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52)
모용세가의 장자 모용학이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항산파의 정명 사태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이거 참 난감하군요.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니.”
“아미타불. 모용 시주.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네. 여기선 말을 삼가게.”
정명 사태가 합장하며 조용히 타일렀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영검산장의 한복판인 검무원의 객당 후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곳에는 영검산장의 장인들 이외에도 무림의 객들이 많았다.
후원을 거닐고 있는 이들만 하더라도 거의 삼십여 명이었다.
이들 모두가 하나 같이 허리와 등 뒤에 검을 차고 있었는데, 이들은 검수이자 검객이었다.
그런 그들이 모용학을 비롯해 정의맹 무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구 장주를 존경하는 이들이네. 괜한 말로 심기를 건드리지 말게.”
“흠흠. 알고 있습니다.”
영검산장에는 검을 만들기 위해 온 자들도 있었지만, 장주인 구천무에게 검에 대한 가르침을 받기 위해 온 자들도 많았다.
당대 장주인 구천무는 검도(劍道)의 수준이 높아져야 검극(劍劇)에 이르는 자들이 나올 거라며 많은 검객이 교류하고 서로의 깨달음을 논할 수 있는 논검당(論劍黨)이라는 곳을 만들었다.
그가 이곳을 만든 이래 수많은 검수가 이곳에 와서 검을 논했고, 그들 중에는 팔성의 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육천(六天)의 일좌를 맡고 있는 정의맹의 맹주 정현문 역시도 찾아왔었다.
내로라하는 수많은 검수가 이곳에 와 많은 깨달음을 얻었기에 구 장주를 검(劍)의 명숙 혹은 검의 종주라 부르며 존경을 표했다.
그는 당대 검수들의 웃어른인 셈이었다.
“명숙 외에 그런 고수가 없기에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기는 하나, 빈승 역시도 그분이 그런 일을 했을 확률은 지극히 적다 생각하네. 하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세.”
“사태.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네. 어찌 되었든 계속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지외 선배나 곡오 선배께 가르침을 구해보세.”
지외, 곡오.
그들은 영검산장에 가장 오래 머무르고 있는 객들이었다.
특히 지외의 경우는 자그마치 이십 년이 넘게 이곳에 머문 것으로 무림에서도 꽤 유명한 자였다.
구 장주를 존경하여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오년 간을 머문 곡오와 달리 지외가 이곳에 머문 이유는 조금 남달랐다.
그것은 구 장주를 검으로 꺾기 위해 남아있는 것이었다.
하나 이십여 년 동안도 그가 이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여전히 구 장주의 검을 꺾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일부는 그를 미련하다고 놀리기도 했고 일부는 그의 열정을 높이 사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이 이들을 찾는 이유는 간단했다.
[영검산장의 장인들도 그렇고 구 장주의 아드님들은 설령 범인이 맞다고 해도 이를 부정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미타불. 그럼 어찌하자는 건가?] [지외, 곡오 선배님들께 도흔을 살펴보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두 선배님들께 말인가?] [네, 두 분 선배님들이 이곳에 머무르시기는 하나 사실 두 분 모두 팔성(八星)에 비견되실 분들이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요.] [더군다나 그분들은 오랫동안 구 장주의 검을 연구하셨을 테니, 그 정도 안목이라면 도흔을 저희보다 잘 살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도흔 속에 구 장주의 검의(劍意)나 진기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자는 겐가?] [맞습니다.]이런 이유로 가고는 있었지만 과연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었다.
그나마 이 부탁을 받아줄 만한 자는 지외였다.
물론 그 역시도 구 장주를 검객으로서 인정하겠지만 남아있는 이유가 남다르니 가능성은 있었다.
그렇게 검무원의 객당의 건물로 들어간 그들은 두 선배를 찾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그곳에 없었다.
이쯤이면 점심을 드시러 왔겠지 했는데, 아직도 자리를 비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면 설마 두 분 모두 아직 논검당에 있는 겐가?”
“그렇습니다.”
검무원 객당 관리인의 대답에 두 사람은 결국 논검당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영검산장에 있는 객들의 대부분은 식사할 때를 제외한다면 검무원의 객당이 아닌 논검당에 상주하기는 했다.
그곳은 검을 논할 수 있는 곳이자 구 장주의 시험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같은 시각.
영검산장 장원의 서남쪽 편.
장원 입구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곳을 돌아다니는 남녀 한 쌍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목경운과 성화령주의 손녀 예송아였다.
아무렇지 않게 태평하게 걷고 있는 목경운과 달리 예송아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거 맞아?’
그녀는 내심 불안하고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들은 거의 무단으로 이곳에 침입한 상태였다.
기감이 예민한 목경운이 사람이 거의 없는 위치를 파악하여 그녀를 안은 채 담을 넘어버렸다.
‘아으으. 들키면 어떡하지?’
정인이라 할 수 있는 구연우를 제압해서 데려간 자가 그의 형제이거나 동문일 거라 확신하는 목경운이었다.
그의 추측이 맞다면 분명 이곳에 들어오긴 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몰래 침입하는 걸 택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몰래 들어와도 괜찮은 건가요?] [그럼 보주라는 것을 찾기 위해 왔다고 이야기하고 들어갈까요?]그럴 수가 없었다.
애초에 구연우에게 듣기로 그의 형제들과 영검산장의 대부분의 이들은 배화교를 혹세무민의 이교라 생각하여 싫어한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정체를 숨기고 들어갈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건 너무 대담했다.
이러다 영검산장의 장인들이나 무사들과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렇지?
정식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라 변명할 거리도 없지 않나?
-저벅저벅!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걸 먼저 물어볼 걸 그랬군요.”
“어째서 그러시는지?”
“혼자 오는 편이 움직이기 편했을 것 같아서요.”
“······.”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굳이 둘러서 하지 않는 목경운이었다.
인정받고 싶은데 계속해서 짐 취급받는 것에 내심 섭섭한 그녀였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우측으로.”
목경운의 그녀가 발걸음을 옮겼다.
신기한 건 목경운이 향하라는 곳으로 움직이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피해 다닌다고 해도 장원의 크기가 황궁이나 천지회 같은 곳이 아니다 보니, 결국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예송아가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
“반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뇨. 어차피 누구 한 사람에게는 물어봐야 하니 잘됐네요.”
“네? 묻다뇨?”
그러는데 맞은 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검산장의 장인으로 보였는데,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그을린 자국으로 가득한 사내였다.
그녀는 긴장해서 경직되어 있는데 정작,
-저벅저벅!
사내는 별다른 기색 없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지나치려 했다.
‘응? 설마?’
자신들을 손님으로 여기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려 할 리가 없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그를 불렀다.
“실례합니다.”
‘!?’
이에 장인이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구 장주님의 자제 분 중 막내 아드님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연우 공자를 말씀하시는 거요?”
“네.”
“연우 공자는 왜 보려는 거요?”
지금까지는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던 장인이 미간까지 찡그리며 물었다.
그때 예송아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다른 공자 분들과 달리 젊고 잘생기셨다 들었는데 도통 뵙지 못해서요.”
“허참.”
이런 그녀의 말에 장인이 별 시답잖은 이유였구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그녀가 ‘그래도 이 정도면 조금은 도움 되지 않나요?’ 하는 눈빛을 보내며 목경운의 눈치를 보았다.
물론 목경운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러는데 장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객들께서 언제까지 머무를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막내 공자님은 뵙기 어려울 거요. 하니 큰 기대는 하지 마시오.”
“네? 어째서요?”
“그건 본 장원의 사정이니 객들께는 알려드릴 수 없소.”
“아······.”
딱 잘라 거절하자 그녀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했다.
뭔가 장인의 반응을 보면 일이 터진 것만은 확실한데, 이들이 이를 고분고분히 알려줄 리가 없었다.
“그럼 일들 보시지요.”
그렇게 장인이 가던 길을 가려고 했다.
그때 목경운이 그를 불렀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요.”
“아니 왜 또 그러는 것이오?”
장인이 다소 귀찮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목경운이 그를 향해 느닷없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슥!
이에 장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지금 뭐하는 짓······.”
-딱!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장인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이내 두 눈이 풀렸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막내 공자가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려주시죠?”
“마······막내······공자는 지율원 지하 금옥에 갇혀······있소.”
‘!?’
이런 그의 대답에 예송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대체 뭘 했기에 이리도 고분고분하게 답해주는 거지?
* * *
소장주 구웅황의 방안.
그곳에 누군가 기척을 죽이고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구연우였다.
지율원 금옥에 갇혀 있어야 할 그가 주인도 없는 방안을 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배화교의 보물인 보주를 찾기 위해서였다.
‘대체 어딨지?’
숨겨뒀던 철사 덕분에 구속구를 풀고서 금옥을 빠져나온 그였다.
그런데 정작 구웅황의 방을 찾아와 보주를 찾는데, 서재부터 책상, 침상까지 전부 뒤졌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구웅황은 뭔가 걸리적거리는 것을 싫어해 장신구는커녕 어지간한 것은 들고 다니지 않는다.
해서 당연히 방에 뒀을 거라 여겼는데 당혹스러웠다.
‘설마?’
예상과 달리 그것을 들고 다니기라도 하는 거라면 도무지 빼낼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금옥을 빠져나온 것만 알아도 노발대발할 텐데 이를 어찌하지?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끼이이익!
‘엇?’
그때 닫혀 있던 방문이 열렸다.
방문 앞으로 다가오는 기척조차 내지 않아 어딘가로 숨을 틈도 없었다.
문이 열리며 나타난 자는 바로,
“하아. 그리 반성하라 일렀거늘 이곳에 있었느냐?”
소장주 구웅황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구연우의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평소 이 시각이라면 논검당에 가있을 터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당황해하는 그에게 구웅황이 다가오며 말했다.
“밥을 제대로 먹고 있나 확인하러 왔는데, 설마 쥐새끼마냥 나와서 향한 곳이 내 방이라니. 하!”
금옥에 갔다가 사라진 구연우의 행방에 노발대발했던 그였다.
그러다 구연우가 유독 그 구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기억해 설마 하는 마음에 자신의 방으로 기척을 죽이고 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방을 뒤지고 있었다.
“그냥 가두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구나.”
“형님······.”
“배다른 형제라도 같은 핏줄이기에 모질 게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모든 게 네가 자초한 거다.”
-찌릿찌릿!
구웅황의 굉장한 기세에 구연우는 살갗이 따가워졌다.
영검산장에서 장주이자 부친인 구천무를 제외한다면 최고의 검객이 바로 구웅황이었다.
당연히 검술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내공 역시도 구파일방의 장로들과 비견될 만큼 심후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하게 그 두 다리부터 부러뜨려놔야겠구나.”
-저벅! 저벅!
구웅황의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숨이 막혀왔다.
동굴에서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겨뤘을 때 얼마나 힘 조절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아니 그는 자신을 상대로 3할의 실력조차 내지 않았다.
‘젠장······. 보주도 찾지 못했는데.’
또 다시 갇히게 되면 그녀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런데,
-흠칫!
무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앞으로 걸어오던 구웅황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아직 그와 자신 간에 아홉 보 정도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왜 멈춘 거지?
의아해하는데 구웅황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귀하는 대체 누구시오?”
‘귀하?’
대체 지금 누구에게 하는 소리지?
그러는데 입구 쪽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며 하나의 인영이 보였다.
그 인영의 그림자가 방안을 가리는 순간 구연우의 두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일순간에 불과했지만 방 전체가 어둠으로 잠식되는 듯했다.
구웅황이 내뿜는 기세도 워낙 강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이건 그게 우스워질 지경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식은땀으로 물들었다.
한데 이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은 자신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뚝!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앞을 바라보니 구웅황이 있는 곳의 바닥으로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이에 자연스레 위를 올려다보니 구웅황 역시도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뒤를 잡힌 그의 눈동자는 극도의 긴장으로 가득했다.
‘······이럴 수가.’
처음 본다.
부친을 제외하고 형님이 이렇게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던가.
놀라워하고 있는데 이윽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현명하군요. 그대로 가만히 있는 걸 권하죠.”
“······.”
분명 공손히 말을 하는데 그 목소리에 담긴 위압감이나 오만함에 구웅황은 강한 모욕감을 느꼈는지 인상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런 그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목소리가 말했다.
“저분이 구연우인가요?”
“맞아요!”
익숙한 목소리에 구연우의 눈이 커졌다.
설마 하고 있는데 그의 앞으로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송아!’
그녀는 성화령주의 손녀 예송아였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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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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