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47
247
소드마스터 힐러님 247화
75장 내가 정의다(4)
성준은 무장경찰국의 실수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작성해 보냈다.
연합 위원장의 이름으로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SSS급 헌터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 또한 절대 가볍지 않았다.
공문을 보내고 1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사람을 보내겠다’라는 내용의 무장경찰국 답신이 도착했다.
-주군. 무장경찰국에서 누구를 보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SSS급 헌터가 유감을 표했는데, 최소한 고위 간부가 찾아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날, 저택을 찾아온 사람은 무장경찰국의 고위 간부인 나준열이었다.
성준은 응접실에서 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나준열 씨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성준이 말했다. 준열은 착잡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일로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저는 무장경찰국장이 올 줄 알았거든요.”
준열은 성준의 말에 뼈가 섞여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나준열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준열 씨를 탓할 생각도 없어요. 저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인 무장경찰국장이 직접 찾아왔으면 한다는 것일 뿐입니다.”
현태의 신변을 인도해줄 것을 요구한 사람이 무장경찰국장이었다. 그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었다.
성준은 그를 만나서 잘못을 묻고 싶었다. 무장경찰국장은 성준과 안면이 있는 준열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런 식의 잔머리는 오히려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었다. 무장경찰국장의 1차원적인 생각에 성준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나준열 씨. 지금 당장 무장경찰국장한테 연락하세요. 이 일을 해결하고 싶으면 직접 찾아오라고.”
성준은 단호하고 강한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준열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국장님한테 연락하겠습니다.”
준열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성준에게 양해를 구한 뒤, 잠시 응접실 밖에서 무장경찰국장 이규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그가 응접실 안으로 들어와 성준의 앞에 앉았다.
“전달했습니다. 국장님께서 지금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좋습니다. 이걸로 ‘대화’를 할 수 있겠네요.”
대화를 진행할 최소한의 여건이 완성되었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규철은 성준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준열이 처음 연락을 하고 1시간이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헬기를 타고 온 것이었다.
“무장경찰국장이 본채로 오고 있습니다.”
한석이 보고했다. 정원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으로부터 무전을 받은 것이었다. 곧 응접실로 무장경찰국장 이규철이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다.
6월 초라서 땀을 흘릴 만한 기온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급한 마음에 착륙장에서 저택 본채의 응접실까지 뛰어온 것 같았다.
“나준열 부장은 먼저 돌아가 주겠나?”
규철이 말했다. 지시가 아니라, 부탁에 가까웠다. 지금부터 성준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 모습을 준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준열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응접실에서 나갔다.
“너도 나가있어.”
“알겠습니다.”
벽 쪽에 서 있던 한석도 성준의 지시에 짧은 대답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건 무장경찰국장에 대한 배려였다.
한석이 응접실 안에 남아 있다면 그도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이다. 성준은 항의를 할 생각이었지, 규철의 자존심을 긁어서 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리슈발트도 감탄했다. 미소를 머금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성준은 눈앞에서 긴장한 채 앉아 있는 규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안현태의 신변을 인도하는 건 무장경찰국에서 요구했었습니다. 기억하고 있습니까?”
당시의 통화 내용의 녹음은 물론이고 메시지 내역도 저장되어 있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지시했으니까요.”
규철이 말했다.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성준이라면 다 알게 될 문제였고, 고개를 젓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복잡해질 게 뻔히 보였다.
“이번에 구치소가 습격 받고 안현태를 일시적이지만 뺏겼다는 것에서 제가 추가로 설명드려야 할 내용이 더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무장경찰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규철은 무장경찰국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했다. SSS급 헌터를 상대로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성준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진행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생각보다 잘 풀릴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안현태의 신변을 당분간 이쪽에서 관리하겠습니다. 이의는 없겠죠?”
“이의 없습니다. 강성준 헌터님과 로드 길드에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구치소가 공격 당하고 일시적이지만 안현태가 탈출했었다. 무장경찰국장의 입장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눈앞의 상대, 성준은 세계에서 2명밖에 없는 SSS급 헌터였다. 갑질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좋습니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규철이 쓸데 없는 자존심일 세울 경우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향후에도 가능하면 저와 로드 길드가 진행하는 일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강성준 헌터님께서 우려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겁니다.”
“믿겠습니다.”
이것으로 당분간은 무장경찰국이나 정부에서 로드 길드의 일에 크게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이 원만하게 끝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규철과 준열이 저택을 떠나자 성준은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가 있는 3층의 복도에 들어서자 벽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철이 따라붙으며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안현태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성골’ 쪽인가……?”
성준은 문을 열고 서재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정철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예상은 적중한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비밀 장부를 넘겼지만, 길드 쪽과 달리 그룹 쪽은 정계, 그리고 재계의 고위층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검찰 쪽에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골 길드의 집행부는 온갖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해왔다. 성준은 연합 위원회의 정보력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여 검찰에 넘겼었다.
명백한 증거가 존재하는 길드를 수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성골 그룹 쪽이었다.
성준이 비밀 장부까지 확보해서 전달했지만, 정계와 재계의 고위층이 많이 관련되어 있어서 검찰 측에서는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다.
-감히 주군을 상대로 저울질을 하다니! 엄벌에 처해야 마땅합니다!
리슈발트가 분노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오네. 정철아. 검찰에 연락해서 잘 생각해 보라고 해.”
전달할 메시지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검찰 측에 충분히 의미가 전달될 것이다. 정철은 바로 검찰에 연락해서 성준의 말을 전달했다.
검찰도 SSS급 헌터를 상대로 저울질을 했다는 실책을 깨달은 것인지 뒤늦게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성골 길드의 집행부 병력이 소집해제 되었어요. 길드도 해산 절차를 앞두고 있어요.”
정철이 성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음 날, 제니퍼가 찾아와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성준도 뉴스와 신문을 보기 때문에 대충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보고에는 언론에 풀리지 않은 정보들도 있었다.
“길드 쪽은 공중 분해되기 직전입니다. 모든 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골 그룹은 아직 버티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강원도에서 차원 관문을 열었다는 정보를 뿌려서 비난 여론이 강합니다. 강성준 씨가 그동안 보여준 영웅적인 행보 덕분에 확보된 지지층 역시도 성골 그룹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니퍼가 설명했다. 모든 상황은 ‘성골’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국민도 정의로운 심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검찰의 수사에도 힘이 붙었습니다.”
“하긴, 던전 레이드 시대가 오면서 마물들한테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강원도에 차원 관문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난리가 난 게 이상하지는 않죠.”
모든 것은 ‘성골’에서 자초한 일이었다. 성준이 잘못한 건 하나 없었다. 그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휘둘렀을 뿐이다.
그리고 국민은 성준이 그 철퇴로 최후의 숨통이 붙어 있는 ‘성골’의 머리통을 박살 내기를 원하고 있었다.
“수고했습니다. 계속 상황을 보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니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재를 떠나자 성준은 리슈발트가 서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성골’이 얼마나 버틸 거라고 생각해?”
성준은 그들이 길게 버틸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리슈발트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 탄력을 받았으니, 길어야 일주일을 버틸 겁니다. 길드는 더 빨리 무너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리슈발트의 예상은 정확했다. 성골 길드는 3일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해산되었다. 성골 그룹도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30년 역사의 대기업이 완전히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청룡 그룹에서 적당히 흡수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런 결과가 날 수 있었던 것은 성준의 영향력이 컸다.
청룡 그룹의 성골 그룹 흡수가 결정된 날, 설아는 성준을 찾아와 감사를 표했다.
성장통이 있겠지만 그것을 극복한다면 청룡 그룹은 더욱 거대한 기업이 될 것이다.
“안현태는 어떻게 할까요?”
정철이 물었다. 현태는 아직까지 저택 지하의 구금실에 갇혀 있었다.
“지금 TV에서 한창 ‘성골’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있지?”
“물론입니다. 모든 뉴스 채널에서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 채널 고정시켜서 TV로 보여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안현태도 알고 있어야 하니까.”
사악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성준이 말했다.
“요즘 안현태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아서 자살할지도 모릅니다.”
정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태는 B급 헌터였다. 마력을 구속해서 신체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보다는 뛰어났다. 각오만 있다면 혀를 깨물고 자살할 수 있을 터였다.
“자살하면 어쩔 수 없지. 그것도 운명이겠지.”
성준은 현태가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는 충분히 고통받았으니, 이제 ‘처형’을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손을 더럽힐 생각도 없었다. 스스로 죽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날, 현태가 갇혀 있는 구금실 앞에 TV가 놓였다. 마침 뉴스 채널들에서는 온종일 ‘성골’의 몰락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제, 제발…… 차라리 나를 죽여…….”
구금실을 방문한 성준을 보며 현태는 애원했다. 가족들이 힘들게 세운 ‘성골’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현태에게 있어서 큰 충격이었다.
“내가 왜 너를 죽여줘야 하지?”
성준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날, 현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