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72)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72화(7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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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캠프 2
패트릭 아저씨가 우리를 카페테리아로 불러 모았다.
식사를 하는 카페테리아에는 접이식 테이블들이 수십 개 놓여 있었다.
이미 여러 곳에서 각 그룹마다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자 아저씨가 웃는다.
“하하. 걱정할 거 없어. 너희들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야. 배우기도 많이 배울 수 있고, 보람도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일도 너희들이 못하는 건 안 시켜.”
“휴우. 그렇죠?”
“그러엄. 여기 50% 이상은 해마다 오는 사람들이야. 너무 힘들면 본인 돈 들여 봉사하러 오겠니?”
“그건 그렇네요.”
“자. 봐봐. 그룹 A는 여기 집에 들러서 휠체어 경사로를 만들 거야. 계단도 부서졌다고 하니까 그것도 손 좀 봐야 돼. 다들 휠체어 경사로 같은 거 만들어 본 적 없지?”
“네.”
“저희는 해 봤어요. 작년에요.”
“아. 그렇지? 근데 처음 해도 할 수 있어. 그룹 A 리더는 나고, 닉이 부 리더, 그룹 B 리더는 존이고 센티아고가 부 리더야. 우리 모두 이 캠프 참가한지 15년은 넘었어. 뭐. 가끔 빠지는 해가 있긴 했지만 거의 해마다 왔으니까 너희는 우리 리더들만 믿고 따라오면 돼. 오케이?”
“네.”
“그룹 B는 여기 이 집 전체 페인트를 칠할 거야. 안이랑 밖 다 한다는데, 일단 날씨 영향이 클 거야. 비가 안 와야 하니까 날씨 체크 매일 하고.”
“네.”
“다들 이왕 일하는 거 제대로 하자. 돕는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 집을 가꾼다는 마음으로 하자고. 엉망으로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내년엔 오고 싶어도 못 올 수도 있다니까.”
패트릭 아저씨의 마지막 말은 뻥인 것 같긴 하지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맞다.
돕겠다고 와서는 오히려 깽판을 치고 간다면 차라리 안 돕는 게 낫지.
“그룹 A는 나무 자르고 못 박고 하는 일들 많아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 특별히 조심해야 해. 전기드릴이나 전기톱, 테이블 톱 같은 거 사용할 때는 진짜 한눈파는 사이에 손가락 하나 날아간다 생각하고.”
“히익. 소. 손가락이요?”
“우리도 전기톱 써요?”
“하하. 걱정 마. 초짜는 보고 배우면 돼. 조심만 하면 전혀 걱정할 거 없어. 그럼 오늘 미팅은 여기서 끝. 오느라 고생했다. 들어가 쉬고, 나중에 저녁때 보자.”
“아저씨. 걱정일랑 마세요. 제가 열심히 감찰할 게요. 그러려고 제가 온 거잖아요.”
“…그래. 고맙다. 알렉스.”
“헤헤. 뭘요. 그냥 제 할 일 하는 건데요.”
마커슨과 크리스틴이 주먹을 슬쩍 들어 올렸다가 내린다.
오디와 마크의 표정은 밝다.
저 둘은 그룹 B다.
일하는 것보다 알렉스와 떨어져서 다행이라는 표정.
정말 눈물겨운 우정이 아닐 수 없다.
“아. 참. 저희 데스크 팬 사러 가야 해요.”
“아. 그렇지? 리스트에 없는 거라 내가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여분이….”
우리 여섯의 손이 동시에 올라갔다.
공짜 선풍기는 언제나 환영이지.
“아.하.하. 깜빡하고 여분을 안 가져왔네.”
그 여분.
분명 있는 거 같은데.
우리 모두 손을 드니 당황한 거지.
나중에 따로 가서 물어볼까?
“그. 언제 갈래? 월마트 가면 살 수 있는데.”
“…지금이요.”
“그래. 여기서 10분 정도만 걸으면….”
“이 더위에요?”
“어우. 아니지. 내가 태워준다고 말하려고 했어. 가자.”
패트릭 아저씨.
마음이 약하구나.
목발 짚는 알렉스를 오게 할 때부터 짐작은 했다만.
우리는 생각보다 챙기지 않은 물건들이 많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하다못해 비누까지 들고 와야 할 줄이야.
1주일 머무르는 데 수건 하나 챙겨온 마크 같은 놈도 있었다.
보통 호텔에선 다 주니까 수건도 여분으로 하나 챙겨온 거라고.
패트릭 아저씨가 꼭 챙겨야 할 필수용품 리스트를 주었는데도 그걸 제대로 본 놈이 없었다.
나조차도….
결국 우리는 월마트로 향했고, 비상금을 다 털어야 했다.
평소엔 모르다가도 가끔 이런 상황이 생기면 카드가 없는 게 무척 불편하다.
요즘 세상에 누가 현금 들고 다닌다고.
하지만 미국 중동부의 시골 중학생들이 카드를 들고 다니는 경우는 잘 없다.
오디처럼 폰 결제를 가능하게 해 주거나 고등학생은 되어야 하나 장만해 줄까 말까다.
우여곡절 끝에 1주일 살아갈 물품들이 모두 준비되었다.
이제는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지내다 가야 한다.
샤워는 학생들과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분리되어 있다.
혹시나 모를 성추행 같은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같은 성별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니까.
학생들은 오후 6―7시, 어른들은 오후 8―9시가 샤워 시간이다.
식사는 오후 7시부터 30분간.
그 후 30분 정도 전체 미팅을 가지면 어른들의 샤워 시간이 시작된다.
오늘은 첫날이라 일하러 가지 않으니 모든 일정이 30분씩 당겨졌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전체 미팅.
캠프가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는 짧은 kick―off meeting (전체 시작 모임)이 시작되었다.
이벤트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더니 일정 논의가 끝나자 그룹별 장기자랑을 하란다.
물론 하고 싶은 그룹만 하면 된다.
그런 걸 왜 하나 싶은데, 의상까지 준비해 온 팀도 있다.
우리 그룹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알렉스가 갑자기 스탠딩 코미디를 하겠단다.
다들 말렸다.
앉아 있으니 급격히 피곤이 몰려온다.
혼자 조용히 방으로 돌아왔다.
지나오는 방마다 듬성듬성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걸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많나보다.
잠시 쉬면서 휴대폰이나 보려고 침대에 누웠다.
눈 뜨니 다음 날 아침이다.
알렉스가 입이 댓발 나온 건 덤이다.
“아. 미안. 깜빡 잠들었나 봐.”
“무슨 깜빡이 아침까지 자냐? 됐어. 피곤했나 보지 뭐.”
“목발 짚고 가기 불편하면 밥 배달해 줄까?”
“아냐. 나도 갈래. 메뉴를 확인해야지.”
캠프의 아침 식사 시간은 오전 7시―7시 30분.
그 후 30분 동안 아침 모임을 한다.
그리고 오전 8시가 되면 출발지로 향한다.
정확히 8시에 우리는 패트릭 아저씨의 차를 탔다.
우리의 목적지는 숙소에서 30분 거리.
20분쯤 왔을 때 차가 멈춰 섰다.
앞쪽에서부터 길게 차들이 정체되어 있다.
“출근 시간이라서 이런 거예요?”
“아니. 여긴 출근길이라도 안 막혀.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인데?”
밴 운전석에서 고개를 쭈욱― 빼고 내다보는 패트릭 아저씨.
“아. 거위 가족들 때문이네. 얘들아. 저어기 봐. 거위 가족들 지나간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야생동물들과 공생하며 살아간다.
동물 가족들이 도로를 지나면 양쪽 차선 차들이 기다린다.
간혹 미처 피하지 못하거나, 보지 못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이미 본 이상 멈춰 서서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워낙 흔히 있는 일이라 일상적으로 보는 풍경이다.
거위는 물속에서나 빠르지, 물 밖에선 느리다.
새끼들까지 모두 도로를 건너다보니 생각보다 오래 서 있어야 했다.
결국 예정 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우리 집은… 부자였어.”
“진짜 사람이 살고 있는 거 맞아?”
“…….”
골목이라 부르기엔 좀 애매한, 큰길 옆으로 일렬로 늘어선 집들.
잔디가 깔려 있어야 할 앞마당은 온갖 잡초와 자갈로 뒤덮인 지 오래다.
리암 삼촌이 처음에 집 샀다며 우리 집을 보여 줄 때보다 5배는 더 나쁜 상태다.
집 본체도 벽돌이 아닌 목조 건물이다.
오랫동안 방치했는지 낡고 허름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패트릭 아저씨가 차에서 공구함을 꺼낸다.
흠.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공구함인데…
내 눈초리가 가늘어지자 패트릭 아저씨가 씨익― 웃는다.
“운영진 쪽에서 장비들을 다 준비 못하거든. 동네에서 이것저것 좀 집어왔어. 너도 간다니까 리암이 내주더라고.”
“하하. 그렇죠? 어디서 많이 보던 거다 싶었어요.”
“자주 쓰던 거니까 손에 잘 맞겠지? 마크네 거는 그룹 B에 보냈어. 우리 팀에선 너희 둘이 실질적인 전력이잖냐.”
허얼.
그런 거였나.
마크가 지난 5월부터 패트릭 아저씨가 자신을 보는 눈이 묘했다고 하더니.
아저씨는 다 계획이 있던 거였다.
새벽부터 누가 가져다 두었는지 우리가 일할 집 앞 마당엔 홈디포나 로우스에서 구입해 가져다 놓은 나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휠체어 경사로 길이에 맞춰 잘라야 하는 것들이다.
패트릭 아저씨가 설계도를 꺼내든다.
이상하게 항상 내 근처에 있는 패트릭 아저씨.
“여기 도면을 보면 경사로를 이쪽으로 이렇게 길게 간 후 살짝 구부러뜨려서 올라오기 쉽게 지을 거야. 뭐든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법이지. 기둥부터 면적까지 조금도 착오가 생기면 안 돼. 전에 어떤 팀은 계산 잘못해서 중간에 경사로가 뒤집히는 일도 있었어. 거기 줄자 좀 가져 와 봐!”
“크리스틴! 줄자!”
알렉스가 소리치자, 저쪽에서 크리스틴이 알렉스를 한번 노려본 후, 휙― 줄자를 던진다.
중간에서 마커슨이 잡아챈 후 내게 던진다.
마지막으로 내가 받아 패트릭 아저씨에게 전달했다.
“하하하.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좋다니까. 이렇게 합이 잘 맞는 팀이 또 어딨겠어.”
우리는 먼저 휠체어 경사로가 만들어질 공간의 길이를 재고, 기둥을 세울 곳을 정확히 측정해서 표시했다.
기둥은 경사로의 폭에 맞춰 양쪽으로 세워져야 한다.
― 아! 좀 제대로 그려 봐! 좀만 빗나가면 엉망 된다고!
― 기둥 크기도 생각을 해야지. 조금 더 크기 좀 키워 봐.
아마추어들이라 한 단계 넘어갈 때마다 소란스럽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
설계도에 나온 이미지대로 대충 모양이 잡혔다.
패트릭 아저씨가 한번 체크하고, 뒤에 닉이 다시 한번 체크했다.
두 사람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 이제부터 기둥 세울 땅을 파 볼까? 다들 삽 들어. 삽 모자라면 곡괭이 들고!”
삽과 곡괭이.
곡괭이를 들어야 한다.
자그마치 22개월 군대 생활을 한 몸이시다.
재벌가 자식이었지만 혹시라도 훗날 배다른 형님의 앞길에 누가 될 수 있다며 일반 군대를 가라고 했었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고,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복무를 이행했다.
이제는 땅의 색만 봐도… 는 아니지만 암튼 삽질 좀 했다.
한눈에 봐도 자갈로 뒤덮인 정리되지 않은 이 땅은 삽으론 어림도 없다.
곡괭이로 먼저 땅을 찍어 흙을 부드럽게 한 후, 삽으로 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초짜들이 곡괭이를 들면 하루 종일 걸려도 못한다.
어쩌면 1주일 내내 기둥 세울 땅만 파다 시간이 다 가 버릴 수도.
내가 해야 한다.
그래야 일이 된다.
빠르게 걸어 곡괭이를 챙겼다.
내 모습을 본 놈들이 저쪽에서부터 달린다.
곡괭이 4개에 삽 2개.
주최 측도 아는 거다.
이곳은 곡괭이로 먼저 털어야 한다는 걸.
마커슨과 크리스틴이 삽을 잡았다.
땅을 파는 전동 드릴은 없다.
그런 건 전문가용이다.
우리는 한땀한땀 직접 판다.
나사못을 박거나 나무에 구멍을 뚫는 전기드릴, 나무를 쉽게 자를 수 있는 전기톱 같은 건 주최 측에서도 준비해 주지만 보통은 참가자들이 자기 집에 있는 것을 가져온다.
우리 집에서 가져온 것들도 한 트럭이다.
― 콕콕콕. 탁. 콕콕. 탁.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는지 땅이 굳을 대로 굳어있다.
곡괭이가 땅을 찍어 흙을 부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러다 배에 왕(王)자 생기겠다.
뜨거운 햇볕이 머리 위에서 바로 내리쬐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목발에 챙 넓은 모자까지 쓴 알렉스가 이곳저곳 다니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 댄다.
“에헤이. 좀 더 힘을 써 봐. 구덩이 넓이가 그게 뭐야? 빨대는 꽂겠냐?”
“꺼져!”
“Hurry! Hurry! 제이든이랑 마커슨은 벌써 2인치나 팠다고. 크리스틴! 마크 때리는 힘으로 삽질을 하라니까! 그렇게밖에 못 하냐?”
“알렉스, 삽이 이길 거 같냐? 목발이 이길 거 같냐? 한판 붙을까?”
“에헤이. 성질머리는. 당연히 목발이 이기지.”
알렉스의 깐족거림에 크리스틴의 뚜껑이 열릴 즈음, 패트릭 아저씨가 다른 일을 하다가 와서는 깜짝 놀란다.
“와. 제이든. 어떻게 이 단단한 땅을 그렇게 잘 파? 이거 뭐. 왕년의 선수 이런 건가?”
“제이든이 자기 집 텃밭 만들 때 철조망 다 심었잖아요. 제가 알죠. 그때도 땅을 잘 팠어요.”
“맞아요. 그거 보고 마크 아빠가 마크한테 혼자 텃밭 기둥 세우라고 해서 마크가 울고불고. 올해는 주키니 농사가 잘돼서 주렁주렁 달렸던데.”
“이런. 제이든한테 이런 재주가 있는 줄 알았으면 진즉 데려왔을 것을.”
“…근데 여기 땅이 너무 안 좋아요. 야산도 이러지는 않겠어요.”
“좀 그렇긴 하지? 집 짓고 주변 입구를 콘크리트 대신 자갈을 섞어 땅을 다졌나 봐. 며칠 전에만 비가 왔어도 땅이 좀 나았을 텐데. 올해는 이래저래 난국이다.”
그때 집 안쪽 문이 열리면서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