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61
161
소드마스터 힐러님 161화
51장 공격 던전(1)
각성 던전의 보상으로 동조율은 61%가 되었다. 귀걸이 형태의 ‘차원 마력 수집기’에도 충분한 양의 마력이 모인 것 같았다.
그래서 성준은 기쁜 마음이 되어 저택으로 돌아갔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순찰하는 경호원들을 제외하면 모두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제로스 경은 깨어 있군요.
리슈발트의 말에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공방이 있는 본채의 지하에서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뭔가를 실험하거나 연구 중인 게 분명했다. 제로스가 공방의 마력이 새어 나가지 않게 조치해두었지만 성준은 예민한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잘됐네. 이것도 줘야 하니까.”
성준은 검지 끝으로 귀걸이를 가리켰다. 제로스에게 받았던 ‘차원 마력 수집기’였다.
차원 마력을 충분히 수집했으니 제로스에게 돌려줄 차례였다. 그는 지하에 있는 제로스의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로스.”
일부러 인기척을 내면서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제로스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눈치채지 못했다. 이름을 부른 뒤에서야 누군가 왔다는 것을 깨닫고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오셨습니까?”
제로스는 연구 중이던 것을 대충 마무리했다. 성준은 그에게 다가가 귀걸이를 건넸다.
“차원 마력은 충분히 수집된 것 같습니다.”
귀걸이 형태의 ‘차원 마력 수집기’를 면밀하게 살핀 제로스가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말했다. 귀걸이에 박힌 보석이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필요한 거 더 있어?”
“지금 당장은 없지만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추가로 필요한 재료가 생길 지도 모릅니다. 그때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제로스의 연구는 복수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그가 말하는 공격 던전 이론이 사실이라면 S급 던전 경쟁에 굳이 참여할 필요 없이 A급 던전에서 차원 관문을 열고 이계의 종족 연합을 사냥하면 되는 것이다.
루팅이 조금 귀찮겠지만 이계의 마정석이 조금 더 고품질이었다. 공식적인 루트로 매각은 힘들겠지만 비공식적인 일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정철이 있으니까 걱정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차원 마력을 분석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제로스의 대답에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복수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새해가 밝았다.
1월 초는 여유롭게 흘러갔다. 신철과 장훈 등의 길드원들도 며칠 전에 A급 던전을 공략했기 때문에 저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성준도 정원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입가로 가져가는 그에게 경호원이 다가왔다.
“방문자가 찾아왔습니다.”
“나준열 씨 맞죠?”
“그걸 어떻게…….”
“다 아는 방법이 있죠.”
성준은 머그컵에 남아 있는 커피를 다 마신 뒤, 벤치에서 일어났다. 예정된 방문은 아니었지만, 대문 쪽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준열의 것이 분명했다. 그와 함께 싸운 적도 있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문을 열어도 좋습니다.”
성준이 허락했다. 방문자들은 그의 허락이 있어야만 대문을 넘어 들어올 수 있다. 성준이 저택에 없을 때는 한석이나 정철이 결정을 대신한다.
한석은 ‘충성의 룬’ 때문에 배신할 수 없는 몸이었고 정철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경호원이 물러났다. 성준은 먼저 응접실로 올라가서 준열을 기다렸다. 창밖으로 검은 세단 1대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과 좀 부탁할게요.”
고용인이 차와 과자를 응접실 탁자 위에 올려놓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준열이 걸어 들어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았기에 성준도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강성준 씨. 오랜만입니다. 송파구에서는 감사했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지금에서야 이렇게 인사를 드리네요.”
서울시 전역을 집어삼킨 대규모 레이드 상황에서 성준이 그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준열은 레이드 상황이 종료되고 성준을 찾아와 고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한 번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제가 아니라도 다른 헌터가 구했을 겁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요. 듣기로는 S급 최상위 헌터 3명은 송파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차원 관문을 지키고 있던 보스는 SS급이라고 하더군요. 강성준 씨가 아니었다면 저와 백하연 씨를 타이밍 맞춰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객관적인 평가였기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준열이 말을 멈추자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이걸 ‘빚’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언젠가는 갚으면 되는 겁니다.”
“반드시 갚겠습니다.”
“대한민국 S급 6위 헌터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든든하네요.”
“5위입니다. 얼마 전에 순위 변동이 있었거든요.”
준열은 성준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아무래도 얼마 전의 레이드 상황으로 인한 변동인 것 같았다. 한석은 별말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순위를 유지한 것 같았다.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제가 오늘 강성준 씨를 찾아온 것은 감사 인사를 전하거나 순위 변동을 알려드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준열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저는 ‘백호’의 수장입니다. 오늘은 그 자격으로 강성준 씨를 찾아왔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공작이라도 펼치는 겁니까?”
준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준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후보들이었다. 러시아와는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성준이 물었다. 준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적이나 소속을 알 수 없는 어떤 ‘집단’이 강성준 씨의 뒤를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쪽에서 파악한 추적은 모두 ‘차단’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준열이 ‘미지의 적’으로 간주한 그들의 정체를 성준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제국, 아니면 종족 연합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성준을 적대할 만한 세력은 이계의 두 세력밖에 없었다.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제로스를 추격했던 이들이 뭔가 단서를 남긴 모양이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세한 정보는 담겨 있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정보의 상태는 온전하지 않은 모양이군.’
확실한 정보를 남겼었다면 지금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소속된 세력과 관계없이 성준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준열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직 조심스럽게 작은 공작을 펼치는 정도인 것 같았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백호’의 능력으로 차단은 무리였을 것이다.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글쎄요.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준열의 예리한 질문에 성준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아직 제국이나 종족 연합, 둘 중 어느 쪽이 움직였는지 명확하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두 세력 모두 성준,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전생인 로우켈을 적대한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짚이는 곳이 있다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던전과 레이드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이계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존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들이 자신을 적대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전생’이라는 요소는 부적합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 갈려고요?”
성준이 물었다. 비록 준열은 국가에 충성하는 몸이었지만 능력 있는 헌터였다. 친분을 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언제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준열의 말에 성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무장경찰 간부직과 백호의 수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 이만.”
준열은 검은 세단을 타고 저택을 떠났다. 점차 멀어지는 세단의 뒷모습을 응접실 테라스에서 지켜보던 성준은 제로스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마침 문이 열리고 제로스가 들어왔다. 그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연구원이나 의사들이 즐겨 입는 것이었는데 제로스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자주 입고 다녔다.
“강성준 경. 잠깐 시간 괜찮습니까?”
“서재로 가지.”
차원 관문 연구와 관련된 게 분명했다. 성준은 제로스를 서재로 안내했다. 3층의 서재에 도착했다. 성준이 의자에 앉자 제로스는 방문이 굳게 닫혀 있고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이론은 완벽합니다.”
성준의 얼굴에도 활기가 깃들었다. 로우켈의 이름을 가졌던 전생에 제로스와 친하게 지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한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설명 부탁해.”
성준이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마법 지식을 알고 있었지만 복잡한 설명이 시작되면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원 균열이 있으면 이계로 건너가는 차원 관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끝?”
성준이 끝이냐고 묻자 제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은 생각보다 짧았지만 중요한 내용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래서 좋았다.
“차원 균열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건데?”
차원에 대한 지식은 마도학에서도 상위로 분류되기 때문에 성준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불규칙적으로 발생합니다. 일단 차원 관문을 열려면 균열이 일정한 규모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제국이나 종족 연합에서는 균열을 확대시키는 무언가를 만들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막연하게 기다려야 되나?”
“그건 아닙니다. 이곳에는 ‘던전’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미약하지만 이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차원이 불안정하죠.”
제로스의 설명에 성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러면 균열이 존재할 확률이 높겠네?”
“대부분의 경우 미약하지만, 균열이 존재할 겁니다. 저는 그 균열을 확대해서 차원 관문을 구축할 마도구, 그러니까 이곳의 용어로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 던전과 원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등급이 높을수록 균열이 분명합니다. A급 정도면 적당할 것 같군요.”
“제작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려?”
“얼마 안 걸립니다. 그런데 재료가 하나 없습니다.”
제로스는 솔직하게 말했다. 다른 재료들은 성준의 지원으로 구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남은 가장 중요한 하나를 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리오딘 수정이 필요합니다.”
대마법사 리오딘이 발견한 희귀한 광석의 일종. 제로스는 그게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