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48)
제 1048화
250화. 지플과 킨젤로(2)
심연 군단.
그들은 오르갈이 마녀로부터 지원받은 새로운 병력으로, 반과 명왕족이 임무를 수행한 사이 하루도 쉬지 않고 지플을 치는 중이었다.
[스읏, 슷!]선두에 선 병사가 뱀 같은 숨소리를 내자 병사들이 흩어졌다. 오르갈은 차원문이 닫힐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병사들은 누군가의 지휘 없이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순식간에 켈리악과 블리기에트를 포위했다.
“어떻습니까, 블리기에트 님. 블리기에트 님께는 저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이십니까?”
켈리악이 묻기 전에 블리기에트는 이미 심연 군단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마녀 헬루람이 길러낸 기괴한 병사들, 그들은 의지와 언어를 완전히 잃은 듯 싯싯 거슬리는 소리만 냈고, 빈 눈구멍엔 눈알 대신 맹목적인 집착이 뭉쳐 있었다.
[필멸자, 그중에서도 사람이었던 것. 그것도 아주 위험하고 강한.]“호오…….”
켈리악은 이미 마신석을 이용해 심연 군단이 무엇인지를 분석했었다. 그러나 마신석은 심연 군단이 무엇인지 전혀 정의하지 못했다. 정체에 대한 분석은 물론, 그들을 직접 조작하는 일도 통하지 않았다.
가령 지금 검을 휘두르는 검은 병사 하나의 팔을 ‘원래부터 없던’ 상태로 만들거나 하는, 그런 조작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지플은 심연 군단을 상대할 때, 병사 그 자체가 아니라 전장의 환경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켈리악에게 달려든 병사의 발아래를 갑자기 없애는 식으로 말이다.
[시익!]달려든 병사가 중심을 잃었다. 그의 검은 켈리악의 눈앞 허공을 헛쳤고, 켈리악은 곧장 공간 폭발을 사용해 그를 튕겨냈다.
“블리기에트 님이 그렇게 평가할 정도의 필멸자였다라……. 과연, 지금 초일류라 불리는 초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전조도 없이 바닥이 꺼지고 허공이 폭발하는데도 그야말로 완벽한 대처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사이 다른 병사들이 켈리악을 덮치고 있었다. 켈리악은 계속 마신석을 이용해 환경을 조작하며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인세 역사를 통틀어도 이만한 경지에 오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터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무런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굳이 마신석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블리기에트의 말대로 심연 군단이 인세의 필멸자였다면,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병사들이 사용하는 검술과 마법은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어떤 면에선 마족 같았고, 어떤 면에선 룬칸델이나 하이란이 떠올랐고, 어떤 면에선 지플의 마법이 보이기도 했다.
블리기에트의 눈에도 그들이 필멸자였다는 것 이상의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그게 그를 동하게 만들고 있었다.
블리기에트가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그러자 하늘에 거대한 구체가 형성되며 사방으로 태양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능숙하게 태양기를 쳐냈는데, 블리기에트는 그 모습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을 느꼈다.
‘헬루람의 병사들이…… 이미 나를 상대해본 적이 있는 듯 싸우고 있다.’
블리기에트는 이제 막 부활했고, 반 외에 다른 사람과 전투를 한 적이 없다. 고대에도 이런 인간을 상대한 기억은 없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분명, 이놈들은 나를 알고 있어……!’
그게 아니라면 지금 심연 군단이 싸우는 방식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블리기에트가 가장 성가시게 여기는 방식으로 합공하고 있었다.
일부는 블리기에트가 권능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쉴 새 없이 근접전을 시도하고, 일부는 그의 보호막을 제거하며 그 속에 숨겨둔 태양기를 찾아내고, 일부는 그의 행동을 예측해서 반응하고.
블리기에트로서는 심연 군단이 자신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인세 역사상 최강의 필멸자라는 반조차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심연 군단에게선 통찰력은 물론이고 자그마한 이성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그들은 순전히 경험과 본능만으로 자신을 상대하고 있을 터였다.
속이 뒤틀릴 듯 불쾌했다. 헬루람도 아니고 그 하수인, 혹은 인형에 불과한 존재들에게 간파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들이 강한 건 사실이나, 반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만일 반이 이 정도로 블리기에트를 잘 알았다면, 그는 결코 멀쩡히 이야기의 탑에 도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블리기에트 님, 이것들을 상대한 적이 있습니까?”
켈리악도 심연 군단이 지나치게 블리기에트의 전법을 잘 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블리기에트용 병기, 그렇게 봐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켈리악을 공격하는 병사들에게선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없다.]블리기에트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분노였다. 상대는 자신을 알고, 자신은 상대를 모르는. 태양신의 자아로서 블리기에트는 본래 이런 상황에 놓일 일이 없었다.
물론 심연 군단이 블리기에트를 안다고 하여 그가 밀리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창성이 아니고는 그에게 본질적인 타격을 주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블리기에트 님에게나 우리 지플에게나 여러모로 불쾌한 놈들이군요. 심연 군단은 마신석의 방어선을 무시하고 탑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놈들이니.”
블리기에트조차 켈리악의 ‘허락’이 있었기에 도달할 수 있었을 뿐.
켈리악이 생각하기로, 현재 마신석이 구축한 방어선은 인세 그 어떤 세력도 쉽게 뚫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 방어선은 매일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마신석과 성지, 엘로나가 예상보다 더 빨리 조화된 덕이었다.
몰려드는 심연 군단을 쳐내며 블리기에트는 생각에 잠겼다.
‘헬루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내가 알기로 말루기아와 유사하다. 게다가 그자는 우리와 달리 격이 심각하게 훼손되지도 않았어. 원한다면 언제든 세상을 파멸로 이끌기 시작할 수도 있을 터. 한데 왜 이런 비효율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지?’
심연 군단은 충분히 충격적이나, 블리기에트로서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만일 헬루람이 목적을 위해 말루기아, 즉 엘로나를 확보하려는 속셈이라면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게 가장 확실한 수였다.
블리기에트가 보기에 마신석은 아직 헬루람에 대적할 수 있는 병기는 아니었다. 그 외에 수많은 필멸자와 불멸자들에겐 쥐약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어도 말이다.
애초에 블리기에트는 헬루람에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둘뿐이라 여겼다. 온전한, 혹은 온전에 가까워진 자신과 솔더렛.
‘그러고 보니 솔더렛의 힘은 진 룬칸델과 그의 수호룡에게 희미하게만 남아 있을 뿐이군.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아이란의 제약이 풀리면, 바로 헬루람을 만나봐야겠어.’
치이잉-!
한 줄기 태양기가 처음으로 검은 병사의 목을 쳐냈다. 목이 떨어진 병사는 시체처럼 움직임을 멈췄다가 입자로 흩어졌다. 입자는 근처에 형성된 자그마한 강철 차원문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것들은 죽지 않는다. 흩어진 육신은 이들을 내보낸 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건 헬루람이 아니야.]“그럼 누구입니까?”
* * *
같은 시각, 오르갈의 아공간.
오르갈은 작은 강철 차원문으로 빠져나오는 입자를 응시했다. 입자들은 벌레처럼 꼬물거리다가 검은 보석처럼 뭉쳐졌는데, 그 모습을 보니 심란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심연 군단의 병사가 파괴된 게 속상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병사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알아서 회복하고, 다시 전장으로 나설 것이다.
그런 병사가 벌써 수십이었다. 그리고 머잖아 수백이 될 것이며, 수만, 수십만, 수백만…… 얼마나 늘어나게 될 것인지, 오르갈은 알 수 없었다. 마녀조차 그 수를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를테면 킨젤로는 창단 이래 최고의 전력을 얻게 되었다.
조가 명인을 만들고자 그 많은 지원을 받고도 결국 진짜 명왕족이 나올 때까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것도, 하마계의 강자들이 모인 것도, 간부들이 숱한 수련과 전투를 반복하며 강해진 것도.
헬루람이 내어준 심연 군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만일 헬루람이 아무런 대가 없이 심연 군단을 내어줬다면, 그리고 어떤 진실도 알려주지 않고 심연 군단을 보냈다면.
킨젤로는 마침내 대업을 이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세상을 그들이 원하는 올바른 형태로 바꿨을 것이다.
[빌어먹을…….]그러나 오르갈은 기쁘지 않았다.
옛 연인이 알려준 진실은, 이 세계는, 그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더럽고 복잡하며 잔인하고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심연 군단은 킨젤로를 위해, 태양신의 부활을 위해 사용할 수 없었다.
[망할, 어째서, 어떻게…… 제기랄!]부바르와 아이나스조차(킨젤로는 오르갈이 돌아온 직후 이 아공간으로 이사를 끝냈다) 그 노기에 짓눌려 평소처럼 멍청한 소리를 내뱉을 수 없었다.
연신 머리를 쥐어뜯던 오르갈의 시선은 계속 병사가 변한 검은 덩어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단장님, 힘을 내셔야죠.”
마르지엘라였다. 그녀의 휠체어가 오르갈의 옆에 멈추자 제피린도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주인, 마녀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없지는 않…….”
[아니…… 제피린, 헬루람의 말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나는 느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겠지. 이 검은 덩어리는…… 나다. 정말로 나란 말이다…….]-이것들은 실패한 너다.
-혹은 실패한 세계의 너라고 할 수도 있지, 오르갈.
단원들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떨구는 사이, 오르갈은 헬루람이 한 말을 떠올렸다. 그 끔찍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