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86
186
소드마스터 힐러님 186화
58장 여명의 기사(3)
‘침착하게 군을 지휘한 사람은 역시 왕세자였나?’
임시로 세워진 지휘부 막사 안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제1왕국의 왕세자인 에반스는 타고난 통솔력으로 유명했다.
임기응변에도 뛰어나고 사교성도 좋아서 현재는 가장 유력한 연합 왕세자 후보였다.
“당신이 여명의 기사입니까?”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누군가 성준에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에는 키가 크고 잘생긴 금발의 청년이 서 있었다.
체격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저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더군요.”
“실례했습니다. 저는 제1왕국의 왕제자인 에반스입니다.
”에반스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대뜸 누구냐고 물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실례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산도르 장군의 부대를 지원한 것도 ‘경’이십니까?
”에반스가 물었다. ‘경’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성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예우였다.“
중앙 전선에서의 전투를 말하는 거라면 제가 맞습니다.”
“왕국 연합의 은인을 뵙습니다.”
에반스는 왕세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도와줘도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니는 제국의 황자들에 비하면 훨씬 보기 좋았다.
“저도 제국에는 용무가 있어서요.”
성준의 대답에 에반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은인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강성준입니다.”
“강성준 경과 같은 적을 두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까?”
“강성준 경께서 제국군을 몰아 붙이는 것을 지휘부에서 보았습니다.”
에반스가 말했다. 지휘부는 전장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전령을 통해 전황을 계속해서 보고 받게 된다. 특히 성준은 왕국 연합군의 기마대조차 방어해낸 제국군 지휘부 호위대를 단독으로 ‘압도’할 정도였기 때문에 넓은 전장에서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검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강성준 경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혹시 ‘검성’이십니까?”
에반스가 물었다. 검의 극의에 다다른 자를 뜻하는 검성의 칭호를 얻은 이는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많지 않은 수였으며 그들은 대마법사와 함께 강력한 전쟁 병기로 평가받는다.
성준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고 에반스는 그것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경을 왕궁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에반스는 조심스럽게 초대 의사를 표했다. 왕국 연합은 강력한 제국과 거대한 종족 연합의 동맹을 상대하고 있었다.
총동원령과 함께 대대적인 반격 작전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싸울 사람이 부족했다.
한 명의 검성과 대마법사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들은 단신으로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존재였고 왕국 연합이 꼭 필요로 하는 인재였다.
왕궁에 초대해서 친분을 쌓고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악의나 대놓고 이용하려는 듯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성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왕궁에 가서 왕국 연합과의 우호 관계를 확인하고 조력을 구하고 싶었지만 먼 길을 여행하기에는 리슈발트가 각성 던전의 유지를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몇 시간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웠던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은인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에반스는 외투의 차원 주머니를 꺼냈다. 희귀한 아이템이었지만 헌터들도 가지고 다니는데 왕족이 휴대하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에반스가 차원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반지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케이스였다.
그는 그것을 성준의 앞으로 내밀며 천천히 열었다. 케이스 안에는 ‘금화’가 들어있었다.
“국왕 폐하 만세!”
금화의 정체를 알아본 왕국 연합의 지휘관들은 국왕을 칭송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성준은 ‘금화’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에반스를 제외한 지휘관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만한 금화는 왕국 연합에서 단 하나밖에 없었다.
‘킹스골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킹스골드는 왕국 연합에서 ‘은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하사품이었다.
전생에서 왕국 연합에 충성했던 것이 아니었고, 자세한 용도는 알 수 없었다.
성준은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자신의 곁을 언제나 지키는 충직한 영혼 부관 리슈발트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킹스골드에 대해 혹시 알고 있나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킹스골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은인’에게는 왕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강력한 유물을 하사한다고 합니다. 다음 각성 던전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는 알 수 없지만 모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설명했다. 다행히 그는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도움이 되었다.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에반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킹스골드입니까?”
“킹스골드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군요.”
에반스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이상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냥 신기해서 말입니다. 워낙 오랫동안 하사된 적이 없는 물품이라서요.”
킹스골드는 도시 전설과 같이 회자 되는 하사품이었다. 근 500년 동안 하사받은 사람이 없었다.
이제는 왕국 연합에서도 고등 교육을 받았거나 군부에 몸을 담은 이들만 알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이걸 경에게 드리겠습니다.”
에반스가 말했다. 킹스골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있으면 전장에서 위대한 국왕 페하 군대가 당신을 아군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성준은 한쪽 무릎을 꿇지는 않았지만, 대륙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예법에 맞춰 정중하게 하사품을 받아들였다.
“다음에도 만날 기회가 있겠습니까?”
성준이 떠나려는 분위기를 풍기자 에반스가 물었다. 노골적인 의도는 없는 것 같았지만 바꿔말하면 다음에도 왕국 연합을 도와줄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왕국 연합이 제국과 싸우는 한 제가 저와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뵙고 싶습니다.”
“저 또한.”
그들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성준은 전장에서 벗어나 리슈발트와 함께 지구로 귀환했다.
-새로운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
계측기가 킹스골드에 반응했다. 리슈발트가 이계의 기운을 제거하자 성준은 킹스골드에 계측기의 감정 기능을 사용했다.
[킹스골드.]S급.호령 사용 가능.S급 아이템이었다. ‘호령’이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성준이 알기로 ‘호령’은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 공격이나 방어 등의 전투와 관련된 용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각성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동조율이 67%가 되었습니다. 저택으로 돌아갈 예정입니까?
리슈발트가 동조율 상승을 보고하면서 물었다. 성준은 잠깐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
-주군?
“좀 걸어볼까 생각 중이야.”
성준이 말했다. 그는 늘 산책만큼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전생에도 가볍게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산책…… 좋지요. 산책하는 주군의 곁을 지킨 것도 꽤 오래전인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성준이 전생에 산책할 때면 거의 언제나 리슈발트가 곁을 수행했었다. 리슈발트는 그때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립네.”
성준은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과 함께 던전을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관리국 직원이 다가왔다.
성준은 그에게 던전 클리어를 알린 뒤, 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산책을 다녀온 뒤, 제로스를 찾아갔다.
차원 열쇠를 통한 공격 던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에 공격 던전을 클리어한 직후에는 제로스가 던전 공략 중이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길드장님! 마침 보고할 게 있었습니다.”
제로스의 공방으로 향하는 길, 복도에서 정철을 만났다. 그는 성준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보고할 게 있다고?”
“네. 마정석 매각 관련입니다.”
정철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성준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여기 정산서입니다.”
성준은 정철이 건네준 정산서를 받아서 펼쳤다. 공격 던전에서 얻은 마정석 매각으로 꽤 많은 금액이 정산되었다.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내일 오후에 입금될 겁니다. 안전한 경로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어떤 경로를 통했는데?”
성준이 물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던 것이다.
“청룡 그룹을 통해서 입금될 예정입니다. 총무님이 신경 써주기로 했습니다. 저도 몇 차례 확인을 해봤는데 문제없는 루트였습니다.”
“좋아. 수고했어.”
정철의 대답에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없게 하려고 몇 번씩이나 확인하는 정철의 철저함이 마음에 들었다.
평소의 행동으로 보아 몇 차례 확인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성준은 정철에게 정산서를 돌려준 뒤, 제로스의 공방이 있는 저택 지하로 내려갔다.
“오셨습니까?”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 무섭게 제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준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 제로스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구석진 곳에서 아이템에 강화 마법을 각인하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해.”
제로스는 양해를 구했다. 성준은 마법 각인이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차분하게 기다리고 했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제로스가 강화 마법 각인을 끝내고 성준의 앞에 앉았다.
“공격 던전은 어땠습니까?”
“괜찮은 것 같았어. 차원 단절 결계 상태도 좋더라.”
“다행입니다.”
“각성 던전과 비교해도 문제없었어. 다음 차례에는 길드원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야.”
마정석 루팅 문제 때문이라도 길드원들을 데려가야만 했다. 이계는 지구의 던전이나 레이드와는 달라서 마정석을 마물의 시체에서 직접 루팅 해야 하는데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었다.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각성 던전과 비교를 하셨다는 것은…… 다녀오신 겁니까?”
“오늘 다녀왔어.”
성준이 말했다. 미리 말했던 것 같지만 제로스는 연구에 몰두하느라 종종 중요하지 않은 사실을 잊거나 신경 쓰지 않을 때가 많았다.
“종족 연합이었습니까? 아니면 제국입니까?”
제로스가 물었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각성 던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후자였어. 왕국 연합과의 전장이었지.”
“저번에는 중앙 전선에 가셨다더니…… 이번에도 왕국 연합과의 전장이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국군을 많이 잡고 왔어.”
“역시 강성준 경이십니다. 제국군은 처형해야 마땅합니다.
”제로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우리는 제국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