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41
141
소드마스터 힐러님 141화
45장 블라디미르(6)
대한민국 외교관은 자신들은 성준을 통제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그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대한민국 외교관이 이렇게 나오니 러시아 외교관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저희는 어떠한 개입도 할 수 없고 오직 강성준 씨의 메시지를 전할 뿐입니다. 선택은 귀국의 몫입니다.”
대한민국 외교관은 말을 마친 뒤, 옷을 정돈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응접실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를 잡은 순간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기억하십시오. 일주일입니다. 그리고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응접실을 떠났고 크렘린 궁전에서는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러시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성준의 위협을 두고 저울질한 끝에 사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정철을 통해 성준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니까 러시아 정부는 비공식적인 사과도 거부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성준의 물음에 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와대로부터 받은 정보이니 확실했다.
“어이가 없네.”
성준은 고개를 저었다. 러시아의 체면을 생각해서 비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것마저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정철은 물었다.
“러시아로 가려고 합니다.”
성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러시아에서 스스로 피로서 죄를 씻기를 원하는 것 같으니 그렇게 해줄 생각이었다.
“군이나 민간 시설을 공격하면 오히려 일반인들의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정철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성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러시아 본토의 정보국 거점을 노릴 생각입니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백호도 러시아 본토의 거점에 대한 정보는 없을 텐데요?”
정철의 말대로 아직 국정원이나 백호는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정보 공작을 펼칠 정도의 힘이 없었다. 하지만 성준의 입가에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방법은 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중앙 헌터국 델타 본부 소속 제니퍼 요원의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었다.
원래는 작전을 위해 임시로 개설한 전화번호였지만 성준과의 유대를 끊지 않기 위해 계속 유지 중이었다. 성준도 이 사실을 얼마 전에 확인했다.
그는 즉시 제니퍼에게 국제 전화를 걸었다.
-강성준 씨.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금은 오후 5시로 미국은 새벽 시간이었지만 제니퍼는 전화를 받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미국 중앙헌터국의 특수요원답게 그녀는 성준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중앙헌터국에서는 제가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맞습니까?”
-강성준 씨 생각대로입니다.
제니퍼의 대답에 성준은 입 꼬리를 끌어 올렸다. 설명할 시간을 아꼈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
“제가 원하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저희 측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러시아 국내의 정보국 거점의 위치를 알고 싶은 거겠죠?
“정확합니다.”
-몇 군데 정도라면 정보를 드릴 수 있어요.
미국과 중앙헌터국은 성준과 긴밀한 유대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지만 성준과 연결고리가 있는 제니퍼에게 정보를 일부 전달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해둔 상황이었다.
“몇 군데 정도면 충분합니다.”
성준이 대답했다. 그는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러시아도 해외가 아닌 국내의 거점이 공격받으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성준은 생각했다.
-현지에 있는 저희 요원을 통해 전달할게요. 한국 시간으로 내일 오전 중에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전화 통화가 끝이 났다. 그녀의 말대로 다음날 오전에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미국인 요원이 성준의 저택을 은밀히 방문하여 러시아 본토의 정보국 거점에 대한 자료를 넘겨주고 떠났다.
성준은 신철과 장훈, 그리고 정철에게 저택의 관리와 수혁의 안전을 맡겼다. 그리고 러시아로 밀입국했다.
밀입국을 위한 선박은 미국 중앙헌터국에서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러시아까지 가는 길은 편안했다.
“도착했습니다.”
선원으로 위장한 요원이 한국어로 러시아 도착을 알렸다. 선실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있던 성준은 두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군요.
복수할 생각에 리슈발트도 들뜬 모양이었다. 성준은 중앙헌터국 요원의 도움으로 입국에 필요한 모든 절차에서 해방되어 항구를 벗어났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성준은 요원과 작별을 고한 뒤, 지도를 꺼내 펼쳤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거점이 하나 있었다.
성준은 그곳을 공격해서 시설을 초토화시켰다. 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죽였다.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다.
그리고 러시아 국내의 미국 중앙헌터국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면서 러시아 정보국의 거점들을 공격했다.
“국내의 정보국 거점들이 공격 받고 있습니다.”
정보국장에게 바로 보고가 들어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국장을 보며 간부가 물었다. 매일 거점이 파괴되고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고가 새로 들어오고 있었다.
대형 거점 1곳과 중형 거점 5곳이 초토화되었고 목숨을 잃은 요원들만 해도 70명이 넘었다.
“비공식적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님께서 사과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군 부대를 움직일 생각이십니까?”
간부의 물음에 국장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군 부대는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정보국의 SS급 헌터 미하일을 보낸다. 강성준이 SS급 헌터라고는 하지만 특수 훈련을 받은 미하일을 이기지는 못하겠지.”
국장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는 성준이 살인 기계나 마찬가지였던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 *
성준은 중형 거점 하나를 더 무력 시킨 뒤, 다음 거점으로 이동하면서 동조율 55%가 되면서 떠올린 기술에 대해 리슈발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름이 참검이었지? 기억이 잘 안 나네.”
동조율 55%가 되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대량의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왔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기억을 분류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에 비해 리슈발트는 되찾은 기억의 일부를 벌써 소화한 것으로 보였다.
-참검이 맞습니다.
“기억이 지금 혼란스러워서 묻는 건데 ‘참검’이 오러를 베는 검이 맞지?”
성준은 동조율 55%가 되면서 얻었던 기억 일부를 떠올렸다. 넓은 평원, 그곳에는 참검을 쓰는 로우켈이 있었다. 화려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차원마저 벨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만큼 마력 소모가 큰 기술입니다. 사용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알겠어.”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 로우켈도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검’은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환영검이 일격 필살 기술이라면 참검은 최종 병기였다.
-그리고 질풍검의 제한도 완전히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기술을 사용할 때 동반하는 검풍의 수가 70여 개가 되었습니다.
리슈발트가 보고를 이었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 그건 그렇고 슬슬 도착한 것 같네.”
밝을 때 출발했지만 하늘이 어둠에 물든 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장으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순찰하듯 배회하는 헌터들의 수가 많아서 러시아 정보국 거점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민간인은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살상 훈련을 받은 자들입니다.
“헌터가 6명에 무장 요원이 31명…… 나쁘지는 않네.”
리슈발트의 보고에 성준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공장에서 느껴지는 마력 반응들을 확인했다.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는 은신을 사용하여 거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헌터가 6명 있었지만, B급 헌터 2명이 최대 전력이었고 훈련받은 요원들도 성준의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공장으로 위장한 거점의 모든 요원이 죽었고 성준은 소각되지 않은 자료들을 챙겼다.
미국에서 습득한 자료를 비싼 값에 사겠다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마력 반응?”
신속하게 거점을 벗어나려던 성준은 하늘에서 이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거대한 마력 반응에 마른침을 삼켰다.
-12시 방향입니다.
곧 리슈발트도 마력 반응을 감지하고는 정확한 접근 경로를 보고했다. 성준은 머금고 있던 미소를 거두며 다시 검을 뽑았다.
“방해꾼은 SS급 헌터인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까워지고 있는 마력의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성준은 S급 최상위 티어이거나 SS급 헌터라고 예상했고 리슈발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윽고 하늘에서 뭔가 반짝이더니 수십 개의 아이스 스피어가 쏟아졌다.
‘치명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아니다!’
견제와 동시에 시야를 가리려는 의도였다. 진짜 공격은 연격으로 이어지는 2번째가 분명하다! 성준은 적의 속셈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환영검으로 아이스 스피어를 모두 막아냈다. 어느새 그의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하앗!”
성준은 기합과 함께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허공을 가르던 검이 찬란하게 빛나는 방어 마법에 가로막혔다.
“내 기술을 막다니 제법이군.”
스태프를 든 러시아인 남자가 서 있었다. 콧수염을 기르고 로브를 입은 그 모습은 마법계 헌터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러시아 정보국에서 보낸 SS급 헌터 미하일이었다.
다만, 놀라운 점이 있다면 한국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준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미하일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놀랐나? 이것도 마법이라네.”
통역 마법인 것 같았다. 마법은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마법계 헌터가 분명해. 근접전으로 간다.’
성준은 미하일이 대화를 시도하는 동안 대답 대신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지만, 미하일은 거리를 벌리거나 견제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허리에 찬 소검을 뽑았다.
곧 그가 뽑아 든 소검에 오러가 깃들었다.
“마법계라고 해서 근접전에 약하다는 생각은 버리게나.”
미하일이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술 실력은 뛰어났다. 쉽게 결판이 나지 않았고 환영검을 사용한 틈도 없었다.
-환영검보다 동작이 작은 참검을 사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진언했다. 성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반걸음 뒤로 물러나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미하일은 공격을 예상하고 방어 마법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방어 자세를 갖췄다.
“참검!”
마력을 담은 베기. 그것은 방어 마법을 종이처럼 찢고 미하일의 목을 노렸다.
그는 검을 들어 방어를 시도했지만 오러가 깃든 검조차 참검의 베기를 막지 못했다. 차원마저 찢어버리는 압도적인 ‘참’ 앞에서 모든 게 잘려나갔다.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미하일의 머리가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성준이 신호탄을 쏘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안내역의 미국인 요원이 다가왔다.
“세상에…… SS급 헌터를 이렇게 쉽게 죽일 줄이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미국인 헌터가 말했다. 그를 보며 성준은 입을 열었다.
“잘린 머리를 크렘린 궁전에 보내주세요. 충분한 경고가 될 겁니다.”
러시아에도 3명밖에 없는 SS급 헌터 중 한 명이 성준에게 목숨을 잃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