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06)
제 1111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17)
* * *
이야기의 탑.
“적명족이 임시 동맹을 제의했군.”
켈리악이 리마가스가 보낸 서신을 확인하며 말했다.
“미친놈들이네, 드락카를 그렇게 뺏어 놓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과 달리, 라갈은 적명족이 아주 괜찮은 내용을 제안했다고 생각했다.
엘로나가 다쳐서 돌아온 걸 그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번에 엘로나를 파견하면서, 지플은 그녀가 다치는 경우를 아예 상정하지 않았었다.
설령 적명족이 갑자기 미쳐서 엘로나를 친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녀는 언제든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라프라로사 내부에서 차원을 넘어온 공격에 이토록 심각한 부상을 입다니, 게다가 그 망나니 같던 적명족들은 바로 서신을 보내기까지 했다.
명왕족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수뇌들은 켈리악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돌아온 엘로나를 보며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듯 보였다.
‘……엘로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성수관의 힘을 쓰지 않으려 했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성지가 아니라 탑으로 돌아와 몸을 회복하고 있어.’
그건 전부 엘로나가 성수관의 제어를 벗어나려 한다는 징조나 다름이 없다.
지금 엘로나는 탑이 아니라 성지에서 가장 빨리 회복이 가능하며, 성지는 그녀를 치유할 때마다 성수관의 제어력을 더 강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엘로나가 그런 사실들을 모를 리도 없었다. 켈리악은 성수관의 제어력이 예상보다 더 빨리 느슨해지는 현상을 주시했다.
하필 라프라로사 때문에 성지를 옮기고 보수하는 일이 더뎌지는 시점이었다. 켈리악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삼켰다.
“구시대의 물건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건가…….”
“켈리악 친구?”
“적명족의 제의는 받아들인다. 엘로나가 회복되는 대로 카둔과 망령대, 유령대, 마령대를 함께 출전시키도록 하지.”
[적명족 이 새끼들이 뒤통수를 치진 않겠지, 켈리악?]“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엘로나가 다친 그 순간에 공격했을 테지. 그리고 어차피 놈들이나 우리나 기회가 될 때는 서로를 물어뜯어야 하는 입장이다. 상황은 계속 급변하고 있어.”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은 그 흐름을 예측할 수 없이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켈리악은 물론이고, 거대 세력의 주축들 그 누구도 읽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무슨 뜻이냐?]“가네스토가와 다시 만나야겠다. 그리고, 태양신교의 망령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 그들이 계속 강 건너 불구경을 하지 못하도록.”
* * *
1804년 5월 14일, 티칸궁 상공 황금함.
진과 연합원들은 황금함 내 연구실에 모여 콰울이 제작한 해방 장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생긴 건 그냥 평범하네. 이게 그렇게 만들기 어려웠던 거냐, 콰울?”
무라칸이 말했다.
그 말대로 장치는 겉보기엔 그저 금속 재질의 원형 통처럼 보였다. 딱 그의 상반신 정도 되는 크기에, 무게는 50킬로그램.
하지만 중앙부에 돌출된 단추 하나를 꾹 누르면, 장치는 날개처럼 양옆으로 펼쳐지며 내부에 있던 수십 갈래의 금속 막대를 꺼냈다.
그 막대들이 바로 ‘파장’을 추적하는 부품이었다. 설정된 값은 당연히 라프라로사, 이미 과거 투신합일을 위한 공명 장치를 만든 덕에 쉽게 맞출 수 있었다.
“한번 직접 만들어 보든가.”
“그냥 해본 말이지, 고생했다! 이것만 있으면 라프라로사의 명왕족들을 꺼낼 수 있다는 말이지?”
“열두 시간을 무사히 작동할 수만 있다면. 장치 자체는 완벽하다. 성능 검증도 모두 끝났고, 제작 공정도 최적화가 되었어. 우리 연구원들 모두의 결실이지…….”
여느 때와 달리 콰울은 이번 장치 개발이 모두의 성과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이 그렇기도 했다.
사이얼 루트베르를 비롯해 흉신전 이후 각지에서 영입한 마법 공학자들, 말리엣의 전승지에서 만난 테벤 히스터와 젠 루트베르, 이엘로, 그리고 발레리아와 엘티엇까지.
콰울은 그들 중 하나라도 자리에 없었다면 해방 장치를 이토록 빨리 개발할 수 없었으리라 확신했다. 모두가 밤잠을 설쳐가며 연구 개발에 매진한 것이다.
늘 괴팍하고 사회성 없는 천재 공학자로 살아가던 그는, 이제 연대와 협력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무라칸이 징그럽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콰울에게 손수건을 건네줬다.
“이제 모든 건 총수와 자네들의 손에 달렸다.”
장치 옆에는 바일람이 대장장이의 섬에서 가져온 고대 만년철 보호 상자가 놓여 있었다. 네 방향에 투척을 위한 손잡이가 달린 형태였다.
룬칸델이 가진 광산과 대장장이의 섬과 동맹을 맺은 덕에 고대 만년철을 이렇게 소모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동료들이 조심스레 상자 안에 해방 장치를 담았다. 그러곤 한 번씩 들어서 흔들어보고, 체결 상태와 손잡이가 손에 잘 감기는지를 확인했다.
“내 검보다 훨씬 가볍네. 그래도 고대 만년철인 만큼 상당히 튼튼한걸. 힘껏 던져도 박살 날 일은 없겠네.”
“내가 보기에도 그렇군, 백경.”
“루나 누님과 헤도 경이 괜찮다고 할 정도면 상자도 훌륭하군요. 하긴, 이 또한 피콘 님이 직접 제작한 물건이니. 이제…… 시작하면 되겠군요.”
진이 결연한 눈빛으로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첫 해방 장치 투척 작전을 직접 실행하기로 결정된 인원은 총 13명.
1조는 진과 루나, 단테, 벨리즈와 린파.
2조는 탈라리스, 엘티엇, 바네사, 헤도.
3조는 발레리아, 시리스, 요나, 오울이었다.
“아까 회의 때 이야기했듯이, 1조는 돌파를 맡습니다. 그리고 2조는 교란, 3조는 정보 수집과 더불어 적절한 때에 1조나 2조로 해방 장치를 전달하거나, 직접 투척합니다.”
무엇이 더 우위라고 할 수 없이 모두 중요한 역할이었다. 1조가 돌파하지 못하면 장치를 던질 기회를 얻지 못하고, 2조는 1조가 적들의 모든 화력을 감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분산시켜야 했다.
1, 2조가 해방 장치를 보유한 채로는 전투를 감당할 수 없으니, 3조는 특히 유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첫술에 배가 부르긴 어렵겠지만, 느낌이 좋기는 하군요. 가시죠!”
작전 투입 인원들이 하나둘씩 붉은부엉이와 모트로 올랐다.
이내 붉은부엉이와 모트는 그들을 순식간에 대사막의 경계로 데려다주었다. 각 조는 모두 작전 시작점이 달랐다.
3조, 발레리아는 우선 대사막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대기하며 기록 마법을 펼쳤다. 그간 연합의 정보원들이 수집한 내용과 대사막 내에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 일치하는지, 새로운 정보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사이 오울과 요나, 시리스는 침투 경로를 확인했다.
“음, 요나야. 놈들이 차원문을 공격하는 충격이 여기까지 전해지는구나. 장치를 지키려면 내가 은신하고, 네가 전장을 돌아다니는 쪽이 좋겠다.”
“히, 그래요, 오울 님. 막내가 가진 힘, 영기는 진짜 신기하단 말이죠. 영기로 감아 놓으니까 장치의 존재감이 확실히 줄어들었어요.”
“거리가 이렇게나 먼데도 영기의 형태가 유지되는 게 무엇보다도 대단하지. 우리는 영기가 유지되는 거리를 지키면서 움직이는 게 좋겠구나.”
2조, 탈라리스는 대사막 경계에 도착하자마자 전장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으흥, 설마 단지 교란을 위해 내가 만빙의 오의들을 사용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군. 적명족 놈들이나 지플이 잘 속아 넘어가야 할 텐데.”
대사막으로 들어서자마자 적뇌 파장이 독무처럼 짙게 퍼지고 있었다.
탈라리스는 검황성전 때처럼 만빙의 오의들을 펼칠 예정이었다. 대빙원과 백, 두 가지 검에 마치 라프라로사의 해방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처럼 연기를 하려는 것이다.
적명족과 지플로서는 만빙검의 특수성과 라프라로사 통로의 무작위성을 다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바로 단정 짓는 건 무리였다.
어쩌면 정말로 탈라리스의 검이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역시, 소가주께서 예상하신 대로 지플과 적명족이 임시 동맹을 맺은 모양이군요, 비궁주. 육안으로 식별되는 것만 확인해도, 놈들은 서로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있습니다.”
“쯧, 적천왕 이 녀석, 아무리 근본이 없기로서니 불과 얼마 전 자기들이 수도를 빼앗은 자들과 손을 잡아? 그 켈리악이라는 놈도 배알이 없기는 마찬가지로구나. 나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멋들이 없구나, 멋들이. 그래도 우리 후손들은 훌륭한 듯 보이니 다행이지.”
1조는 2조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전장에 침투하고 있었다.
벌써 차원문을 타격하던 함대의 포신 일부가 1조를 조준할 정도였다. 그러나 공중요새의 주포가 아닌 한 이 다섯 명에겐 조금도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시마트는 1조가 다가온 걸 보고도 섣불리 공중요새의 주포를 돌리지 않았다. 그거야말로 진 일행이 바라는 일이라는 걸 잘 아는 것이다.
“이것들이 얄밉게 구네, 진 형제. 아무래도 우리가 공중요새를 직접 타격하기 시작해야 포신을 돌리겠는데?”
“내 생각도 그렇소, 진.”
“다행히…… 아직, 그, 엘로나 지플…… 없는 것…… 같아.”
“우선 나와 1기수가 리탈을 노릴 테니 그대와 투왕들께서 피빌을 치는 게 어떻겠소?”
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나와 단테가 리탈을 향해 쇄도하며 검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햐, 명왕족도 아닌 친구들이 마치 우리처럼 싸우는군. 진 형제의 친인들, 다 아주 마음에 들어. 나머지 형제들도 분명 바깥으로 나오면 바로 좋아할 거다.”
“맞아…….”
진과 투왕들도 속도를 높였다.
피빌과 공중요새들은 이번에도 마살룬의 저주를 피해 하늘을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주포가 차원문을 때리는 간격은 훨씬 짧았다.
“어……!?”
“엇!?”
한창 피빌과 거리를 좁히던 중, 별안간 진과 형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우뚝 걸음을 멈췄다.
세 사람은, 라프라로사의 통로에서부터 익숙한 뇌기가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진 형제! 이거…… 테토 형제의 기운인데!?”
십이투왕 테토. 마치 벨리즈와 린파가 빠져나왔을 때처럼 그의 기운이 통로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세 사람은 테토에 이어 또 하나의 뇌기가 대사막을 두들기는 걸 느꼈다.
“……이번엔 가르문드 형제다!”
팔투왕 가르문드의 기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