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64)
제 1064화
252화. 전쟁 시작(3)
콰아아아아……!
연합과 킨젤로의 함대가 다시 포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포격은 이전까지와 달리, 이야기의 탑까지 직선으로 쭉 뻗어 나가지 않았다.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심연 군단의 검은 함대를 제외한 모든 함선의 주포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아무도 당황하지 않았다. 주포가 똑바로 뻗지 못하는 이유는 마신석의 왜곡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투신 반.
그녀가 기운을 전개하며 포격을 제어하고 있었다.
황금함대의 주포는 동력, 즉 광심장의 힘으로 쏘아진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그 힘은 명왕족의 뇌기였다.
또한 검은 함대를 제외한 킨젤로의 함선들도 명왕의 힘을 흉내 낸 뇌기를 사용했다. 반은 그 또한 어렵지 않게 제어할 수 있었다.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불순한 뇌기가 다소 섞인 게 불쾌하긴 하다만, 진 형제를 위해 쓸 만한 놈들 같으니 일단은 용서해주마.”
프즈즉, 츠아아악-!
이야기의 탑을 중심으로 하늘 전체에 시퍼런 광선이 너울거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춤을 추는 푸른 실타래처럼 보일 것이다. 수백 갈래의 광선이 엮이고, 풀어지고, 휘몰아치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장대한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웠다.
그 아름답고 격렬한 푸른 광선의 난무는 진이 펼쳐둔 거대한 업화와 조금도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두 힘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조화되고 있었다.
불과 번개, 서슬 푸른 파랑, 마검과 명왕검.
시퍼런 폭풍은 어느새 이야기의 탑 전체를 덮어버릴 만큼 광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명왕검 투신기 제10검
명왕군림검 – 개
오의를 펼치기 시작하자마자, 반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편한 것이다.
전성기는 오래전에 지났고, 투신혈과 봉뢰검 시그문드는 진에게 전승했다. 그런 상태로 명왕군림검을 펼칠 때마다, 반은 내심 아쉬운 느낌을 받고는 했었다.
투신 오의는 본래 그보다 더 파괴적이었으니까.
그때와 똑같은 수준의 검을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기량이 떨어진 몸에는 많은 무리가 갈 터였다. 애초에 지금도 명왕군림검을 끝까지 받아낼 만한 적을 마주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반은 마치 가장 빛나던 시절의 명왕군림검을 펼치는 듯한 감각에 휩싸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황금함대의 포격.
시간만 주어진다면 대륙조차 충분히 지울 수 있는 그 힘은, 어쩌면 창성의 입장에선 그저 거대한 뇌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를테면 신을 죽일 수는 없는, 정해진 운명을 뒤바꿀 수는 없는, 세상을 모독할 힘을 가진 적들의 왜곡을 무마할 수는 없는, 그저 무지막지하기만 한 힘.
그러나 거대한 힘에 불과한 그 뇌기는, 투신의 검을 타고 새롭게 피어오른다.
투신의 것이 된다.
의지가 깃들고, 그 누구도 가져본 적 없는 예리한 감각이 깃들고, 초월이 시작된다.
[나는 너희를 멸하고자 반만년을 기다린 것이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의의 2장이 시작되었다.
이전과 달리 전이 시작된 후에도 명왕군림검의 겉모습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하지만 뇌기는 적들의 폐부를 더욱 깊숙이 찌르고, 진동하는 뇌류는 더욱 격해져 이야기의 탑을 조각조각 뜯어낸다.
진, 루나, 반. 세 창성 근처에 있는 가짜 망령대는 이미 전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야기의 탑 중앙부를 떠나 막 출격하던 진짜 마법사들조차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창성들과 5리가 넘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건만, 그들은 감히 몸을 다시 일으킬 수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든 망령대들의 두 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업화와 명왕군림검의 열기였다. 나머지 얼굴과 몸은, 그 고통을 인식하기도 전에 한 줌 재가 되어 흩어졌다.
이야기의 탑이라는 거대한 허상이 불타고 있었다. 지플은, 일전에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을 겪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슬슬 한 놈쯤은 제대로 된 게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룬칸델 마검 비기
심홍검 1식 – 격擊
그 격변 속, 한 줄기 심홍빛 검기가 탑의 중앙부로 날아드는 모습이 이어졌다.
루나 룬칸델, 백경이 쇄도를 시작하고 있었다.
허상은 무너지는 중이고, 왜곡은 업화의 불길에 붙잡혀 작동하지 않는다. 진과 반이 이야기의 탑을 압박하며 마신석의 힘을 묶어두고 있는 만큼, 그녀는 오롯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 한 줄기 빛이 가로지르는 듯이.
루나가 보법을 밟을 때마다 심홍빛 잔상이 남았다. 선체 곳곳에 그녀의 불규칙한 검흔이 남았는데, 잠시 지나고 다시 보면 그건 난무가 아니라 정확히 길을 여는 검이었다.
키이잉, 덜컥, 덜컥, 덜컥!
과거 적명족이 적뇌 파장으로 벽을 형성했듯이, 돌진 중인 루나의 근처로 단단한 마력이 솟구쳤다.
그러나 루나가 쟁취한 심홍의 힘을 저지하기엔 조금도 유효하지 않았다. 붉게 물든 크란텔의 칼날은, 닿기도 전에 마력 벽들을 허물어뜨리는 위엄을 보였다.
선두에서 질주하는 기수처럼, 루나가 선체 중앙부로 나아갈 때마다 명왕군림검과 업화가 그 뒤를 쫓았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았다.
[햐, 장관이구만 장관이야. 반 저 녀석, 내가 그 많은 차원에서 싸울 땐 저렇게 멀쩡하게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진 룬칸델과 루나까지, 소름이 돋네.]그르닐의 함교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르갈이 말했다.
그는 벅찬 감격에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체통 좀 지키세요, 주인. 어째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사람이 이상해져서는.”
[제피린, 너도 나와 늘 함께 싸웠다. 그런데 저 모습에 감격하지 않을 수가 있나?]제피린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도 사실 감동하고 있었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킨젤로가 진실을 모른 채 계속 바멀 연합과도 전쟁을 했다면, 가장 먼저 사라졌을 것이라는 마음에. 게다가 그 이득은 그 수많은 세계의 원수인 지플이 챙겼을 것이다.
“멋지긴 하군요. 다만 진 경에게 한 번쯤은 제대로 복수하고 싶었는데, 그건 아쉽습니다. 돌아보면 늘 당하기만 했으니. 어쨌거나 지금은 감상만 할 때가 아니죠. 어떻게 보시나요? 놈들이 계속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요.”
[지플이 열세인 건 분명해. 하지만 계속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지. 내 생각엔 아마, 그 빌어먹을 블리기에트 놈이 나타날 것 같군.]오르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별안간 이야기의 탑 중앙에 작은 태양처럼 보이는 한 덩이의 구체가 떠올랐다.
블리기에트였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탑을 뒤덮은 모든 기운이 일순 새하얀 빛 속으로 잠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눈을 한 번 끔뻑이는 정도의 시간이었다. 찰나라고는 하나, 블리기에트가 혼자서 세 창성의 기운을 가로막은 것이다.
지플은 그 틈에 황급히 마신석을 발동시켜 파괴된 선체를 일부 회복시켰다. 본래는 아예 공간 도약을 시도해 전장을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블리기에트…… 지난번 내게 베이지 못한 게 아쉬웠던 모양이지.]다시금 업화와 명왕군림검, 심홍검이 선체를 장악했다.
다만 이전처럼 빠르게 중앙부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태양신교의 사원에서 반과 처음 전투할 때와 마찬가지로, 블리기에트는 벌써 아무런 전조도 없이 탑 중앙부 사방에 태양기로 보호막을 형성한 상태였다.
마신석을 압박하는 창성의 기운들이 그 보호막에 가로막히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말은 곧, 보호막 내부에서는 지플이 마신석으로 병력을 새로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3초.
세 사람의 검이 보호막을 찢어발기기까진 겨우 그만큼만 시간이 소요되었을 뿐이나, 지플은 마신석을 최대로 개방해 대마법사들을 소환했다.
40대 가주, 키말로스 지플처럼 지옥에서 부활시킨 이들을 비롯한 다섯 명의 역대 가주와 그들을 따르던 망령대들.
만약 그들만 소환되었다면 연합은 순식간에 그들을 모조리 찢어버렸을 테지만, 블리기에트의 비호가 있으니 조금은 버틸 것이다.
스커억-!
반의 검기가 블리기에트의 정면에 펼쳐진 보호막을 두들겼다. 그는 태양신교 사원 때보다 수월하게 필멸자들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지금 지플을 위해 싸워주는 대가로 ‘아이란 비먼트’라는 제약을 대부분 완화한 덕이었다. 이를테면 블리기에트는 반을 처음 만난 순간보다 더 많은 권능을 회복한 상태였다.
‘켈리악 지플, 아이란의 제약을 해제하려면 최소한 반년은 필요하다고 하더니. 역시 거짓이었군. 뭐, 차라리 잘되었어. 오늘 이후 놈은 나를 더 기다리게 만들 수 없다. 마신석, 그 불쾌한 물건을 통해 아이란의 제약을 완전히 해제하면…….’
거기까지 생각한 찰나, 블리기에트는 정면 보호막이 유리처럼 허망하게 깨지는 걸 확인해야만 했다.
방금 닿은 반의 검기였다. 그 검기는 보호막을 부수고도 멈추지 않고 블리기에트의 뺨까지 스쳤다.
핏-! 황금빛 핏방울이 튀었고, 블리기에트는 반에게 반격하고자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반이 아니라 심홍색 검기, 루나의 후속타였다. 블리기에트는 그 검기를 피하느라 사선으로 급격하게 하강했고, 검기는 고스란히 그가 지키던 지플의 병력을 강타했다.
마치 시론의 검이 그렇듯이, 검기에 닿은 마법사들은 입자로 흩어져 어디론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심홍검은 단지 그들을 지나치는 게 아니라, 거울에 반사된 빛처럼 블리기에트의 보호막 내부에서 미친 듯이 튕기고 있었다.
“크하아악!”
“컥!”
블리기에트의 보호막이 오히려 악수가 된 것이다. 심홍검은 보호막의 뻥 뚫린 정면을 제외한 모든 면을 이용해 튕기며 학살을 이어갔다.
블리기에트는 보호막을 해제하기까지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반과 루나의 검기가 이후로도 계속 날아든 까닭이었다.
그리고 창성들이 탑 선체 위에서 전투를 하는 동안, 연합의 함대는 포격 지원을 하면서 계속 이야기의 탑과 거리를 좁힌 상태였다.
연합이 황금함대와 더불어 새로이 개발한 신규 병력을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이엘로2, 출격. 창성들의 검이 잠시라도 저 같잖은 망령들을 향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