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24
224
소드마스터 힐러님 224화
69장 안정(2)
“관제국의 총괄국장이었던 하노프를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까?”
성준으로부터 하노프를 러시아 연방 보안국장으로 임명해달라는 말을 들은 제니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재확인을 위해 성준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했다.
“강성준 씨?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하노프는 적이 아니었던가요?”
“제니퍼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누명을 쓴 거지 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을까요?”
제니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방 보안국장의 자리는 러시아의 요직 중에 하나였다.
“저를 믿으세요.”
최선의 대답이었다. 제니퍼는 믿을 수 있는 요원이지만 이계와 관련된 자세한 사정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었다.
“강성준 씨를 믿습니다.”
제니퍼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관련된 전권을 위임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의 결정은 곧 미국의 뜻과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신뢰받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했기에 기분이 좋았다.
“좋습니다.”
“절차가 진행될 거예요. 제 생각에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총괄국장 자리의 인수인계가 끝나면 하노프가 연방 보안국장에 임명될 거에요.”
미국답게 일처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며칠 뒤, 하노프가 연방 보안국장에 임명되었다는 보고가 전달되었다.
“저희 쪽에서도 조금 무리한 거 아시죠?”
제니퍼가 말했다. 아직 미국 측 인물인 표트르가 러시아 정권은 완전하게 장악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하노프를 연방 보안국장에 임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진행한 것은 성준에 대한 성의 표시였다.
“이제는 제 차례네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강성준 씨한테는 러시아군에 대한 최고 지휘권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으로 얻어낸 것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뒷말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표트르는 미국 측 인물이었기 때문에 조약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군을 움직여야 하는 문제입니까?”
“교전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 그저 일부 군부대를 움직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아직 시베리아 연방 관구 주변은 전쟁터니까요.”
지역 탈환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시베리아 연방 관구는 종족 연합에게 완전히 점령한 상태였다.
그래서 경계 주변은 언제나 군부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성준이 가진 최고 지휘권은 절대적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시베리아 연방 관구 주변의 군부대를 움직이는 것은 사령부의 동의가 없으면 힘들었다.
“그쪽 말고 후방 부대만 움직여 주면 됩니다.”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성준이 물었다.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어야 군부대를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니퍼는 대답 대신 태블릿 PC의 화면을 성준에게 보여주었다.
이동해야 할 부대와 그 위치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서 한 차례 훑어본 결과, 대부분 모스크바 쪽에 배치된 부대들이었다.
던전 레이드 시대가 발생하면서 도시 근처에 군부대가 주둔하는 경우는 당연했지만 러시아에 대규모 레이드 상황이 발생하면서 모스크바 내부와 외부에는 군이 대규모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 부대들만 움직이면 됩니까?”
미국의 계획에 대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성준은 미국이 자신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시를 전달해 두겠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성준은 러시아군 사령부에 연락을 하여 부대 이동을 지시했다.
현 대통령인 표트르와 미국의 편에 선 국방부 인물들이 찬성표를 던진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부대 이동이 이루어졌다.
“작전을 개시한다.”
군사 이동이 끝나고 밤이 찾아오자 모스크바로 수백 명 규모의 미군 특수부대가 침투했다.
그들은 현 러시아 대통령 표트르에게 반대하는 이들 중에서도 강경파를 찾아 신변을 확보하거나 암살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상태였다.
모스크바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치안 병력이 출동했지만 중무장한 병력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군부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일시적인 군사 이동으로 인해 모스크바에서 멀어진 군의 병력이 도착했을 때는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표트르가 러시아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합니다.”
제로스가 보고했다. 제니퍼가 따로 전달하지 않아도 모든 정보는 연합 위원회로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하노프도 연방 보안국 장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성준은 러시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시베리아 연방 관구는 완전히 ‘사냥터’가 되었습니다. 매일 같이 세계 각국의 헌터들이 마정석 루팅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며, 마물들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족 연합에서 완전히 점령한 시베리아 연방 관구의 현재 상황이었다.
“종족 연합도 슬슬 손을 봐줘야 할 것 같은데…….”
“강성준 경의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귀국하면 공격 던전을 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로스는 제국도 싫어하지만 종족 연합에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로스 경의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리슈발트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 역시도 종족 연합과의 전쟁터에서 살아왔으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데…….”
대규모 레이드 때문에 러시아에 왔지만 한국에서도 할 일이 많았다. 벌써 3월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이었다. 그동안 아버지인 수혁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설아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가 안정화되었으니, 이제 귀국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로스가 말했다. 시베리아 연방 관구를 제외한 지역을 모두 탈환한 이후, 연합군은 철수했고 헌터들도 사냥이 목적이 아니라 국가에서 동원된 이들은 귀국하는 추세였다.
“하노프가 조금 걱정되는데…….”
“총괄 국장 시절에 어이가 없는 행동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그 사람도 요원 출신입니다. 과거에는 꽤 유능했다고 하더군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노프의 과거 조사는 이미 끝난 뒤였다.
“귀국하자. 그게 좋을 것 같다.”
성준은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가 안정화되었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러시아 정부에 전세기를 요청하겠습니다.”
“며칠이나 걸릴까?”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예상과 달리 다음 날 전세기가 준비되었고, 성준과 그의 일행은 귀국했다.
* * *
성준을 태운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을 나서는 성준 일행에게 기자들이 달라 붙었다.
모스크바를 구한 러시아의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좋은 기사거리였다.
“길드장님. 귀찮으시다면 제가 ‘처리’할까요?”
한석이 말했다. ‘처리’라는 말이 불안했다. 위험한 의도는 없었겠지만 성준은 ‘충성의 룬’으로 인한 과잉 충성의 부작준을 우려했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간단한 인터뷰 정도는 괜찮을 거야.”
그리고는 기자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내밀며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주로 ‘러시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거대한 국가를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로 대규모 레이드가 발생했고 한국 최강의 헌터가 그것을 종식하는 데에 큰 활약을 했으니, 당연한 관심이었다.
“러시아 국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성준은 간단하게 상황 설명을 끝낸 뒤, 적당히 포장된 멘트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그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인간적인 모습에 환호를 보냈다.
정철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향하는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좋은 이미지가 추가되었다. 이것은 분명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길드장님. 오랜 만에 뵙습니다.”
검은 승합차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기하고 있던 정철은 기자들에게서 벗어나 다가오는 성준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길드에는 별일 없었지?”
“네. 던전 공략도 정기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사무적인 쪽은 총무님이 잘 처리해 주셨습니다.”
A급 헌터 3명이면 던전 하나를 공략하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동급의 던전은 아슬아슬하겠지만 B급의 공략에는 무리 없었을 것이었다.
“다행이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량에 탑승했다. 제로스와 한석도 정철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제니퍼는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중앙헌터국에서 보내준 걸로 보이는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저택으로 바로 이동합니까?”
“그게 좋을 것 같아.”
대답을 듣기 무섭게 정철은 운전대를 잡았다. 차량은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 A동에 있던 신철과 장훈은 성준이 저택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정원으로 나왔다.
“강성준 씨!”
“형님!”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철까지 포함해서 세 사람과 함께 러시아에서 활약하고 싶었지만, 수혁의 안전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제국의 공작 세력은 거의 토벌했지만 잔당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고 대한민국에서 성준에게 악의를 품은 이가 없다고 할 수도 없었다.
성준은 언제나 수혁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석도 대한민국에 남겨두고 싶었지만 러시아에서 믿고 뒤를 맡길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형님! 러시아는 어땠습니까? 미녀가 많다고 하던데요?”
그들은 응접실에 모였다. 장훈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 게 많았던 모양이었다.
특히 ‘여자’ 쪽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성준은 러시아에 가서 정말 바쁘게 움직였기 때문에 여자를 볼 여유가 없었다.
“아마도 그럴 거야.”
“애매한 대답입니다. 형님!”
장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밖에도 여러 질문이 쏟아졌고 성준은 모두 대답해 주었다. 아무 관련 없는 기자들과 달리 그들은 믿을 수 있는 길드원들이었다.
“분위기도 좋은데, 오늘 밤은 파티룸에서 술 한잔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얼마 전에 괜찮은 것들로 몇 개 골라왔습니다.”
신철이 제안했다. 저택에는 파티룸이 있었다. 제로스는 연회장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파티룸’이라고 불렀다.
“나쁘지 않네. 기대한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설마 그걸 꺼내려는 거냐?”
장훈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신철인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거’입니다. 제가 힘들게 마련했죠.”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게 분명했다. 그 모습에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분위기, 싫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금세 흘러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