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63)
제 1063화
252화. 전쟁 시작(2)
가아아아악……!
불사조 테스의 포효가 전장을 울린 순간, 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똑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하늘이 무거워지고 있다는, 낯선 감각.
그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함내에 있는 연합원들조차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지그시 머리를 내리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중압, 테스의 청화가 품고 있는 권능.
어느새 소환된 테스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테스는 함선 사라의 위에 자리를 잡은 채 전장을 둘러보았다.
테스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청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특히 이야기의 탑을 중심으로, 마치 탑을 가두듯이 맹렬히 피어나는 모습.
계속 그래왔듯이.
지플로서는 조작과 왜곡을 발동시켜 청화를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진의 눈엔 보였다. 그를 비롯한 창성들의 눈에는, 지플이 쉽사리 그 일을 해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도드라지고 있었다.
마신석이 가진 조작 능력조차, 중압의 영향을 받는 까닭이었다.
치직, 치이이익, 끼긱……!
가장 먼저 중압에 반응을 보인 건 투신함대 쪽에 형성된 지플의 함대와 우스록이었다.
그것들은 아직 청화에 직접 닿지 않고 있음에도, 날벌레들이 열기 앞에 기운을 잃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플이 형성한 함대는 선체 곳곳에 난잡한 검은 줄이 그어졌고, 그 줄을 따라 찢어지고 흐려지는 모습도 보였다. 마치 눈속임이 파훼될 때처럼.
마신석으로 형성한 병력의 본질은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다. 업화는 그런 가짜들이 견뎌내기엔 버거운 힘이었다.
그나마 마신석의 능력 그 자체가 거짓은 아닌지라 함대가 완전하게 소멸하지는 않았으나, 계속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업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스릉……!
브라다만테가 검집을 빠져나왔다.
하늘에 여러 줄기의 푸른 강이 펼쳐진 것 같았다.
진은 그 한 갈래 흐르는 청화를 길처럼 밟아 이야기의 탑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드넓게 퍼진 화염이 진을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이야, 화염계 일부가 재현된 것 같군…… 함선 사라, 이걸 진짜 사라가 보면 무슨 기분일지 궁금하구만.”
룬칸델 제1기함 함선 사라.
사라에는 단지 연합의 최신 기술만 적용된 게 아니었다. 테스와 아메리스, 루시, 발레리아, 진이 함께 개발한 마법도 적용되어 있었다.
업화의 식을 미세하게 변경하고, 업화를 본떠서 만든 룬 문자를 함선에 새겼다.
말하자면 사라는 마검 비기 업화를 강화할 수 있는 함선이 되었다.
단순히 영역을 넓히고, 파괴력을 강화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함선 사라에 적용된 기술과 마법은 테스의 현현 조건을 완화시켰고, 진의 체력 소모까지 낮출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테스가 완전 현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단계 역시, 이제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무척 좋아할 겁니다, 무라칸. 그리고 지플에게 이 검은, 천 년 전보다 더한 악몽이 되겠죠.]르엣이 답했다. 그녀는 이제 집사장이 아니라 함선 사라의 부함장으로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르엣과 발레리아, 두 기록 능력자는 앞으로 있을 모든 전투에서 핵심이 될 터였다.
진은 순식간에 이야기의 탑과 거리를 좁혀갔다.
사납게 요동치는 청화는 이제 강줄기가 아니라 대해처럼 광대해진 채 탑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씩 돌진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청화에 짓눌려 조작과 왜곡의 힘이 약해진 건 사실이나, 이야기의 탑엔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 거대한 선체 전반엔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이 적용되어 있다. 수천 겹에 달하는 보호막, 그리고 그 안을 지키는 지플의 정예 마법사들.
아직 중압은 선체 내부까지 뻗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마신석의 힘은 탑의 본체와 가까울수록 강력하다.
선체 안에서는 여전히 마신석이 끊임없이 가짜 병력을 형성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진짜배기 대마법사들과 섞여 진을 공격하고 있었다.
“연환 마법을 전개한다, 전 망령대 위치로!”
망령대, 유령대, 마령대, 그리고 백야.
그 모든 지팡이가 진을 향하고 있었다. 온갖 대마법이 난무하는 와중, 진은 침착하게 청화를 휘둘러 그들의 공격을 집어삼켰다.
수천 겹의 보호막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청화에 녹아버릴 것이다. 그 후 병력을 몰살하는 건, 지금의 진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신석은 계속해서 병력을 생성할 게 분명하니, 본질적으로 업화를 더 깊이 침투시키는 게 상책이었다.
[소가주를 지원합니다. 검을 꺼내세요.]승무원들의 검을 꺼내라는 뜻이 아니다. 르엣이 꺼내라고 말한 건, 함선 사라의 검을 뜻했다.
텅, 덜컥-! 크드득!
함선 사라의 형태가 변하고 있었다. 주포를 감싼 두 갈래의 긴 장갑이 날개처럼 펼쳐지며 선체 뒤편으로 넘어갔다.
이어 주포는 뇌기를 분출시켜 선체 앞을 가로막는 방패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고, 주포의 상하부에서 두 자루의 거대한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방패와 칼날은 모두 업화를 휘감았다. 선체를 밝히는 룬 문자는 점점 더 진해졌고, 테스가 쏟아내는 청화의 열기는 한층 더 깊어졌다.
[돌격!]광심장 동력을 최대치로 폭발시키는 급가속, 연속으로 이어지는 단거리 공간 도약.
함선 사라는 그 막대한 질량과 부피를 무시한 채 빛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눈 깜짝할 새에 다섯 번의 공간 도약이 있었고, 함선 사라가 차원문을 지나칠 때마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원형 충격파가 하늘을 덮었다.
근처에 산개한 황금함들마저 진동할 정도로 막강한 충격파, 그러나 진과 함선 사라 사이에 놓인 업화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격돌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지플이 보호막을 강화할 새도 없이, 함선 사라의 두 자루 칼날은 이야기의 탑을 감싼 수천 겹의 보호막 한편을 순식간에 뚫어버렸다.
함선 사라는 이야기의 탑 외곽 장갑에 사선으로 창처럼 꽂혔다. 그 근처에 있던 병력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야기의 탑 전체가 일순 기울었을 만큼 어마어마한 충격이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함선 사라의 내부로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장갑에 별다른 균열조차 남지 않았다. 벌써 함선 사라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포 재개방, 탈출 동력을 제외한 모든 동력을 쏟아붓습니다.]크직, 크저적! 칼날이 뚫은 내부로 다시 주포가 꺼내졌다. 영거리 포격, 쉴 새 없는 장전과 연사.
탑 선체 내부에서 주포가 터지자 폭음 대신, 마치 거대한 짐승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 우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적명족의 공중요새였다면 이미 이 시점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탑은 마신석, 그리고 탑과 융화한 태양신의 ‘성지’로부터 힘을 끌어오고 있었다.
포격의 충격에 죽어가는 마법사들은 웃고 있었다. 이 정도로는 탑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듯이.
진의 예상대로 함선 사라와 업화가 보호막 내부로 들어서자 인근의 병력들이 재생성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거리 포격에 직격된 선체 한쪽이 미친 듯이 파괴되고 있기는 하나, 탑에 본질적인 타격을 준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이야기의 탑은 황금함대처럼 전체가 진짜 광물과 재화로 구성된 게 아니다. 선체의 대부분은 마력과 마신석의 권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본체가 있는 중앙부와 그 근처만이 진짜일 테지. 이야기의 탑 옛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마신석으로부터 형성되는 무한한 마력과 권능. 진은 그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했다.
엘로나 지플.
세상을 해하는 걸 두려워하던 지플의 대마법사, 그러나 그보다 본질적인 태생은 파괴의 조각 말루기아.
‘엘로나, 내가 경으로부터 지금 악의를 느낄 수 없는 건. 아직 인간의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순수한 파괴의 화신이 되었기 때문입니까.’
진실이 무엇이든, 지플을 무너뜨리기 전에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업화가 진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시작부터 이미 함대 하나를 충분히 둘러쌀 만큼 거대했건만, 이제는 곧 이야기의 탑 선체의 3할 이상을 잠식할 기세였다.
“켈리악, 네놈이 그 간악한 머리통으로 마신석을 잘 키우긴 한 모양이야. 아직 마신석은 내가 글리엑보다 두렵지 않은 것 같군. 검황성 때처럼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대지 않는 걸 보니.”
낮은 목소리, 그러나 전장의 모두가 바로 옆인 듯 들을 수 있는 음성.
켈리악은 수정구를 통해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고, 진은 그 순간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 중앙부 본체에 숨어 있을 켈리악과 눈을 맞췄다.
“하지만 나도 오늘은 마신석의 비명을 들어야겠다. 네놈들을 찢어 죽이자고 함대를 이끌고 온 첫날인데, 그조차 듣지 못하면 얼굴을 들 수가 없거든.”
도망치려 하고 있다.
업화가 마신석의 권능을 일부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처음 드러난 때에도, 함선 사라가 순식간에 보호막을 뚫고 진과 연계해 업화를 선체 내부까지 확장한 때에도.
진은 지플이 도망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애초에 지플은 투신함대만 자신들을 쫓을 때부터 줄곧 전면전을 피해왔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시간뿐인 것이다.
이야기의 탑 선체를 뒤덮은 업화가 우글거리는 게 느껴졌다.
반발 때문이었다. 탑은 계속 아까처럼 공간 도약을 시도하려는 중이나, 업화라는 그물에 걸려 더뎌지고 있었다.
초 단위로 반발이 격해지는 와중.
씨이잇, 콰아아악-!
함선 사라에 이어 두 척의 함선이 이야기의 탑을 들이받았다. 투신함대의 기함, 라프라로사와 룬칸델의 제2기함, 다이애나였다. 반과 루나, 두 사람이 각 기함의 함교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함선 사라가 업화를 강화하듯이, 황금함대의 포격은 명왕군림검을 보조할 수 있다.
“전 함대, 포격을 재개하라. 투신이 명왕군림검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반이 내린 직후 떨어진 발티록의 명령에 연합의 모든 함대가 다시 포문에 뇌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는,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말했다.
“내 심홍검만 보조가 없네. 어쩌겠어, 지플 놈들에게 화를 푸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