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99
199
소드마스터 힐러님 199화
62장 성혈 기사단의 습격(4)
그들은 흩어져 있으면서도 교묘하게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었다. 합격진을 펼치기 최적의 위치에 각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중앙에 서 있는 뱀파이어가 공작급입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성준의 시선이 뱀파이어 진형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요툰 후작…… 아니, 이제는 공작인가……?”
전생의 기억, 그 끝에는 리도니아 대평원이 있었다. 그곳에서 로우켈의 토벌에 동원된 병력은 제국군뿐만이 아니었다.
종족 연합도 군대를 움직였으며 로우켈의 저항에 부딪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많이 컸네.”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흘렸다. 후작이었던 요툰이 공작이 된 모습만 봐도 이계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간접적으로 체감되었다.
“요툰 공작이다. 성혈 기사단의 이름으로 너를 ‘징벌’하겠다.”
요툰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뱀파이어들은 자신들이 종족 연합 중에서도 신사적이라고 생각해서 여단의 기사들처럼 전투 시작 전에 통성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성준은 그들을 여전히 ‘마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마물의 이름 따위는 궁금하지 않아.”
“명을 재촉하는군.”
성준의 말에 요툰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묻어 나왔다. 종족 연합의 구성원들은 일반 마물에 비해 지능이 높아서 ‘마물’이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명을 재촉하는 건 너희야.”
잠깐이지만 지휘를 맡은 알파팀이 전멸했다. 책임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차피 뱀파이어들은 자신의 적이니 죽은 팀원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기꺼이 복수의 검을 들어 올릴 생각이었다.
“리슈발트. 동조율 최대로 간다.”
-제 계산이 정확하다면 부담을 무시할 경우 75%까지 가능하지만, 신체가 무너질 겁니다.
“상관없어. 나는 힐러니까.”
내상을 입으면 ‘힐’로 치유하면 된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힐을 사용할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뱀파이어 공작 1명에 후작이 11명을 ‘지금의’ 성준은 결코 이길 수 없다.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한계까지 동조율을 올려서 전투에 임하는 것뿐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성준이 마력을 끌어 올리며 외치자 동조율이 상승했다.
-동조율 75%!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더 끌어 올리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리슈발트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성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동조율을 올리지 않았다. 뱀파이어 공작과 동귀어진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황제를 죽일 때까지 죽을 순 없다!’
리도니아 대평원에서 생명의 불꽃이 꺼지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한 맹세를, 끝내 완성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동조율 70%를 돌파하면서 폭풍검의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동조율 75%를 넘으면서 제한적인 환영검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조율 상승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를 리슈발트가 정리해서 보고했다.
덕분에 성준은 밀려 들어오는 기억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정리할 수 있었다.
“느낌이 이상하다! 총원은 전력을 다해서 ‘하얀 악마’를 처치해라!”
“1조 앞으로! 2조 앞으로! 공격을 선도하라! 3조는 지휘조와 함께 혈마법으로 원호 공격을 펼친다!”
6명의 뱀파이어 후작들이 먼저 움직였다. 하위 티어지만 SS급의 마물답게 순간적인 가속이 엄청 빨랐다.
성준은 두 눈을 빠르게 움직여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드래곤 피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내뱉은 시동어는 로엘에 잠들어 있던 마룡의 영혼을 깨웠다.
크롸롸롸롸롸!
마룡의 울부짖음이 터졌다. 요툰과 함께 비교적 후방에 있던 5명의 뱀파이어 후작들은 멀쩡했지만, 성준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6명의 뱀파이어 후작들은 순간적으로 경직되고 말았다.
그들은 SS급의 마물이었지만 동조율 75%에 도달한 성준은 SSS급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드래곤 피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것은 드래곤의……!”
“제기랄! 몸이!”
“혈마법으로 원호하겠다!”
요툰은 1조와 2조를 지원하기 위해 뱀파이어 후작 5명과 함께 혈마법으로 원거리 공격을 펼쳤다.
하늘에서 산성을 머금은 붉은 피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블러드 스피어가 날아들었다. 모두 고위 혈마법이었지만 성준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검을 휘두르며 입을 열었다.
“환영검무.”
로우켈이 자랑하는 최강의 광역 검술 중 하나가 긴 잠에서 다시 깨어나 발현되었다.
성준의 주위로 75개의 환영검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드래곤 피어로 인한 경직으로 일시적인 무방비 상태가 된 6명의 뱀파이어 후작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 과정에 0.1초가 걸리지 않았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6명의 뱀파이어 후작들이 토막 나며 힘없이 무너졌다. 검풍과 달리 오러를 머금은 환영검이었다.
철갑과 같은 피부를 가진 뱀파이어에게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성준을 노리고 날아오던 고위 혈마법들도 환영검에 갈가리 찢겨 무력화되었다.
“1조와 2조가 모두 당했습니다!”
“이럴 수가!”
후방에서 혈마법으로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상황을 보고했다.
뱀파이어 후작 6명이 단 한 번의 기술로 당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장 성준이 없다고 가정하면 그들 6명은 대한민국을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다.
성준은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전력을 일격으로 무너뜨린 셈이었다. 너무나 쉽게 당해 버렸기 때문에 뱀파이어 후작 몇 명은 지금 기분 나쁜 악몽을 꾸고 있다고 착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건 로우켈의 환영검무가 분명하다.’
요툰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조금 전에 성준이 펼친 검술을 리도니아 대평원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일격에 수십의 강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환영검무는 로우켈과 맞서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리도니아 대평원에서 봤던 것에 비해 위력은 약하지만 로우켈의 비전 검술이 분명하다.’
평소와는 달리 요툰은 지금 동요하고 있었다.
‘하얀 악마’라고 불리는 강성준이 로우켈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는 차원 관문을 넘기 전에 들었지만 설마 로우켈을 최강의 검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비전 검술, ‘환영검무’까지 전수받았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필이면 환영검무라니…….’
요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는 검을 잡지 않은 왼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합격진을 펼친다.”
“요툰 공작님! 저 신묘한 검술은 도대체 뭡니까? 후작이 6명이나 당했습니다!”
성혈 기사단의 뱀파이어 후작 6명을 일격에 도륙하고서 차가운 살기를 흩뿌리는 성준의 모습은 좀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뱀파이어들조차 몸을 떨 정도였다.
“저건 로우켈의 ‘환영검무’다. 자주 쓸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니까, 공격해라.”
“하, 하지만…….”
“우리는 가장 고귀한 혈통을 가진 성혈 기사단이다!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나지 않는다!”
요툰이 먼저 검을 휘두르며 성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 제기랄! 합격진이다!”
상관이 움직였으니 남은 5명의 후작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도 성준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겨눈 채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성혈 기사단 고유의 합격진입니다. 이 정도 전력이 움직인 합격진에서 살아남은 이는 제국 역사상 단 9명뿐…….
리슈발트가 말했다. 여섯 방향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여섯 개의 공격은 그 누구도 막아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그중에 한 명은 기억하시겠지만 바로 주군이십니다.
“그리운 기억이네.”
살기를 머금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성준은 싸늘한 시선을 흩뿌리며 성혈 기사단원들의 공격 경로를 읽었다.
“환영검무.”
그리고 환영검무를 사용했다. 생성된 환영검들을 정교하게 조종하여 합격진을 이루고 있는 성혈 기사단원들의 공격 경로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반격까지 가했다.
“이, 이런! 블링크!”
“블링크!”
환영검의 급습에 요툰과 그의 부관은 블링크를 사용하여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크, 크아아악!”
“커헉! 자, 자주 사용 못 하는 기술이 아니었…….”
“블링…… 으아악!”
다른 뱀파이어 후작들은 블링크를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환영검에 당하고 말았다.
허공에 붉은 피가 흩뿌려졌고 뱀파이어 후작들의 토막 난 몸뚱이가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녔다.
“대열을 정비해라! 생존자 없나?”
“저뿐입니다!”
요툰의 외침에 부관이 대답했다. 두 번째 환영검무에서 살아남은 성혈 기사단원은 공작급인 요툰과 그의 부관이 전부였다.
심지어 부관조차 멀쩡하지 않았다. 왼팔이 잘려 있었으니까. 혈마법으로 출혈을 막았지만, 전투 능력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성준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큭……”
성준이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붉은 피를 토해냈다. 한 움큼의 핏덩이가 시멘트 바닥에 쏟아졌다. 동조율을 과하게 올린 반동으로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지금이다!”
요툰이 움직였다. 하지만 ‘블링크’로 인해 성준과의 거리가 멀었다. 그가 접근하는 것보다 성준이 왼손에 마력을 끌어 올리는 게 더 빨랐다.
“힐!”
내상이 순식간에 치유되었다.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정도의 내상이었지만 SS급 회복계 헌터의 ‘힐’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손상은 계속되고 있어. 요툰 공작을 빨리 처리해야 해.’
‘힐’로 내상을 치유하기 무섭게 또다시 고통이 느껴졌다. 동조율을 지나치게 끌어 올린 탓에 체내가 죽어가는 것이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손에 넣었지만 시간 제한이 걸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요툰을 처치해야만 했다.
성준은 다급한 속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여유로운 그 모습에 오히려 요툰이 더 긴장했다.
‘하얀 악마가 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여유로운 저 표정을 보니 내상은 모두 회복된 건가……?’
요툰은 마른침을 삼켰다. 동조유 초월로 인한 압도적인 무력 행사 탓에 경황이 없어서 그가 강력한 ‘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순간 망각해버린 것이었다.
“크악!”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부관이 앞장서서 돌격하던 부관이 비명과 함께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부관!”
요툰은 이를 악물었다. 전투 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 큰 실책이었다.
‘죽었나?’
부관은 대답이 없었다. 죽었거나 대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이제 혼자만 남게 되었다.
“성혈 기사단의 이름으로! 반드시 죽이겠다!”
요툰은 발악하듯 외쳤다. 그의 주위로 붉은 핏빛의 오러를 머금은 수십 개의 검이 생겨났다.
성준의 환영검과 비슷한 ‘혈검난무’라는 기술이었다. 뱀파이어 귀족 중에서도 최소 공작 이상의 강자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검술이었다.
“혈검난무!”
“환영검!”
성준이 꺼낸 카드는 환영검이었다. 푸른 오러의 환영검들과 핏빛 오러의 혈검들이 충돌하여 어지럽게 흩어지고 붉은 피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