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09)
제 1109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13)
‘이게 무슨…… 이 주포 속에서, 어찌 저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론도의 눈동자가 커졌다.
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신대는 론도를 포함해 무려 삼십에 달하는 창성이 완전히 발이 묶인 채 방어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건만, 연합은 갑자기 요술이라도 부린 듯 전진 속도를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시론 룬칸델과 투신 반, 그들의 초월적인 힘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심지어 그 둘은 분명 진 룬칸델을 보호하며 그를 눈으로 삼아 움직이고 있을 터, 대체……!’
무리하게 본대까지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런데 시작부터 상황이 엇나가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론도뿐만이 아니라 마신대의 다른 창성들도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대로 거리가 다 좁혀지면, 우리만 공격당하게 된다……!’
라프라로사의 포화 속에서 마신대는 아무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 거리를 내주는 순간, 포화가 끝날 때까진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질 터였다.
역사상 최대 전력을 이곳 677차원에 투입하고도 마신대는 아직 큰 성과 없이 수많은 창성을 잃었다. 이번 포화에서도 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면, 정말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침착해야 한다. 분명 놈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어. 그렇다는 건 창성 위의 창성들이 있어도, 본래는 그 속도가 한계였다는 것이다. 마음이 급한 건 오히려 우리보다 놈들이 더 했을 테니.’
그렇다면 무엇이 추가된 것인가, 론도는 포화에 묻힌 연합 창성들의 기운을 집중해서 읽었다. 움직임이 대담해진 것 외엔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놈들 중 누군가 갑자기 시론이나 반처럼 한 단계 더 각성한 것도 아니다. 적 주포의 흐름이 변한 것도 아니고, 적들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 거대한 힘을 자기들에게만 유리하게 통제하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
요술.
불현듯 론도는 누군가 요술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전장에서 자신의 눈에 띈 적 없는 누군가가.
그리고 이런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건, 론도가 아는 한 하나뿐이었다.
‘……반군. 반군이 놈들을 돕고 있던 건가!’
-……잔당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모양이군요.
-예, 저는 지금부터 그자를 찾아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니 그자의 동선이 이번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다면, 제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까 실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회색부엉이’의 생존자, 지금까지 마신대의 추적을 피해 살아남은 극소수의 반군.
만일 실린이 제거하러 간 그자가 반군의 수장급 인물이고, 지금 이 전장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면, 연합을 돕고 있다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일이었다.
‘확실해, 반군이 있는 것이다! 놈이 기록 마법으로 적들에게 정보를 알려 주고 있어……!’
하마터면 지금껏 연합의 창성들이 보여 준 기적의 거대한 그림자에 짓눌려 파악하지 못할뻔했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한데, 실린 경이 설마 반군을 놓친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 수백 회의 추적을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괴물이. 차원 통로 외에도 반군이 더 있었거나, 지금 갑자기 등장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겠군. 어느 쪽이든, 척살하면 될 뿐이다!’
론도가 품에서 한 덩이의 검은 돌을 꺼내 들었다.
완성된 마신석의 심장 일부, 론도가 그것을 움켜쥐어 으깨자 별안간 명왕포의 황금해일 곳곳에 얼룩처럼 시커먼 기운이 피어올랐다.
“반군의 수괴가 놈들을 지원하고 있다! 포화가 잦아들면 그자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
바멀 연합의 창성들은 검은 얼룩을 보고 흠칫하며 잠시 걸음을 멈췄다.
치지직…… 그그극……!
동시에 진은 얼룩이 피어오르자마자 기록창이 금방이라도 뭉개질 듯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저 검은 기운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달리 위협적이진 않다. 하지만 포화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기묘한 기운인 만큼,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문제가 생겼습니다, 반 형제. 타 차원의 발레리아가 보내 주던 메시지가 끊기고 있습니다. 검은 기운의 영향일 겁니다.”
마신석의 심장이 깨지며 흘러나온 검은 기운은 실제로 연합 창성들에게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반군들 특유의 능력, 기록 마법과 차원 이동 등을 제한할 뿐, 살상 능력은 아예 없는 것이다.
새로이 일그러진 기억창이 나타나고 있었다.
다행히 메시지가 완전히 끊긴 건 아니었다. 다만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는 주어진 정보에 예측을 더하며 나아가야 했다.
‘발레리아.’
다시 움직이기 전, 일순 진은 메시지를 보내는 발레리아를 생각했다.
어떤 세계에서든 그녀는 히스터의 마지막 생존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평생 지플에 맞서다가 마침내 다중세계라는 진실에까지 닿았을 테고, 지독하고 힘겨운 저항을 이어 갔을 터였다.
지금 그녀는 분명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타났을 것이다.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그 모진 세월을 견디며 차원과 차원 사이의 고독한 세계를 끊임없이 떠돌았을 것이다.
“나를 믿어라, 발레리아. 나도 너를 믿고 있으니.”
타 차원의 발레리아가 주던 완벽한 정보 없이 속도를 높이려면,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지금부터는 움직이다 갑자기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타 차원의 발레리아가 지금 여기 나타난 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일 겁니다, 반드시. 앞으로 두 걸음, 그리고 좌측으로 다섯 걸음 전진하겠습니다!”
그만큼 나아간 직후 또다시 기록창이 열렸다.
이번엔 아까보다도 훼손이 심했다. 그러나 진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일곱 걸음 앞으로, 그리고 잠시 멈췄다가 다섯 걸음, 3초를 쉬고 다시 한 걸음.”
진을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창성들.
그 모습에 론도는 또 한 번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반군으로부터 온전한 기록을 받지 못하고 있을 텐데, 속도를 유지해!?’
론도가 진이었다면 가만히 명왕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전투를 시작했을 것이다. 여기선 한 걸음이라도 잘못 움직이는 순간 몇 안 되는 창성이 순식간에 재로 변할 테니까.
실제로 연합의 창성들은 초마다 죽음 앞에 섰다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방향과 걸음 수를 틀린 적은 없지만, 보폭이 미세하게 어긋나서 루나의 머리가 터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진은 훼손된 메시지를 받으며 오십여 걸음을 더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는 목표였던 백 보 중 구십오.
이제 겨우 다섯 걸음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사실상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음에도, 연합과 마신대는 포화와 검은 얼룩 때문에 아직도 서로를 눈으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진의 앞에 검게 물든 기록창이 열렸다.
이제 기록창에 적힌 내용은 단 한 글자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진은 직감하고 있었다. 아마 이게 이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록이었으리라고.
타 차원의 발레리아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나, 진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마신대의 검은 기운을 피하며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을지.
진은 잠시 그녀를 생각하며 검은 기록창을 어루만졌다. 마치 피에 젖은 종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후우, 후……! 진 형제, 이제 다섯 걸음이다. 발레리아의 기록은, 후우, 읽을 수 없는 것 같군.”
“어찌하겠느냐?”
시론과 반이 가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느 시점에,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다섯 걸음을 더 좁힐 것인가. 사실 진은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다섯 걸음은 일단 저 혼자 갑니다.”
“진 형제?”
“그리하면 놈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할 겁니다. 당연히 저를 잡고자 공세를 퍼부으려 할 거고, 진형은 자연스레 붕괴될 겁니다. 한순간일 뿐이겠지만.”
갑자기 눈앞에 적의 수장이 나타났다고 한들, 창성 서른이 이성을 잃고 달려들 일은 없다.
그러나 그들조차 한순간만큼은 진을 죽이고자 온전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상황이라면 연합의 창성들조차 전부 그렇게 할 것이다.
“제가 나선 직후, 저를 보호하는 일에 사용했던 힘을 다 거두십시오. 그리고 진형이 무너지는 그 한순간에 진입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제가 나아간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게.”
“그렇게 하면 진 형제가 가장 먼저 죽게 된다, 실수하는 순간. 우리가 방금까지 갑자기 즉사할 수 있는데도 진 형제를 따라 움직인 건, 그래도 진 형제가 죽을 가능성은 아예 없기 때문이었다.”
“반의 말이 맞다.”
“반 형제, 그리고 아버지. 두 분은 지금 지치셨습니다. 아마 이 싸움이 끝나고 후일 오늘을 돌아보면, 바로 알게 되실 겁니다. 오히려 저를 살리려면 지금 이 방법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는 걸.”
진은 이미 두 사람을 지나쳐 한 걸음을 나아가고 있었다. 시론과 반은 그를 붙잡으려다 손을 떨궜다.
“……알았다.”
“시작하겠습니다.”
지금까지와 달리, 진은 남은 네 걸음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러자 그가 예상한 그대로 즉시 마신대의 공격이 쏟아졌고, 그중 광선 한 줄기는 그의 왼쪽 어깨를 완벽하게 관통하는 중상을 남기기도 했다.
‘됐다!’
하지만 성공이었다. 오히려 진은 관통상 정도가 아니라 사지 두 개를 잃을 정도는 각오한 채 들어섰었고, 적들은 그만큼 진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적들의 입장에선 명왕포의 피해를 감수하며 시도한 공격이었다.
곧바로 시론과 반, 그리고 남은 창성들이 진을 따라 적진으로 들이닥쳤다.
“드디어 이렇게 가까이서 얼굴들을 보는군, 지금부터는 명왕포만 견디던 시간이 행복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