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83)
283화 표류 (3)
투둑.
곤충형 몬스터 ‘크롱비’가 빛이 되어 사라지며 마석을 떨구었다.
굳이 줍지는 않았다.
그야 저걸 주워서 뭐 하겠는가. 수납할 주머니도 없는 상황에.
‘돌겠네.’
어찌 보면 처음 미궁에 떨어져 세 발로 기던 시절보다 더 열악하다.
그땐 속옷이라도 있었으니까.
‘……여기가 어딘지는 나중에 생각해 보고, 일단 가릴 것부터 구하자.’
낯선 상황에 처한 것에 당황하기도 잠시, 나는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정리하고서 하나씩 해치웠다.
우선은 의식주 중 하나인 의衣.
사방에 나무밖에 없고, 몬스터는 잡는 순간 빛이 되어 사라지는 세계지만, 의를 충족시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바바리안이잖아?
‘……진짜 여기서 별걸 다 해보는구나.’
일단 허리에 맞는 덩굴줄기 하나를 줍는다.
그리고 호박잎 크기의 이파리들을 덩굴에 끼운 뒤 허리에 감고서 줄기를 묶으면 끝.
이로써 내 존엄성을 지켜 줄 장비, 이름하여 ‘나무 정령의 가호’가 완성됐다.
‘……생각보다 튼튼한데?’
제작한 아이템을 입고서 이리저리 움직여 보던 나는 예상보다 높은 완성도에 놀랐다.
역시 근본은 근본인 건가?
태초의 인간들이 이런 룩을 선호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쟤도 만들어 줘야겠네.’
내친김에 아멜리아의 것도 제작했다.
하의면 충분하던 나와 달리, 아멜리아의 경우엔 파츠가 두 개나 필요했지만…….
나보다 훨씬 몸집이 작아서 작업 시간 자체는 얼마 차이나지 않았다.
‘그래도 넉넉하게 만들었으니 사이즈 걱정은 안 해도 되겠고.’
‘나무 정령의 가호’가 가진 몇 없는 장점이다.
너무 원시적이라 사이즈가 큰 건 문제가 안 된다.
그냥 줄기를 꽉 조여서 묶으면 그만이거든.
‘얘는 대체 언제까지 자려는 거야.’
나는 아멜리아에게 다가가 ‘나무 정령의 가호(여)’를 몸 위에 툭 던져두었다.
입혀둘까 하는 생각도 없던 건 아니지만…….
‘괜히 더 어색해질라.’
아무리 생각해도 입히는 거는 너무 선을 넘는 거 같다.
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튼, 당장 배가 고프진 않으니 쉴 곳부터 만들자.’
의를 충족시킨 후에는 곧장 주住를 완성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 또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삽만 한 손으로 구덩이를 판 뒤, ‘나무 정령의 가호’를 만들 때 썼던 큼직한 이파리들을 안에 쑤셔 넣으면 끝.
아, 마른 나무도 주워서 중앙에 모닥불도 피웠다.
의외로 불을 지피는 일은 수월했다.
‘몸에 힘이 넘쳐서 그런가?’
힘을 꽉 준 채 쉬지 않고 나무를 박박 비비니 금방 연기가 피어올랐다.
의외로 세상엔 힘으로 안 되는 게 없단 말이지.
‘그나저나 얘는 대체 언제 일어날 생각인 거야.’
이내 아멜리아를 들어 이파리 침대에 눕힌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밤이었다.
다만 불을 피워 둔 덕에 춥다는 느낌은 없었고, 시야 확보도 되었으니 몬스터가 나와도 평소처럼 싸울 수 있을 터.
이쯤 하고 나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식인데…….’
생활을 위한 세 번째 요소이자 생존만을 따지면 첫손가락에 꼽아도 모자랄 그것.
“하, 진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첫 진입도 아니고, 지금에 와서 이런 걱정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건만.
꼬르르륵.
……먹을 건 어떻게 구하지?
***
파루네섬에는 산이 없다.
해안가를 제외하면 전부가 평평한 숲지이며, 덕분에 가림막이 많아 모닥불의 빛은 멀리까지 퍼져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부나방 같은 새끼들.’
모닥불의 빛은 근처의 몬스터들을 불러 모으기엔 충분했고, 덕분에 나는 밤새 쉬지 않고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뭐, 그렇다고 모닥불을 끄진 않았다.
애초에 빛이 없어도 나타나는 게 몬스터니까.
차라리 시야라도 확보된 상태에서 싸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
‘……이 상황에서 내가 잘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게 굶주림과 싸우며 몇 시간을 더 보냈을 때, 마침내 아멜리아가 정신을 차렸다.
“드디어 일어났군.”
“……어떻게 알았지?”
“숨소리가 사라졌으니까.”
얘도 보면 참 웃기다.
정신을 차린 게 분명한데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니.
상황 파악이 먼저라는 건가?
“……여긴 어디지?”
“잠깐, 일어나기 전에 그것부터 입어라.”
“……?”
상체를 일으킨 아멜리아가 알몸 위에 놓인 나무 쪼가리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바바리안, 네가… 나를 벗긴 건가?”
아멜리아가 눈을 떴을 때 할 예상 질문 리스트 중 하나였던지라, 나는 당황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나도 옷이 싹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군.”
이내 등을 돌리자, 뒤에서 부스스 나뭇잎 소리가 났다. 다행히 어떻게 입는 건지는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되는 모양.
“다 됐으니, 돌아봐도 좋다.”
다시 뒤로 돌아봤을 때 아멜리아는 내가 제작한 ‘나무 정령의 가호(여)’를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둘 다 이런 걸 걸치고 있으니 무슨 세트 아이템 같다고 해야 하나?
같이 싸우면 세트 효과 버프라도 들어올 거 같다.
“그래서 여긴 어디인 거지?”
아멜리아는 입은 옷에 수치심도 없는지,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내게 다시금 첫 질문을 해왔다.
거, 질문은 내가 할 입장이구만.
“여긴 파루네섬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진 모르겠고, 눈을 떴을 때 우리 모두 옷을 다 벗고 있었다.”
이것 외에도 내가 눈을 뜨자마자 느꼈던 여러 의문점들을 간략하게 브리핑하자, 아멜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
나는 1분 정도 시간을 준 뒤에 물었다.
“자, 그럼 이제 얘기해 봐라. 우리가 왜 이 상태에 놓인 건지.”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어허, 모르는 척하기는.
“마지막에 네가 쥐고 있던 그 돌이 빛났지 않냐. 나는 그게 이번 일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중이다.”
“그래, 그것 말인가…….”
아멜리아가 텅 빈 손을 괜히 쥐었다 폈다.
그러나 내가 눈을 떴을 때부터 없었던 그 물건이 갑자기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아, 맞다. 이것도 먼저 말해놔야지.
“미리 말하지만, 나도 그 물건에 손 안 댔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고.”
“걱정 마라. 그런 의심은 하지 않으니까.”
음, 그 정도 신용은 있다는 뜻인가?
“그래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짚이는 건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아니, 그러니까 그걸 말해달라고 이 여자야.
이런 상황에서조차 정보 통제를 해야겠어?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봐라. 대체 그 돌은 뭐고, 왜 우리가 이런 상태에 놓인 거냐?”
짜증을 숨기지 않으며 묻자 아멜리아가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그건…….”
무언가 결심한듯 표정으로 막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탁.
수풀가에서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우리 둘은 자세를 낮추며 소리가 난 방향을 응시했다.
그야 이 섬에는 곤충형들뿐이거든.
즉, 저 소리를 낸 게 사람일 가능성이 높단 뜻.
“…….”
모닥불 소리를 제외하면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덕분에 더 긴장이 됐다.
인기척이 들렸다면 그냥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었구나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까지 훔쳐보고 있을 셈이지? 나와라.”
이내 아멜리아가 어두운 수풀 속을 바라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반응이 나온 것은 약 5초 정도가 지난 후였다.
“하하, 그렇게 말하니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도 된 거 같구려.”
웅크렸던 몸을 펴고서 수풀을 헤집으며 나오는 다섯 명의 탐험가.
뭐야, 진짜 지켜보고 있던 거야?
대체 언제부터?
‘니미럴.’
아찔한 기분이 들지만, 우선 상대방 무리부터 쓱 스캔했다.
전원 인간이었고, 남성이었다.
장비로 보아 수준은…….
‘5층 정도.’
다만 가슴에 클랜 문양이 있다.
처음 보는 클랜의 문양이다.
‘클랜에 속해서 6층에 올라왔고, 이 섬에서는 팀으로 나눠 행동하는 중인 건가?’
물론 여기에도 위화감은 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번 미궁 회차에는 대부분의 탐험가들이 진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섬에도 20인 이하의 조건이 만족됐던 거고.
근데 이제 와서 이렇게 탐험가들을 만난다?
뭔가 석연치 않다.
막연히 그런 기분을 느끼던 차였다.
“왜 우리를 훔쳐보고 있던 거지?”
아멜리아가 경계심을 고스란히 내비치며 물으며 본격적인 대화가 진행됐다.
“오해 마시오. 우연히 멀리서 불빛을 보고 우리 클랜원인가 싶어 인사라도 할까 왔다가 그쪽 행색을 보고 놀라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오. 아, 그리고 애초에 발견한 것도 방금 전이라오.”
어느 정도 납득은 가는 말이었다.
나였어도 섬 중심부에 원시인처럼 나뭇잎을 걸친 남녀가 있으면 이게 대체 뭔가 싶었을 것이다.
사정이 궁금하기도 할 테고.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너희가 알 필요는 없다.”
“허허, 너무 경계하지 마시구려. 딱 봐도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는…….”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사내의 물음에 아멜리아가 딱 잘라 선을 그었다.
한데 그런 부분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까?
“허허, 앙칼지기는.”
사내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호쾌하게 웃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미친 새끼처럼 보였다.
무슨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아멜리아.”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너는 가만히 있어라.”
응, 그래.
상황을 너무 크게 만들지 말라는 의미로 이름을 부르자, 아멜리아도 조금은 태도를 너그럽게 했다.
“타고 있던 배가 좌초됐다. 동료들과는 헤어지기 전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설명이 됐나?”
딱 봐도 내 사연을 각색해 만들어낸 듯한 이야기.
“흐음, 그럼 장비는 다 어디 간 것이오?”
“장비는 물에 빠지기 전에 배낭에 넣었다가 잃어버렸다. 입고 있던 옷은 젖고 더러워져서 그냥 버렸고.”
“그렇구려.”
이후 사내는 호기심을 내비치며 아멜리아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고, 아멜리아는 대충 그럴듯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물론 깊이 파고들면 모순은 많았지만…….
“오호,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꽤 난감하셨겠구려.”
그런 모순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지, 남자는 아멜리아의 헐벗은 몸을 훑으며 눈을 빛냈다.
그 순간이었다.
“이거야 원, 아주 운이…….”
퍼억-!
아멜리아가 남자의 머리통에 하이킥을 꽂았다.
털썩-
하, 이 여자가 진짜.
바바리안인 나도 가만히 있었는데.
‘선빵부터 치고 보는 건 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몸을 움직였다.
“무슨 짓이냐!”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황 아닌가.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당장은 합을 맞춰야지.
“베헬—라아아아아아!!”
[야성분출]을 터트리며 [거대화]를 활성화했다.그리고 [도약]을 통해 놈들의 진형 중심에 안착.
그리고…….
‘휘두르기.’
몽둥이를 휘둘러 마법사부터 바닥에 눕혔다.
‘오케이, 일단 법사는 조졌고.’
나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틀며 원심력을 이용해 옆에 있던 궁수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노오옴!!!”
궁수 옆에 있던 방패수가 적절하게 막아내며 두 번째 기습은 실패.
우직.
덤으로 방패에 가로막힌 몽둥이도 박살이 났다.
쩝, 메이스였으면 방패째로 날려보냈을 텐데.
툭.
나는 부서진 몽둥이를 바닥에 버리고, 양손으로 방패를 쥐었다.
그리고…….
“내놔.”
힘을 줘 잡아당겼다.
하나 단번에 빼앗는 건 어려웠다.
힘에서 아무리 차이가 난다 해도 방패는 대부분 팔목에 띠를 감아서 쥐기 때문.
물론 사소한 문제긴 했다.
팔이 문제라면 팔을 부수면 끝나는 문제니까.
콰직-!
“으아아아아악!!”
방패째로 놈을 잡아당긴 후, 팔꿈치를 내리찍어 관절을 박살냈다.
그다음, 놈을 발로 차며 방패를 빼앗은 뒤—
깡-!
즉시 방패를 옆으로 내밀어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냈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전투의 전부였다.
푸욱-!
그 짧은 시간에 아멜리아가 대부분 정리했거든.
이내 궁수가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지자, 주변에 서 있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전부 죽은 건 아니지만…….
“오, 오러라니…….”
아멜리아가 빼앗은 칼로 오러를 뿜어내는 걸 보고서 모두 전의를 잃은 상황.
“너, 희들… 우리가, 누군지 알고……!”
가장 처음에 하이킥을 맞고 쓰러진 남자가 독기 품은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봤다.
하,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지?
“조용히 해라.”
얘네가 소리라도 질러대면 귀찮아질 수 있기에 어서 바닥에 널린 나뭇잎을 모아 놈의 입에 쑤셔 박았다.
그리고 아멜리아를 보았다.
“대체 무슨 짓이냐?”
일단 어쩔 수 없이 가담은 했지만, 방금 우리가 한 것은 약탈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이 일이 도시로 퍼져나가면 분명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처할 터.
“말해봐라.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했는지.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이내 해명의 기회를 주겠다는 듯 바라보자, 아멜리아가 시선을 피했다.
“……무기가 없는 상황이기에 불리해지기 전에 선공을 했을 뿐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통은 대화로 풀어갈 생각을 먼저 하지 않나?”
“그런 게 통할 놈들이 아니라 판단했다.”
마치 벽을 보고서 말을 하는 듯한 기분.
후, 날 만났던 사람들도 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왠지 모르게 얘랑 있으면 자꾸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얘는 자기가 무슨 궁예인 줄 아나.’
이쯤에서 대화를 중단하고 한숨을 푹 내쉬자, 아멜리아가 위로하듯 말을 툭 던졌다.
“걱정 마라. 네가 생각하는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무슨 뜻이지?”
“배낭을 확인해 봐라.”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일단 시키는 대로 놈들의 확장형 배낭을 열었다.
가장 먼저 보인 건 간식용 육포였다.
안 그래도 배고파 죽을 거 같았는데.
그래도 식량 문제는 해결된 셈인가?
우걱, 우걱.
일단 입에 육포를 집어넣은 뒤에 가방을 마저 뒤져보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상한 부분을 눈치챘다.
‘뭐야, 이 새끼들……. 클랜 소속 아니었어?’
배낭에는 이런저런 장비들로 가득했다.
비상용 장비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종류도 다양했을뿐더러, 무기 대부분에 피가 묻어 있었거든.
“이놈들…… 약탈자였군.”
그럼 클랜 마크는 위장용인 건가?
그렇다기엔 어딘가 눈에 익은데…….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곰곰이 기억을 되짚고 있자니 곧 떠올랐다.
“……클랜 엘비스.”
예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본 클랜이었다.
수십 명이 모여 잔혹무도한 범죄들을 일삼던 곳으로 결국 그 행각이 발각되어 전원 형장에 올라 처형당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15년 정도 전에.
‘제정신인 새끼면 위장을 해도 그런 클랜 문양을 위조해서 갖고 다니진 않을 텐데…….’
뭔가 엄청난 위화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솨아아아아아-!
차디찬 밤바다의 바람이 불어오며 등골을 쓱 훑고 지나갔다.
‘아니, 잠깐만…….’
다급히 배낭을 열어 아까 본 신분패들을 다시 확인한 나는 그대로 멍하니 굳어 버렸다.
“이런 미친…….”
이름도 종족도 나이도 각양각색인 신분증.
그것들에는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갱신일이 개벽 134년……?”
어째선지 20년 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