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10)
제 1110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14)
심홍검, 가장 먼저 루나의 크란텔이 적진을 할퀴었다.
‘방금까지 이 포화를 견디며 여기까지 이동한 인간이 맞는 건가……!’
겨우 그 일격을 받아낸 선두 대열의 마신대들은 이를 악물며 루나를 노려보았다. 분명 그녀는 시론이나 반처럼, 한 번 더 초월한 인물이 아니라 자신들과 똑같은 창성이었다.
게다가 더 나쁜 조건에서 싸움을 시작했고 더 어려운 길을 뚫었다. 당연히 그만큼 기력이 떨어져야 하건만, 크란텔은 그 어느 때보다 사납고 맹렬하게 적들을 후려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동생 하나를 잃었다.
창성들을 위해 전장 중앙을 사수하느라 헤이토나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모를 리는 없다. 잠시도 슬퍼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있을 뿐.
그런데 이번엔 눈앞에서 진이 죽을 뻔했다. 루나는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분노와 증오와 복수심 전부를 칼날에 휘감고 있었다.
“나는 룬칸델을 지키는 검이다. 어느 차원에서도 그 사실은 변한 적이 없을 터, 이번엔 결코 전부를 잃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너희를 멸하고 가문의 일원들이 검의 정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소리치며 휘두른 루나의 검은 정제되지 않아 사나운 듯 보였다. 예전의 그녀처럼 야성적이고 파괴적이기만 한 검 같았다.
그러나 엘티엇은 그녀의 검을 보고도 나무라지 않았다. 폭풍 속의 고요, 루나의 검은 오히려 그가 추구하는 조화의 이상향에 닿아 있었다.
사납지만 정확하며 거칠지만 유연하다. 이를테면 슬픔과 증오가, 그녀의 검을 완성하고 있었다.
마성화에 빠지느냐 더 완전해지느냐, 그 기로에서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파괴와 정복을 위해 싸우는 이들은 깨달을 수 없는, 과거에 깨달았더라도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마음.
눈동자에선 슬픔과 원한이 맺힌 붉은 눈물이 흘러내리나 시야는 한없이 트인 듯 쉴 새 없이 적들의 허점이 포착되고 있었다.
스걱-!
마신대의 한 창성이 심홍빛으로 물든 크란텔에 양단되었다. 그는 명왕포의 압박 때문에 제대로 반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신대의 창성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상황, 그걸 막고자 어떻게든 진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연합의 창성들은 일부러 마신대의 진형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적들의 보호막을 이용해 명왕포를 견디며 싸우려는 의도였다.
“막아! 놈들이 더 들어오면 끝이다!”
마신대의 진형에서 목소리가 갈라질 만큼 급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연계 중인 보호막을 해제할 수가 없었다. 그건 다 함께 죽자는 뜻밖에 되지 않으니까.
심지어 연합엔 시론과 반이 있으니 그렇게 되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외통수, 마신대는 명왕포가 끝날 때까지 불편한 싸움을 견뎌내야만 했다.
[명왕포가 한 번으로 끝나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 멍청한 새끼들아.]오르갈이 루나를 엄호하며 소리쳤다.
진은 처음부터 명왕포를 두 번 남겨두고 전투를 시작했다. 콰울의 정비까지 있었으니, 그중 한 발을 소진한 지금도 최소 두 번 정도는 더 포격이 가능할 예정이었다.
이 구도가 그대로 유지만 된다면, 연합의 창성들이 마신대의 창성 서른 명을 말 그대로 학살하는 것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빌어먹을,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밀린다고……!’
계속되는 충격, 론도는 내면이 어질어질해지는 걸 느끼며 전황을 살폈다. 창성들이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지고 있었다.
‘포격이 한 번만 더 이어져도 사실상 전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당해주지는 않는다!’
그는 계획을 한 번 더 바꾸기로 결심했다.
“마신대의 창성은 모두 들어라! 포격이 끝나는 즉시 흩어지도록! 전장 사방으로 흩어져서 난전을 유도하고, 진 룬칸델을 사살하는 것에만 집중하라!”
론도는 이제 ‘승리’를 배제하기로 했다.
수만 대에 달하는 함대, 수십에 육박하는 창성을 투입하고도 겨우 한 세계의 영웅들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 병력 전부를 잃더라도 어떻게든 남은 시간 안에 진만 죽이면, 바멀 연합에겐 미래가 없었다. 시론과 반을 비롯한 나머지 모두가 살아남더라도, 솔더렛의 유산 없이는 절대로 반전을 일으킬 수 없었다.
론도는 일부러 포격이 끝나는 순간을 계산해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포화도 함께 잦아들었고, 마신대의 창성들은 즉시 격전지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어딜 가느냐, 이러면서 전 차원의 패자라고 떠들어댄 것이냐!”
진이 전장을 이탈하려는 한 창성에게 검기를 쏘며 소리쳤다. 그러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지금 창성들을 이탈시키는 건 전투에서 이길 생각이 없다는 뜻. 켈리악을 기다리겠다는 건가? 아니면…….’
진으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간 마신대는 창성들을 화살받이로 쓰면서까지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지금은 승리를 포기한 듯 보였다.
터엉-! 크그그극!
시론과 반이 진에게 날아든 마력 광선을 쳐내며 그의 옆에 붙었다.
“진 형제, 내 생각에 놈들은 형제를 죽이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 같다.”
“……저도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반 형제. 분명 솔더렛의 유산을 의식한 선택일 겁니다. 제가 그 힘을 얻지 못하게 만들면, 이 전투에서 모든 걸 잃어도 결국 전쟁은 이긴다는 판단이겠죠. 혹은, 켈리악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로 했거나.”
진은 곧 론도의 의도를 파악했다. 솔더렛의 유산, 적들은 그 정체불명의 초월적인 힘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스물넷, 명왕포가 끝난 시점에 생존한 적 창성의 숫자.
격전지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들 중 3할 정도는, 다른 전장에 합류하기 전에 남은 명왕포에 맞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나머지 7할 또한 모두 무사할 수는 없었다. 중상을 입은 이들은 연합 창성들의 합공에 금방 쓰러질 터. 특히 조금 전까지처럼 대열을 제대로 형성한 상태가 아니라면, 그들은 각개격파를 피할 수 없었다. 창성이라 할지라도 시론과 반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끌려다니는 건 마신대가 아니라 연합이었다. 연합은 흩어진 마신대의 창성들을 쫓아야 하니까.
즉 마신대는 승리를 포기한 대신, 주도권을 가져간 셈이었다.
‘중앙 전장에 적 창성들이 난입하기 시작하면, 우린 이기더라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한다.’
으득! 진이 이를 악물며 검을 그러쥐었다.
“명왕포가 네 번 이상만 가동될 수 있다면 아군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습니다.”
“콰울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진 형제, 이제부터 나와 시론은 계속 형제의 옆에 붙어 있겠다. 적 창성들이 갑자기 동시에 몰려와도 지킬 수 있도록.”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론과 반이 진에게 묶이면 다른 전장에선 그만큼 아군들이 적 창성들에게 죽어갈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움직이도록 하죠. 3시 방향입니다, 조금 전에 반 형제의 검에 팔이 떨어진 놈, 그자부터 처리하고 추적을 개시하죠.”
물론 두 사람은 한 자리에서 진을 지키기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을 포함한 셋이 가장 적극적으로 적 창성을 추적해야 했다. 시론과 반이 있어야 적 창성을 빠르게 끝장낼 수 있으니 말이다.
“중앙 전장, 천천히 전열을 후퇴시켜라!”
엘티엇은 급박하게 변한 전장의 흐름에 맞춰 아군의 위치를 조율했고, 그사이 라프라로사는 적 창성들의 위치를 포착해 다시 주포를 장전했다.
콰아아아……!
포신을 타고 황금해일이 폭발한 순간, 마신대의 창성들은 방금처럼 그 힘을 견딜 수 없었다. 마신대의 창성들은 많아야 셋 정도로 뭉쳐서 격전지를 이탈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명왕포에 일부 인원이 죽어나는 틈에 중앙 전장으로 들어서는 창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황금함을 격추시키며 초인들을 압박했고, 연합 창성들은 항상 한발 늦게 그들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인원에서 밀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군과 섞인 적 창성들에게 명왕포를 쏠 수는 없으니, 적들은 처음으로 창성다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신대는 연합의 전열을 아주 깊숙이 파고들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진을 죽이는 것인 만큼, 언제든 진을 노릴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저주 해제까지 40시간, 켈리악만 오지 않으면 형제를 지키는 건 문제가 없다.”
다만 그만큼 아군의 희생을 감수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반은 뒷말을 삼키며 시그문드에 뇌기를 휘감았다.
* * *
“희한한 일이로군.”
1번 통로, 마신대 본부.
갑작스러운 켈리악의 혼잣말에 옥타비아가 그를 돌아보았다. 옥타비아는 그가 내어준 마력과 권능을 받아들이느라 막 명상을 하려던 참이었다. 아직 그 힘이 다 정제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마치 이십 대 시절처럼 젊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켈리악 경.”
“나는 실린이 어설프게 일을 처리하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실린이라면…… 저번에 말씀해주신 인물이로군요. 저와 달리 아주 대단한 인물이라고.”
켈리악은 뒤끝을 부리는 옥타비아가 가소로운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런 실린이 지금 흑해의 전장에서 잠시 반군을 놓쳤다. 그 덕분에 바멀 연합은 승기를 잡았고, 론도는 수세에 몰렸군.”
이내 켈리악은 한동안 말없이 실린을 떠올렸다.
실린이 완벽하게 감당하지 못할 만한 반군이라면, 단 한 사람뿐이었다. 켈리악을 수십 번이나 마주치고도 살아남은 회색부엉이의 수장, 발레리아 히스터.
“……어지간하면 회복이 완벽하게 끝나기 전엔 움직이지 않으려 했건만, 아무래도 직접 가보는 게 좋겠군.”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말루기아가 나타나면…….”
그 말에 켈리악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 오히려 내게는 좋은 일이다. 이참에 말루기아도 제압하면 그만이니. 준비하거라, 지금 바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