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40
140
소드마스터 힐러님 140화
45장 블라디미르(5)
성준은 은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불법 도박장으로 위장한 러시아 정보국 거점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요 시설은 지하에 있지만, 지상의 위장용 불법 도박장에도 일부 시설이 있습니다. 저는 지하의 공략을 우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리슈발트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은신 상태라서 입을 열지는 못했지만 성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불법 도박장과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불법 도박장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가 둘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주변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둘 다 헌터입니다. E급이지만 근육을 보니 살상 기술을 익힌 것 같습니다. 헌터라고는 해도 일반적인 훈련으로는 근육이 저런 모습이 되지 않습니다.
성준은 경비를 자세히 살폈다. 리슈발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러시아 정보국의 요원이 분명합니다.
헌터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F급이나 E급의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특수 훈련을 받으면 훌륭한 살인 병기가 될 수 있다.
일반인을 훈련시키는 것보단 낫기 때문에 던전 레이드에서 쓸모 별로 없는 F급이나 E급의 헌터들을 정보 및 치안 기관에서 스카웃하는 경우가 많았다.
‘러시아 정보국 놈이 맞는 것 같은데……?’
E급 헌터 둘이 기척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대화를 엿들었다.
한국어는 당연히 아니었고 영어도 아니었다. 불어와 독일어와도 다른 느낌이었다. 성준은 러시아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증원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 바로 처리해야겠어.’
성준은 은신이 풀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검을 뽑아 들었다. 가까운 경비의 목을 노리고 재빠르게 내찔렀다.
은신이 풀렸지만, 경비는 성준의 검에 목이 꿰뚫릴 때까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커헉!”
뒤늦게 고통이 찾아오자 그는 피를 토해내며 힘없이 쓰러졌다.
“무, 무…… 컥!”
다른 경비가 대응하려고 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성준과 비교했을 때 멈춰 있는 것 같았다. 던져진 단검이 흉부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와 동시에 성준은 불법 도박장 안으로 몸을 던졌다. 시체를 치우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다.
불법 도박장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손님들이 없었다.
‘오히려 잘 됐어.’
적과 일반인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잘 된 것이다. 성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빠르게 보법을 밟았다. 가까운 곳에 B급 헌터가 2명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크악!”
“크윽!”
성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붉은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침입이다!”
누군가 러시아어로 외쳤다. 성주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발각되었음을 깨달았다. 은신은 입구에서 경비들을 처리할 때 해제되었고 이제는 신속하게 적들의 수를 줄일 일만 남았다.
침입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움직이는 기척이 사납다. 수가 많은 듯했지만, 이런 경우 사용할 만한 아이템이 있었다.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왼손에 낀 반지의 녹색 보석이 반짝였다.
“이것은 죽음을 부르는 향연이다.”
성준이 시동어를 읊으며 마력을 주입하자 독무가 빠른 속도로 퍼졌다. 순식간에 불법 도박장이 독 연기로 가득 찼다.
몇 없는 손님들은 이미 대피한 뒤였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독의 향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독이 퍼지자 불법 도박장 안에 있던 요원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S급 이상의 헌터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성질의 마력독이었지만 그 밑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지상은 전멸입니다.
리슈발트가 3분 만에 정찰을 끝낸 뒤, 보고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하로 가는 길은?”
-안내하겠습니다.
리슈발트는 지하로 이어진 계단으로 성준을 안내했다.
-다수의 인원이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
성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너무나 빠른 움직임이라서 그의 발이 바닥에 닿은 뒤에야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요원들이 반응했다.
“쏴, 쏴버려!”
요원들이 방아쇠를 당겼을 때 성준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용의 가호’의 옵션 스킬인 실드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성준이 검을 휘두르자 모두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제, 제기랄!”
A급 헌터가 1명 있었다. 그는 유일하게 성준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성준이 다시 한번 내찌른 검을 그는 피하지 못했다.
“커헉!”
A급 헌터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성준의 시선이 굳게 닫힌 철문으로 향했다.
그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진정한 사냥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한 편 내부에서는 S급 헌터 얀센의 주도하에 중요한 자료들을 소각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빨리 소각해!”
“철문이 뚫렸다는 보고입니다!”
“벌써?”
자료의 소각을 지휘하고 있던 얀센은 지하의 철문이 뚫렸다는 부하의 보고에 경악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결사항전 뿐이다.”
부하 요원의 질문에 얀센이 대답했다. 지상과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가 장악당했으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커헉!”
어디선가 날아온 단검이 문 쪽을 향해 기관단총을 겨누고 있던 요원의 목에 꽂혔다. 붉은 피가 솟구쳤다.
“어, 어디지?”
“바보야! 저기다!”
얀센이 손으로 가리킨 곳의 벽이 뚫려 있었다. 무려 벽 너머에서 기척을 읽고 오러가 깃든 단검을 투척해 목을 명중시킨 것이었다.
신묘한 단검 투척술에 얀센은 경악했다. 그도 단검이 날아오는 순간에 겨우 기척을 감지했을 정도였다.
‘최소 S급 최상위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어……!’
그는 이를 악물고 단검 2자루를 뽑아 들었다. 공격을 인지하기 무섭게 지상과의 연락이 두절 된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적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가까운 곳에서 죽음이 손짓하는 게 느껴졌다.
쾅!
“크아아악!”
굉음과 함께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뭔가가 뛰어들어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요원의 복부를 깊이 베었다.
요원이 쓰러진 뒤에서야 얀센은 성준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단검 하나를 던졌다. 움직임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일단 던진 것이었다.
‘맞았나?’
둔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얀센은 강한 적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힐.”
성준은 순식간에 상처를 치유하고 얀센을 노렸다. 이미 그를 제외한 다른 요원들은 모두 목숨을 잃은 뒤였다.
자료를 소각하던 요원 역시 책상 위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 이런!”
홀로 남은 것을 깨달은 얀센은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강한 적과 대적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을 지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하의 적은 모두 소탕했습니다. 증원도 없을 것 같으니…… 환영검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얀센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환영검.”
그는 침착하게 마력을 끌어 올리며 환영검을 펼쳤다. 얀센은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31개의 환영검에 당해 전신에서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이, 이 내가 저항도…….”
쓰러진 얀센이 숨이 끊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도 S급 헌터였기 때문에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편이었다. 여태껏 패배를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 찾아온 첫 패배는 죽음이 동반되었다.
“흡수.”
성준은 얀센과 요원들의 시체에 흡수를 사용했다. 소모된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면서 충족감이 들었다.
-축하드립니다. 동조율 55%가 되었습니다.
리슈발트가 동조율 상승을 보고했다. 성준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소각 직전의 자료들을 챙겼다. 그리고 유유히 거점을 떠났다.
* * *
성준은 일주일 만에 서울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러시아 정보국의 중형 이상 규모 거점을 모두 파괴하고 요원들을 죽였다.
러시아 정보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대형 거점 3곳과 중형 거점 21곳이 파괴되었고 S급 헌터 얀센을 포함해 250여 명의 요원이 목숨을 잃었다.
“외무성은 무얼 하고 있습니까?”
정보국에서는 외무성에서 대한민국에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 공식적인 항의를 하면 타국의 영토에 정보국 거점을 불법으로 구축한 것을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에 외무성에서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없었다.
“소형 규모 거점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주요 동맹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 대한 첩보 및 공작을 할 수 없어집니다.”
정보국에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헌터들이 주축이 된 정보전이 심화 된 던전 레이드 사회에서 타국에 대한 첩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러시아 정부에서도 이것을 크게 다룰 수밖에 없었다.
비공식적으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은 침묵할 뿐, 그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는 더 답답했다.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인 사절이 도착했습니다.”
중형 규모 이상의 거점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이 전달된 다음 날 주 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외교관이 크렘린 궁전을 찾아왔다.
러시아 외무성에서는 고위 외교관을 보내 대한민국의 외교관을 응대하게 했다. 두 외교관은 수행원들 없이 응접실에 모여 마주 보고 앉았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두 외교관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대한민국의 외교관이 먼저 본론을 꺼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은 비공식적인 일로 찾아왔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동안 대한민국에 정보국 거점을 많이도 만들어두셨더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러시아 외교관은 얄밉게도 시치미를 뗐다. 대한민국 외교관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한 반응이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러시아가 이 문제와 관련이 없다면 제가 가져온 메시지도 필요 없겠군요.”
대한민국 외교관의 말에 러시아 외교관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게 무엇입니까?”
“얼마 전에 청와대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폭발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음성 메시지였죠. 그리고 그것은 경고였습니다.”
“경고요?”
“네. 러시아에 대한 경고 말입니다.”
대한민국 외교관은 차분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전달했다. 러시아 외교관은 마른침을 삼키며 경청했다.
“계속해 보시지요.”
“강성준 씨의 경고였습니다. 일주일 안에 러시아 정보국장의 사과문이 도착하지 않으면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겠다는 경고 말입니다.”
“이보세요!”
러시아 외교관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흥분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금 우리 러시아를 향해 선전포고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이건 강성준 씨의 뜻이고 저희는 그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