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38
238
소드마스터 힐러님 238화
73장 사악한 계략(1)
호텔 입구에 고급 외제차가 도착했다. 운전석에서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이 내리더니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헌터님. 도착했습니다.”
정중한 말투는 한눈에 보기에도 상전을 모시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뒷좌석에서 거만한 표정의 남자가 내렸다.
비열한 인상을 그는 대한민국 S급 헌터 랭킹 2위인 안준석이었다. 그는 차분한 시선을 흩뿌리며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여기까지 와야 하는 거지? 귀찮게 말이야…….”
“성골 그룹 회장의 부탁이었습니다.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부탁’이었으니…… 헌터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비서가 말했다.
“최상위권 길드장들이 온다고 해서 오긴 했는데, 귀찮네…… 재미없는 이야기나 하지는 않겠지.”
“헌터님께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
호텔의 로비로 향하는 준석의 시선에서 싸늘한 살기가 느껴졌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준석이 대답을 끝내기 무섭게 현태가 보낸 안내인이 도착했다. 그는 준석을 호텔 지하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초대했다.
“여깁니다.”
안내인이 문을 열었다. 준석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어두운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룸 안에는 10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살핀 준석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최상위 길드장 10명이 모두 모여 있네? 이건 조금 흥미로운데?”
“앉아주겠습니까? 안준석 씨를 기다리느라,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불사조 길드장 강성수? 너무 재촉하진 말고…… 지금 앉을 거니까…….”
말을 건 사람은 불사조 길드장이면서 대한민국 S급 랭킹 8위의 헌터, 강성수였다.
준석은 차분하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차가운 살기를 흩뿌리며 자리에 앉았다.
“재미없습니다. 자제하세요.”
성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날카로운 마력이 섞인 살기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다른 길드장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구경했다.
“큭…….”
성수가 신음을 내뱉으며 물러나는 것으로 결판이 났다. 그는 분한 마음에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랭킹 8위 주제에 나대지 마라. 강성수.”
목소리에서 들뜬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준석은 대놓고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성수에게 굴욕을 주기 위해서 작정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준석의 성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런 개 같은…….”
“말 가려서 해라. 너 그러다 뒤져. 불사조 길드가 널 보호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대한민국 1위 길드라도 내가 한 달이면 박살 낸다.”
준석은 다시 한번 살기를 끌어 올렸다. 성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썩은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아, 안준석 씨…… 우선은 진정하시지요.”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결국, 현태가 나섰다. 그는 B급 마법계 헌터에 불과했지만, 대한민국 9위의 성골 길드장이자 동명의 대기업 회장이었다. 곧 준석의 시선이 현태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회장 얼굴 봐서 그냥 넘어간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현태는 호탕하게 웃으며 준석의 잔을 채워 주었다. 그는 사회에서 높은 위치였지만 준석은 성준과 한석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헌터계의 최강이었다.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대기업 회장 역시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우릴 부른 이유가 뭡니까?”
까칠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S급 헌터 랭킹 3위의 한선우였다. 그는 대한민국 2위 길드인 여명의 길드장이기도 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고…….”
현태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룸을 떠났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 다시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로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따라 들어왔다. 모두 11명이었다. 룸 안에 있는 헌터들의 수도 10명의 길드장과 준석을 포함해서 11명이었다.
“물 좋네. 연예인들이야?”
누군가 호기심을 보이며 말했다.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긍정적인 징조였다. 현태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연예인 맞습니다. S급은 아니지만 A급으로 준비했지요!”
“그래? 요즘 TV를 잘 안 봐서 몰랐네.”
“괜찮으시다면 안준석 씨 먼저 파트너를 고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현태의 말에 준석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얼굴에 탐욕이 가득했다. 모두 파트너를 한 명씩 골랐다.
현태의 적당한 센스 덕분에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을 위해 그는 철저히 그들의 취향을 조사했던 것이었다.
술 자리가 시작되고 1시간 정도가 지났다. 얼음 같은 냉기가 흘렀던 처음과 달리 분위기가 좋았다.
현태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강성준 그놈…… 건방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는 ‘강성준’을 화제로 꺼내 들었다. 술을 마시며 여자들과 놀고 있던 길드장들의 시선이 현태에게 모여 들었다. 그 중 준석의 시선이 가장 강렬했다.
“강성준이라고 했나? 재미없으면 너 죽을 수도 있어.”
“하하하. 충분히 흥미가 있을 겁니다.”
“말해 봐.”
준석이 말했다. 성준과 감정이 좋지 않은 준석은 음성에서 살기가 스며 나오는 것을 자제하지 않았다.
현태는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감을 녹여야만 했다. 타이탄 길드장이자 A급 헌터인 임형석이 마력을 일으켜 살기를 상쇄했다.
준석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성준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십니까? 이대로라면 SSS급 헌터가 되어서 대한민국을 지배할 겁니다. 그런 전개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본론부터 말해.”
“슬슬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리라면 어떤 방법을 말하는 거지?”
준식이 물었다. 흥미가 생긴 것인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대로 강성준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는 걸 두고 볼 생각입니까?”
이익과 관련된 일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준석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현태는 마치 악당처럼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강성준이 SS급 헌터라고는 하지만 우리들이 힘을 모으면 그를 끌어 내리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준석은 성준과의 감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현태는 현란한 말솜씨를 발휘하여 준석을 현혹하려 노력했다. 10분간의 설명이 끝나고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이미 최상위권 길드 다섯 곳에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견제는 이미 시작되었지요.”
“내가 합류하면 강성준을 박살 낼 수 있는 건가? 확신할 수 있어?”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현태는 입 꼬리를 끌어 올리며 다시 10분 간 자세한 계획을 설명했다. 그 과정이 끝나자 준석은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계획이 생각보다 괜찮네? 회장, 제법이야?”
“칭찬…… 감사합니다…….”
“나한테도 이점이 있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강성준을 처리하고 나면 길드에서 바로 나가셔도 상관없습니다.”
현태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전에게 말한 임시 계약 조건도 모두 준석과 아직 합류하지 않은 길드원들에게 유리한 쪽이었다.
“안준석 씨가 합류한다면 저도 참가할게요.”
“저희 길드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직 성골 길드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은 최상위권 길드장들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태는 속으로 웃었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표정 관리만큼은 자신 있었다.
“안준석 씨만 동참해 준시다고 말씀해 주시면 대한민국의 최상위권 길드 전부가 참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됩니다. 이 정도면 SS급 헌터라고 해도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현태의 말에 준석은 생각을 정리했다. 고민했지만 성골 길드의 계획에 동참한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어 보였다.
대한민국 최상위권 길드 10곳이 힘을 합친다면 성준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곧 결정을 내렸고 비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나도 힘을 보태주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강성준인지 궁금하군.”
“간단한 이유입니다. 그가 너무 크면 청룡 그룹도 같이 성장하니까요.”
현태가 대답했다. 그는 반드시 청룡 그룹을 뛰어넘고 싶었다.
“안준석 씨가 동참하기로 하셨으니 다른 분들께서는……?”
현태의 시선이 다른 길드장들을 훑었다.
“당연히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길드도 합류한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답변을 꺼내 놓았지만 불사조 길드장을 맡고 있는 강성수 만큼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불사조 길드장님께서는 함께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하하하하하!”
성수는 대답 대신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뭐야? 정신 나갔어?”
준석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성수는 웃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재밌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재밌는 상황이라서 웃어 버렸네요.”
“뭐가 그렇게 재밌습니까?”
모여 있는 길드장들 중 한 명이 물었다.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히 그는 현태의 계획에 찬성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다들 김칫국 마시는 모습이 재밌다는 말입니다.”
그는 잔에 남아 있는 술을 단숨에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방식으로 강성준을 처리할 계획인지는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할 거라고 말해두죠. 그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에 있으니까요. 전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성수는 룸을 떠났다.
* * *
늦은 밤이었다. 성준은 저택의 테라스에 앉아서 정철과 가볍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얼마 전에 보고 받은 청룡 그룹과 로드 길드에 대한 ‘견제’ 때문에 의논할 게 많았다.
“길드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현 상황에서 움직이고 있는 길드는 다섯 곳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은 성골 그룹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철이 말했다. 아직 다른 최상위 길드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철의 정보망에 포착된 곳은 다섯이 전부였다.
“강성준 씨!”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고 제니퍼가 뛰어 들어왔다. 성준과 정철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무슨 일입니까?”
정철이 물었다. 제니퍼는 그에게 잠깐 시선을 보낸 뒤, 성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계 잔당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연합 위원회의 첩보 내용으로 볼 때 레이드 상황을 발생시키는 뭔가를 대한민국의 어떤 집단에 넘긴다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뭔가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