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78
178
소드마스터 힐러님 178화
56장 척살령(3)
“상원 의원 가스트, 그리고 기타 등등 4명.”
성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부에는 가스트를 포함해 5명이 남아 있었다.
-모두 이계인입니다. 노블 오더가 분명합니다.
리슈발트가 확인했다. 성준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의 시선이 닿자 가스트를 포함한 5명의 의원은 몸을 떨었다.
그것은 감출 수 없는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여러 훈련과 교육을 받은 노블 오더의 귀족 지휘관들이었지만 성준의 살기를 받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노블 오더는!”
“투항하지 않는다!”
가스트를 포함한 5명의 의원은 자신들의 정체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자결을 시도했다. 잇몸에 숨긴 독약을 깨물려는 순간이었다. 성준이 번개와 같이 몸을 날렸다.
“큭!”
“커헉!”
다른 이들이 입 밖으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동안 가스트만 힘없이 기절할 뿐이었다.
그가 독약을 깨물기 전에 성준이 목을 쳐서 기절하게 만든 것이었다. 독약을 먹는 동작이 빨라서 가스트를 제외한 의원들의 자결은 막을 수 없었다.
“전부 죽었네요.”
한발 늦게 도착한 제니퍼는 거실에서 벌어진 자살 소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중앙헌터국과 CIA에서 생포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한 명 생포했습니다.”
“정말입니까?”
성준의 말에 제니퍼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성준이 검지 끝으로 가리킨 곳에 가스트가 쓰러져 있었다.
제니퍼는 그에게 다가가 맥박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입안에 손을 넣어서 독약을 빼앗았다.
“이번 작전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요원들을 불러서 뒤처리하겠습니다.”
제니퍼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이번 일에 정면으로 나선 성준의 담당관이었기 때문에 실적이 많이 올랐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CIA와 중앙헌터국에서 신경 써서 준비한 작전인 만큼 성공으로 인해 성준이 얻는 것이 많았고 제니퍼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제니퍼가 부른 CIA의 요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시체의 뒤처리와 함께 저택 안에서 쓸 만한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고했어.”
성준은 고생한 로드 길드원들을 격려했다.
“헬기를 불렀습니다.”
제니퍼가 말했다. 작전을 시작하기 전과는 달리 지금은 은밀한 기동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헬기를 통해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헬기를 타고 블레어 하우스로 돌아왔다. 미국에 온 김에 청룡 그룹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성준은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중앙헌터국과 CIA에는 제니퍼가 보고하기로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보고를 끝마친 제니퍼가 성준의 방으로 들어왔다. 성준은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먼저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작전은 성공했고 가스트 상원 의원을 생포했지만, 이송 중에 자결했습니다. 입안에 헝겊을 물렸지만 어떻게든 혀를 깨물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제니퍼의 말에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결과였다. 노블 오더에 소속된 귀족 지휘관들의 정신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그들은 포로로 잡히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결을 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성준도 일단은 가스트를 생포하긴 했었지만, CIA와 중앙헌터국에서 안전하게 이송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크게 기대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
“알아낸 정보는 없겠군요.”
“네. 지금 가스트의 저택을 수색 중이지만 특별한 자료는 얻지 못했다는 보고입니다.”
제니퍼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애초에 매복이 기다리고 있던 것만 봐도 미국의 계획이 들켰다는 것을 의미했다.
치밀하게 움직이는 노블 오더의 귀족 지휘관들이 저택에 자료를 남겼을 리가 없었다.
저택에 남아 있던 것을 보아 승리를 믿고 있었던 것 같지만 ‘보험’을 들어놓았던 모양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겠습니까?”
성준이 말했다. 여단의 기사들을 죽이고 노획한 반지와 목걸이 6개가 합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니퍼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제가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제니퍼가 방에서 나가자 성준은 노획한 반지와 목걸이 6개를 꺼내 놓았다. 반지와 목걸이에는 각각 ‘99’, ‘110’, ‘155’, ‘156’, ‘170’, ‘185’이라는 숫자가 각인되어 있었다.
성준은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와 목걸이도 올려놓았다. 각각 7개가 되었다.
리슈발트가 반지와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합성하겠습니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슈발트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반지와 목걸이들이 빛나더니 이내 하나로 합쳐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반지와 목걸이에는 각각 ‘99’라는 숫자가 각인되어 있었다.
-새로운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
계측기가 반응했다. 성준은 그것으로 기사 여단의 반지와 목걸이를 감정했다.
[기사 여단의 목걸이+11.]S급.
마력 회복 효과 확인.
변화가 있었다. 기사 여단의 목걸이는 +11이 되면서 S급이 되었다. 옵션의 추가는 없었지만 보통 이런 경우 기존의 옵션 효과가 크게 강화된다.
아니나 다를까 착용하기 무섭게 전투 중에 잃었던 마력이 무서운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기사 여단의 반지+16.]A+급.
오러 지속 효과 확인.
오러 강화 효과 확인.
기사 여단의 반지는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착용하고 오러를 켜자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반지와 목걸이의 합성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확인한 성준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메시지함을 확인했다.
아버지인 수혁으로부터 사진이 첨부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사진에는 신철과 장훈, 그리고 미국 정부에서 보내준 경호원들과 함께 워싱턴 관광을 하고 있는 수혁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성준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수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에이든은 성준이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그의 아버지인 수혁이 안전하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실력 있는 의료진과 경호원이 24시간 붙어 다녔다. 어제부터 건강이 많이 나아져서 지금은 가까운 시내를 관광하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
“들어가도 될까요?”
수줍은 목소리와 함께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였다. 청룡 그룹 길드사업 본부장이자 로드 길드의 총무인 윤설아였다.
“들어오세요.”
성준이 허락하자 설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성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와인과 잔을 들고 있었다.
“한잔할래요?”
“나쁘지 않죠. 앉으세요.”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설아는 성준의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와인과 잔을 올려놓았다.
“안주도 가져 왔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육포와 비스킷, 치즈와 같은 간단한 안주를 꺼내 놓았다.
싱글벙글 웃으며 술자리를 완성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성준은 고개를 저었다. 설아는 절대 술이 센 편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겪어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술을 적당히 좋아하는 것인지 자주 마시는 모양이었다. 특히 어떤 일로 감정이 무너질 때 술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술은 오랜만이네요.”
최근 심각한 일들이 여럿 터지는 바람에 술을 마시지 못했다. 원래 즐기는 성격도 아니라서 바쁘다 보니 자연히 찾지 않게 되었다.
성준은 설아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급한 일이 하나 마무리되었으니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술을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자작은 안 돼요. 제가 따라 줄게요.”
성준이 익숙하게 자신의 잔으로 술병을 가져가자 설아가 술병을 낚아채기 위해 부드러운 손을 뻗었다.
술병을 빼앗기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설아가 하는 행동이 귀여워서 가만히 놔두었다.
술병을 잡아챈 설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던전의 사건 이후로 오랜만에 특유의 밝은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성준도 기분이 좋았다.
“따라줄게요오.”
설아는 말끝을 늘리며 성준의 잔에 와인을 채웠다. 어딘가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방에 오기 전에 술을 몇 잔 마신 것 같았다.
-주군과 술을 마실 용기를 내기 위해서 알콜의 힘을 빌린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예전에 술을 마시고 엉망이 된 모습을 몇 번 보였으니 알콜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먼저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기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같이 짠해요.”
“오늘은 또 왜 그렇게 취한 거예요?”
성준은 설아가 내민 잔에 자신의 잔을 살짝 부딪치며 물었다. 그러자 헤실헤실 웃고 있던 설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러더니 잔에 담겨 있던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와인…… 그렇게 마셔도 돼요?”
“어차피 술이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의 설아는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걱정되잖아요.”
잠깐의 침묵 끝에서 설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성준은 육포를 집어 들다 말고 그녀에게 집중했다.
“요즘 강성준 씨 주변에 위험한 일들만 생기는 것 같아서요.”
던전을 공략하고 레이드를 막으면서 살아가는 헌터들은 언제나 위험과 함께한다.
설아는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최근 성준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던전 레이드와는 종류가 다른 위협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서야 깨달았다.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네요. 저도 알 건 아니까요.”
“청룡 그룹에서 들은 겁니까?”
“돌아가는 상황 대충은 알고 있어요. 청룡 그룹은 미국에도 지인이 많아요. 그리고 저도 브리핑 자리 지켰잖아요.”
청룡 그룹은 세계적인 대기업이었다. 미국에서도 영향력이 강한 편이었고 인맥이 상당히 넓었다.
설아도 그들과 접점이 있었고 현재는 국빈으로 초대받은 상태라서 어렵지 않게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사실 조력자들 없어도 브리핑에 참석했기 때문에 상당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볼 수 있었다.
“괜찮은 거죠? 별일 없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설아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이미 성준은 그녀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성준이라는 이름의 독에 깊게 중독된 뒤였다.
최근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그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아픈 정도가 아니었다. 가슴이 갈라지고 찢어져서 눈물이라는 출혈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별일 없을 겁니다.”
“진짜죠? 믿어도 되는 거죠?”
설아의 물음에 성준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다쳐도 멀쩡하게 돌아올 겁니다. 저는 힐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