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94
94
소드마스터 힐러님 094화
31장 1인 레이드(3)
일성 길드에 관한 모든 일은 김민성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전략사업 본부장인 김도혁이 지휘했다.
던전 레이드 사태가 터지고 난 후, 길드는 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발전했다. 그것의 총지휘를 맡긴 것만 봐도 도혁에 대한 민성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었다.
도혁은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기 위해 길드의 실적을 올려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고 했고 그것은 결국 대량 살상 아이템에 손을 대게 하였다.
“본부장님께서 부르신다고 하셨습니까?”
일성 길드의 길드장을 맡고 있는 철민은 자신을 수행하는 부하 길드원에게 물었다. 철민은 어딘가 아파 보일 정도로 안색이 나빴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엿보였다.
“예, 길드장님.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중단하고 본부장실로 출석하라는 지시입니다.”
“하아.”
부하 길드원의 대답에 철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 때문에 출석하라고 하는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차량이 대기 중입니다.”
부하 길드원이 말했다.
대한민국 최상위 30위 안에 들어가는 길드의 수장들이 가지는 권력은 막강하기 때문에 대기업 총수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나는 아니지만…….’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철민의 눈동자에 복잡한 심경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었고 그는 ‘예외’에 속하는 길드장이었다.
길드의 실질적인 권력은 일성 그룹의 전략사업 본부장인 도혁이 가지고 있었고 그는 허수아비에 가까운 존재에 불과했다.
“오늘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길드 하우스에서 쉬세요.”
생각을 비우고 싶었다. 철민의 지시에 길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는 길드 하우스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길드 소속이 아닌 개인 차를 타고 일성 그룹 본사로 향했다.
길드 하우스 건물에서 본사 건물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주차를 끝낸 그는 차에서 내려 전략사업 본부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고속 이동술을 펼치고 싶었지만, 건물 안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후우!”
본부장실 앞에 도착한 철민은 심호흡을 한 뒤,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도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안경을 닦고 있었다.
‘뭔가 일이 터졌나 보군.’
보통 심각한 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철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그를 발견한 도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앉으세요.”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설명……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젯밤에 제가 길드의 집행부를 동원했습니다.”
“네?”
도혁의 말에 철민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지난밤 길드의 집행부가 움직였다는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었다.
“제 승인도 없이 집행부를 움직였다는 말씀이십니까?”
철민은 화가 났다. 길드의 집행부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길드장이 가지고 있는 게 상식이었다.
집행부장이 재량껏 움직일 수 있다고는 비교적 소수에 불과했다.
“지금 나를 질책하는 겁니까?”
하지만 도혁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되려 강하게 나오는 도혁의 모습을 보며 철민은 할 말을 잃었다.
“길드장은 반성해야 할 겁니다. 집행부 헌터 수십 명이 고작 S급 헌터 1명을 죽이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집행부를 움직여 S급 헌터를 쳤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도혁의 반응에 철민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집행부의 헌터들을 움직인 것으로도 모자라 S급 헌터를 공격하기까지 했다는 걸 들으니 밤새 터진 사건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도혁의 모습이 철민을 답답하게 했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고를 칠 줄이야……!’
철민은 속으로 한탄했다. 도혁은 사업가가 지녀야 할 자질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지만, 길드를 관할하는 전략사업 본부를 맡은 건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쪽 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그리고 어려서 혈기왕성했다.
S급 헌터에 대한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고를 쳐버린 것이 분명했다.
“본부장님. S급 헌터는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불가능한 건 아닌가 봅니다?”
“그건 그렇지만…….”
“좋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길드원을 움직여서 그 S급 헌터를 죽여야 합니다. 길드장은 그렇게 이해하고 움직이세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 S급 헌터를 죽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비밀 계획이 노출되었습니다. 퍼지기 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철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찾아올 줄 알았다.
도혁이 처음 대량 살상 아이템을 모으자는 비밀 계획을 기획했을 때 반대했었지만, 그는 철민의 말을 듣지 않았었다.
“회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철민이 작은 목소리로 묻자 도혁은 움찔했다. 그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바로 일성 그룹의 회장인 김민성이었다.
“아버지는 아직 모를 겁니다. 그래서 빨리 처리해야 해요.”
도혁은 자신의 실수가 민성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후계 구도 안정화를 위해 기획한 대량 살상 아이템 계획이 후계 구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제거하세요.”
“알겠습니다.”
철민은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S급 헌터를 공격하면서 일이 커져 버렸으니 민성이 알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다.
* * *
성준은 수혁에게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한 뒤, 병원을 나섰다. 동조율이 39%가 되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피스텔로 돌아온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성 길드를 공격하는 대신에 정철과 만났다.
“화가 많이 나셨을 텐데, 잘 참으셨습니다.”
정철이 말했다. 그는 성준이 곧바로 일성 길드를 공격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일성 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여론몰이를 해서 성준의 정당성을 많이 훼손시켰을 것이다.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여론몰이를 할 생각입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현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론이죠. 지금 상황은 강성준 씨에게 유리하고 명분도 있으니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자금이죠.”
정철은 솔직하게 말했다. 성준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공작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자금은 제가 지원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움직여주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일주일 안에 일성 그룹의 이미지가 땅으로 추락하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정철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돈과 확실한 증거만 있다면 여론몰이는 어렵지 않았다.
일성 쪽에서도 여론 ‘조작’을 위해 움직이겠지만, 성준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피해자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가해자인 그들은 여론을 조작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정철은 성준과 헤어지기 무섭게 행동에 나섰다. 각 언론사와 인터넷 등에 일성 길드의 집행부가 성준을 먼저 공격했다는 사실과 함께 블랙박스 동영상 같은 증거물을 보냈다.
일성 길드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일성 그룹에서 손을 쓴 탓에 지난 밤의 난리에도 조용했던 언론이었지만 확실한 증거와 공작이 펼쳐지니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충격! 일성 길드가 선량한 헌터를 공격하다!] [가입 권유를 거절해서 그런 것일까? 잔혹한 길드의 이면!] [국내 최초! S급 헌터가 공격당하다!]대량 살상 아이템과 관련된 증거는 확실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기에 정철은 제보에 첨부하지 않았다.
뒤늦게 일성 그룹의 김민성 회장이 이 심각한 사태를 인지하고 여론 조작을 지시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철이 고용한 댓글 알바들이 인터넷을 장악한 뒤였다.
[일성 길드가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언젠가는 사고 칠 줄 알았음.] [S급 헌터를 공격하다니 간이 부었네.] [이번 만큼은 ‘정당방위’ 인정합니다.]사람들은 동조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그리고 정철이 고용한 댓글 알바들은 일성 그룹을 마음껏 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일성은 노력했지만,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 * *
회장실 문이 열리고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가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는 일성 그룹의 회장, 김민성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회장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일성 길드에서 잘못한 건 맞지만,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누군가 개입했군.”
민성은 누군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일성 그룹의 회장이었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다.
“일성 길드를 탈퇴하는 인원도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여론이 악화 되고 ‘정당방위’라는 별명이 붙은 성준에게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헌터들이 일성 길드를 떠나게 만들었다.
간부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일반 길드원들의 이탈은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S급 헌터 강성준도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언제 움직일지 모릅니다.”
“도혁이가 많이 곤란하겠군.”
민성이 중얼거렸다.
일성 길드와 관련된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이는 도혁이었기 때문에 민성은 걱정이 많았다. 레이드에 휩쓸려 첫째와 둘째를 잃은 후부터 막내아들인 도혁을 향한 민성의 관심과 애정은 특별해졌다.
“도련님께서도 노력하고 계시지만 길드와 전략사업 본부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비셔의 대답에 민성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정부에서는 반응이 없나?”
“침묵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침묵’은 누가 봐도 성준의 편을 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돈은 그렇게 받아먹고 인제 와서 침묵이라니…….”
민성은 한탄했다. 그동안 정치인들과 고위 공무원들에게 먹인 돈이 아까워질 지경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도혁이를 지원한다.”
“알겠습니다.”
“여론이 악화 되면 꼬리를 자르면 돼.”
“꼬리를 자른다는 말씀은……?”
비서는 민성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일성 길드장한테 모든 잘못을 넘긴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도혁이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잔혹한 말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내뱉는 민성이었다. 집행부를 움직인 것은 도혁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관련 권한은 길드장이나 집행부장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잘만 하면 성준을 공격한 모든 잘못을 길드장인 철민에게 넘길 수도 있었다.
도혁이 지시한 증거가 남아 있겠지만, 그 정도는 일성 그룹의 힘으로 조작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미리 준비해두겠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상황이 악화 되면 바로 조치할 수 있게 조작된 증거를 준비해 두겠다는 말이었다.
“S급 헌터들도…… 이제 주제를 알 필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