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62
62
소드마스터 힐러님 062화
21장 신호를 보내(2)
지금까지 꿨던 꿈과는 달랐다. 이계가 아닌 현대의 어떤 빌딩 안이 배경이었다. 그는 홀린 것처럼 어딘가로 걸어갔다. 어둡고 긴 복도의 끝에는 진열장 안에 들어 있는 낡은 지도가 있었다.
그리고 성준은 꿈에서 깨어났다.
-주군? 또 꿈을 꾼 것입니까?
리슈발트의 물음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꿈을 꾸긴 했는데, 조금 달라.”
성준은 리슈발트를 보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성준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리슈발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군의 사념이 강하게 묻은 아이템이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군의 전생과 연관이 있는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저번에 갔던 경매장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조만간에 경매장에 등장하겠군요. 주군의 기억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전생과 연관이 있는 아이템이라면 기억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리슈발트는 생각했다.
-주군께선 한시라도 빨리 모든 기억을 되찾는 게 중요합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전투와 관련된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에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신호를 보내는 아이템을 확보해야만 했다.
“지금 당장 경매장으로 가자.”
성준은 망설이지 않았다. 즉시 차를 타고 경매장에 도착한 그는 직원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경매 예정 물품에 대해서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모두 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성준은 경매장에 매일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관리국에 들러서 정산금을 계좌로 이체 받은 그는 매일같이 경매장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시간과 돈은 많았다.
그리고 마침내 사흘째 되는 날에 지도의 모습을 한 아이템의 경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어딥니까?”
“1번 경매장입니다.”
성준은 직원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1번 경매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며칠 동안 경매장에 출근하다시피 출입한 덕분에 내부 구조는 훤히 알게 되었다.
1번 경매장에 도착한 성준은 서둘러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네.’
낡은 지도는 인기 있는 종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매장에 모인 사람의 수가 적었다. 그 모습에 성준은 안도했다.
-경쟁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의 말에 성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경매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경쟁자가 없어서 2억 원에 아이템을 낙찰받을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오피스텔로 돌아온 그는 아이템에 계측기를 가져가 보았다.
[알 수 없는 지도]B급.
알 수 없음.
경매장에서 확인했던 정보와 같았다. 그는 말없이 리슈발트가 있는 곳으로 지도를 들어 올렸다.
-감정하겠습니다.
리슈발트는 한 차례 보고와 함께 지도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마력을 머금은 지도가 더욱 선명해졌다.
-끝났습니다.
리슈발트가 감정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자 성준은 지도 아이템 위에 다시 계측기를 올렸다.
[대미궁의 지도]B급.
특정 구역의 위치 감지 효과 확인.
계측기가 감정한 아이템의 이름과 효과였다.
“대미궁이 나랑 관련 있는 곳이었던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리슈발트의 물음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기억은 온전하지도 않았고 동일하지도 않았다.
“설명을 부탁하지.”
성준은 지도를 곱게 접어 보관함에 넣으며 말했다. 리슈발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기쁜 마음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리슈발트는 성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대미궁은 제국 초기의 대마법사인 발트거 후작께서 만든 수련장입니다. 만들어진 이후부터 기사 여단에서 수련과 입단 시험 목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아마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이제 기억나는 것 같다.”
리슈발트의 설명 덕분에 젊은 기사 시절, 기사 여단에 입단하기 위해 대미궁의 시험을 치렀던 기억이 살아났다.
“나도 입단 시험을 ‘대미궁’에서 치렀었지.”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슈발트도 그의 바로 옆에서 미소를 지었다.
-기억하십니까? 저도 함께였습니다.
“기억하지. 그때 우리는 어렸고 네 머리카락도 조금 더 짧았었지.”
-대미궁에 들어갈 때 모두가 말렸던 것도 기억하십니까?
리슈발트의 물음에 성준은 그리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우리가 17살이었나?”
-그렇습니다. 모두 실패할 거라고 말했었죠.
두 사람은 제국의 촉망받는 기사였지만 어렸다. 그래서 모두가 ‘대미궁’의 시험을 통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둘은 그 쓸데없는 걱정을 박살 내고 최연소의 나이로 기사 여단의 전선에 합류했었다.
-주군이 아니었다면 저는 낙오했을 겁니다.
시험은 2인 1조로 치러졌었다. 리슈발트는 과거를 회상하며 성준의 도움을 떠올렸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성준, 로우켈의 뒷모습에서 군주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나도 네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다.”
과거의 기억은 희미하고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제나 리슈발트는 성준의 뒤를 지켜왔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아, 지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성준은 침울해진 분위기를 손뼉을 쳐 환기시킨 뒤 지도를 들어 올렸다.
“대미궁의 지도라는 건 알겠는데, 쓸 일이 있을까?”
-대미궁도 기사 여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각성 던전의 포탈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긴 하겠네.”
성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리슈발트의 의견에 동의했다.
각성 던전은 성준의 원념이 향하는 곳에 열린다.
리도니아 대평원에서 성준을 공격한 제국의 주력군 중 하나인 기사 여단에서 관리하는 곳이니 조만간에 각성 던전이 열릴 확률이 높았다.
-대미궁은 아주 복잡합니다. 설령 기억이 온전하다고 해도 길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입니다. 지도를 가지고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대미궁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지만 길을 찾기 쉽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성준은 앞으로 던전을 공략할 때 가방에 지도를 휴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미궁’에 대한 화제가 끝나고 성준은 헌터닷컴에 접속해서 베스트 게시글을 살폈다. 베스트 게시글들은 모두 ‘아이언’이라는 이름의 헌터 전문 수련장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아이언’이라…… 광고를 본 것 같은데……?”
얼마 전에 헌터닷컴을 둘러보다가 광고를 봤던 기억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생겨나는 호기심에 관련 게시글들을 클릭해서 읽어보았다.
[‘아이언’에 가보셨어요? 헌터들 맞춤 수련장이라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고요.] [헌터 수련장인가? 거기 좋더라. 추천함.] [헌터라서 일반 체육관은 이용 못 했는데 전문 수련장이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별로…….]알바로 의심되는 댓글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게시글과 댓글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한번 가볼까……?’
헌터 전문 수련장이라고 하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회원권이 비싸다는 댓글도 보였지만 100억이 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그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가자, 리슈발트.”
가뜩이나 오피스텔 근처에 산이 없는 탓에 수련을 하지 못해서 허전했었다. 성준은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나서 ‘아이언’ 수련장을 향해 차를 운전했다.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넓은 주차장 끝에는 거대한 8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 전체가 수련장으로 보였다.
‘대기업 쪽에서 시작한 사업인가?’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규모가 큰 수련장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성준은 수련장이 대기업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처음 방문하세요?”
안내 데스크의 직원은 두리번거리는 성준의 모습을 보고 신규 고객이라는 사실을 한 번에 알아맞혔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그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회원권과 관련된 상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성준은 귀찮은 마음에 끝까지 듣지 않고 3개월 회원권을 결제했다.
1개월 회원권은 1천만 원이었지만 3개월 회원권은 프로모션이 더해져서 2천 7백만 원이었다.
과거였다면 손을 벌벌 떨 만한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탈의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성준은 직원들 따라 긴 복도를 걸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탈의실에 도착했다.
“여기서 옷을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이 팔찌를 착용하시면 수련장 내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녀는 설명을 마치며 성준에게 아이언의 회원임을 뜻하는 팔찌를 건네주었다.
“오늘 첫날이시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옷 갈아입고 나오시겠어요?”
성준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직원이 수련장으로 안내했다. 건물이 커서 그런지 수련장은 넓었고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헌터의 수도 많았다.
“조금 넓은 헬스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여기 있는 모든 운동기구들은 헌터님들의 완력을 견딜 수 있도록 특별 설계된 것들입니다.”
직원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1층은 로비였고 2층은 탈의실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3층부터 수련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3층과 4층에선 특별한 설명이 없었지만 5층은 달랐다. 5층에 진입하기 무섭게 구조가 변했고, 직원의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여기가 5층입니다. 저희 수련장에서도 가장 핫한 곳이죠.”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곳이 핫한 이유는 바로 가상 전투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상 전투 시스템?”
성준의 물음에 직원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마정석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가상의 적을 구현해서 싸우는 수련 방법입니다. 실전과 긴장감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마정석을 사용하는 거면 단가가 비싸겠네요?”
성준이 물었다. 마정석은 비싼 동력원이었다.
“그렇습니다, 고객님. 한국에서 실제로 운용하는 곳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안내를 계속하겠습니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안내를 계속했다. 수련장 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7층까지 안내를 받았다. 8층은 직원 공간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시설은 5층의 가상 전투 시스템이었다.
성준은 7층에서 직원과 헤어진 뒤 5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의외의 인물과 마주치게 되었다.
“윤설아 씨?”
“강성준 씨?”
의외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잠깐 동안 얼어붙었다.
설아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뒤따르는 수행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먼저 올라가서 업무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실장님.”
뒤따르던 수행원 3명이 먼저 올라갔다. 설아의 시선이 성준에게 향했다.
“여기는 어떻게…….”
성준의 물음에 설아는 미소를 지었다.
“모르셨어요? 여기 청룡 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