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36
136
소드마스터 힐러님 136화
45장 블라디미르(1)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성준을 보호하고 감시하기 위해 무장 정보기관 ‘백호’를 창립했다. 그들은 아직 성준에 대한 본격적인 보호 감시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나준열이 수장을 맡게 되면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마 러시아에서 이렇게 나올 줄이야!”
A급 헌터이자 백호의 해외공작팀을 맡고 있는 김호준 팀장은 부하 정보원이 제출한 어떤 보고서를 읽고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황급히 나준열의 집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준열은 집무실에 없었다.
“나준열 국장님은 어디에 계시지? 급한 일이다.”
호준은 집무실 경비를 맡고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10분 전에 상황실로 이동하셨습니다.”
“고맙다.”
호준은 즉시 상황실로 걸음을 옮겼다. 상황실에 들어서자 직원의 말대로 준열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기술 요원과 함께 상황실 내부에 설치된 기계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김호준 팀장? 무슨 일입니까?”
준열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러시아 정보국이 움직였습니다.”
“일단 집무실로 가서 이야기하죠.”
호준의 입에서 러시아 정보국이 나오자 준열은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호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준열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집무실을 청소하고 있던 직원까지 내보낸 뒤, 준열이 입을 열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러시아 정보국 국외 공작팀 소속의 S급 헌터 블라디미르가 팀원들과 함께 밀입국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그래도 밀입국한 것을 용케 알아냈네요.”
준열은 감탄했다. 러시아 정보국에서도 해외의 암살 및 공작을 담당하는 국외 공작팀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국정원과 백호의 정보력으로는 그들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추적하는 게 힘들 정도였다.
“사실 이것도 운이 좋았던 겁니다. 국정원에서 밀입국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명단을 재조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블라디미르는 언제 밀입국한 겁니까?”
“한 달 전에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국내에 거점을 만들고 행동을 시작했을 겁니다.”
호준은 자신의 의견을 보고했다. 러시아 정보국 소속 요원의 능력이라면 한 달 만에 거점과 정보 장악을 끝내기에 충분했다.
“인원은요?”
작전 중인 적의 인원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호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파악하지 못한 겁니까?”
“면목 없습니다.”
블라디미르는 러시아 정보국의 요원들 중에서도 신분이 노출된 상태였기 때문에 꼬리를 잡는게 비교적 쉬웠지만 다른 요원들의 정보는 국정원과 백호의 정보력으로는 알아내기 힘들었다.
“밀입국했다는 사실이라도 알아내서 다행입니다.”
준열이 말했다. 그것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면 백호는 물론이고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우연이라도 알아냈기 때문에 대응책을 생각할 수 있었다.
“국정원에 지원 요청하세요. 그리고 강성준 씨 저택 주변에도 요원을 배치하겠습니다만 눈치챌 수도 있으니 직접적인 감시는 생략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정 지점마다 요원을 배치해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성준의 기척 감지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준열은 물론이고 호준도 알고 있었다.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준열의 지시에 호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백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 *
국정원과 백호 측에서는 러시아 정보국의 블라디미르가 성준을 노리고 밀입국했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백호의 국장인 나준열은 성준에게 위험을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장했지만, 백호의 다른 간부들과 국정원이 기관의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면서 반대했다.
덕분에 성준은 다가오는 위험도 모른 채 일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C동의 건설이 끝났습니다.”
공사 책임자가 보고했다. 성준은 방어 설비의 공사를 의뢰하면서 4층 규모의 별채의 건설도 의뢰했었다.
2층 규모의 A동과 B동이 있었지만, A동은 신철과 장훈이 쓰고 있었고 B동은 국가에서 파견해준 경호원들이 사용하기에는 좁았다. 그래서 4층 규모의 별채, C동의 건설을 의뢰한 것이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번 살펴봐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성준은 공사 책임자와 함께 C동을 살폈다. 당장 경호원들이 와서 숙식을 해결해도 될 정도로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그는 크게 만족했고 공사 책임자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방어 설비와 숙소로 사용할 C동의 건설이 끝난 것을 기념해서 성준은 가장 크게 고생한 정철을 저택으로 초대했다.
정철이 타고 있는 차가 저택의 열려 있는 대문을 통해 들어왔다. 최신식 스캐너가 대문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성준의 지시로 정철에게 사용하지 않았다.
“제가 설계했지만 정말 요새 같은 곳이네요.”
정철은 차에서 내리면서 감상을 말했다. 방어 설비 공사가 끝나고서는 첫 방문이었다. 그는 예리한 시선으로 정원을 훑었다.
평범한 정원같이 보였지만 잔디 밑에 자동 포탑이 매설되어 있었다. 옥상에는 기관총 진지도 설치되어 있었으며 방어 명령이 떨어지면 주요 지점에 엄폐물이 설치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경호원은 몇 명이나 있는 겁니까?”
“28명입니다. 그중에서 B급 헌터는 2명입니다.”
“B급 헌터 2명이 포함된 28명의 경호원이라…… 국가에서 신경을 많이 썼네요.”
경호원 28명이면 국가에서 개인을 위해 제공한 경호 인원치고는 많은 수였다. 성준도 헌터 닷컴 같은 곳에서 듣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강성준 씨가 없더라도 여기를 공략하려면 꽤 많은 화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정철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쉽게 공략되지는 않을 겁니다. 바람도 차가운데 이제 안으로 들어갈까요?”
“아…… 좋지요. 기대됩니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신철과 장훈은 술을 마시러 외출했기 때문에 식당에는 성준과 정철, 두 사람밖에 없었다.
고용된 관리인이 식탁 위에 요리가 담긴 접시들을 올려놓았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여러 대화를 나눴다.
식사가 거의 다 끝나갈 때가 되자 성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박정철 씨. 지금 소속된 공략팀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성준의 물음에 정철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스카웃 제안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비워진 술잔을 내려놓으며 정철은 성준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잠깐의 침묵은 무겁게만 느껴졌다.
성준은 긴장한 표정을 숨겼다.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하면 정철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가 합류하면 전력도 증가하겠지만 정보력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인재였다.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의 SS급 헌터가 있는 정규 공략팀이 아니면 어디에 들어가겠습니까?”
정철이 대답했다. 그는 성준과의 튼튼한 연결 고리를 원했다. 같은 공략팀 소속이 되는 것만큼 튼튼한 연결 고리는 없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길드도 만들 생각이시죠?”
그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설명은 없었지만, 성준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물론이죠. 길드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면 정규 공략팀도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정규 공략팀과 길드는 여러 차이가 있었지만, 세금이 가장 차이가 컸다. 하지만 성준은 길드세 면제라서 길드를 만들어도 세금을 내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길드를 만들지 않고 정규 공략팀만 유지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볼 수 있었다.
“길드 만들면 간부 자리 정도는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길드장은 무리라도 간부직 정도는 당연히 드려야죠. 하하하.”
성준은 말을 마치며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정철도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채웠다. 두 사람은 깊은 밤이 될 때까지 술을 마셨다.
정철은 저택의 별채에 들어와서 사는 것을 포함한 성준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날 정철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대리 운전사를 불러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성준은 동조율을 올리기 위한 던전 공략 일정을 잡기 위해 던전 관리국으로 출발했다.
-유신철과 박장훈이 휴식 기간이라서 안타깝군요.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은 차를 운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나랑은 다르잖아.”
성준은 로우켈의 비전 기술인 ‘흡수’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헌터였다. 그래서 체력과 마력의 보충이 가능했기 때문에 ‘무한동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자주 던전에 출입할 수 있었다.
-동조율 55%가 되면 각성 던전을 열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원한을 갚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나도 그래.”
아직도 각성 던전이 열리는 구조는 불명이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우켈의 원한이 남은 곳에 열린다는 것이었다.
“각성 던전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은데…… 정보를 알 수가 없네……”
-이럴 때 제로스 경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제로스는 성준의 전생 시절에 그를 믿고 따라 다녔던 젊은 마도학자의 이름이었다. 그는 차원 공학에도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그가 곁에 있었다면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제로스 경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죠?
“이미 죽었을 거니까 불가능해.”
성준은 냉정하게 말했다. 제로스는 로우켈을 따랐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리도니아 대평원에서 성준의 전생이 끝을 고했을 때, 제국의 황제가 측근들을 가만히 놔두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대대적인 숙청이 있었을 것이고 제로스 또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성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제로스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인지 리슈발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제로스와 사이가 좋았었다.
“원래 현실은 잔혹해.”
성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윽고 던전 관리국 주차장에 도착했고 성준은 주차를 끝내기 무섭게 차에서 내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제로스의 원한을 갚아주면 되는 거야. 알겠지?”
-동의합니다. 전력을 다해 보조하겠습니다.
“좋아, 일단 던전 솔플 신청하러 가자.”
성준의 말에 리슈발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솔플 일정을 잡기 위해 대화를 멈추고 던전 관리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주 먼 곳에 위치한 건물 옥상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2명의 남자가 있었다.
“니콜라이 님. 대상이 던전 관리국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배율 망원경으로 던전 관리국 방향을 감시하고 있던 남자가 보고했다. 그러자 금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가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블라디미르 선배님? 이쪽은 클리어했습니다.”
-방금 서버에 접속했다. 강성준 헌터의 솔플 일정을 확인했다. 공격 일정을 잡을 거니까 거점으로 귀환하도록.
“알겠습니다.”
음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