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57
257
소드마스터 힐러님 257화
79장 기밀문서(1)
“하얀 악마의 무력이 예상보다 강합니다. 저희가 아니라, 13기사회에서 직접 나서야 할 문제였던 게 아닙니까?”
토벤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압도적인 무력 차이는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은 소이드와 안텔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적은 로우켈의 검술을 구사합니다. 소이드 경께서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 겁니다.”
토벤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로우켈은 과거 독창적인 응용 검술 개발하고 사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개발한 응용 검술은 기사 여단에서 사용하던 것들에 비해 치명적이었다. 로우켈의 응용 검술을 제대로 구사하기만 한다면 자신보다 한수 위의 적을 상대로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토벤 경. 우리는 황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제가 대마법으로 엄호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공세를 취해 봅시다.”
소이드는 황명 수행을 강조했다. 황명을 입에 담으니, 토벤도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안텔크는 대마법 캐스팅을 시작했고 강력한 마력의 유동을 눈치챈 성준이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온다!”
지혈 스크롤을 찢을 시간도 없었다. 소이드는 속으로 안텔크를 원망하며 검을 휘둘러 오러를 흩뿌렸다.
날카로운 바늘 형태로 변한 오러 조각이 화망을 형성하여 성준의 접근을 저지했다.
-주군! 오른쪽입니다!
리슈발트가 경고했다. 우측에서 토벤이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검에 깃든 오러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오러를 강화했습니다! 강타입니다!
성준도 마력을 불어 넣어 오러를 강화했다. 두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충돌하면서 사방에 마력 파편이 튀었다. 검과 검을 맞댄 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대마법이 캐스팅되고 있습니다!
마력의 유동이 느껴졌다. 곧 대마법이 완성될 것 같았다. 성준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토벤이 놓아주지 않았다. 빈틈을 보이면 공격 당할 게 분명했다.
‘허리를 내어준다!’
망설임은 없었다. 그는 일부러 빈틈을 보이면서 뒤로 물러났고 토벤의 검에 허리에 상처를 입었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출혈이 심했다.
‘예상했던 피해다.’
성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단검을 집어 넣은 뒤, 상처를 향해 왼손을 가져갔다.
“토벤 경! 하얀 악마를 치유 능력이 있습니다! 견제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소이드가 외쳤다. 토벤이 더 가까웠기 때문에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성준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폭풍검.”
“크아아아악! 젠장!”
응용 검술의 발현으로 인해 토벤은 욕설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돌파하기에는 검풍의 수가 너무 많았고 반격 당할 위험도 있었다.
“힐.”
성준은 토벤이 물러난 틈에 상처를 치유했다.
“블링크.”
그리고 고속 이동술과 동시에 블링크를 사용하여 안텔크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안텔크 경!”
“파, 파이어 블레이드!”
소이드가 위험을 경고했다. 안텔크는 황급히 대마법의 캐스팅을 중단하고 상위 마법인 ‘파이어 블레이드’를 완성했다.
스태프에 화염의 칼날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아악!”
휘둘러진 검에 왼팔이 잘리고 스태프가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블링크를 사용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법사 주제에 최고 기사의 전생을 가진 성준에게 근접전을 시도한 게 실수였다.
“브, 블링…….”
뒤늦게 깨닫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미 거리를 좁힌 성준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는 빠르게 거리를 좁힌 뒤, 검을 내찔렀다.
“시, 실드!”
“소용 없어.”
“크아아아악!”
다급하게 펼친 실드는 성준의 강화된 오러를 막아내지 못했다. 오러 블레이드는 실드를 종이처럼 찢고 들어가 안텔크의 심장에 꽂혔다.
“커, 커허억!”
안텔크가 붉은 피를 토해냈다. 성준은 심장을 꿰뚫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검을 회전시키는 것으로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안텔크는 처량하게 몸을 부르르 떨더니 피를 왈칵 쏟아내며 축 늘어졌다.
“안텔크 경이 당했습니다! 소이드 경! 어서 지시를!”
“제기랄! 이런 상황에서 제가 통솔이 통할 거라고 보십니까? 하얀 악마가 너무 강합니다!”
압도적인 무력 차이 앞에서는 뛰어난 지휘 능력도 소용없는 법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소이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어떤 기발한 생각이 있었다.
“토벤 경! 저 꼬마 놈들을 죽이세요. 제가 하얀 악마를 막아보겠습니다.”
“의미가 있을까요?”
“글쎄요……. 어차피 이기지 못할 거라면 기분 나쁜 기억 하나 정도는 심어줘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기사의 대화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성준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기사들의 대화가 아닙니다. 어쩌면 제국은 몰락하기 직전일지도 모르겠군요.
리슈발트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리슈발트. 나는 저놈들한테 기사의 최후를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들어 올렸다. 두 기사도 행동에 나섰다. 토벤은 아이들을 향해 고속 이동술을 펼쳤고 소이드는 성준의 앞을 막아섰다.
“당신은 지나갈 수 없습니다.”
“일단 하나.”
“무슨……?”
“다리 하나 받아간다고.”
소이드는 균형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하나의 섬광이었다.
‘서, 설마 섬광 베기? 기사 여단의 기본기를 이렇게 빨리 휘두를 수도 있다고?’
그는 경악했다. 이윽고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검을 지팡이 대신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방어 자세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이, 이런!”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성준이 휘두른 칼날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안심해라. 일격에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무, 무슨…… 크아아악!”
왼팔도 잘렸다. 검을 지팡이 대신 사용하고 있었지만 팔과 다리가 날아가자 완전히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는 힘없이 쓰러졌고 성준은 토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블링크.”
다시 한번 단거리 차원 도약 마법을 사용했다. 고속 이동술보다 빠른 대신 마력 소모가 컸지만 지금 남은 적은 하나였기 때문에 마력 잔량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순식간에 토벤과의 거리를 좁혔다.
아이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던 토벤은 성준이 앞을 막아서자 일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검을 회수하여 방어 자세를 취했다.
“도, 도대체 이 괴물은 어디서 튀어나온…….”
“환영검.”
토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31개의 환영검이 그를 노렸다. 그는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방어했다.
현란하게 휘둘러지는 칼날이 급소를 노리는 환영검을 모조리 쳐냈다.
“환영검.”
하지만 마력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성준은 다시 한번 치명적인 응용 검술을 시전했다.
“이, 이런 괴물 같은!”
다시 한번 검이 춤을 추고 환영검이 사방으로 튕겨 나왔다. 기사 여단 서열 10위의 기사답게 공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소이드는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나마 상대하기 쉬웠던 모양이었다.
“이, 이제는…….”
“환영검.”
성준이 검을 휘두르자 환영검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마력도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이번 응용 검술로 토벤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제, 제기랄! 커허억!”
3번은 무리였다. 처음 2번도 완벽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덕분도 있었고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토벤은 피투성이가 되어 무릎을 꿇었다.
“죽…… 여라…….”
토벤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준이 이계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말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준은 냉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검이 휘둘러졌다. 검을 들고 있는 토벤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성준은 잘린 팔을 발로 밀어 버렸다.
“토, 토벤 경!”
“이, 이게 무슨…….”
토벤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너희들한테 기사 다운 최후를 약속한 적 없다.”
성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토벤은 곧바로 말뜻을 이해하고는 비참한 미래를 떠올렸다. 그는 ‘자결’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큭!”
굳게 다물어진 입밖으로 검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그런 토벤을 보며 성준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걸로 나한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야.”
왼손을 뻗었다.
“힐.”
상처가 치유되었다. 잘린 혀도 복원되었지만, 오른팔은 그대로였다.
“쉽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성준이 말했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 토벤과 소이드를 기절시켰다. 마음 같아서는 고문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기사의 명예를 버린 두 사람은 제로스에게 넘겨서 적당히 실험체로 만들 생각이었다.
“흡수.”
성준은 안텔크와 하렌스의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동조율 83%입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이제 안전합니다.”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이 정도의 문장은 구사할 수 없었다. 성준의 어색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는 분명히 전달되었다.
여교사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적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안도했다.
살아남았다는 감정은 눈물을 불렀다.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교사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성준에게 다가가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의 강성준 헌터님 맞으시죠?”
성준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교사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우리 모두를 살렸어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차피 죽일 놈들이었지만 적절한 연기는 필수였다. 성준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리고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제니퍼. 그런데 일반인들이 있어서 호송 부대를 보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헬기 편대를 보내겠습니다.
무전이 종료되었다. 제니퍼가 보낸 헬기 편대는 10분이 지나기 전에 도착했다.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먼저 내려서 주변 안전을 확보했다.
성준은 여교사와 어린 아이들이 헬기에 탑승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지막으로 헬기에 탑승했다.
“2명은…… 살아 있는 겁니까?”
시체 가방에 담겨 있는 소이드와 토벤을 보며 제니퍼가 물었다. 목소리에서 증오가 묻어 나왔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력로를 망가뜨리고 구속 술식까지 걸어 두었으니까, 문제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리고 혹시 몰라서 미리 말해두는데, 이 둘은 제가 처리할 겁니다. 참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준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알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절대로 두 포로의 처분에 대해 참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니퍼가 말했다. 다행히 그녀는 물론이고 미국은 자신들의 주제를 알고 있었다.
“좋습니다. 저는 조금 쉬어야겠군요.”
동조율 초월의 부작용이 찾아오고 있었다. 성준은 두 눈을 감았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최선을 다해 견뎠다.
고통 속에서 헬기는 임시 숙소로 사용되는 호텔에 착륙했다. 성준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리슈발트에게 두 포로의 감시를 부탁한 뒤,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가 고통을 이겨내며 잠을 청하는 동안, 뉴욕의 신문사들은 세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