뭐요?”
“꼭 제가 먼저 이분을 공격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혈도를 풀어서 직접··· 아아, 아니다.”
목경운이 말을 멈추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들에게 말했다.
“그냥 두 분 같이 덤비시죠.”
“뭐?”
“같이 덤비라고 하였소?”
“못 들었나요? 차라리 두 분을 쓰러뜨리고 가면 오히려 아가씨께서도 체감이 되겠네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엽위선의 말과는 달리 합공을 할 생각도 먼저 목경운에게 공격을 할 생각도 없었다.
아직까지는 진위를 확신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무인으로서 이런 도발은 상당히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와 엽 형을 무시하는 거요?”
“무시? 그럴 리가요.”
“한데 어찌 우리 둘더러 동시에 덤비라 하는 거요?”
이런 양일의 물음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하나씩 상대하기 귀찮기도 하고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니까 동시에 덤비라고 하는 거겠죠.”
-으득!
양일이 이를 갈았다.
어지간한 도발에는 냉정하게 대처하는 그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의 맏형 격인 우호랑을 쓰러뜨렸다는 말에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화를 돋게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럼 얼마나 강한지 한 번 견식해보자꾸나!”
-팟!
이내 양일이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마찬가지로 목경운의 도발에 화도 났고 합공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엽위선 또한 그에 맞춰서 바닥을 박차며 신형을 날렸다.
‘초해무중검 제 4초 모영점약(募影點約)!’
‘명일도법 비기 2초식 명해구술(命害咎述)!’
양일과 엽위선이 동시에 검과 도를 휘두르며 절초를 펼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륵!
-차아아아앙!
‘아닛?’
‘헉!’
순식간에 신형이 흐릿해졌다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 목경운이 어느새 두 사람이 절초를 펼치기도 전에 양손으로 검과 도의 날을 붙잡고 있었다.
‘!!!!!!!!’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양일과 엽위선 둘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꽈아아아악!
‘무, 무슨 힘이?’
‘도를 빼낼 수가···.’
공력을 끌어올리며 검과 도를 빼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그들에게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느리네요.”
“이놈!”
-팟!
양일이 쥐고 있던 검을 손에서 놓고서 검지와 중지를 모은 두 손가락으로 예기를 일으켜 목경운의 목젖을 찌르려고 했다.
그런데,
-퍽!
그러기도 전에 목경운의 발차기가 그의 머리에 강타했다.
뇌가 흔들리는 것과 함께 양일의 두 눈동자가 뒤집히며 이내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쿵!
“맞아주길 기다리라는 건 아니겠죠?”
목경운이 정신을 잃은 양일에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 광경에 엽위선은 어찌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손발이 떨려왔다.
대체 이게 뭐지?
얼마 전만 하더라도 거의 자신과 동수를 이루던 놈이 아니었던가?
한데 어떻게 이 정도까지 강해진 거지?
양일은 초입이라고는 하나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오호(五虎)의 일인인 우호랑조차도 이렇게 한순간에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네··· 네놈 대체···.”
“실력으로 안 된다는 걸 알았으면 곱게 비키는 건 어떨까요?”
-꽉!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목경운의 말에 엽위선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건 격물전경의 수법 때 이미 체감했다.
하나 이놈에게 약한 모습 따윈 보이기 싫었다.
이에 엽위선이 목경운을 향해 기습적으로 일권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 개자식···.”
-팍!
“켁!”
일권은 조금도 닿지도 못했다.
심지어 말을 전부 내뱉기도 전에 목경운이 엽위선의 목을 움켜쥐고서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괴로워하는 그에게 섬뜩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시죠. 약해 보이니까요.”
-오싹!
순간 엽위선은 등골부터 소름이 돋아오며 두려움에 눈시울이 붉어지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외침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아, 아가씨?’
회주의 셋째 제자인 위소연이었다.
본당의 건물에서 나온 그녀가 놀란 눈으로 목경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