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90
90
소드마스터 힐러님 090화
30장 위험인물(2)
어둠 속에서 3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한 명은 키가 컸고 한 명은 작았으며, 남은 한 명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서 그들의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다만 수상한 일을 모의하는 것인지 주변을 살피는 등,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미행이 붙었다고 들었습니다.”
안경을 쓴 남자가 묻자 키가 작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CCTV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천리안’이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미행은 누구였습니까?”
이번에는 키가 큰 남자가 물었다.
“타고 있던 차량 번호판만 간신히 알아냈습니다. 조회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천리안’을 사용했는데도 그 정도라는 말입니까?”
안경을 쓴 남자가 질책하자 키가 작은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미행 쪽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헌터인 것 같습니다.”
“운반을 수행하던 B급 헌터 3명도 당했습니다. 적어도 A급의 실력자로 보입니다.”
키가 큰 남자가 보고했다.
“‘독의 향연’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안경 낀 남자가 말했다. 분위기는 심각해졌고 키가 작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제거할까요?”
“당연히 제거해야지요. 제가 헌터들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A급 헌터 2명에 B급 헌터 3명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겁니다.”
키가 큰 남자가 말했다.
획득한 정보는 차량의 번호판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상대가 S급 헌터인 성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B급 헌터 3명이 당한 사실을 보고 받고 막연하게 A급이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판단은 그들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 * *
성준은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설아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일찍 오셨네요?”
설아는 환한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던전에서 죽음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물론 충격으로 인해 성격이 조금 변하면서 미소 짓는 일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빨리 왔습니다.”
성준의 담백한 반응에 설아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커피나 마실까요?”
“좋습니다.”
성준은 설아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건물 내부의 카페로 갔다.
“오늘은 왜 모자를 쓰고 나왔어요?”
“머리를 안 감아서요.”
“너무 솔직하시네요.”
설아는 너무나 솔직한 성준의 모습이 서운한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자신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이렇게 솔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시간이 다가오면서 짧은 티타임이 끝났다.
두 사람은 5번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서 영화를 감상했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커플석이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났을 땐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조금은 서운하네…….’
설아는 영화관을 나오며 생각했다.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그녀와 달리 성준은 여전히 ‘업무’의 일종으로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선을 그어 놓은 쪽은 그녀였다. 그래서 불평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데려다줄 거죠?”
설아가 물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다들 어디 갔습니까?”
“휴가 보냈어요.”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타시죠.”
짧게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성준이 주차해놓은 헌터 세단에 도착했다.
“타시죠.”
성준이 먼저 운전석에 탑승했다. 뒤이어 설아가 조수석에 탑승하자 그는 운전대를 잡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설아가 불러준 주소를 향해 차를 운전했다.
“경호원들은 여전히 바쁘네요.”
성준이 말했다.
영화관에서도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지금도 승합차 1대가 조심스럽게 성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수행원들 아무도 데려오지 않았어요.”
멀리서나마 수행원들이 있으면 ‘데이트’하는 것 같은 기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무리해서 혼자 나왔었다.
“그렇습니까……?”
설아의 대답에 성준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뒤따르는 자들이 설아의 수행원들이 아니라면 ‘미행’이 붙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귀찮게 되어 버렸군.’
지금 상황에서 미행할 만한 이들은 일성 길드밖에 없었다.
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미행은 리슈발트가 했으니 완벽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B급 헌터와의 전투에서 흔적을 남겼거나 일성 길드 주변에 주차했을 때 뭔가 수상한 낌새를 포착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성준은 후자의 경우로 보고 있었다.
“미행이 있습니다.”
“미행이요?”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저 때문입니다.”
성준은 백미러를 확인했다. 수상한 승합차는 여전히 뒤따라 오고 있었다. 은밀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성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가면 윤설아 씨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귀찮더라도 제가 중간에서 처치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설아는 성준의 목소리에서 진심 어린 걱정을 느꼈다.
미행 중인 이들과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얼굴을 살짝 붉힐 수 있는 이유는 성준을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성준의 보호가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좀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성준은 으슥한 골목 쪽으로 차를 몰았다.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미행을 눈치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미행 중인 사실이 들통났을 때 물러나는 게 상식이었지만 지금 성준의 뒤를 쫓고 있는 자들은 오히려 으슥한 곳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속도를 올려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미행이 아니라 암살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옆에 설아가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대답 대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준은 차를 멈춘 뒤, 운전석에서 내렸다.
“나와.”
뒤따르던 승합차도 멈추고 5명의 남자가 내렸다.
“누가 보냈어?”
“그걸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냐?”
미행자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대답했다. 여전히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성준이 S급 헌터라는 사실을 눈치 못 채고 있었다.
그리고 성준은 마력을 숨기는 기술 또한 뛰어났다.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모두 헌터입니다. A급 2명에 B급 3명입니다.
리슈발트가 그들의 마력을 측정해서 보고했다.
‘내가 S급 헌터인 걸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A급 헌터 2명에 B급 헌터 3명이면 강력한 전력이었지만 S급 헌터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우릴 너무 원망하지 마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A급 헌터가 고속 이동술을 펼치려는 순간 성준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오러가 깃든 단검을 투척했다.
“시, 실드!”
성준을 향해 공세를 펼치려고 했던 A급 헌터는 자신의 목을 노리고 쇄도하는 단검을 보고는 다급하게 실드를 펼쳤다.
고유의 특수 능력인 것인지 아니면 아이템의 능력인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성준의 단검 투척을 막아냈다.
“회수!”
성준은 단검을 회수했다.
공격을 받지 않은 A급 헌터 한 명과 B급 헌터 2명이 무기를 들고 성준에게 쇄도했다. 남은 B급 헌터 1명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힐러인 것 같았다.
‘힐러라…… 귀찮게 되었네.’
적으로 만난 힐러는 성가신 존재였다. 그래서 먼저 죽이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지금 성준은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탓에 행동반경을 넓히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대응 방법은 하나였다.
‘일격에 죽인다.’
죽으면 힐을 받아도 회복할 수 없다. 그것은 성준의 노림수였다.
A급 헌터의 몸이 성준을 향해 쇄도했다. 그가 빠르게 스텝을 밟자 4개의 잔상이 생겨났다. 교란 목적으로 보였다.
“하하하!”
본체와 4개의 잔상이 일제히 오러가 깃든 검을 들어 올렸다. 겉으로 보기엔 본체와 잔상의 구별이 힘들 것 같았지만, 성준의 눈에는 보였다.
본체를 포착하기 무섭게 성준은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휘둘러진 검이 A급 헌터의 왼팔을 잘랐다. 처음 목을 노리는 검을 간신히 보고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그것은 속임수였다.
중요한 순간에 검은 궤적을 틀었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왼팔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히, 힐……!”
후방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B급 회복계 헌터가 다급하게 ‘힐’을 외쳤으나.
“이미 늦었어.”
성준의 검은 자세가 무너진 A급 헌터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목이 관통당하면서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실드를 펼쳤던 A급 헌터 1명과 다른 B급 전투계 헌터 2명이 급히 성준을 향해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여긴 우리가 맡는다! 너는 차 안의 여자를 인질로 잡아!”
A급 헌터가 B급 헌터 1명에게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B급 헌터가 성준의 뒤편에 위치한 헌터 세단으로 향했고 남은 이들은 성준을 상대하기 위해 그의 앞을 막았다.
“버티는 건 자신 있다.”
A급 헌터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특수 능력이 몇 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중 하나가 ‘실드’인 것은 확실했다.
그와 함께 성준을 막아선 B급 헌터도 오러 사용자였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지만 성준은 여유롭게 웃으며 검을 고쳐 쥐었다. 그는 천천히 공격 자세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2초면 충분해…….”
“무슨…… 커헉!”
B급 헌터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성준이 ‘섬광 베기’를 사용한 것이었다.
‘거, 검이 보이지 않았어……?’
A급 헌터는 당황할 여유도 없었다. 바로 다음 공격이 그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실드!”
“환영검.”
12개의 칼날이 소환되어 실드를 두들겼다.
“크, 크아악!”
실드가 처참하게 박살 나고 성준이 내찌른 검이 그의 어깨를 꿰뚫었다. A급 헌터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어느새 뽑아 든 단검이 그의 목을 그었다.
끝이 아니었다.
성준은 헌터 세단을 노리는 자를 향해 단검을 던지는 연격을 펼쳤다.
“큭!”
단검이 뒤통수에 꽂히자 힘없이 쓰러지는 헌터의 모습을 확인한 성준은 B급 회복계 헌터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는 극도의 두려움에 도망치는 것조차 잊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벌벌 떨고 있었다. 바지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성준은 그를 향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마, 말할 수 없다……!”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것인지 그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성준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
그리고 검을 휘둘러 그의 목을 쳤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지는 그 모습을 보며 성준은 냉소를 흘렸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올렸다.
“흡수.”
마력이 흡수되었다.
-동조율이 1% 상승하여 38%가 되었습니다.
흡수가 끝나자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동조율이 상승했다는 소식에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인간 사냥이 동조율 올리기 가장 좋네.’
성준은 정철에게 청소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헌터 세단으로 다가가 조수석 문을 열어 설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무사했다.
“괜찮으십니까?”
성준의 물음에 설아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오늘도 저를 구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