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71)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71화(7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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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캠프 1 **무료 마지막입니다.
일단 들어나 보자.
패트릭 아저씨가 말을 잇는다.
“다른 거 아니고. 그냥 집 고쳐주는 봉사 하는 거야. 좋은 일 하는 거지. 심지어 재밌어. 배우는 것도 많고. 제이든은 삼촌이랑 집도 많이 고쳐봤잖아.”
“네. 그랬죠.”
“그냥 그런 거 하는 거야. 사실 교회에서 해마다 워크캠프를 가거든? 이게 등록비도 좀 있고, 힘도 좀 쓸 줄 알아야하고 해서 이제까지는 고등학생들만 데리고 갔는데. 이번엔 사람이 좀 부족해서 특.별.히. 너희들한테도 물어보는 거야. 같이 갈래? 바로 내일부터인데.”
“그런 건 신청자를 미리 받고 그러지 않아요?”
“아. 원래는 그런데…괜찮아. 너희 몇 명이야 충분히 커버 가능하지. 헤나랑 조나단은 좀 어리고, 알렉스는 다리 다쳤으니 못 갈 거고, 제이콥이랑 매튜는 물어봤는데 일해야 한다고 안 간다더라고.”
“등록비랑 기간은요?”
“음. 원래는 인당 350불이고, 기간은 1주일. 근데 니들은 공짜야. 봉사하는 것만도 장하니까 모든 비용은 교회에서 대기로 했어. 사실 해마다 가는 숫자가 있어서 일찌감치 등록은 해 뒀거든. 올해 이상하게 인원수가 안 채워져서 걱정했는데, 너희들이 채우면 딱 맞을 거 같네. 어때? 부모님 동의서랑 의료 정보만 받아와. 나머진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니까 내 돈 주고 숙식하면서 남들 도와주는 캠프라는 거다.
호구인가?
하지만 공짜라는 말에 이미 놈들의 눈은 돌아가 있었다.
“그러니까 1주일은 집을 비울 수 있다는 거죠?”
“그. 그렇지?”
“전 갈래요.”
“나. 나도.”
“나도!”
“알렉스는 어쩌지?”
“어쩔 수 없잖아. 다쳤는데 어떻게 가?”
언제는 소울메이트 어쩌고 하더니.
노는 데 방해되니 알렉스 따위는 곧바로 버려버리는 놈들.
“크리스틴도 부를까요?”
“크리스틴? 오. 같이 가면 좋지. 등록한 학생 중에 11학년 미아가 있거든. 여자가 한명이라 방 배정 문제 때문에 걱정했는데, 둘이면 딱 좋지.”
“걔를 여자로 볼 수는 없지만…물어는 볼게요.”
“그래. 웬만하면 같이 가자고 해.”
“네엡.”
마크가 굳이 크리스틴을 물고 늘어진다.
크리스틴은 우리 골목에 살지 않기에 이 차를 타고 있지 않다.
오디는 집에 가기 싫어 억지로 우리 차에 붙어 타고 있는 중이었고.
크리스틴이 저 말을 들었다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다.
저 둘도 참 아이러니한 사이다.
“아직 제이든이 대답 안했는데?”
“알렉스가 좀 걸리긴 하지만 저도 빠질 순 없죠. 갈게요.”
“오케이. 그럼 내일 아침 7시에 제이든 집 앞 공터에서 보자고. 늦지 말고.”
“헤헤. 늦는 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오늘 밤부터 제이든 집에서 잘 거니까.”
“어? 그. 그래.”
오히려 말을 꺼낸 패트릭 아저씨가 더 당황하는 느낌이다.
캠프의 이름이 ‘워크 캠프(Work Camp)’인 것이 조금 꺼림칙하다.
어째 소처럼 일만 하다가 올 것 같은 느낌.
집 나오길 원하는 우리 불쌍한 중생들은 그마저도 좋다하니 할 수 있나.
같이 가 줘야지.
딱히 할 일도 없고.
– 안돼에!!! 캠프 하자고 말은 내가 꺼냈는데, 나만 쏘옥 빼놓기 있기? 없기?
┕ 알렉스. 갔다 와서 놀아줄게.
┕ 싫어싫어. 나도 델구 가!
┕ 가서 일해야 되는데 어떻게 데려가? 너 목발 짚고 일할 수 있어? 딱 1주일만 참아. 대신 갔다 오면 너 원하는 거 하나 해 줄게.
┕ 한 사람당 소원 하나? 뭐든 상관없이?
┕ 오키오키. 뭐든 말만 해.
┕ 나도 찬성.
– 알렉스. 난 안가. 내가 일하러 안가는 날엔 드라이브 시켜줄게.
┕ 아. 아니. 괜찮아. 제이콥. 나 혼자서도 잘 놀아.
┕ 와. 태세전환 보소. 제이콥. 차 언제 바꿀 거야? 그거 계속 타다간 진짜 큰일 난다니까.
┕ 매튜. 요즘 부모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돈 조금만 더 모으면 돼.
.
.
.
우리 청소년들의 의지는 생각보다 강했다.
나중에 알렉스가 어떤 요구를 해 올지 알 수 없지만 급한 불부터 끄고 본다.
5시간 뒤.
오디와 마커슨이 배낭 하나씩을 둘러메고, 우리 집으로 집합했다.
각자의 부모님들 역시 한 번에 캠프 동의서에 사인을 해 준 걸 보면 자식 놈들이 집 떠나기만 기다렸던 거 같기도 하고.
마커슨은 바로 옆옆집인데도 우리 집에서 자겠다며 배낭을 메고 왔다.
할 말이 없다.
마크는 내일 아침에 시간 맞춰 온단다.
크리스틴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섭외하는 데는 성공.
이로써 공부방 멤버 중 워크 캠프를 가는 사람은
나, 마커슨, 오디, 마크, 크리스틴.
5명이다.
매튜는 제이콥이 받은 정비공 아저씨의 명함을 갈취한 후 그 아저씨의 차 수리점을 찾아갔다.
9월이면 16세가 되는 매튜.
아직 나이가 어려 안 받아준다는 걸 기어코 옆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오늘 널싱홈 연주도 빠진 상태.
진로에 대한 확고한 결정을 한 것 같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공부방 놈들의 여름 캠프가 시작되었다.
***
다음날 오전 7시.
“뭐. 뭐야? 니가 왜 여깄어?”
“음냐. 내가 니들 딱 기억할 거야. 감히 알렉스님을 버리고 가?”
“…그니까. 왜 여깄냐고.”
“으하하. 왜긴? 나도 가려고 왔지, 설마 배웅하려고 왔겠냐?”
“그 꼴을 해서?”
“걱정하지 마. 일은 못해도 관리 감독은 할 수 있대. 패트릭 아저씨한테 허락 받았음. 큼. 다들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니까. 으아하하하.”
“…”
“…”
“시바. 나 안가.”
“크리스틴. 너 없으면 미아는 남자랑 방 써야 해. 그래도 돼?”
“마크. 너 그거 사실 아니면 죽인다.”
“…”
“알렉스. 어제 말한 소원 하나씩은 없는 거다.”
“오키오키. 어차피 내 소원은 니들이 들어줄 수도 없어.”
알렉스가 목발을 짚고는 모임 장소에 나타났다.
한 팀 인원이 5-6명인데, 자기는 그냥 엑스트라라고 생각하라고.
패트릭 아저씨는 알렉스에 대해 잘 모른다.
전화로 얼마나 살랑방귀를 뀌었으면 목발 짚고 있는 놈을 오라고 허락을 해 주었을까.
평년보다 더운 여름이다.
아무래도 재앙의 씨앗이 뿌려진 것 같다.
***
– 우와와와와.
덥다.
쉬엄쉬엄 오다보니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만 7시간이다.
도착하니 오후 2시.
자기 돈 들여 남 돕겠다고 전국에서 모인 사람이 400명이 넘는다.
6학년을 끝낸 만 11세부터 18세까지.
한 그룹당 19세 이상의 어른 2명은 붙어야 한다.
우리 교회에서 파견된 인원은 총 15명.
그 중 11명이 중고등학생이고, 4명이 성인이다.
중고등학생 중 우리 6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최소 3년 이상 참석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신멤버와 구멤버를 적절히 조합해 A와 B그룹으로 나누었고, 공부방 멤버 중에는 오디와 마크가 B그룹이 되었다.
숙소는…
오래된 폐교를 개조한 것이다.
각 방은 일반 교실의 반 정도 사이즈로 침대 두 개와 작은 책상 두 개씩이 있다.
그 외엔…아무것도 없다.
감옥도 아니고.
창문이 큰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용이다.
샤워장은 칸칸이 한명씩 들어갈 수 있도록 나눠져 있어 남의 알몸을 볼 일은 없다.
손이 많이 가는 알렉스는 나와 한방이 되었다.
결국 우리 방이 또 아지트가 되었다.
옆방에 배정받은 마커슨과 오디, 마크가 튀어왔다.
“와. 대박. 봤어? 방에 에어컨이 없어. 쪄 죽으라는 건가?”
“아.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데스크 팬(Desk Fan) 들고 다녔구나? 그런 거 왜 들고 왔나 했네.”
“우리 이제 어떡해? 창문 열면 모기 들어올 텐데?”
“패트릭 아저씨 말로는 요 앞에 월마트가 있대. 가서 하나씩 사자.”
“아까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10불 정도밖에 안한대. 근데 너희들 돈 가져왔어?”
“비상금은 당연하지.”
“난 한 40불정도 들고 왔어.”
“나도. 그 정도.”
다들 지갑 따위는 없다.
주머니나 양말 안쪽 같은 데서 구겨진 돈들을 꺼내든다.
알렉스는 깁스 안쪽에서 돈을 꺼낸다.
저것도 재주다.
피 같은 돈 10불을 쓰는 건 아깝지만 이 물질만능주의 미국 땅에서 숙소에 에어컨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런 날씨에 데스크 선풍기라도 없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식사는 끼니마다 나온다.
아침을 먹은 후 점심은 도시락을 싸 준다.
물론 한국의 도시락을 생각하면 안된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거다.
그래도 먹을 만하게 나온다.
우리는 1주일만 참가하는 거지만, 이 캠프는 앞으로 8월 중순까지 10주간 유지된다.
전국에서 수많은 봉사자들이 모여 비지땀을 흘리며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가 주요 봉사 지역이다.
우리가 온 곳은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다.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 중 한 곳이다.
산세가 험해 사람이 살기 힘든 만큼 자연이 아름다운 주이기도 하다.
***
“자. 다들 이거 입고 강당으로 모여. 그리고 온 몸에 이거 뿌리고. 듬뿍듬뿍 뿌려. 더운데 땀 흘리면 날벌레들 엄청 붙는다.”
패트릭 아저씨가 티셔츠 한 장씩과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건네주고 갔다.
파란색 티셔츠에 워크캠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날개 모양이 그려져 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주는 대로 입었다.
알렉스는 의외로 혼자서도 잘 한다.
옷 입는 거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미 혼자 갈아입고 있었다.
“풋. 야. 제이든. 나 집에서도 혼자 다 해. 걱정 마.”
“다행이네. 엄마는 좀 괜찮으시냐?”
“내가 왜 꾸역꾸역 여길 왔겠냐?”
“…재밌게 지내다 가자.”
“그래.”
방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강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 갔다.
자원봉사자들만 400명.
거기에 이 모임의 관계자들이 30-4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열기가 후끈하다.
인종은 다양하지만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의 저력이 이런데서 나오는 건가?
우리 뒤쪽엔 한국인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저절로 눈길이 갔다.
조용히 들어보니 대체적으로 영어로 대화를 하고, 아주 간간이 한국말이 섞여 있었다.
이민 2세대들인 모양이다.
누군가 마이크를 잡았다.
백인 중년 남자다.
“안녕하세요. 워크캠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올해 이곳 웨스트버지니아 워크캠프의 디렉터를 맡게 된 애론 딜리니입니다. 매일 저녁 7시, 식사 후 전체 모임 시간이 있습니다. 다른 팀들의 진척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많은 이벤트도 있으니 되도록 모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러면 지금 각 그룹 팀장들은 나와서 맡은 구역들 확인해 주시고요. 필요한 장비와 도면들 챙겨가기 바랍니다. 작업시간은 내일 오전 8시 시작해 오후 5시까지입니다.”
– 웅성웅성.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실화냐?”
“그.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나봐.”
“에이, 설마 그 시간 내내 일 하라고 하는 거겠냐? 쉬면서 띄엄띄엄 일하겠지. 얘들이 해 봐야 얼마나 한다고. 얼굴들 좀 봐라. 일 하게 생겼는지.”
“아냐. 뭔가 불길해. 이거 아무래도 패트릭 아저씨의 마수에 걸려든 것 같아. 5월부터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니까.”
“제이콥이 빠진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은근 여우잖아. 분명 선배들한테 들어서 알고 빠진 걸 거야. 이거.”
주위를 둘러보니 몇 번 온 사람들은 웃고 있고, 처음 온 사람들은 당황해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캠프 기간이 1주일이나 된다.
우리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