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in the Tower RAW novel - Chapter 344
343화 사업 해 볼까?
동력원을 얻은 제네타가 만들어 낸 것… 물건은 총 두 개였다.
둘 다 익숙한 물건이기는 했으나 조금씩 다른 점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불안정한 아케인 젬 (AA)]-불안정하지만 출력은 좋습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등급과 안정성이 올라갑니다.
-호문쿨루스의 경우 보조 에너지원으로 흡수 가능.
아케인 젬이었다.
등급 자체는 AA등급. 대단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아케인 젬은 최상위 모델이 S등급이다.
최상급보다 두 단계 낮은 수준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
현자 존 트레일러는 호문쿨루스랑 등반을 한 사람인 만큼 연금술의 전문가다. 불안정한 아케인 젬을 고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호문쿨루스들이 급하게 동력원이 필요하면 유용하게 썼을 거다.
“자주는 못 함. 과용하면 절전 상태 됨.”
“그럴 거 같다. 연금술 쪽으로 특화된 건가.”
“서포터 역할이랑 비슷.”
확실히 전투 쪽은 아닌 거 같다. 모든 기능이 이쪽으로 몰린 거 같으니까.
이것만 해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정말 신경 쓰이는 건 다른 물건이다.
투명한 보석이었는데 생김새만 보면 익숙했다. 다른 게 아니라 이건…….
“영혼석이잖아.”
“호문쿨루스가 등반할 때 필수품임.”
그것도 영혼이 담기지 않은 영혼석이었다.
[비어 있는 영혼석 (AA)]-영혼이 깃들지 않은 영혼석입니다.
-상대방의 동의가 있다면 영혼을 담을 수 있을지도?
항상 누군가의 영혼이 담긴 것만 봤는데 비어 있을 때는 이렇게 생겼구나. 투명한 수정체 같다.
영혼석을 어떻게 만드나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였나.
등급 자체는 그냥 그럴지 몰라도 상당히 희귀한 게 영혼석이다.
나도 지금까지 등반하면서 본 적이 많지 않으니까.
“호문쿨루스 만들려면 필요함. 싸우다 보면 몸이 망가져서 교체하기도 하고.”
“영혼만 따로 빼서 새로운 몸에 넣는 건가.”
“정답.”
“어떻게 보면 불사네.”
“반쯤 살아 있다고 봐도 됨. 진짜 몸은 아니니까. 인권 논란도 있고.”
제네타의 말도 맞다. 일단 영혼이 있는 관계로 호문쿨루스는 NPC로 분류된다.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 준다는 말이었으나 분명 골렘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편한 대로 몸을 갈아치우는 존재를 동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사회적인 문제는 넘어가자. 적어도 탑에서는 그런 차별이 없는 거 같으니까.
중요한 건…….
“제네타, 너 부자 될 수 있을 거 같다.”
“엉?”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아이디어.
형태가 뭐가 됐든 호문쿨루스가 불사에 가까운 존재라는 건 확실하다.
조건만 맞다면 죽은 이도 되살릴 수 있다는 거고. 물론 몸은 예전과 다른 형태겠지만.
삶에 대한 갈망은 등반가나 NPC나 똑같다. 아니지, 오히려 더 심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탑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이니까.
당장 탑 숭배자들도 영생을 목적으로 탑을 보존시키려는 것 아니던가.
‘NPC도 죽어.’
프램버그에서 분명히 느꼈다. 이후에 등반을 하면서도 여러 번 봤고.
죽은 이들의 주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죽어 가던 이들은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잘은 몰라도 다들 살고 싶었을 거 같다.
여기서 착안한 사업 아이템.
“제네타, 릴카, 부활 사업 한번 해 볼래?”
“응?”
“부활?”
부활이라는 단어가 나올지는 몰랐는지 둘이 고개를 갸웃했고, 상인인 릴카는 내가 말하는 바를 깨닫고는 벌떡 일어났다.
“오오옹! 수요는 확실히 있을 거 같은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음.”
여전히 멀뚱거리는 제네타에게 설명을 해 줬다.
비어 있는 영혼석을 NPC를 상대로 판매한다.
본인 혹은 주변 사람이 죽을 경우 영혼석에 영혼을 봉인.
이후 존 트레일러와 연계해 호문쿨루스로 재탄생시킨다.
이게 기본 골자다. 본체가 될 몸은 릴카가 가지고 오면 되는 거고.
NPC들도 각기 다른 층에 있는 만큼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 있는 릴카가 활약해 줘야 한다.
현자의 협력도 필요하다. 아케인 젬과 본체는 그가 만들어야 하니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잘 진행된다 하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았으니.
“시스템적으로 막히지는 않겠지?”
이번 일을 진행하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혼란이 생길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어쩌면 오랜만에 버그 화면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생각인지 릴카도 팔짱을 끼며 머리를 굴렸고.
“일단 가능은 할 거 같앙.”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따지고 보면 현자도 등반 중에 호문쿨루스를 만들어서 함께 등반했다구. 호문쿨루스는 NPC로 인정이 됐고.”
맞는 말이다. 이미 전례가 있다는 것. 물론 규모가 크지 않았고, 존 트레일러가 등반가였을 때의 일이라 지금도 허용될지는 미지수다.
“현자도 제네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어지간하면 협조해 줄 거 같고. 으음, 이건 내가 알아볼겡!”
“오케이, 잘해 봐.”
내게 돌아오는 건 딱히 없다. 실제로 사업을 한다면 릴카와 제네타, 현자 셋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게 뻔했으니까.
“무슨 소리야? 너도 일해야 해.”
“내가 왜.”
“영업 뛰어야징!”
냉큼 비어 있는 영혼석을 잡아 내게 던져 준 릴카가 귀를 쫑긋 세운다.
“내가 모든 층을 돌아다니면서 하면 늦는다구. 등반하면서 영업을 뛰도록. 이제 어엿한 상인이잖아.”
맞네, 나 상인이었지. 그때그때 상인 자격만 편할 때 사용했던 터라 잠시 잊고 있었다.
나야 나쁘지 않지. 나중에 포인트가 훅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 대비하면 좋지.
“후후후후. 뭐든 독점 사업이 가장 많이 버는 법!”
음흉하게 웃는 녀석. 그러니까 꼭 악당 같다, 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것도 잠시.
상인이라고 하니까 기억나는 게 있다.
“릴카, 나 차원 상인 됐다.”
“오홍. 차원 상, 으엥?”
입을 딱 벌린 릴카가 내 팔을 내려친다.
“그걸 왜! 왜 했는데!”
“아, 왜! 그거 아니었으면 죽었단 말이야!”
진짜다. 차원 상점에 운석을 팔지 않았다면 깡총이와의 내기에서 졌을 거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어째 반응이 격하다. 본인도 차원 상인이면서.
어? 그러고 보니 릴카가 차원 상점을 사용하는 건 본적이 없는 것 같기도?
“안 좋은 거야?”
“으으음, 안 좋다기보다는 위험하지.”
차원에 버려진 존재. 소속을 잃고 차원 상인이 되어 다양한 차원을 넘나든 만큼 이쪽 분야에 대해 릴카보다 잘 알고 있는 NPC는 없다.
“차원 상점은 차원 상인을 통해서만 쓸 수 있어. 상인은 수수료를 받고.”
“중계자 같은 느낌이군.”
“그렇징. 차원 상인이 아니더라도 차원 상점을 쓸 수는 있는데 수수료를 많이 뗄 거야. 바가지 쓰는 경우도 많고, 그래도 살 사람은 사.”
차원 상점은 일반적인 경로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살 수 있다.
당장 나도 운석을 팔았으니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운석도 살 수 있다는 뜻.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을 사서 비싸게 팔아도 좋을 거 같다.
듣자 하니 수수료가 비싼 편인 거 같다만서도…….
팔짱을 낀 릴카가 발을 구른다. 그동안 쌓인 게 있는 모양.
“같은 차원 상인끼리는 좀 덜하기는 한데 글쎄, 이쪽은 일반적인 돈으로 거래하지 않는 건 알지?”
“운석 파니까 아티팩트로 계산해 주더라.”
“…운석을 팔아?”
“그런 게 있어.”
“아무튼 거래 대금은 보통 차원 상인이 고르는데 뭘 원할지 알 수 없어. 어떤 변태는 내 꼬리를 만지게 해달라 했다구!”
오, 그거 정말 변태인걸?
릴카가 말한 김에 나도 한 번 만져 봤다. 제법 부드…….
찌릿. 릴카가 노려본다. 슬쩍 손을 뗐다.
“흠흠. 대가가 랜덤이라는 거군. 운이 좋다면 길바닥에 돌아다니는 돌멩이를 원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내 신체 일부나 기억 같은 걸 가져갈 수도 있다는 거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확실히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야.
“거부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다른 거로 내겠다고.”
“그럼 차원 상인이 요구한 것과 대등한 뭔가를 줘야 돼. 그건 상점이 판단하고. 오히려 더 곤란해질 수도 있어.”
작게 한숨을 내쉰 릴카가 미간을 찌푸린다.
“차원 상점은 한번 구매 의사를 보이면 반드시 사야 하거든. 목록 보는 것까지는 괜찮아.”
“안 사면 어떻게 되는데.”
“불행한 일이 벌어지징.”
릴카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구체적으로 물어볼 필요도 없을 거 같다.
워낙 해괴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 탑이라서. 그 이상의 뭔가가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확실히 위험하기는 하네.
“아, 참고로 차원 상점 열 때도 대가 필요해.”
“이것저것 많이도 받아먹는구나.”
“그러니까 차원 상인들이 바가지를 씌우지. 수지타산이 맞아야 하니까.”
그런 거였구만. 어째서 릴카가 차원 상점을 이용하지 않는지 알겠다.
지금은 탑에서 자리를 잡았으니까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활동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당시에야 강제로 차원 틈으로 날아가 버려서 선택지가 없던 거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개인적으론 사용하지 않는 걸 추천하지만 쓸 거면 말행. 한번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알려 줄 테니까.”
“지금 바로 할까?”
뭐가 됐든 옆에서 봐줄 사람이 있으면 좋으니까.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 했던가. 지체할 거 없이 바로 해도 좋을 거 같은데.
릴카의 생각은 좀 다른 거 같았다.
“놉. 차원 상점 열고 구매 시 지불할 만한 물건을 확보하고 할 거야. 무작정 열면 손해라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도하자는 말.
맞는 말이다. 성급할 필요는 없겠지. 이런 부분은 철저하네.
어차피 70층에 한동안 머무를 생각이었다. 스킬북도 많이 쌓여서 스킬 합성도 해야 하고, 포션과 장비도 만들어야 한다.
상위층 채널도 살펴볼 생각. 혹시 아는가 괜찮은 정보가 있을지.
그게 아니더라도 상위층을 등반하는 헌터가 어떤 놈들인지 알아봐야 한다.
등반가 중에도 탑 숭배자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지금, 같은 등반가라도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찰나.
“그리구 70층에 왔으면 그걸 해야징.”
“그거?”
릴카가 내 팔을 두들긴다.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녀석.
“60층에서 얻은 초월석 있지?”
“아, 그거?”
[초월석]-60층 안전지대에서 구할 수 있는 신비한 돌.
-권능 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거 얻느라 고생 좀 했다. 한 번이라도 지면 패배의 전당에 닉네임이 박제되기에 이 악물고 싸웠었다.
아직 사용하려면 멀었지만 잘 보관해야 한다.
“후후. 80층부터는 초월자의 영역이잖아.”
“그치. 999스텟을 찍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까.”
“초월석으로 올릴 수 있는 건 권능이야. 그럼 스킬은 어떻게 올릴까?”
스킬?
아!
현자도 말했었다. MAX레벨의 스킬, 그것이 초월이라고. 80층에 오르면 가능할 거라 했었다.
초월석으로 올릴 수 있는 건 권능 등급.
스킬을 초월시키기 위한 물건은 따로 있다는 거였고 그걸 구할 수 있는 곳은…….
“70층에서는 한계 돌파 스킬북을 얻어야 돼.”
이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