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96
196
소드마스터 힐러님 196화
62장 성혈 기사단의 습격(1)
전화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다급한 상황인 것인지 현성은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성준은 즉시 한석과 함께 차를 타고 관리국으로 향했다. 현성의 소속은 헌터 관리국이었지만 호출을 부탁한 곳은 레이드를 담당하는 던전 관리국이었다.
성준이 도착했을 때는 대부분의 S급 헌터들이 호출을 받고 집결한 뒤였다.
“강성준 씨! 여기입니다!”
현성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준은 그와 합류해서 건물 지하에 있는 레이드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드 상황실은 꽤 넓었는데, S급 헌터들과 관리국, 그리고 군부와 무장경찰국의 간부들이 모여 있어서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상황이 많이 심각한가 봅니다?”
“대충은 아시겠지만, 레이드 상황은 규모가 클수록 사전에 예측하기 쉽습니다. 차원 균열이 미리 열리기 때문이죠.”
현성의 설명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다.
레이드 규모가 크면 파주의 경우처럼 일정 시간 전에 차원 균열이 열리는 일도 있다고 했다.
그런 경우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대응할 수 있다.
“레이드 규모가 클수록 더 일찍 관측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30분에서 4시간 정도가 일반적이지요.”
현성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안경을 닦았다. 성준은 그에게 집중했다. 짧은 침묵이 끝나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24시간 전에 관측되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2시간 전에만 관측되어도 규모가 큰 레이드로 평가받는 정도였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레이드 상황이 24시간 전에 관측된 것은 세계 역사상 최초입니다.”
“판정 등급은 어떻게 됩니까?”
“SS급입니다. 하지만 거점이 되는 차원 관문만 17개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거점 차원 관문을 파괴해야만 마물들이 역소환되면서 레이드 상황이 종료된다.
보통은 1번의 레이드 상황에서 1개의 거점 차원 관문이 열리는 게 보통이지만 규모가 큰 경우 여러 개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심한 편이었다.
“서울이 불바다가 되겠군요.”
“초기 대응을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순식간에 수도권이 날아갈 겁니다.”
현성은 말을 멈추고 시계를 확인했다.
“30분 정도 있다가 여기서 브리핑이 진행될 겁니다.”
현성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각 기관의 고위층 인사들이 추가로 합류했다.
넓은 레이드 상황실이 사람들로 꽉 차게 되자 성준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 왔으면 시작합시다.”
“알겠습니다.”
성준의 말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관리국 총괄국장인 이승태도 있었지만, 굳이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브리핑 예정 시간까지는 20분 정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호출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으니 브리핑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승태가 신호를 보내자 브리핑을 맡은 현성이 중앙의 스크린 앞으로 걸어갔다.
“긴급 브리핑을 진행하겠습니다.”
바로 본론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서론은 짧았다.
브리핑에서는 차원 관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관해 설명하고 그에 따른 군대와 무장경찰국의 병력 배치.
그리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헌터들의 현황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세계 역사에 최초로 기록될 정도의 대규모 레이드였지만 24시간 전에 관측했기 때문에 그만큼 이 거대한 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많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주군의 저택도 차원 관문의 위험영향권에 있습니다.
성준은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어 있는 차원 관문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리슈발트의 말대로 저택이 차원 관문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었다.
성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서 리슈발트와 대화를 하는 것은 곤란했다.
-제니퍼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레이드 상황 또한 이계와 관련되어 있으니 연합 위원장의 권한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군부대를 움직일 필요 없이 로드 길드원들만 저택에 배치해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리슈발트가 해결책을 제시했다. 로드 길드원들은 모두 연합 위원으로 임명되었으니 이계 상황에서 성준의 지휘 아래에 있게 되며 그의 지시를 최우선으로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레이드 또한 이계 상황으로 볼 수 있었다.
성준은 제니퍼에게 자세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 황급히 레이드 상황실에서 나오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제니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니퍼입니다.
“레이드도 이계 상황으로 인정됩니까?”
-위원회가 창설 초기라 동일한 경우가 없지만, 레이드도 공격 행위가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지금에서 이계 상황으로 인정됩니다.
제니퍼가 대답했다.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 당장 대한민국 헌터 관리국으로 명령서를 보내세요.”
-어떤 내용으로 보내면 됩니까?
“레이드 상황 발생 시 로드 길드원들을 제 저택 주위로 배치하게 명령서를 보내면 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작성해서 보내겠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성준은 레이드 상황실로 돌아갔다. 의자에 앉아서 5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갑자기 어느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뭐라고? 최고 등급 명령서가 전달되었다고? 어디서?”
“기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최고 등급 코드가 맞습니다.”
“어쩔 수 없군.”
대화를 살짝 엿들어 보았다. 제니퍼가 작성한 연합 위원회의 명령서가 제대로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합니까?”
누군가 말했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헌터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마력의 양은 S급 정도입니다.
리슈발트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S급 헌터들 중에서는 이기적인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엉덩이도 무거워서 정말 심각한 레이드 상황이 아니면 국가의 부름에 불응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한민국은 S급 헌터의 수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레이드 상황 소집에 불응해도 그들을 함부로 처벌할 수 없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
얼굴은 어디서 본 듯하지만,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시끄러워서 잠시 시선이 향했을 뿐, 흥미는 없었다. 귀찮게 기억을 더듬을 노력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안준석 씨…….”
현성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이름을 언급한 뒤에서야 성준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 랭킹 2위의 S급 마법계 헌터인 그는 정규 공략팀, 침략사령부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
“S급 랭킹 2위인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똑바로 하란 말이야!”
그는 현성에게 다가가 검지로 이마를 툭툭 밀었다. 현성은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간부였지만 헌터 관리국은 힘이 없었다.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총괄국장조차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으며, 다른 S급 헌터들도 개입하지 않았다.
‘나준열이 없군.’
준열이 있었다면 당연히 나서서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나준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짜증 나게 하지 말라고!”
준석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처럼 짜증을 부렸다.
최근 던전 공략이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인데, 그 스트레스를 약한 현성에게 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성준은 오른손에 낀 반지 형태의 로엘에 손을 가져갔다.
-개입하실 생각이십니까?
성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싸늘한 시선은 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현성을 가지고 노는 게 재밌는 것인지 성준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성준이 시선에 살기를 담아서 보내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지금 개입한다면 S급 랭킹 2위 안준석을 적으로 만들겠지만, 관리국을 포함해 여러 기관의 간부들이 우호적인 태세를 확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성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고속 이동술을 펼쳐서 준석과 현성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가 진심을 다한 고속 이동술을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성준이 현성의 이마를 밀어내던 준석의 오른팔을 잡아챈 뒤에서야 S급 헌터 몇 명이 성준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었다.
“무, 무슨……!”
“건드리지 마. 내 사람이야.”
성준의 한 마디는 뒤에 서 있는 현성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제, 제기랄……!”
준석은 허리에 걸려 있는 무기로 손을 가져갔다.
상대가 SS급 헌터인 성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못 이겨서 한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지휘봉 형태의 마법 지팡이에 손이 닿은 순간이었다.
성준이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 그거 뽑으면…….”
성준은 준석에게 향하는 시선에 살기를 가득 담아 보냈다.
“너 죽어.”
그 순간 준석은 살기에 침식되어 자신의 죽음을 보았다.
마법 지팡이를 뽑는 순간 오른팔이 잘리고 상체가 잔혹하게 도륙당하는 미래의 파편을 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의미 없는 꿈일 수도 있지만, 준석에게는 끔찍할 정도로 현실적이었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로 성준에게는 준석을 그렇게 만들 있었다.
“이, 이익……!”
준석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성준을 상대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마법 지팡에서 손을 뗀 채 성준과 현성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가?”
성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준석의 발걸음이 멈췄다.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겁을 집어먹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런 모습을 성준에게 보일 생각은 없었다.
그는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성준을 향해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시죠?”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지만 강력한 살기에 노출된 후유증인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준석도 그런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사과하고 가야지.”
“사, 사과요?”
설마 사과까지 요구할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못 한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그동안 강성준이 너무 조용하게 지낸다 싶었어.”
다른 헌터들은 성준과 준석을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보기는 했지만 개입하지 않았다.
준석은 굴욕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힘이 어찌나 들어갔는지 팔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굴욕적이지?”
성준이 조롱하듯 물었다. 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준은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렸다. 더 이상은 자극하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발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른 있을 때 나대지 마.”
그 말을 끝으로 진득한 살기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