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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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 힐러님 239화
73장 사악한 계략(2)
“지시를 내려주세요. 이든 씨의 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니퍼가 말했다. 미국의 S급 헌터인 이든은 연합 위원이었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으로 보아, 제니퍼가 따로 미국 정부에 요청을 해둔 모양이었다. 원래 그녀는 간부가 아니기 때문에 연합 위원에게 별도의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위치였다.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레이드 상황을 유발하는 아이템이 강성준 씨의 적대 세력에 넘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제니퍼가 목소리를 높였다. 방치한다면 그녀의 말대로 성준을 적대하는 어딘가의 세력에 차원 관문 생성기, 또는 리오딘 수정이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입수하는 세력은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청룡 그룹에 수작을 걸고 있는 성골 그룹과 다른 길드들이 될 확률이 높았다.
‘성골 그룹에서 차원 관문 생성기를 사용하면 이계 문제로 번지게 되겠지.’
이계 문제로 판정된다면 성준이 무슨 짓을 해도 여론은 그의 편이 될 것이며, 연합 위원회가 지원을 보내줄 명분도 생긴다.
성준은 사악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일단은 지켜보기만 하세요.”
“하지만 이대로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에 대규모 레이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계 잔당들에게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한테 협조할 만한 세력이 근원을 색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준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제니퍼는 다른 생각인 것 같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설득을 포기했다.
성준의 판단이 틀린 게 아니기도 했지만, 직책상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반대 의견을 고집해서 주장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준열 씨에게 감시 인원의 지원을 요청해 둘까요?”
준열은 연합 위원이지만 무장 정보기관, 백호의 수장이기도 했다. 백호는 창설 초기와 달리 연합 위원회의 지원을 받으면서 정보력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번 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번에 움직이는 잔당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해야 합니다.”
“지금 연락해 두겠습니다.”
제니퍼는 특수한 어플을 사용하여 연합 위원회를 통해 준열에게 성준의 지시를 전달했다.
“그럼, 저는 이만…….”
제니퍼가 떠났다. 정철은 술잔을 채우더니 차분한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갔습니까?”
“충분히 멀어졌으니까, 말해도 괜찮아.”
성준이 말했다. 제니퍼의 기척은 이미 저택을 벗어나고 있었다. 대화를 엿듣고 싶어도 불가능할 정도의 거리였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쪽에서 레이드 상황을 발생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술잔을 비우며 정철이 말했다.
“일이 커질수록 명분이 분명해진다는 뜻이야?”
“그런 셈이죠. 인명이 희생될 수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 정도로 대형사고를 만들 생각은 없어. 명분도 여론에서 우리 편을 적당히 들어줄 정도만 만들어두면 충분해.”
지금 정철의 생각은 제국의 전략 전술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꼭 필요하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성준이 말했다. 대화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절반쯤 채워져 있던 술병도 바닥을 보였다.
그는 남은 술을 정철에게 따라 주었다. 빈 잔의 3분의 1 정도를 채우자 술병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두 사람이 술잔을 비우는 것으로 대화도 끝이 났다.
* * *
연합 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이계 존재들을 모두 처리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잔당은 남아 있었다. 그들의 지휘는 제국 ‘노블 오더’의 귀족 지휘관, 칼리고 준남작이 맡게 되었다.
“믿을 수 있겠나……?”
눈앞의 부관을 보며 칼리고 준남작이 물었다.
“어차피 저희는 전멸 직전입니다. 저쪽에서는 ‘하얀 악마’를 견제하거나 처리하려는 의도가 확실해 보이니, 계획을 밀어붙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관이 말했다.
“성골 그룹에서 그런 야망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군.”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일성 그룹이 몰락했으니, 대한민국의 정점에 오르고 싶었겠죠. 게다가 마침 S급 헌터인 안준석과 다른 최상위권 길드들도 ‘하얀 악마’를 탐탁지 않아 하던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얀 악마의 영향력이 강하니까 쉽게 움직이지 못했었지.”
최상위권 길드들은 대한민국에서 영향력이 큰 편이었지만 성준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단일 세력이나 헌터 개인은 그에게 맞서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성골 그룹이 과감하게 깃발을 들어 올리면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뭉치게 된 모양이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저희를 유인하는 함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칼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균열만 있으면 내가 차원 관문 생성을 유도할 수 있겠지만…… 부관, 자네도 알다시피 이쪽에서 ‘유도’를 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
“마력 유동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발각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부관의 설명에는 틀린 게 없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여태껏 이쪽에서 차원 관문을 ‘유도’한 적은 극히 드물지.”
“성골 그룹에서 대규모 호위 병력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어지간히 하얀 악마를 누르고 싶나 보군.”
칼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는 본국과는 다릅니다. 준남작님.”
부관이 대답했다.
“지원될 호위 병력의 규모는?”
“아직 정확한 규모를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기회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 보내줄 거라고 생각되지만 불안하긴 하군.”
칼리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얀 악마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성골 그룹에서 보유하고 있을지 걱정되십니까?”
부관이 물었다. 칼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성골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길드 전력이 얼마나 된다고 했지?”
“성골 길드를 포함해 최상위권 길드 9곳이 계획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최상위권 길드 9곳이면 불사조 길드를 제외한 전원이 합세했다는 말이었다.
결코 적은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드원 전원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그나마 길드에 충성스러운 집행부를 동원하는 게 고작일 것이었다.
물론 최상위권 길드 9곳이니 집행부 전력만 해도 무시당할 정도는 아닐 것이었다.
“불사조 길드가 강성준 편에 붙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성골 그룹 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꽤 확신하고 있는데…… 뭔가 조치를 했나 보군.”
칼리고는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성골 그룹 쪽에서 불사조 길드에서 침묵을 지킬 것이라 판단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관도 대답했다.
“만약에 성골 그룹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불사조 길드를 놔둔 거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설마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겠지.”
하지만, 부관은 물론이고 ‘노블 오더’의 준남작, 칼리고조차 성골 그룹이 생각보다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설아와는 저택이나 그녀의 사무실 등에서 몇 번 만남을 가졌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가 힘든 표정을 애써 숨기고 있다는 걸 성준은 알 수 있었다.
“설아 씨. 힘들면 나한테 말해요.”
결국, 성준이 먼저 말했다. 그녀는 성준과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힘든 일을 숨기는 경향이 있었다.
성준이 바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예전처럼 고민이 있으면 말해줘요.”
“고마워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설아가 대답했다. 많이 힘든 것인지 자주 보여주었던 미소도 희미했다. 그 모습을 보니 성준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빨리 상황을 종결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꼭 그녀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최근 던전을 공략하는 로드 길드원들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무리가 많아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성골 그룹이 여러 면에서 깔짝거리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곧 좋아질 겁니다.”
성준이 말했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생각이니까.
“벌써 회의 시간이네요.”
시계를 확인한 설아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할아버지, 청룡 그룹의 윤태석 회장의 건강이 나빠져서 요양 중이었기 때문에 그 업무의 대부분을 설아가 맡게 되었다. 회의에 조금이라도 늦거나 빠질 수 없었다.
“먼저 가볼게요.”
“힘내요.”
설아가 사무실을 떠나자 성준도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골 그룹에서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은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였다.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내가 지금 성골 그룹 회장이라도 행동했을 거야.”
성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눈동자에서 차가운 살기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그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살기를 갈무리한 뒤, 차를 타고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강성준 씨.”
제니퍼가 차고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태블릿 PC의 점검을 끝마치기 무섭게 차에서 내리는 성준에게 달려갔다.
“그들이 움직였습니까?”
성준이 물었다. 성골 그룹이나 이계 잔당들의 문제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니퍼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올 리가 없었다.
“최상위 길드 9곳에서 다수의 헌터들을 강원도로 보냈습니다.”
이계 문제가 개입되면서 연합 위원회의 정보망이 대한민국의 최상위권 길드들에 대한 감시를 시작했었다.
만약 정철과 그의 정보원들만 감시에 동원되었다면 이렇게 정밀한 보고를 받지 못했을 것이었다.
“성골 그룹에 붙은 길드가 생각보다 많네요.”
“조사 결과, 불사조 길드만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제니퍼가 보고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도로 이동한 헌터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적들의 수를 알아야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 받지 못했지만, 가세한 길드들의 집행부 전력 대부분이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길드원들은 소속된 길드에 충성하지 않았다. 살인과 같은 과격한 일을 지시하려면 집행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최상위권 길드 9곳에서 집행부의 헌터 대부분을 동원한다고 했으니,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A급 헌터 다수와의 교전이 예상됩니다.”
“상관없어. 전부 죽여 버리면 되니까.”
성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먼저 적대적인 행위를 한다면 결코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
적으로 인식된 존재는 끝까지 추격해서 섬멸한다는 것이 전생의 행동 방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